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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악몽의 연말연시를 맞이하다

 

며칠 전, 일본의 전직 각료는 언론을 통해 이런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번 일본의 연말연시는 악몽과 같았다.” 

 

보통 새해는 이런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으며 심기일전 새로운 해를 맞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일본의 스가 정부와 국민은 말 그대로 악몽과도 같은 연말을 보내며 새해를 맞아야 했다. 

 

제3차 확산이라는 코로나19의 폭발적 감염 증가가 도쿄, 오사카를 비롯한 대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봄바람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퍼저 나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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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한정하여 보더라도 12월 하순부터 확진자 수의 증가가 매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며 새로운 기록을 썼다. 그 후 걷잡을 수 없는 추세로 확산 일로를 보이던 코로나 확진자 수는 드디어 도쿄에서는 2020년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날 1,300명을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12월 들어 확진자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며, 전문가들은 연일 TV 방송을 통해 드디어 코로나 제3차 확산이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를 하였으나, 스가 정부는 좀처럼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수수방관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다가 도쿄에서 하루 확진자가 천 명이 넘어서고, 오사카, 홋카이도 등 지역에서도 폭발적 감염 확대 조짐이 보이자, 도쿄를 비롯한 1도 3현(도쿄를 둘러싸고 있는 지바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을 대상으로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했다. 

 

그 후 대상 지역을 확대하여 지금은 도치기현, 아이치현, 기후현, 오사카부, 교토부, 효고현, 후쿠오카현까지 선언이 확대되었다. 이는 지난해 4월 아베 정권에 의한 긴급사태선언에 이은 두 번째의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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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반방역 정책, GO TO 캠페인

 

일본에서 코로나19 발생 현황의 추이를 보면, 작년 4월의 제1차 유행을 거쳐 7, 8월의 제2차 유행, 그리고 12월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3차 유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제1차 시기에는 아베 정권하의 대응으로 4월 7일 긴급사태 선언을 발령하고, 그 후 대상 지역을 확대하여 진정화가 되자 5월 말에 선언 해제를 했던 경위가 있다. 그 후 소강상태가 유지되던 코로나가 여름철을 맞아 다시 확산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코로나도 일본의 무더위에 지쳤는지 그 기세는 크게 확대되지 않고 미온적인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부터 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허덕이던 일본 경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어 갔으며, 외출과 이동 자숙을 요청하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 유동인구의 감소 등으로 경기와 지방의 피폐도 점점 심각해지게 된다. 이런 현실을 타개한다는 명목으로 아베 정권이 내놓은 정책이 ‘GO TO 캠페인’ 이었다. 

 

 

GO TO 캠페인이란

 

고 투 캠페인은 2020년도에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본 정부의 대책으로 ‘자숙 요청’과 ‘영업 단축’ 등의 방침에 의해 타격을 입은 관광업, 요식업 등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과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국내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경제 정책이다. 

 

고 투 캠페인은 급격하게 감소한 국내 여행 수요의 회복과 지역 관광 관련 소비의 환기를 목적으로 하는 국토교통성(관광청) 소관의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을 필두로, 요식업의 수요를 환기하는 농림수산성 소관의 고 투 이트 캠페인, 그리고 이벤트 등의 티켓 대금을 보조하는 경제산업성 소관의 고 투 이벤트(엔터테인먼트 캠페인)과 상점가 진흥을 위한 고 투 상점가(지역 진흥 캠페인)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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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투 트래블 캠페인 홍보 포스터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운용된 것이 고 투 트래블 캠페인(현재는 중단 상태)이다.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은 국내 여행을 대상으로 숙박・당일치기 여행 대금의 35%를 할인하여 주고, 나머지 15% 상당분의 지역 공통 쿠폰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대금의 절반(1박 2만엔 상한)을 정부가 보조하는 정책으로 운용되었다. 

 

관광청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7월 22일부터 시작된 고 투 트래블 캠페인 이용자는 8월 말까지 적어도 1,339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애초부터 고 투 트래블 캠페인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도 찬성보다는 반대가 많았고, 학교가 방학을 맞는 시기에 맞춰 고 투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은 코로나 확산을 부추기는 우를 범한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당시 아베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고 투 캠페인을 강행했다. 이에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어떻게든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함께 또 다른 의도된 목적이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축배였던 도쿄 올림픽, 현재의 독이 되었다

 

도쿄 올림픽은 아베 정권 장기 집권 플랜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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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당시 민주당에 압승을 거두며 3년여 만에 정권을 되찾아 온 아베 수상은 장기 집권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도쿄 올림픽을 적극 이용한다. 도쿄 올림픽 개최는 2013년 9월 선정되었다. 

 

아베 수상이 재차 정권을 잡고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도쿄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자, 아베 정권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다. 그렇게 도쿄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대망의 2020년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아베 정권을 찾아온 것은 지구촌의 축제로 화려하게 시작하는 도쿄 올림픽이 아닌 코로나19라는 팬더믹이었다. 그것도 올림픽이 열리는 해가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올림픽을 학수고대하던 시점이었다. 

 

올림픽과 코로나. 이 두 가지의 크나큰 사안은 겹치면서 일본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소극적인 형태로 만들어 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처음 발생하였을 때부터 올림픽 개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림픽을 위해서는 어떡하든 국내 발생자 수를 억제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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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일본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일본 정부는 공식적인 코로나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나온 확진자는 국내 확진자로 포함하지 않았다.

 

일본의 코로나 대책에서 의문이 드는 지점은, 본인들이 항상 주장하는 선진국 중 충분한 의료시설과 최고 수준의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PCR 검사 수의 부족, 검사 체계의 복잡함과 시대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 운영 방식 등으로 인해 통계조차도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언론사별로 제각각일 때가 많으며, 지금도 코로나 대책의 사령탑이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여기서 꼭 짚고 싶은 한 가지는 이전의 아베 정권이나 지금의 스가 정권이 줄기차게 고집하는 것이 다름 아닌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 개최라는 것이다. 

 

이것은 아베 정권 초기에는 도쿄 올림픽이 정권의 홍보와 지지율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유효했지만, 정권 후반기부터는 미증유의 코로나 팬더믹이 들이닥쳤음에도 올림픽 개최 강행을 염두하며 코로나 대응을 하다 보니 대응을 소극적으로 하게 되는 과를 범하게 만들었다. 

 

결국 코로나 대응에 대한 아베 정권의 무위무책이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되었고, 후일 지병 악화라는 이유로 사임을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수습이 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쫓기듯이 사임을 하게 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도쿄 올림픽은 애물단지가 되어 아베 정권에 이어 이제 스가 정권마저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여론의 반대에도 ‘고 투 트래블’은 강행됐다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전인 7월 18일과 19일 아사히신문에서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이 22일부터 시작되는 것에 대해 74%가 반대, 찬성은 1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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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신문이 고 투 트래블에 대해 한 여론 조사. 응답자의 74%가 반대했다. / 출처-<아사히 신문 홈페이지>

 

이처럼 여론은 압도적으로 캠페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더구나 코로나 감염 확산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뒷북만 치는 대응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던 아베 정권이 아무리 경기 활성화와 침체된 지역 경제 회복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여론은 냉담했다. 

 

더구나 경기 회복을 한다고 하면서 관광업이 일본 전체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기에, 유독 관광업에 대한 캠페인을 강행하는가에 대해서는 그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당연히 쏟아졌다. 

 

내각부에서 발표한 2019년 자료를 보면, 제조업의 노동 생산성이 1,094만 엔인 것에 비해, 숙박・음식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318만 엔으로 제조업의 30%도 안 된다. 

 

또한 숙박・음식 서비스업 취업자의 전체 산업 취업자에 대한 비율은 6%를 조금 넘으며, 일본 전체의 GDP에서 숙박・음식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5%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전체 산업구조별로 보았을 때 숙박・음식 서비스업 등의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비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일본의 도산 기업 현황을 보면, 2021년 1월 25일 기준, 전국 929건(법적 정리 835건, 사업 정지 94건)이 확인되고 있다 한다(제국 데이터 뱅크의 통계에 의함)

 

월별로는 작년 2월의 1건을 시작으로 12월의 123건이 가장 많다. 업종별로는 ‘음식점’(147건)이 가장 많고, ‘건설・공사업’(76건), ‘호텔・여관’(74건), ‘의류 소매점’(54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음식점이 가장 많은 도산 수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호텔과 여관 등 관광업 분야의 타격도 상위권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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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주오구의 몬자야키 골목이 텅 비어 있다. 이 거리는 도쿄 전통요리인 몬자야키 전문점 100여 곳이 모여 있는 곳이다.

 

 

왜 일본은 ‘고 투 트래블’을 강행했는가

 

과거 필자가 학생 시절의 80, 90년대 일본은 제조업 강국의 이미지가 강했다. 지금도 제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9년의 26.5%에 비해 2017년 20.7%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주력 산업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일본의 상황에서 아베 정권이 들어서며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원 정책을 펴며 키운 산업이 있는데, 관광산업이다. 아베 정권이 들어서며 관광 입국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관광업 활성화를 도모했다. 아베 신조가 수상에 재집권한 2012년도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836만 명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3,188만 명으로 3.8배나 증가했다. 

 

도쿄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것이 2013년인데, 그 후 적극적인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정책을 펴나가면서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은 결과이다. 2017년 3월에는 관광 입국 실현을 위한 ‘관광 입국 추진 기본계획’이 각의 결정되고, 관광업을 일본의 기간 산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기본 방침이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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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경에는 2020년 7월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을 성황리에 성공시키고 싶은 아베 정권의 의지가 담겨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합리적 의심이 되는 부분은, 제3차 아베 내각, 2차 개조 내각부터 자민당의 실질적인 넘버2로 등장하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 俊博) 간사장의 존재와 그의 정치 활동 배경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2016년 8월 3일, 자전거 사고로 은퇴하게 되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 禎一) 전 간사장의 뒤를 이어 당시 77세로 역대 최고령 간사장으로 당권 운영의 전권을 담당하게 된다. 

 

니카이 간사장은, 아베 전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가 3년 임기로 2기까지만 가능했던 당규를 3년 3기까지 가능하도록 주도적으로 개정하여, 아베의 자민당 총재 3선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아베 전 수상이 작년 8월 사임을 발표하기 전까지도, 총재직 4선도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면서 아베 정권을 떠받치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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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니카이 간사장은 현재 80이 넘은 고령이지만, 자민당 간사장으로 실질적인 스가 정권의 최고 권력자 위치에 있다. 간사장 직을 수행하면서 자민당 정무조사회 관광입국 조사회 최고 고문의 직책도 맡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전국 여행업 협회(All Nippon Travel Agents Association, 약칭ANTA)’의 회장을 1992년부터 약 30년간 맡고 있어 여행업계와 끈끈하고 굳건한 관계를 맺고 있다. ANTA는 유사 단체인 ‘일본 여행업 협회(JATA)’에 비해 회비가 저렴하여, 회원으로 비교적 소규모 여행대리점이 많다고 하며, 현재 전국 5,500사가 가입해 있다. 

 

 

스가 정권의 실질적 키맨은 니카이 간사장

 

원래 자민당의 간사장은 자민당 총재인 수상에 이어 넘버 2의 서열이다. 수상이 국정에 집중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 당을 통합하고 지휘하는 것은 간사장의 역할이며, 간사장은 선거 공천을 비롯한 정치자금관리 등 자민당 의원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공천권과 자금줄을 쥐고 있다. 

 

이런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을 갖는 간사장인 니카이는 작년 8월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후임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가 시작되자, 일찌감치 자민당 내 소속 파벌이 없어 당내 기반이 약한 스가 관방장관(당시) 지지를 선언하며, 스가 대세론을 만들어 스가 수상 탄생에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런 공헌으로 스가 내각에는 니카이파 소속 의원 두 명이 부흥대신 총무대신으로 자리를 꿰찼다. 스가 수상이 소속 파벌이 없어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부분을 간사장인 니카이파가 메워주며, 이인삼각(二人三脚)의 형태로 정권을 꾸려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스가 정권은 코로나 대책이 아베 정권에 이어 지지부진하게 되고, 신뢰도 부족이라는 평가와 함께, 리더쉽이 요구되는 사태에 직면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게 되자, 정권 취임 시 70%에 달했던 지지율은 3개월여 만에 40%를 밑돌게 되었다. 3개월 만에 급격한 지지율 하락으로 스가 정권의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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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흥대신 '히라사와 가쓰에이'(왼) / 총무대신 '다케다 료타'(오)

 

이처럼 스가 정권의 지지율 하락 요인 중의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반대 여론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에서 밀어붙인 고 투 트래블 캠페인에 대한 강행와 중지 결정이 늦어져 코로나19의 제3차 확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일 년 전의 아베 정권 때와 전혀 변함이 없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년 동안 정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했으며, 코로나 수습을 위해 뭘 했느냐는 간단한 의문이 분노로 바뀌어 분출하고 있다. 

 

결국 고 투 트레블 캠페인 강행의 이면에서 니카이 간사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방법이 없다. 그러나 전술한 대로 니카이 간사장과 여행업계와의 끈끈한 관계와 자민당 내의 정치적 영향력과 아베 전 수상 그리고 현 스가 수상과의 관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의 강행과 미온적인 중지 결정의 배경에는, 니카이 간사장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배경에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동시에 고 투 트래블 실시를 통하여 경기 부양은 물론이고,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코로나 대응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올림픽 개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어필을  위한 호재로 작동하기를 기대하였던 바가 아니겠는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개선될 기미 없는 의료 붕괴 현실, 유일한 희망은 백신뿐 

 

1월 25일 기준으로 말하자면, 코로나19는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 같다. 후생노동성의 발표 자료를 보면, 하루 확진자 수는 3,987명으로 누계 362,132명이고,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65명 늘어 5,083명이 되었다. 중증환자는 10명이 늘어 1,017명으로 집계되었다. 지난 1월 7일 하루 전국에서 7,56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에 비하면,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의하면, 1일 최대 PCR 검사 수를 138,497건이라 하지만, 여전히 자가 증상이 있어도 PCR 검사를 받기가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검사 건수에 대한 양성률이 매우 높다. 25일의 통계를 보면 확진자가 3,987명인데 검사 수는 18,784건이다. 이 수치만 놓고 본다면 검사 수에 대한 양성률이 20%가 넘는다. 이는 이미 시중 감염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며, 검사를 많이 하면 할수록 확진자는 더욱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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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을 따라 워크 스루를 도입하였으나, 검사실적이 좋진 않다. 

 

또한 일본의 코로나 방역이 철저한 검사, 추적, 격리, 치료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 절반가량 또는 그 이상이 동선과 농밀 접촉자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어디서 누군가에 의해 감염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안고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국민들의 불안과 정부에 대한 분노 게이지는 높아만 간다. 더구나 의료 선진국이라 주장하면서 지금도 확진 판정을 받고서 의료 시설이 부족하여 자택에서 자가 요양하는 확진자 수가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의하면, 1월 20일 시점에 3만 5천 명을 넘고 있다고 한다. 

 

또한자택에서 자가요양 중 상태가 급변하여또는 병원에 호송 중 사망했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이어진다더욱 기가 막힌 것은, 25일의 뉴스에 의하면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도 모른 채노상이나 자택에서 사망한 돌연사가 197명 파악이 되었는데그중 75명은 올 1월 들어 사망한 숫자라고 한다며칠 전에는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여성이 자택 요양 중 가족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했다는 뉴스가 있었다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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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주경제>

 

이처럼 정부가 1년에 걸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아직도 의료 시설의 확보와 대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 정상적인 상태라면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처해도 일본 정부는 앵무새처럼 국민들의 ‘자숙’과 영업시간 단축의 ‘협조’만을 요청하고 있을 뿐이고 의료 붕괴의 현실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자민당 중의원 의원으로 전 간사장을 역임한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 伸晃)라는 거물급 정치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평소 지병이 있다는 이유로 바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확진자는 이로써 9명째다. 코로나가 신분이나 지위고하를 구분할 리가 없으니 누구도 방심할 수 없겠지만, 전술한 대로 확진자의 경로와 접촉자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젠 각자도생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가지 유일한 희망이라면 백신이 하루빨리 확보되어 접종하는 것밖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도 정부와 지자체 간의 엇박자 행정과 아날로그식 운영방식으로 과연 신속하게 진행이 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다. 

 

사태가 이러할진대 일본 올림픽조직위원회와 스가 정부는 올림픽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강행 개최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동안 올림픽 개최를 위해 쏟아부은 자금과 열정을 코로나 팬더믹 같은 방역과 방재를 위해 투자했다면, 그만큼 국민의 안전과 안심을 담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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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 사무총장. / 이미지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정상성 바이어스’ 

 

사회 심리학 또는 재해 심리학에서 쓰이는 용어 중에 ‘정상성 바이어스(Normalcy bias)’라는 것이 있다. 이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무시하거나, 또는 과소평가하는 심리를 나타내는 말로써, 자연재해나 사건, 사고, 화재 등에 직면하여 자신에게도 피해가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아’ ‘여기는 괜찮을 거야’라는 식으로 상황을 무시하고 과소평가하여 도피나 대피가 늦어져 피해를 입는 경우를 뜻한다. 

 

일본에서는 서구 나라와 비교하며, 일본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매우 적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일본만의 특별한 요인이 있을 것이라 주장하는 학자와 전문가도 있으며, 그를 믿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아 보인다. 이를 ‘수수께끼 효과’ 라고도 하고, ‘Factor X’ 라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습성이 있다지만, 코로나19 같은 미증유의 팬더믹 사태를 겪으면서도 일본만의 특성 내지는 특별함에 주목하고 기대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연말연시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 제3차 유행이 도래할 것이라는 사실은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를 하고 있었으며, 정부나 국민도 직감할 수 있었던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정부는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을 비롯한 각종 캠페인을 적극 장려하였던 것은 앞에서 살펴본 대로다. 정부가 고 사인을 내주니 국민도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서도 고 투 트래블을 비롯한 각종 캠페인과 이벤트를 즐기며 긴장의 끈을 놓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가능하게 한 근저에는 ‘정상성 바이어스’ 심리가 작용하였음에 다름없다. 

 

올림픽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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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올림픽 연기가 결정되기까지 코로나 대응에 소극적으로 임한 결과가 결국 코로나 제2차, 제3차 확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뒷북 대처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올림픽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정부와 관계자들 사이에는 ‘정상성 바이어스’ 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나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고 정치 지도자의 숙명이다. 정치와 지도자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그에 따른 대가와 희생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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