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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Seong 추천0 비추천0

2010.03.22.월요일


SamuelSeong
 




어제 오전 11시, 본 기자는 봉은사 법회 현장에 있었다. 봉은사 주지 스님이신 명진 스님이 중대 발표를 하실 것이라는 이야기는 듣고 갔지만, 독자님들도 알다시피 본지의 취재환경은 대략 안습인 수준. 그래서 트위터로 생중계를 했다. 본 기자 스마트폰이 없어서 문자로 파토 우원에게 날리고 파토 우원이 트위터로 중계하는 조낸 안습인 형태이긴 했지만  나름 특종이었다.




그리고 사건은 M본부 뉴스데스크 탑을 쓸었던 것으로 시작해 오늘 아침까지도 수많은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만큼 여기서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본 사안이 일반인들이 간단하게 받아들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포인트들이 있다는 점. 따라서 본 기사는 트위터 특종 이후의 A/S라 보시면 되겠다.


 



1. 스님들이 쉽사리 압력에 굴하는 이유



절집에서 스님들이 어떤 권한을 갖는 자리로 갈때 항상 따지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법랍', 스님이 되신지 몇 년째인가라는 점이다. 주요한 자리들로 가시는 분들의 법랍, 본지 기자들의 생물학적 수명과 거의 비슷하다. 최소 30년은 되셔야 한 말씀 하실 수 있고, 엔간한 자리에 앉으려면 40년 이상 수행을 하셔야 한다.



그러니 대략 1970년 정도에 출가를 하셔야 법랍 40년을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거기다 군대까지 갔다오시고 뭐 이런 상태에서 출가하시니까 이 분들이 태어나셨던 것은 최소한 1950년 전이다.



잠깐 여기서 딴 이야기 잠깐만 하자.




본지 초기, 상당수의 기사들은 해외 사례들에 집중되었었다. 뭐 본지 기자로 활동한 이들 중 상당수가 해외에서 밥벌이를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던 이들이어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이른바 '국격'이라는 것에 비교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던 상황들이 조낸 웃겼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였냐고? 본 기자가 본지에 처음 이름 올렸을 무렵에 중고딩이었던 딴지키드들은 못 믿겠지만...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어린이날 만화책들을 쌓아놓고 불질렀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만화책이 유해매체라고.





90년대까지도 보안사 하사관들이 영관급 장교들 조인트 까고 돌아다녔던 시기이며, 경찰이 지나가는 여학생들 가방을 길 한 복판에서 뒤지던 시절이기도 했다. 스님들은 그런 야만의 시대보다 훨씬 더 한 시절에 머리 깎으셨던 분들이다. 그리고 이 분들 대부분이 종단 문제에 나서게 되었던 것은 94년 종단개혁 과정이후였다.



94년. 본지의 눈으로 보자면 그때까지도 민주화랑은 상당한 수준의 거리가 있었던 정권이었다. 그럼에도 그 당시 종단개혁 과정에 깡패들을 동원했던 부패승려들의 행각을 눈감아줬던 경찰 관계자들은 나중에 사과 기자회견은 해야 했었다. 그리고 국가 공권력의 대놓고 폭압적인 행동은 못하는 세월이 10년 이상 흘렀다. 이런 거 다시 볼 일은 없었던 것.



그런데... 우짜다보니 스님들이 출가하시던 그 시절로 다시왔다. 경찰이 술처먹고 스님 폭행하고, GPS 지도에서 절집들을 삭제하며, 국정원 직원이 선방으로 쳐들어오는 시절이 되었다. 스님들 입장에선 보안사가 절집에 난입해서 무차별적으로 스님들을 끌고 갔던 80년 법난이 연상되는 수준이라고. 법랍이 오래된 스님들의 무의식 기저에는 일제시대부터 이어지는 폭압적인 전제정치 시절의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고...



그러니 가카 시대의 공권력은 항상 순한 스님들을 타겟으로 삼고 그 스님들이 출가하실 무렵의 상황들처럼 몰고가고 있는 셈이다. 스님들 뒤가 구려서 그런거 아니냐고? 있을 수도 있다. 아주 소수는. 하지만 '스님들이 뭐가 무서워서~' 드립치는 키워님들, 니넨 공권력의 부당한 압박에 바로 저항들 하실 수 있으신가? 2008년 촛불 집회 당시에도 확인되었던 거지만, 이 자식들이 정말 깡다구 있는 사람들에겐 이 짓 못한다. 봉은사로 국정원 직원 넘이 쫓아가는게 아니라 다른 스님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처럼.


 



2. 봉은사 & 직영사찰





서울 시내에 있는 말 그대로 500년 고찰. 명종 17년인 1562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고, 추사 김정희가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한국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알짜배기 땅에 둥지를 틀고 있는 곳.





94년 종단개혁운동이 성공하기 전까지, 봉은사는 절집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문들의 블랙홀과 같은 곳이었다. 막말로 총무원장에게 수 억원을 챙겨주고 깡패들 동원해서 기존의 주지 스님과 그 상좌들을 몰아내는 걸로 자리를 차지하던 곳이다.



이런 판을 정리하신 것이 바로 명진스님이다. 재정투명화와 관련해서 최선을 다 하셨고, 명진스님에 대한 봉은사 신도들의 신뢰는 그냥 저냥한 사찰 주지스님에 대한 신뢰와는 격이 다르다. 그 결과... 2010년 봉은사 1년 예산이 130억에 달하는 수준이 되었다. 참고로 조계종 총무원의 2010년 예산이 200억대다. 대한민국의 돈이 모두 모이는 강남 한복판에 있는 절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신도들이 시주한 돈이 투명하게 관리되며, 좋은 일을 위해 확실하게 쓰이고 있다는 믿음이 없으면 이거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봉은사는 강남 생협의 기지나 다름없는 곳이며 한국 불교계가 가장 중점을 두고 펼치는 사업인 외국인 상대의 포교에 가장 적극적인 사찰이기도 하다.





여기서 아주 상식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아무리 강남이라고 하더라도 한 사찰의 예산이 조계종 총무원 예산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수준으로 키워놓으신 분을 어떻게 해야 옳을까? 승진시켜서 이것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옳을까? 사실상의 대기발령 상태로 만다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일까?



더불어 첫 번째 임기가 올해 11월에 만료되는 분에게 3월에 사실상의 대기발령을 온갖 편법을 통해 하는 것이 상식적일까? 아닐까?



정치적 압력의 유무와 관련된 포인트는 정말 상식적인 위의 두 질문만 가지고 판단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더더군다나... 자신이 시주하는 돈에 대해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일반 신도들이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찾아보기 힘든 구조로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그대로 냅뒀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좀 당황스럽다. 종회 스님들이 바본가?


 



3. 오해 혹은 모른다



본 기자, 작년 5월 서거하시기 전까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딴지 필진들 중에서도 상당히 까칠한 글들을 썼던 넘이다. 찌라시들과 적대적인 세력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는 정치적 지형은 빤히 알면서도.



그리고 그 당시에 그런 글들을 썼던 것에 대한 후회 같은 것은 일점도 없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국가와 국민들을 무슨 이유가 있어도 절대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있는한 모른다, 혹은 몰랐다는 변명은 아예 여지가 없다.



현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모른다/몰랐다/오해다 드립 시리즈는 해당 당사자들이 그 직책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여당 원내 총무가 '누군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직무수행부적격자임을 자인하는 꼴이었다는 이야기인 셈.



더더군다나 이 분. 자신이 법원 집달관인줄 아시는 분이다. 가압류 딱지 붙이면 법적 절차 집행으로 바로 가는 것처럼 자신이 '빨간 딱지'만 붙이면 다 되는줄 안다. 그런데 이 분의 병력 상황은 이렇다(클릭) . 이런 분이 빨간딱지 집달관이라니. 안습일 뿐이다.


 



4. 나가며...



어제 법회가 끝나고 나서... 명진스님이 기거하시는 다래헌으로 들어가시기 전의 한 컷이다.






반복하지만, 강남 한복판에 있는 봉은사. 신도들 대부분은 부자감세에 찬성하며, 개혁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신뢰는 그렇게 높지 않은 분들이다. 그런 분들이 명진스님을 저 사진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던 과정은 본 기자 같은 하수의 글로 설명할 수 없는 길이었다.



1000일 기도에 들어가셨을때 조차도 500일이 넘기 전까지 명진스님에 대해 비판적인 분들이 많았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하지만 본 기자가 어제 법회에서 확인했던 것은, 정치적 성향의 문제와 관계없이 봉은사 신도들의 명진스님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는 것이다. 아니... 어지러운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좌/우로 갈라져 있는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스님은 좌/우 상관없이 어리석은 중생들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존재라서 절의 삼보라고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2008년 5월 이후. 본 기자가 깨달았던 것 중에 하나는... 한 개인에 불과하지만, 내 자신이 내 지갑을 열고, 내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날라리 불자로 일신의 고민이 있을때만 절집 찾았던 본 기자. 다음 주에는 봉은사에 신도등록하러 갈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이 부자 절에 신도 등록하는데에는 한 달에 2만원만 내면 된다. 명진스님은 법회에서 신도들에게 집단행동을 하지 말하고 당부하셨다. 본 기자도 그거 어길 생각, 없다. 하지만 신도들을 모으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직무수행부적격인 분들의 시비에, 이 시대의 어른이라고 모셔야 할 분들을 지키는 방법. 그 분의 옆에 서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조만간 명진스님과의 인터뷰를 추진하여 보다 많은 말씀을 전하도록 노력하겠다.


 


 


대한민국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정치적 포션이라고 이야기하는 보수주의의 아버지 에드먼드 버크가 했던 한 마디가 있다. 어제 명진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이것 밖엔 생각나는 말이 없더라.


 


Evil triumphs, when good peoples do nothing.
선한 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악은 승리한다.



가끔은 특종도 날리는 트위터: @ravenclaw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