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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5.목요일


화성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대한민국이다. 한동안 무슨 일만 벌어지면 논리적인 반박이나 구체적인 물증 대신 무조건 '오해다' 라며 오리발을 내밀더니만 요즘엔 연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든 책임을 '기억력' 탓으로 돌린다. 옛말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하였으니 어쩌겠나.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는 일이고 죄 대신 기억력이라도 미워해야지.  


 


이놈의 기억력이 그동안 저지른 죄를 여기에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는 일, 최근에 벌어진 대표적인 사례만 보더라도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의 모든 키를 쥐고 있는 곽영욱의 '오락가락' 기억력과,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까이고 매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재철의 '억울한' 기억력, 그리고 기억하기 싫은 것만 골라서 기억하지 못하는 안상수의 '기피' 기억력을 들 수 있겠다.  


 


오늘 필자는 의당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 기억력에 대하여 엄중히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같은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이들 몹쓸 기억력이란 놈들을 되살리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1. 그때그때 달라요. 곽영욱의 '오락가락' 기억력


 


아무리 공정한 기사를 써야하는 필자라 할지라도 70을 넘긴, 그것도 수술을 많이 받아 아프다는 노인의 기억력까지 문제를 삼는다는 건 어째 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의 나이와 몸 상태를 감안할 때 정말로 노인성 치매에 의한 자연적인 망각일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전직 총리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중차대한 사안이고 검찰이 내세운 물증이란 것이 딸랑 그 기억력 한가지뿐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억나게' 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몇 년 전 일은 고사하고 불과 몇 개월 전에 쓴 검찰 조서에 대고 '이게 제가 조사 받은 내용인가요?'를  묻는 휠체어의 노인에게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곽영욱의 그 기억을 토대로 한 진술이라는 것을 한번 살펴보자. 그가 뇌물로 건넸다는 돈의 액수는 처음 10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그리고 다시 5만 달러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돈을 받은 주체도 처음엔 한 전 총리 본인이었다가 다음엔 의자, 그러다 결국 서랍으로 변했고, 돈을 건넸다는 시점도 정확히 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때와 장소에 따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져버리니 그것을 '기억'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설사 어떠한 방법을 써서 그의 기억을 온전히 되돌린다 한들 이미 오락가락, 깜빡깜빡한 것으로 낙인 찍힌 그의 기억을 믿어줄 사람도 없거니와,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병세가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안 그래도 자기가 판 무덤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똥줄이 타던 검찰 측에서는 '옳거니, 잘 걸렸다' 하며 모든 책임을 덤터기 씌울 것이 뻔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이 건의 경우 그동안 알려진 재판 내용으로 유추해볼 때 단순히 기억력 상실의 문제라기보다는 없던 사실도 억지로 기억하라는 검찰의 협박과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기억 때문에 벌어진 이라는 심증이 강하게 드는 바, 어쩌면 기억을 되살리는 것 보단 없던 기억을 지우는 편이 진실에 한발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이 건은 검찰에게 양보하는 선에서 조용히 넘어가기로 한다.


 


 


 


2. 까이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김재철의 '억울한' 기억력


 


이렇게 억울할 수가 있나. 때린 놈이야 기억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맞은 놈 입장에서 맞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말 그대로 억울한 일이 아닌가. 거기에 맞았다는 걸 확인해준 증인까지 있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기필코 이놈을 잡아다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이유다.


 


먼저, 증인인 김우룡의 입을 통해 벌어진 일을 정리해 보자. 큰집의 홍보수석인 이동관(가해자)은 신임 MBC 사장 김재철(피해자)을 모처에서 만나 청소부면 청소부답게 좌파 청소를 똑바로 하라며 조인트도 까고 매도 때렸다. 밝혀진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데다 이를 보도한 신동아측이 거듭 사실임을 밝힌 것으로 볼 때 이는 누가 보더라도 실제로 벌어진 폭행 사건임이 분명하다. 


 


헌데, 이동관이야 가해자니까 그렇다 치고 맞은 당사자인 김재철조차 그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불과 한 달 새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피해자인 김재철이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이건 분명히 '외상성 기억상실증'이 분명해 보인다. 즉, 쪼인트를 까이고 매를 맞는 충격으로 인해 잠시 기억의 끈을 놓게 된 것이다. 전문 용어가 나와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은 멧데이먼이 출연한 영화 '본 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을 떠올려 본다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아무리 가카의 총애를 받는 큰집 사람이라고 하지만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신 보다 어린 사람에게 불려가서 조인트를 까이고 매를 맞았다면 충격이 컸을 것은 분명할 터, 여기에 당시 그가 노조의 출근 저지로 인하여 천막생활을 했던 점과 큰집으로부터  받았을 엄청난 스트레스 등을 감안하면 '외상성 기억상실증'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문제는 김재철의 이 상실된 기억을 어떻게 되돌릴 것이냐 하는 것인데, 사실 이런 기억상실증엔 특효약도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 그저 안정을 취하면서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니... 그나마 현재의 상태에서 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충격 받을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봄으로써 기억을 되살리는 것뿐이다.(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가끔 기억을 잃게 된 장소에 가거나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기적처럼 기억이 돌아오기도 하지 않는가)


 


즉, 가해자인 이동관과 피해자인 김재철을 불러 그 당시에 그들이 했던 것처럼 조인트도 까고 싸대기도 때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기억이 안 돌아오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 마시라. 매 앞에 장사 없다고 존나게 패면 분명히 돌아온다. 내가 장담한다.


 


 


 


3. 기억하기 싫어, 싸가지 없는 '기피' 기억력


 


안상수의 기억력, 얘는 일단 좀 심각하다. 앞에서 말한 것들은 얘에 비하면 가소롭기 그지없다. 먼저 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냥 아는 정도의 사람을 몰라보는 게 아니고 10년에 걸쳐 정기적으로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한 지인을 몰라본다. 나이가 들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려고 해봐도 불과 3,4개월 전에 만난 사람들에게 '그 사람은 좌파 사람이니 쫓아내야 할 사람이라고' 했던 바로 그 명진 스님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김영국이란 사람까지 나서서 '자신이 그날 모임의 주선자였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배석했다며' 그날 세 사람이 언제, 어디서, 무슨 애기를 어떻게 했는지까지 세세히 복기를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김영국씨는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뚱딴지 같은 소리까지 하는 걸로 봐선 증세가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정도가 아니다.


 


김영국씨가 고흥길 의원 보좌관과 한나라당 부대변인까지 지낸 인물이다 보니 이를 좌파의 세력의 불순한 음모로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디 그뿐인가. 자신이 정치권에 몸담았던 그 10년 동안 재임했던 대통령이 누구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해 김길태와 조두순을 비롯한 흉악범들이 좌파 정권의 잘못된 교육을 받아서 생겨났다는 헛소리까지 지껄이는 걸 보면 이놈의 기억력은 가히 저주받은 수준이다.


 


검사까지 지낸 사람이 설마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지어 생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곽영욱 같은 특별한 병력도 없는데다 집권당의 원내 대표를 맡아 좌빨들 척결하는 일에도 앞장서서 싸워왔으니 이를 건강상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김재철의 경우처럼 특별한 '외상'을 입을만한 충격적인 일도 없었으니 이는 분명 심리적인 원인에서 오는 '해리성 기억상실증'이 분명하다. 


 


해리성 기억상실은 스트레스나 충격적인 사건 등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감정경험이나 심리적 갈등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정신의학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망각의 방어기제가 도를 넘어선 경우'에 발생하는 심리적 병, 그러니까 일종의 '정신병'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기억하면 너무도 고통스럽기 때문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기억을 <기피>하는 것이다. 그가 군대 가는 일이 너무 끔찍해서 병역의 의무를 기피했듯이.


 


안상수가 왜, 어떤 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원내 대표를 맡고 있는 딴나라당의 요즘 꼬락서니를 보면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가카의 독도 망언 문제를 비롯해 김우룡의 양심선언과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등, 눈만 뜨면 벌어지는 악재들로 인해 뇌신경이 꽤나 고생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 일들 때문에 김재철처럼 누군가에게 불려가 싸대기라도 몇 대 맞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하튼, 이 싸가지 없는 안상수의 기억을 그대로 두었다간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증세가 더 심해지면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하면서 가족도 몰라보고 심지어는 가카에게 조차 좌파정권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도 밝힌 것처럼 현대 의학으로는 기억상실증을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다. 더구나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으니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기도 어렵고.


 


 


 







[참고 - 안상수 병역 사항]



1966년 ~ 1967년 징병검사기피
1968년 1을종
1969년 입영기일연기
1971년 입영기피
1973년 입영기일연기 (행방불명)
1974년 입영기일연기 (행방불명)
1975년 공소권 무효, 입영 후 귀가
1977년 무관후보생편입


1977년 보충역 (입영의무 면제)
1978년 소집면제 (고령,32살)




 


 


군대에 보내서 좀 굴리면 정신을 차릴 것 같다는 의견도 있으나 위의 내용(병역 사항)을 보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임을 알 수 있다. 10년 동안이나 행방불명의 수법 등으로 병역을 기피한 그를 누가, 무슨 수로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의 나이(64세)를 고려하면 이번에 잠수를 타게 되면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할 수도 있으니 이 방법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하여,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해 본다면 '큰집'에 보내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큰집은 청와대가 아닌 교도소(재소자를 교육하고 교정하는 곳)를 말하는 것인데, 당연히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피죄'를 지었으니 죗값을 치러야 하는데다, 언제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는 예전의 전력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더 적합한 곳은 없지 않을까싶다. 기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곳에서 편안하게 수양을 쌓다보면 기억하기 싫은 것들도 자연히 기억나게 되어있으니까.   


 


 


 



 


 


 


그리고 기왕에 큰집에 보낼 거면 김길태나 조두순 등과 한방을 쓰게 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그들을 기피하고 싶은 만큼 그가 기피한 기억들도 빨리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좌파교육 때문에 흉측한 범죄자가 된 그들이 우파의 실세인 안상수와 함께 지내면서 스스로 정화되는 효과까지도 덤으로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     


 


 


 


P.S.) 이런 추접하고 싸구려틱한 일들, 정작 본인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굳이 하나하나 기억하며 여기에 기록해 놓는 이유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우리네 기억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잊어서는 안 될 사실들을 결코 잊지 않기 위함이며,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저런 쓰레기들을 인간 대접하며 함께 살아갈 나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혐오스러워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