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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화요일


영준비


 


 


 





박지성이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박지성이야 언제나 자기 역할은 확실히 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새로울 게 뭐 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의 활약이 과거의 그것과 다른 측면은 지금까지는 골은 못 넣지만 팀의 수비와 압박에 엄청나게 기여하는 활약이었던 반면 요즘엔 골까지 넣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번에 넣은 골은 더비 라이벌인 리버풀을 상대로 넣은 역전 결승골이다. 또 이 골 때문에 첼시 아스날과의 1위 경쟁에서 (여전히 불안정함에도) 1위를 수성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잠시 활약상을 살펴보자.


 


가디언




 


데일리메일



espn싸커넷




잉글랜드의 조중동 더썬



 


타임즈




(모든 사진정리는 세리에A매니아의 아게로님의 글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둔다)


 


축구를 조금이라도 다루는 영국언론은 전부 맨유와 리버풀의 더비경기를 다루고 있고 또 헤드라인 사진은 전부 박지성이다. 한골넣은 리버풀 지역 출신의 현 맨유소속 루니가 아니라 박지성이다. 이건 얼마나 박지성이 사람들 속에 각인되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리라.


 



-노란색과 녹색을 흔드는 팬들은 브라질 팬들이 아니다. 저 의미는 현재 맨유를 소유하고 있는 글레이져 가문에 반대하는 맨유팬이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뿐만이 아니라 요즘 밀란이나 아스날등의 강 팀과의 경기에서 족족 골을 기록하는 등, 원래 박지성이 굉장히 헌신적인 플레이를 하나 사람들에게는 인상적으로 기억되지 못하는 전형적인 선수였으나 이제는 사람들이 잊어먹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중요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선수로 자리매김했고, 거기에 팀에 대한 충성도야 워낙 대단한 선수기에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근데 중요한 것은 이런 활약이 단순히 요즘의 컨디션이나, 박지성의 기량 상승 때문은 아니란 것이다. 물론 박지성은 굉장히 성실한 선수이고, 항상 노력하기 때문에 이제는 축구선수로서 성장을 멈출만한 지금의 20대 후반의 나이 때에도 종종 기술적인 면에서 발전을 보여주곤 한다. 분명 아인트호벤 시절보다 지금의 박지성이 패스나 크로스 등의 부분에서 조금씩 더 뛰어나며, 공간에 대한 이해력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원래 박지성을 대변하던 이미지가 체력과 헌신이어서 그렇지. 특유의 성실함에서 비롯된 강도 높은 훈련으로 향상된 기술들은 요즘에도 종종 나오곤 한다.


 


 
-약간의 페이크 후 아웃사이드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 비록 베르바토프가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저런 아웃사이드 크로스를 정확하게 올리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박지성이라해도 그리고 굉장히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훈련을 한다고 해도, 29살 먹은 선수가 자신의 축구내적인 기술들을 급격하게 발전시킬 수는 없다. 여전히 박지성은 슈팅이 정확하진 않으며, 균형감각은 그다지 높지 않고, 여전히 뛰어나긴 하지만 확실히 모든 경기장의 잔디를 다 밟을 만큼 많이 뛰던 체력은 요즘엔 상당히 많이 뛰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장기부상을 두 번이나 당했었기에 사실 박지성은 올 시즌부터 노쇠화가 와도 그닥 이상할 게 없는 그런 선수였다. 솔직히 박지성의 플레이를 좋아하던 필자 또한 이제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갑자기 요즘 들어 미친듯한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밀란의 빌드업과정을 담당하는 피를로를 봉쇄하질 않나 아스날상대로 멋진 골을 기록하질 않나. 이번 리버풀 대역전골까지….


 


정말 또 한번 쓰는 거지만 놀라울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약 0607시절 박지성이 몇 경기 연속골을 기록한적이 있다. 그 당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다 장기부상을 당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곧 잊혀졌지만, 몇주안되는 기간에 멀티골(볼튼전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때 루니 또한 2골을 넣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걸로 기억) 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골들을 넣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일단 중위권 팀들을 상대로 골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호날두의 강력한 프리킥 이후 튕겨져 나온 골을 주서먹는 느낌이 강했다. 심지어는 한동안 박지성의 별명이 줍지성이었고 -물론 축구에서 모든 골들은 다 중요한 거지만- 그 특유의 주어먹는 움직임 때문에 언론도 팬들도 엄청나게 주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골들은 빌드업에도 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슛팅스킬이 전제되지 않으면 넣을 수 없는 골이기 때문에 주어먹었다라고 표현할 수 없는 골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이렇게나 회자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요즘 공격형 미드필더 내지는 중앙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있는 퍼거슨에게는 찬양이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건 물론 조크다 -.- 하지만 당시에 박지성은 너무나 잦은 부상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맨유에서의 박지성의 커리어는 실패로 끝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맨유팬들이나 영국사람들은 박지성에 대해서 스쿼드플레이어(베스트11은 아니지만 팀을 두텁게 해주는 선수)정도로 생각해왔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에게 박지성은 최고의 선수였고, 국민적인 자존심이기까지도 했다. 근데 우리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세계적 팀에서 뛰어서? 물론 그것도 있다. 하지만 그가 맨유에 입단하기 전에도 그는 우리의 자존심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팀에서는 오늘 이전에도 항상 성실하고 헌신적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열라 중요한 골을 넣는 플레이어였었기 때문이다.


 



-조금 느끼하지만 보고 가자


 


2002포르투갈전 골, 2006프랑스전 골, 이번 월드컵 예선 이란전 골 등등 그는 우리 대표팀에서도 골을 많이 넣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 항상 골을 기록했으며, 그것도 굉장한 강팀을 상대로 골을 기록했다. 그랬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선수가 아니라 박지성에 열광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였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국가대표 박지성과 (지금까지) 맨유 박지성의 차이는 바로 전략과 포지션에 있다.


 


박지성의 가장 큰 장점은 헌신적인 멀티플레이어라는 것이다. 양발을 사용하기 때문에 왼쪽과 오른쪽 모두를 소화할 수 있고, 공수의 밸런스가 좋기 때문에 과거 아인트호벤시절에는 윙백을 보기도 했었다. 거기에 중앙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는 그는 역설적으로 이 멀티플레이어적인 성향 때문에 항상 팀의 구멍 난 곳을 메워주고 자신의 장점들은 조금씩 줄여가며 플레이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가 대표에서는 그가 중심 선수였고, 그랬기 때문에 어디에 두어도 제 몫을 하는 이 멀티플레이어의 포지션 중에서도 가장 좋은 위치가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그 해답의 결과로 내놓았던 것이 소위 말하는 박지성 쉬프트다.
 



-미드필더로 시작해 윙으로 끝나는 전략을 말한다.


 


한마디로 박지성의 다재다능함을 구멍을 메우는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창을 더 날카롭게 하는데 쓰는 것이며, 경기내적인 상황에 맞춰 박지성의 포지션을 바꾸고 그에 팀의 포메이션을 전환해 박지성도 최대한 살리며 상대팀에게 혼란을 주는 작전인 것이다. 그 전 감독들에 의해서 조금씩 실험돼왔고, 아드보카트에 의해서 정식화되었던 이 전략은, 베어백 감독이 코치시절부터 오랫동안 조련한 4백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략이었고, 허정무 감독으로 바뀌고 442를 쓰는 지금 또한 박지성이 팀의 중심인 이상 크게 벗어날 수 없는 전략이다.



물론 히딩크의 경우 박지성을 윙내지는 윙포로만 썼지만, 그 당시 전술은 토탈사커에 기반했기 때문에 포지션의 규정이 지금보다 명확하지 않았고, 그런 상태에서 박지성은 (지금보다 뛰어난 체력으로) 모든 피치를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었다. 고로 비록 박지성 의존도는 지금보다 훨씬 덜하지만 박지성에게 맡겨진 역할은 예의 박지성 시프트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약간 애매한 결과들과 선수관리부분에서는 미흡했지만, 그는 전략적으론 굉장히 뛰어난 감독 중에 한 명이다. 하지만 팀에 대한 책임감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맨유에서의 박지성은 달랐다. 일단 그가 중심이 되기엔 너무나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고, 여타의 국가대표경기나 타 리그보다도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EPL에서는 그가 순수하게 체력적인 면만으로 우위를 말하기가 힘들었다. 거기에 거친 몸싸움과 태클 등으로 그의 장점인 체력을 발휘할라치면 몸이 많이 상해 부상의 위험이 높았었고, 실제로 그는 부상으로 고생했었다. 여전히 많이 뛰고 포지션 파괴적으로 뛰었지만, 그는 윙어로써 영입이 된 거였고, 그는 예전보다 조금 더 제한적인 위치에서 약간은 위축된 체력으로 뛸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것이 올 시즌 말미에 달라진다. 호날두가 있었던 저번시즌에도 박지성은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지만, 한두명을 희생시키는 게 아니라 팀 전체를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게 희생시키는 호날두의 무서운 마력에 가장 큰 지지대가 된 것이 반대쪽에서 수비적인 가담을 열심히 하는 박지성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는 인상적이었을지 모르나 팬들이나 언론에게까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던 박지성이었다.


 



-야도 호날두가 나가고 공격에만 전념하니 리그 골 기록을 깨버릴 기세로 달려나가고 있다. 오죽했으면 현존 감독 중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퍼거슨이 호날두를 팔면서 마드리드의 감독에게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려울 거라고 말했겠는가


 


하지만 올 시즌 발렌시아라는 걸출한 선수의 영입과 나니의 살짝 갱생으로 윙 자원이 든든해지고, 캐릭과 플레쳐라는 미드필드 자원도 성장을 거듭하며 단단해진 지금, 상황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맨유의 오랫동안의 약점이었던 미드필드와 (호날두를 제외한) 윙 포지션이 단단해졌지만, 루니를 제외하고는 포워드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처음 퍼거슨은 베르바토프를 타겟형 포워드로 기용하면서 잉글랜드 전통의 442를 구성해보려고 하지만 이내 실패했고, 테베즈도 떠나 보낸 마당에 마케다를 포함한 유망주들 또한 맨유급의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그러던 것이 시즌 초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던 박지성의 활용으로 전환되었고, 박지성은 어쩌면 축구의 모든 포지션 중 가장 자유로운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는 세컨탑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자리에 위치하게 되면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기 시작한다.


 



-아 밥은 먹고 다니냐 ㅠ 한때 무링요가 지단이 포워드 포지션에 뛰는 것 같다라고 말했던 너의 플레이는 어디 간 거냐


 


시작은 단순했다. 밀란은 요즘 노쇠화와 막장화가 진행되고 있긴 했지만 강팀이었고, 거기에 요즘 폼이 오른 호나우딩요와 맨유에 대해서 잘아는 베컴이 포진하고 있었다. 여전히 맨유쪽으로 추가 기우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모든 감독들 중에서 가장 여우스러운 퍼거슨이 그 우위에 나태하게 만족하고 있었을리 없었다. 그는 앞에서 빛나고 있는 딩요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뒤에서 패스전개의 시발점이 되는 피를로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었고,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하면서 ‘넌 존내 피를로만 따라다녀 ㅋ’ 라고 지시하게 된다.


 



-존내 한놈만 무는 박지성 모기. 비록 완전히 공을 탈취하지는 못하지만 집요하게 괴롭히는 플레이는 가투소가 박지성을 모기라고 표현한 것이 탁월하단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박지성은 제 역할에 충실했을뿐더러 예의 공간침투에 이어 골까지 기록하게 된다. 비록 그 골은 결승골이나 역전골은 아니었지만, 밀란의 추격의지를 꺽는 골이었고, 축구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때에 골을 넣지 못하면 얼마든지 뒤집힐수있다는게 축구라는 점에서 이 골은 중요한 골이었다.


 



 


그 결과가 너무 좋자 퍼거슨은 이제 슬슬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게 된다. 그리고 리버풀전 우리가 어제본 멋진 다이빙헤딩이 나왔던 것이다. 축구선수를 바라보고 기용하고 응원할 때, 그 선수의 능력을 완전히 객관화해 평가해서 기용하거나 응원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예전에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리고 감독은(아무리 노련한 퍼거슨이라도) 가시적으로 결정적인 무언가를 보여주는 선수를 사랑하고 기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몇시즌 동안 이기지 못했던 잉글랜드 내 최고의 라이벌 리버풀을 상대로 역전골을 넣은 장면은 박지성의 영국 내 입지를 더더욱 튼튼하게 할 것이다. 거기에 그 골은 몰락하고 있는 리버풀의 빅4진입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그런 골이었다.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리버풀팬들과 사이가 안 좋은 맨유팬들에게는 정말 통쾌한 골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이 꼬마가 상큼하게 부르는 소위 박지성 응원 개고기송에도 리버풀에 대한 언급이 있다. 다음 가사를 보시라



"Park, Park, Wherever you may be, You eat dogs in your home country! But it could be worse, You could be a Scouse, Eating rats in your council house"
(박지성,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지, 고향에 가면 넌 개고기를 잡아먹지! 하지만 더 끔찍할 수도 있었으니 괜찮아. 빈민가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바야흐로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약간의 운과 실력으로 맨유는 챔스에서도 해볼만한 조에 걸려 또 한번의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노려볼만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마침 대표팀의 일정 또한 별다른 것이 없기에 박지성은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며, 한국과 영국을 오가지 않아도 될 것이고, 전반기에 많이 쉬었기 때문에 남은 연속적인 경기들이 결코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든든한 일꾼이었지만, 이제는 그가 좀 햇빛을 보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유명세를 떨쳐도 되지 않을까? 축구는 스포츠일 뿐이다. 하지만 큰 부상도 견뎌내면서 항상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를 해왔던 조용한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어쩌면 스포츠 이상의 무언가 일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그 무언가에 감동한다. 그가 한국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많은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주게 될 그런 날들을 기약해본다.


 


 


-그의 새로운 응원가. 근데 야프스탐 이야기가 나오는 거보면 여전히 맨유팬들은 개그코드를 집어넣은 듯하다.-.-;;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