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당대회 여정의 끝, 새로운 내각의 시작
2021년 1월 5일에 개막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12일에 끝났다.
당대회 일정으로만 보면 7박 8일간이고, 당대회 소집부터 지난 17일 소집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까지 포함하면 2020년 8월부터 시작된 6개월 가까운 일정이었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한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 / 이미지 출처-<노동신문>
예산을 승인하고, 법을 제정한다. 최고인민회의는 통상 봄(3월∼4월)과 가을(9월∼10월)에 개최된다. 여느 때였다면 최고인민회의는 그 자체의 일정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2021년 1월 17일 평양에서 소집되어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는 그 자체의 일정이 아닌 제8차 당대회의 연장선에 있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8차 당대회의 결정을 신속히 토의하기 위한 회의였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서둘러 진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지도체제의 구성 때문이다. 대선(大選)이 따로 없는 북한에서 당대회는 북한식 대선의 성격을 갖는다. 당대회의 선거를 통해 당 지도부를 새로 선출한다. 물론 당대회 선거로 인해 최고지도자가 바뀐 적은 없지만, 형식상으로는 당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고, 선거를 한다.
당대회에서 최고지도부가 뽑히면, 그에 따른 내각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 우리로 치면 각 부처의 장관들과 주요 정부 기관의 장을 선출해야 한다. 이 권한은 최고인민회의에 있다.
정리하면 당대회에서는 최고지도부를 뽑고, 각 부처의 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승인한다.
이번 최고인민회 안건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안건은 세 가지였다.
첫째, ‘조직문제’였다. 북한에서는 내각을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한다. 8차 당대회에서 지적한 경제발전의 실패에 대한 책임과 새로운 경제 발전을 이끌어 나갈 내각을 선출하였다. 내각총리 김덕훈이 제의한 내각 성원들을 전원 찬성으로 임명되었다.
▲김덕훈 내각 총리가 지난 17일 만수대의상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둘째,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철저히 수행할데 대하여’였다.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철저히 수행할데 대하여」를 역시 전원일치로 채택하였다.
셋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체109(2020)년 국가예산집행의 결산과 주체110(2021)년 국가예산에 대하여’였다. 이에 대해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체109(2020)년 국가예산집행의 결산을 승인함에 대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체110(2021)년 국가예산에 대하여」를 역시 전원일치로 채택하였다.
‘총비서’ 체제로 통치 구조 변화, 왜?
제8차 당대회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가장 큰 변화는 김정은의 지위 변화이다.
8차 당대회의 최고 화두는 ‘경제’였다. ‘경제발전 전략의 실패’를 분석하고, 새로운 경제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대회였다.
그런데 왜? 김정은의 위상이 바뀐 것일까?
경제 관료의 교체, 경제 정책의 수정 등 정도의 조치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북한 경제 위기는 곧 체제 위기이고, ‘고난의 행군’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체제 위기에 대응하고,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서 통치 구조 자체를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위상은 어떻게 바뀌었나?
8차 당대회에서 개회사와 폐회사는 모두 김정은이 하였다. 개회사는 조선로동당위원장 자격이었다. 폐회사는 조선로동당총비서 자격이었다.
8차 당대회에서 당 조직이 바뀌었고, 김정은은 절차적인 선거를 통해 만장일치로 총비서에 선출되었다. 총비서로서 첫 공식 행사가 바로 8차 당대회의 폐회사였다.
김정은의 직위 변화는 세 번째이다.
①2012년 김정은의 지위는 ‘조선로동당 제1비서’였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보름 뒤인 12월 30일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최고사령관에 올랐다. 이어 2012년 4월 11일 조선로동당 제4차 당대표자회의를 개최하여, 김정은을 ‘조선로동당 제1비서’로 추대하였다.
동시에 김정일을 ‘조선로동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였다. 프로 스포츠의 영구 결번처럼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영원히 김정일에 붙는 ‘결석(缺席)’의 직위로 하였다. 이어 2012년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를 개최하여 김정은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2016년 헌법 개정을 통해 김일성과 함께 ‘영원한 수령’으로 변경).
▲2012년, 조선 최고 지도자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에 취임한 후 김정은의 모습.
②2016년에는 ‘조선로동당위원장’이었다.
2016년 5월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를 통해 지도부를 개편하였다. ‘제1비서’를 폐지하고, 김정은은 조선로동당위원장에 올랐다.
③2021년 ‘총비서’가 되었다.
김정은의 총비서 추대는 김정은 체제 3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의 여러 직위 중에서도 가장 앞서 부르는 것이 노동당의 직책이다. 8차 당대회 이후 모든 행사에서 김정은을 호명할 때 가장 먼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총비서이시며∼’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붙을 것이다.
‘총비서’가 되며 더욱 권력을 강화하다
‘조선로동당위원장’과 ‘총비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실질적인 차이는 없을 것이다. 실제 북한은 김정은을 정점으로 하는 노동당이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식 논리와 상징성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원장은 글자 그대로 위원회의 수장이다. 위원회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방위원회, 국가계획위원회 등등. 중앙기관에도 있고, 지역위원회도 많다. 따라서 위원장이라고 하면, 지위도 상대적이고, 절대성을 부여하기도 어렵다.
또한 위원회는 안건을 논의하고, 토론하는 구조이다. 위원회의 결정은 위원회의 직위에 따라 책임의 무게가 지어진다. 2016년 제7차 당 대회 이후로 당 사업의 많은 부분이 위원회로 넘어갔다.
상대적인 권력 분산이 이루어졌다. 중앙의 집중적인 사업보다는 각 위원회의 사업에 무게가 실리면서 김정은의 위상이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2020년 언론을 통해 불거진 김정은의 위임통치 해프닝도 상대적으로 책임과 권한이 분산되는 위원회 중심 체제로 운영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출처-2020년 8월 20일 자 <TV조선> 링크
총비서 체제는 권력의 집중과 실행력을 갖는 구조이다. 총비서의 지휘를 받는 ‘비서국’은 결정 사항을 집행하는 실행에 무게를 둔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회장실 아래 기조실이나 비서실이 중심이 되는 구조이다.
당의 최고 결정 기관인 당대회의 결정을 명분으로 총비서가 강력한 권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구조로 보면 당대회가 정점에서 주요 결정을 하고, 총비서를 지휘부로 하는 비서국에서 당대회 결정 사항을 집행한다. 총비서의 권한이 막강해지고, 절대적인 영향력이 발휘된다.
노동당의 총비서 체제는 1966년 2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일성 주석을 ‘총비서’로 하는 비서국 체제로 전환하여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까지 운영되었다.
그러나 똑같은 총비서 체제가 유지된 것은 아니다. 2011년 12월 총비서인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에는 ‘총비서’를 공석으로 하면서, 김정은에게 ‘제1비서’라는 직위를 새로 만들어 추대하는 형식으로 총비서 체제를 유지하였다.
그러던 중 이번 8차 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이 집권 후에 처음으로 총비서로 추대하면서, 예전과 똑같은 총비서 체제가 복원된 것이다.
8차 당대회에서 총비서 선출은 8차 당대회 집행부이자 정치국 위원인 리일환의 추천사에 이어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 총비서에 대해서는 “령동의 중심, 단결의 중심”이며 “수령의 지위를 차지”한다면서,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논의된 여러 문제 중에서도 총비서 선출을 “가장 중대하고 책임적인 문제”이자 “최대 중대사”라고 하였다.
김정은이 선대 수령의 자리인 ‘총비서’에 선출되었다는 것은 김정은이 ‘수령’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2016년 6월 헌법 개정을 통해 김일성 주석을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 명기한 부분을 모두 ‘영원한 수령’으로 개정했다.
새로운 실세의 등장, 조용원
김정은을 총비서로 선출하면서, 당의 조직이 바뀌고, 인물들도 대거 교체되었다. 당 조직은 총비서 체제에 맞게 명칭과 직제가 바뀌었다.
최고 형태의 정치 조직으로서의 당의 권위를 철저히 보장할 수 있게 각급 당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직제를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로 하였다. 내각의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정무처를 비서처로 개편하였다.
이번 8차 당대회와 전원회의를 통해 노동당 지도부와 내각이 새로운 구성원으로 교체되었다. 부총리는 8명 중에서 6명이나 교체하였다.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 중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인물은 단연 조용원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인사를 보도했다. 사진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비서. / 이미지 출처-<뉴시스>
김정은을 수행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조용원은 8차 당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직책으로 선출되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5명 중 1명 (김정은, 최룡해, 리병철, 김덕훈, 조용원)
-비서국의 비서 8인 중 1명 (김정은. 조용원, 박태성, 리병철, 정상학, 리일환, 김두일, 최상건)
김정은 총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와 함께 당의 실세이자 실질적인 권력 서열 3위에 올랐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조용원의 모습.
문제는 경제였고, 대답도 경제였다
당의 조직 지도체계를 바꾸고, 새로운 인물로 교체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경제였다.
제8차 당대회 소집 발표가 나왔을 때부터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감이 실렸다.
예상대로 경제였다.
경제발전 목표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인정했다.
제7차 당대회가 있었던 2016년 이후 경제 발전 문제를 평가하는 보고에서 김정은은 “비상설검열위원회를 통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의견의 수렴 등을 진행한 결과 국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하였다.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그것도 ‘심히 미진’하였다고 표현까지 썼다.
최고지도자가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처럼 일당 독재국가에서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럴 바에 차라리 당대회를 개최하지 않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정은의 리더십 스타일이다. 김정은의 리더십은 참여적 리더십에 가깝다. 이는 김정일과는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무엇보다 실리적이다. 현장과 실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문제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원인을 찾아서 구조를 고치는 스타일이다. 경제문제를 비롯하여 남북문제, 국제관계에서 유난히 ‘본질’을 강조하는 것도 김정은의 스타일이다.
문제는 경제인데, 왜 통치 체제를 바꾸지?
문제는 경제인데, 왜 통치체제를 바꾸는 것일까?
경제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법의 차이이다. 경제 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해법도 달라진다.
지금 북한 경제 상황은 최악이다. 2020년 북한은 이른바 3중고를 겪었다.
①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지속
②코로나 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대외 무역의 급감
③가뭄, 홍수, 태풍으로 이어진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생산 감소
이러한 상황에서 최악의 어려움을 겪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0년 9월 5일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를 찾아 현지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 책임을 물어 함경남도 당위원장을 교체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 이미지 출처- <조선중앙TV>
2021년이라고 해서 별다른 돌파구가 있을까? 답은 없다. ‘비핵화’가 유일한 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 이후에 대한 명확한 보장 없는 비핵화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다.
북한 체제가 보장되지 않는 비핵화 협상을 믿고 가기에는 상호 신뢰도 없고, 길도 멀다. 선제적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 철회’를 제시하였다. 이 원칙은 변함없을 것이다. 단언컨대 경제 발전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핵을 협상카드로 내놓은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하였다. 경제 발전의 실패 원인을 ‘외부’와 ‘내부’에서 찾았다.
외부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고립압살 정책’, ‘적대시 정책’이다.
외부 문제 해결을 통한 경제 발전 전략은 실패하였다. 김정은이 말한 “축적된 쓰라린 교훈”, “아픈 교훈”에는 대외 환경 개선을 통한 경제 발전 전략의 실패가 포함되어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비롯한 대외 상황을 고려할 때, ‘고립압살 정책’이나 ‘적대시 정책’이 변할 가능성은 당분간 매우 낮다. 따라서 외부 조건은 변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수’가 되었다.
대외적인 여건을 개선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은 선택지에서 빠졌다. 남은 길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당면한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한 말이다.
“우리의 내부적 힘을 전면적으로 정리정돈하고 재편성하며 그에 토대하여 모든 난관을 정면 돌파하면서 새로운 전진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본 대회를 통하여 재확인된 조선로동당의 혁명적 의지이다.”
이 의지를 각인시켜야 한다. ‘전진’이라고 썼지만 ‘버티기’로 읽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자원, 없는 지혜까지 끌어내야 한다.
내부의 불만이나 이탈이 있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자칫 ‘고난의 행군’으로 떨어질 수 있다. 내부를 다잡고, 인민들과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당일꾼들을 통해 절실함이 전달되어야 한다. 신심으로 인민들을 설복하고, 따르게 하지 않는다면 넘기 힘든 상황이다.
▲고난의 행군시기 북한 어린이 모습 / 이미지 출처-순서대로<MBC 뉴스데스크 , 아시아경제DB>
단결 만이 유일한 길이자 해법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당대회의 결정을 믿고 총비서를 따르는 길 이외는 방법이 없어야 한다.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거나 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서도 안 될 것이다.
상황이 어렵다고 대외협력이나 기술협력, 합작을 내뱉어서는 안된다. 인민을 위한 정치, 총비서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사상적 단결을 함으로써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대회 결정을 결사관철’할 강력한 조직이자 추진체제로서 절대적 권력 집중이자 실행 중심의 ‘총비서’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 봐’라는 말로 기업의 혁신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다.
지금 북한의 상황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실패’에 대한 ‘인정’과 ‘비판적 토론’이다. 경제발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였다.
당대회에서 이루어진 토론이 얼마나 실효적일까? 당의 모든 사업을 총화하는 당대회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토론이 가능할 수 있을까?
김정은은 폐회사에서 “지난시기의 당대회들과 달리 긍정적인 견지에서가 아니라 비판적 견지”에서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이어서, 그 비판적 견지의 토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5개년계획은 현실적 가능성을 고려하여 국가 경제의 자립적 구조를 완비하고 수입의존도를 낮추며 인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요구를 반영”하여 수립되었다고 하였다.
남은 과제는 실천이다.
‘경제발전 전략의 실패’의 ‘축적된 쓰라린 교훈’, ‘아픈 교훈’을 반복하지 않도록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유가 달리 있을까?
대내외 여건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여의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최악이다. 다시 실패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행과 인식,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요구한 주문이다.
“다 바꿔야 한다.”
향후 북한은 ‘정풍’의 칼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다
‘다 바꾸어야 한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짚은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일까?
이제는 상수가 된 경제발전 실패의 외부요인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고립압살 정책’, ‘적대시 정책’은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바꿔야 할 것은 내부 요인이고, 내부 요인일 수밖에 없다.
8차 당대회에서는 경제발전 실패의 내부 요인으로 몇 가지를 지적하였다.
①5개년 전략의 비과학적인 타산
②과학기술과 경제적 연계의 미흡
③경제사업 체계와 질서의 미흡
④주관적 타산
⑤그릇된 사상 관점과 사업 태도
⑥무능력
그렇다면 새로운 5개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①과학적인 계획을 세우고
②과학 기술과 경제를 충분히 연계하고
③사업체계와 질서를 바로잡고
④객관적으로 타산하여
⑤올바른 사상 관점과 사업 태도를 갖추고
⑥실무능력을 높여야 한다.
누가?
누가 그렇게 과학적이고, 올바른 사상 관점과 실무능력을 갖추어야 할까?
당원이다. 당의 지도성원, 당일꾼, 당원들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강조되는 계층은 ‘당일꾼’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 나온 내용을 학습하고 있는 문화성 일꾼들의 모습. / 출처-<노동신문>
당일꾼이 강조되는 이유는
①당과 인민을 연결하는 고리
②‘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과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부담 행위와 온갖 범죄 행위들을 견결히 억제하고 관리’하는 중심축
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을 책임지고 집행할 당일꾼들이 ‘혁신과 창조’를 하지 못하고, ‘비과학적’이고 ‘낡은 것’에 사로 잡혀있다면 실패할 것이다. 당일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경제발전 계획은 또다시 실패할 것이라는 절박함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2020년 11월에 열린 조선로동당 정치국 회의에서도 당일꾼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었다.
“경제지도기관들이 맡은 부문에 대한 지도를 객관적 환경과 조건에 맞게 과학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관주의와 형식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현상을 뿌리 뽑자면 규율 감독체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 위한 조직도 개편하였다.
당중앙검열위원회를 검사위원회로 통합하면서 당중앙검사위원회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이번 당 제8차 대회에서 당중앙검사위원회의 권능을 높이도록 한 것은 전당에 엄격한 규율과 혁명적 기강을 세워 우리 당을 혁명하는 당, 투쟁하는 당, 전진하는 당으로 더욱 강화하는 데 중요한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 선출된 위원들로 개최된 조선로동당 제8차 1기 전원회의에서도 ‘특별히 당내 규율을 강화하고 새로운 규율 감독체계를 세우는 의제’를 중요한 의제로 토의하였다.
제8차 당대회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원들의 쇄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향후 북한은 전면적인 개혁과 혁신, 사회주의 도덕 기풍 확립을 위한 대대적인 쇄신(刷新)운동, 정풍(整風) 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볼 것이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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