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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해당 기사는 정보 위주다.

 

북한 시스템이 궁금한 독자만

스크롤을 내리도록 허락한다. 

 

단언컨대 재미는 보장할 수 없으니 

김정은과 북한 내부는 현재 이런 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팩트 파악 용도로만 활용하자.

 

북한의 정치 시스템에 대해 더 궁금한 독자들은 

필자의 다른 기사도 보는 것을 권한다.

 

링크1 / 링크2 / 링크3

 

 

  

 

북한이 연초에 중요 회의 3개를 연달아 개최한 이유는 뭘까

 

북한은 지난 1월부터 어느 때보다 바쁜 정치 일정을 보내고 있다. 

 

1월에 ‘조선로동당 제8차 당대회’에 이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회의’를 열었고, 2월 초에 또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이제 당분간은 큰 대회가 없을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은 회의가 연초부터 연달아 열리는 걸까? 

 

올해 연초에 유난히 많은 대회가 잇달아 열리는 것은 북한 정치의 구조 때문이다. 

 

8차 당대회 1번째.jpg

 

당대회가 출발이다. 북한의 정치구조는 집권당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내각제에 가깝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는 우리의 대선처럼 북한 유일의 집권당인 노동당의 대표를 선출한다. 

 

다음 순서는 실제로 일할 행정 부서의 사람을 새로 임명해야 한다. 우리도 대선이 끝나면 바로 청와대 비서실을 비롯하여 각 부처의 장관, 정보기관, 검찰 기관의 수장을 임명하듯이 각 부처의 일을 집행하여 이끌어 나갈 내각 성원(우리의 행정부처 장관)을 비롯하여, 입법부를 제외한 사법, 감찰기관, 공안기관, 각 도급 책임비서, 주요 기관의 장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 

 

내각 성원을 비롯하여, 주요 기관의 장은 노동당의 추천을 받아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승인을 받아 임명한다. 

 

실제로 북한은 8차 당대회가 끝나고 곧바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당에서 추천한 인사들을 승인하였다. 여기서 당 지도부와 행정 부처인 내각의 상(相)을 비롯한 주요 기관, 각 도의 책임비서들이 임명된다. 

 

이제 각 부처의 수장은 내부의 인사를 단행하여 당대회의 결정을 집행할 새로운 체제로의 세팅을 완료한다. 

 

이렇게 당대회→최고인민회의까지 진행이 되면, 다음 순서로 전원회의가 진행된다.

 

 

연초 중요 회의의 마무리 투수, 전원회의

 

당 전원회의.jpg

▲당 전원회의 / 이미지 출처-<노동신문>

 

‘전원회의’는 ‘전원’이 참가하는 회의이다. 올해 연초의 마지막 중요 행사로 지난 2월 8일에 개최된 전원회의의 공식 명칭은 ‘조선로동당 제8기 제2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이다. 따라서 전원회의는 ‘중앙위원회 위원’ 전원이 참가한다는 뜻이다. 

 

중앙위원회 위원은 당대회를 통해서 선출되기 때문에, 당대회 차수와 전원회의의 기수는 일치한다. 그리하여 8차 당대회에 이어 열린 전원회의는 제8기 전원회의가 된다.

 

2월 초에 큰 회의 일정이 마무리되며 열렸던 전원회의는 2차이다. 1차 전원회의는 8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회 위원을 선출하고 곧바로 열려 당대회 기간 도중 진행되었다. 1차 전원회의에선 8차 당대회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였다. 

 

전원회의 참석 범위는 다음과 같다. 

 

①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 

②조선로동당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의 부부장 

③행정부의 당 행정 책임일군 

④중앙기관의 당 행정책임일군 

⑤도급지도적 책임일군 

⑥시군당책임비서 등 

 

그리고 주요 공장, 기업소의 당행정책임일꾼들이 화상회의로 참석하였다. 

 

 

전원회의 일정은 어땠나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는 지난 2월 8일부터 시작해 4일 동안 열렸다. 전원회의는 김정은을 필두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주석단 다섯 자리를 차지한다. 이 5인이 당서열 1~5위이다. 

 

앉아있는 5명.PNG

▲정치국 상무위원 5명. 왼쪽부터 순서대로 리병철, 조용원, 김정은, 최룡해, 김덕훈 

 

일정은 이랬다.

 

1일 차: 개막식 열림. 안건 채택.

2일 차: 군수 부문, 대남 부문, 대외 부분에 대한 의제 토론.

3일 차: 인민경제와 관련된 내용과 검찰 등의 검열에 대한 문제 토론.

4일 차: 토의 내용을 정리한 결정서 채택

 

2일 차, 3일 차에 했던 토론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사정없는 비판과 질타

 

지금까지 말한 중요 행사의 순서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당대회→최고인민회의→전원회의의 순으로,

 

①당대회에서 경제발전의 목표를 정함.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할 집행부를 추천. 

②최고인민회의(=국회)에서 당대회에서 추천한 인사들 승인.

③전원회의에서는 당대회에서 정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룰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결정.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경제 실정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한 이후 ‘정풍(整風)의 칼바람’이 예상되었다. 전원회의 개막식에서 예상대로 김정은은 경제지도기관이 수립한 금년도 사업목표에 대해 “소극적이고 보신주의 경향”이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김정은 삿대질.PNG

▲전원회의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김정은

 

분야별 사업에서 우선 핵심으로 지적한 것은 농업이었다. 

 

농업 문제에 대해 “농업을 추켜세우는 것은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결실을 봐야 할 국가 중대사”라면서,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요구하였다. 

 

경제문제 해결 방식에서는 뻔한 말이지만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은 기본이고, 주먹구구식의 방식을 바로 잡아 각 부문이 잘 연계되고 협동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단위별로 독립적으로 일하지 말고, 협력체계를 강화해서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에 있어 주먹구구식의 방식을 버리고, 치밀한 계획과 과학적인 대책을 근거로 진행해야 한다고 하였다. 

 

당 사업에 대한 법, 제도의 개혁과 검찰 기관의 엄정한 관리 요구도 강했다. “경제활동에서 나타나는 온갖 위법 행위들과의 법적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나갈 것”을 요구하면서, 각 기관과 모든 부문이 절대복종할 것을 강조하였다. 불법, 비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지침을 선포하였다. 

 

 

일부러 계획을 낮춰 잡은 간부들?

 

경제 분야의 비판 내용을 조금 더 풀어보면 이랬다.

 

“일꾼들이 극도의 소극성과 보신주의에 사로잡혀 당대회 결정도, 인민 앞에서 한 서약도 서슴없이 저버리고 있다.” 

 

“맡은 사업을 태만하는 일군들, 자리 지킴만 하면서 전진과 혁신에 저해를 주는 일군들을 절대로 방관시하지 않을 것이며 문제를 단단히 세울 것이다.”

 

언급한 내용을 보면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비판하였을까. 내용을 보자. 

 

-경공업 부문에서 조건만 따지면서 인민소비품 생산 계획을 전반적으로 낮춰놓은 문제 

-건설 부문에서 당 중앙이 수도 시민과 약속한 올해 1만 세대 살림집 목표를 감히 낮춰놓은 문제

-전력공업 부문에서 전력생산계획을 인위적으로 떨궈놓은 문제

-수산 부문에서 어로 활동을 적극화해 인민에게 물고기를 보내줄 잡도리도 하지 않은 문제 등 

 

정리하면 누구보다 앞장에서 당대회의 결정을 실천해야 할 간부들이 조건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나중에 비판을 받을까 두려워 계획을 일부러 낮추어 잡았고, 인민들에게 약속한 계획을 수정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간부들의 사업 태도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본보기로 8차 당대회에서 당 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선출한 김두일을 전격적으로 한 달 만에 해임하고, 오수용으로 교체하였다. 

 

김두일 질타.jpg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모습. 실질적 권력 3위 조용원 비서가 발언하고, 김두일 당 비서 겸 경제부장이 서있는 것으로 보아 조용원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75년 넘게 유지된 낡은 관행과 방식에 전쟁 선포

 

사정의 칼바람을 예고한 가운데 앞으로 남은 과제는 경제에서의 성과를 내는 것이다. 북한이 처한 상황에서 경제 성과를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대외적인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신력을 강조하고, 사업 태도를 문제 삼는다고 해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설령 성과를 낸다고 해도 현실적인 제약 요건이나 기술력, 효율성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날과의 결별이다. 당 간부로서 보이지 않은 위세를 부리고, 앞뒤로 편의를 봐 주면서 사업자들과 결탁하면서 부정축재를 하고, 당의 계획에 대해서는 적당히 둘러 되면서 대충대충 사업을 하던 방식에서는 벗어나야 할 상황은 분명하다. 

 

당 간부들에 대한 체질 개선이다. 북한식 표현으로는 “때벗이”를 해야 한다. 묵은 때를 벗겨내듯이 새로운 각오와 사업 태도를 요구한 것이다. 75년 넘게 유지된 관행과 묵은 때, 낡은 방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전기보이라.jpg

 

2017년에 나온 과학 영화 <전기를 절약하는 능동형전기보이라>는 기존 보일러 대비 약 30∼40%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기보일러를 소개한다. 석탄 보일러 대신에 능동형 전기보일러를 이용하면서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어서 려명거리, 평양버섯공장, 사리원애육원, 강서약수공장 등에서 도입하여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소개한다. 이 보일러는 황해북도 인민위원회 첨단기술제품생산위원회에서 연구, 개발하였다. 

 

지방의 도(道) 당위원회에 ‘첨단기술제품생산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도 김정은 체제에서 집요하게 요구하는 사업작풍을 반영한 변화이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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