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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5.월요일


물뚝심송

한 집단이 언제 붕괴할까? 정체성을 잃을 때 붕괴하는 거겠지. 더 쉽게 말하면, 원래 해야 하기로 한 일을 다 하거나, 아예 못하게 될 때, 즉 할 일이 없어지면 집단은 붕괴하는 거라는 얘기야.

난 민주당을 좋아하지 않아. 오히려 저주에 가깝게 욕을 하고 싶어하지.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가진 힘을 결코 무시하지 않아. 오랜 시간동안 쌓여온 전통의 무게라는 것은 함부로 어쩌기 힘든 거잖아. 그래서 대놓고 욕하기도 조금은 꺼림직해. 하지만 민주당은 이제 생명을 다한 정당이라는 판단에 대해서는 얘기를 좀 해보고 싶어졌어.

사실 직접적인 원인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보여주는 뻘짓이 도를 넘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거야. 나중에 지방선거 막판에 가면 나 역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될 수도 있어. 당은 싫지만, 최소한 그 당에 속한 사람들을 찍어 줄 수도 있다는 얘기야. 그러니 일찌감치 민주당 개새끼 소리 한번 해 놓고 나서 찍더라도 찍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뿐이야.















박정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너무 얘기가 고리타분해지겠지. 내가 정치적 의식을 가지고 지켜본 최초의 사건은 바로 85년도에 있었던 2.12 총선이야. (도대체 니 나이가 몇이냐고 묻지는 마. 쪽팔리니까..)

당시를 기억하는 것을 돕기 위해 약간 부연 설명을 해 줄께. 당시 정계의 중심은 전두환이었지만, 사람들의 눈은 김대중,김영삼에게 쏠려 있었지. 그러면서 신당을 창당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국내에 있던 김영삼과 미국에 있던 김대중의 입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던 시기였어. 민주당 얘기하면서 왜 신당 얘기를 꺼내냐고? 사실상 박정희의 사망과 전두환의 집권으로 인해 한국 정당사는 일시에 맥이 끊겼어. 모든 정당이 해산되고,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이 정당의 탈을 쓴 거수기 집단의 역할을 했었고, 유치송이라는 자가 총재역할을 하는 관제 야당(민한당이 안기부의 자금지원으로 탄생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지.)인 민한당? 뭐 그런 듣보정당이 야당 노릇 하던 시절이거든. 그 시절에 다시 민주당이 재탄생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얘길 여기서 시작하는 거야.

신당 창당의 모든 역할을 실질적으로 담당했던 민추협에서는 이런 논쟁이 붙어. 신당을 만들자는 거지. 한 쪽에서는 신당을 만들어 원내로 가는 것은 살인마 전두환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행위이므로 결사반대, 또 한 쪽은 그래도 들어가서 싸워야지, 언제까지 밖에서 싸울 수는 없다는 현실론, 이렇게 되는 거지. 김영삼은 만들자는 쪽이었고, 미국의 김대중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신당에 참여하는 것은 각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는 결론을 내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신민당이야.

바로 전 해인 84년 12월달에 대규모 정치인 해금이 없었더라면 신민당도 없었겠지. 그런데 아마도 전두환은 지가 이 정도 해 놨으면 이제 야당이랍시고 나와봐야 별 볼일 없겠지~ 하면서 자만을 좀 했었던 것 같아. 하여간, 85년 1월 18일 창당된 신민당은 한달도 안돼서 치루어진 2.12 총선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지. 총선일자가 4월이 아니고 2월인 것도, 신민당을 의식해서 얘들이 정신 차리기도 전에 치르자는 꽁수였어. 거기다가 안기부 분석에 의하면 신민당이 얻어봐야 열몇개 밖에 못 얻는다고 나왔다는 거야. 거기다가 김영삼, 김대중은 출마도 못하지, 결국 김영삼 대리인인 신민당 총재 이민우가 나오는데, 이민우도 종로에서 이종찬(민정당), 정대철(민한당)에 밀려 낙선(당시에는 소선거구가 아니라 중대선거구)한다는 예측이 있었던 거야. 자만한 거 맞지 뭐.



 


결과는 실질적인 신민당의 압승이었어. 물론 선거법이 개판이라 민정당은 무조건 전국구2/3을 먹고 해서 과반수는 지켰지만, 엄청난 부정선거에도 불구하고 득표율 자체가 몇프로 차이 밖에 안나는 상황이었어. 민한당은 거의 붕괴되어 속속 빠져나가 신민당에 합류하게 되었고, 민정당은 초 비상이 걸려 버린거야. 최종적으로 신민당은 103개 의석을 차지하게 되고, 이후 전두환 정권과 거의 모든 사안에서 무력충돌(총들고 하는 거 말고 재털이 들고 국회에서 싸우는 거 말야)을 하기 시작해. 이 바람은 결국 87년 6월을 불러일으키게 되는거야.

이게 민주당의 전신이야. 박정희때도 물론 피터지게 싸웠어. 그런데 이 살벌한 대머리 정권에서 안기부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투표함도 바꿔치는 걸 우습게 알던 시절에 선거판에 나와 창당 한달도 안되는 상황에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그 힘. 이 때 민주당은 호남정당도 아니고, 한나라당과 구분도 안되는 보수정당도 아니었어. 적어도 당시의 민주당, 신한민주당은 군부독재 종식을 외치면서 이 땅의 민주화 세력들을 모두 집결시키는 거대한 그릇이 되었던 정당이라고.

그 정당이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이후 김영삼과 김대중의 뜻과는 다르게 이민우가 생쇼를 벌여. 대리인 주제에 지가 진짜 총재인 줄 알고, 전두환 정권하고 내각제 개헌으로 쇼부를 치려 들지. 사꾸라가 어디 가겠어? 그게 소위 말하는 "이민우 구상"인데, 사꾸라의 대명사 이철승,이택돈 등이 합류하지. 결국 김대중,김영삼은 70명이 넘는 의원을 이끌고 나와서 통일민주당을 새로 꾸려. 민주당의 적통은 신민당에서 통민당으로 옮겨오게 되지. 그리고 88년 총선에서 신민당은 단 한명의 당선자도 못내고 사라지게 되는거야. 물론 민한당도 마찬가지..

좋아. 그러면 민주당의 적통이 신민당에서 통민당으로 옮겼다고 치자. 거기서 우리가 또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한개 있는데, 바로 김용남 용팔이 사건이야. 이민우가 전두환하고 똥창을 맞추려는데 반대해서 김영삼, 김대중이 지지자를 이끌고 나와 통민당을 차리려는데, 용팔이들이 뛰어 들어서 다 때려부수고 불 지르고 그랬던 사건이야. 누가 시켰을까? 누구 좋으라고 그랬을까? 이민우? 아직 순진하네..

하여간 그렇게 만들어진 통민당도 금방 쪼개져. 이게 바로 유명한 87년 양김의 분열이 되는거지. 87년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얻어낸 6.29선언이 있었어. 거기 내 피도 쬐금 있었지. 농담 아니라니까. 명동 나갔다가 사과탄 맞아서 파편이 팔에 박히는 바람에 띵띵 붓고 난리 났었다니까. 같은 단과대학에 다니던 어떤 착한애가 최루탄 맞아 사경을 헤매던 날이었어. 쓰바.. 그 때 생각하니까 지금도 피가 꺼꾸로 흐르네.. 내가 피흘린 바로 그날, 그 친구는 죽었어. 어떤 얼굴도 모르는 아저씨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경찰을 피해 내가 살던 동네까지 도망가서 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그 소식을 듣고 난동을 부렸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그 의사선생님이 모든걸 이해해주고 치료비도 안 받고 그냥 보내줬었어.

그런 참혹한 비용을 치른 결과로 이제 군부독재는 물러가고  민주세력의 집권이 거의 당연시 되는 상황이 오니까 이 양김이 딴 생각이 든거야. 그 살벌한 유신독재를 거치고 대머리 군부독재를 거치고 났는데, 누구 하나 양보하기 힘들 정도로 화려한 투쟁을 이끌어 왔던 두 김씨가 서로 서운해진거지. 이해는 가지만, 용납은 못하겠어.

그로 인해 민주당의 적통은 통민당과 평민당으로 나눠지지. 하나는 김영삼, 하나는 김대중 당이야. 그리고 둘 다 떨어져. 이거 다들 김영삼 김대중 잘못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잘못은 민주당 잘못 아닌가? 그 모든 피터지는 독재와의 투쟁이 대통령 한번 해보고 싶어서 벌인 일이었냐는 질책이 김대중, 김영삼에게 가야 한다면, 그 모든 피터지는 독재와의 투쟁을 견뎌온 민주당 사람들이 바라던 바가 결국 대통령 따까리 한번 해 보고 싶어서 였냐는 질책은 누가 받아야 하지? 민주당이잖아.

난 그 이후로 두번다시 정치쪽으로는 눈도 안돌리겠다고 스스로 맹세를 했어.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신문 정치면은 꼬박꼬박 봤어. 그리고 좀 있다가 생겨난 한겨레 신문을 주로 봤던거지.

하여간 민주당은 그렇게 절대절명의 개판을 한번 친거야. 거기다가 조금 있으려니까 한번 더 진솔한 개드립을 날리게 되잖아.

바로 그게 삼당합당이야. 어영부영 되살아난 김종필이하고, 죽자사자 싸우다가 대통령 자리 날린 김영삼하고 노태우 양팔을 붙잡고 흔들던 그날, 우리나라의 모든 야당은 다 죽은거야. 유일하게 김대중만 남게 되는 거지. 좀더 자세하게 얘기해 볼까?

대선에서 지고나자 그 다음해인 88년에 총선을 또 치르게 되었지. 김영삼은 통민당으로, 김대중은 평민당으로. 여기서 어영부영 살아난 김종필은 신민주 공화당이 되는거야. 김영삼이 삼당합당을 하게 된 동기야 뭐 분석하는 사람들마다 다 다르겠지만, 사실 평민당도 못이기고 겨우 3등밖에 못 먹은 타격이 크다고 봐. 이렇게 나가다가는 차기는 김대중이라는 위기의식이 들었겠지. 그러니까 그 무식한 삼당합당을 하게 된거겠지. 그리고 거기서 난 노무현을 발견하게 되는거야. 비록 가진거 한개도 없이 꼬마민주당이네 뭐네 하면서 지지리 궁상을 떨게 되지만, 김영삼이 합당하는 데 대놓고 반대한 거의 유일한 젊은 정치인이었어.

그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전국구 야당이었어. 영남의 김영삼, 호남의 김대중, 두 걸출한 거인이 이끄는 종합 야당세트. 박정희가 그렇게 지역감정을 불싸지르면서 김대중 죽이기를 시도했어도, 마산은 전통의 야도였고, 박정희 죽기전에 가장 화려하게 타오른 곳도 경남이었거든. 그런데 사실상 김영삼이 노태우한테 백기항복 하면서 대통령 한번 시켜줍쇼~ 하고 구걸하면서 그게 무너져 버린거야. 민주당의 한 축이 붕괴되어 버린거지. 그 뒤로 제아무리 김대중이 민주당의 적통을 이어 왔다고 하더라고 이미 반쪽 민주당이 되어 버린거라는 얘기지. 전두환이 광주에서 사람을 무작시럽게 죽여버리는 것도 한몫을 했겠지. 이제 영남은 여당이 되어 버리고, 광주 호남은 야당이 된거야.

이 대목에서 민주당은 이미 전국구 야당의 타이틀을 잃어버린거야.

그렇지만, 아직 독재의 후예들은 살아 남아있어. 노태우 말야. 김영삼은 더럽게도 노태우의 발아래로 굽히고 들어가 버렸고. 김대중이 이끄는 민주당의 적자들은 아직도 군부독재와 싸우고 있던거야. 이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할 일이 있었어. 그리고 그 일을 한거야. 결국, 그 일을 해 버렸어.

김영삼이 집권하던 시절, 김대중은 정계은퇴한다고 떠버리고, 뭐가 남았겠어? 그냥 민주당은 맥 못쓰고 끌려다니기만 했어. 그게 평민당이거나 국민회의거나 이름이 뭣이던 간에 상관없어. 노태우도 못 잡았고, 그와 껴안은 김영삼도 못 잡았어. 김대중이 김영삼에게 깨지던 그 선거때 난 군대에 있었다고. 제대 얼마 안남긴 고참, 그것도 애들 한번도 안 패기로 유명한 순둥이 고참이 아무 이유없이 대통령 선거 다음날 내무반 애들 전체를 무한정 폭주 모드로 갈구고 패더라는거지. 그 때 영문도 모르고 당했던 쫄따구들에게 지금이라도 사과를 했으면 좋겠는데.. 뭐 기억들도 못하겠지.

그렇게 김영삼 집권이 끝나고 결국은 김대중이 집권을 하더라. 김영삼이 키운 이회창이라는 뾰족한 할배하고 붙어서 이기는데, 그것도 자력으로는 모잘라서 듣도보도 못한 DJP연합이라는 걸 통해서야 하더라는 거지. 난 그게 삼당합당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신군부 노태우하고 붙어먹나, 구군부의 2인자하고 붙어먹나 도찐 개찐 아냐?

하여간 그렇게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김영삼이 말아먹은 나라를 보수하라고 시킨거지. 사실 그게 김영삼 혼자 말아먹은건 아니잖아? 거대한 말아먹음의 흐름을 김영삼이 그저 대미를 장식한 거 뿐이지.

그리고 민주당은 할 일을 다 한거야. 뭐니뭐니 해도 이 땅에 이제 군부의 집권이라는 망령은 승천을 해 버린거라는 거지. 거기서 민주당이 스스로 더 할일을 생각했다면, 아마도 그건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이었어야 할거야. 하지만 김대중이 신자유주의의 깃발을 잡고 IMF 빚갚기 운동을 했는데, 어떻게 신자유주의하고 싸우나. 민주당이 이 땅의 민중들의 삶을 생각했다면 당연히 그리 했어야 하겠지만 민주당은 그런거 모르는 늙은 정당이라니까.

거기다가 역사의 흐름은 민주당 구성원들에게 썩은 과일을 주고 말았어. 호남땅에는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삼식이도 의원이 되는 천혜의 땅이 되어 버린거야.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호남의 민주당은 호남의 한나라당이 되어 버리고 만거야. 거기에 집권을 한번 해 보니까, 오히려 집권 안하던 시절이 더 좋다는 것 까지 깨달아 버렸어. 집권 안하면 까기만 하면 되지만 집권 해보니, 이건 장난 아니더라는 거야. 무한 책임이 말이 쉬워 무한 책임이지 그 골치아픈 짓거리를 뭐하러 하나 싶었던 거겠지.

그런 과정에서 난 노무현이 집권하게 되는 과정에서의 민주당은 확실하게, "집권하고 싶은 의사가 없음"을 보여 줬다고 생각해.

호남땅만 계속 유지하면 제1야당의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야. 회기때마다 국정조사 시작되면 온갖 공공기관장들이 쫓아와서 해 달라는 거 다 해줘. 지역에서 3선 4선 해 먹으면서 배 두드리며 사는게 장땡인데, 저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르는 김영삼 쫄따구 스러운 새끼가 판을 깨려고 뎀빈다 이거지. 후단협이고 뭐고 해서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노무현에게 반기를 든 것은 바로 이런 이유야. 내 밥그릇을 깨트리지 마라..

이제 민주당은 군부독재와 싸우는 전국구 야당 종합선물세트에서, 반쪽짜리 야당으로, 반쪽짜리 야당에서 만년 야당을 꿈꾸는 지역토호로 내려 앉은거야. 이게 2002년의 현실이라고. 그 와중에 꾸역꾸역 노무현이 당선이 되고 말았어. 그리고는 열린우리당이라는 듣보정당을 만들어서 민주당을 괴롭힌거지. 민주당에서는 원한에 사로잡히는 게 당연해. 탄핵을 괜히 한게 아니라는 거야. 거기다가 오히려 그 역풍으로 당이 사라질 위기를 겪게 되기까지 했어. 미애누나가 삼보일배도 하고 온갖 생쑈에 구걸을 해서 겨우 연명을 했지. 그런 과정을 통해 노무현은 끊임없이 민주당을 괴롭힌 셈이고, 민주당은 그런 노무현이 한나라당 보다 더 끔찍한 웬수였어. 그 감정은 그대로 유시민에게도 이어지고 있지. 민주당이 가진 유시민에 대한 악감정은 이 메카니즘으로 완벽하게 설명될거야.

그리고 다수의 민주당 구성원들이 우리당에 옮겨 타고 정치 개혁이라는 배를 한번 타 봤는데, 나온 답은 이거야. 이 산이 아닌가베...

그리고 다시 도로 민주당으로 돌아갔지. 즐겁게도 대선에 택없이 깨지고 만년 야당의 자리를 확보했어. 다음 선거 역시 이대로.. 이게 민주당의 속마음이야. 아닌가?

신자유주의? 사민주의? 민주당은 이런거에 관심 없어. 사실 노무현 시절 이후로 민주당이 잘한거 단 한개라도 얘기좀 들어봤으면 좋겠어. 모두가 다 다른 야당이 먼저 얘기한 거 중에 별 부담 없는거 줏어다가 읊은 것 뿐이야. 지금 4대강 반대 어쩌구 떠들지? 그거 안 떠드는 야당 있어? 무상 급식 얘기 앵무새처럼 읍조리지? 그거 다른 야당이 얘기 안하는 당 있어? 민주당은 컨텐츠가 없어. 주장도 없고, 실행력도 없어. 맨날 여당이 하는거 반대만 하면 되는거야. 그게 자기들 잘하는 거고.

최근에 민주당에서 일하는 친구하고 대놓고 한판 한 적 있어. 그 싸움의 요지는 이거야.

진작에 썩어 없어질 정당이 왜 남아서 속을 쎅이냐, 이제 그만 접고 산소 호흡기 좀 떼줘라. 너같은 넘이 도와주니까 저 좀비가 아직도 살아서 여럿 망치는 거 아니냐는게 내 주장이었고, 그래도 사람들 모두가 야당하면 민주당으로 아는데, 민주당 말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슨 그리 험악한 소릴 하느냐는 게 그 친구의 변론이었어. 생각있는 자라면 민주당이 지금도 가치가 있다는 얘기는 못해. 당연한 일이지.

오직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면, 수십년간 그 험한 길을 헤쳐 오면서 붙들고 다닌 정통야당 민주당의 그 걸레같은 깃발한개.

2002년 문성근이 개혁당 창당 기념 연설 하면서, 노무현을 평가했어. 남들 다 버리겠다고 그러는 그 발기발기 찢어진 깃발 한개 붙들고 서 있겠다고 온몸이 멍들어 가면서도 고집피우는 바보 노무현이라고. 그 깃발을 아직도 민주당이 들고 있다는 거야. 이 세월의 흔적이 담긴 깃발을 어째야 될까?

그걸 감성 마케팅 차원에서 표현하자면, 민주당의 네임밸류라고. 시장통의 장삼이사가 필부필부가 여당에 대해 항의하고자 할 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작은 몸짓, 투표장 천막 열고 들어가 민주당 이름 쓰여 있는 곳에 도장 찍는 거, 이거 말고 없다고. 그 사람들에게 이제 민주당이 아니라 민노당이라고, 또는 진보신당이라고, 참여당을 빼 놓으면 또 섭섭해 하겠지, 이젠 참여당이라고  설득하는데에는 똑같이 이삼십년 걸릴거야.

도대체 우리한테는 왜 언제나 이렇게 힘든 선택만이 주어지는 것일까?

민주당은 죽어 사라져야 하는 정당이야. 할 일도 없고, 의지도 없는 정당이야. 가치도 없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민주당의 이름이 살아 있고, 세상에 울려 퍼지고 있어. 이게 또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야.

표면만 보고,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다를 게 없는 정책을 가진 정당인데 운운하는 얘기들, 다 맞아. 그런데, 그 맞는 소리가 현실에 적용되지 못하는 데에는 이런 역사속에 쌓여온 경험들이 깔려 있다는 거야.

더 할 얘기도 없다. 이렇게 문제점만 잔뜩 알려주고, 이렇다 할 해결책도 제시 못하는 답답한 얘길 하게 돼서 못내 찜찜해. 하지만 모든 현실이 원래 이렇게 찜찜한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