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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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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는 국민들을 군부는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있다.

 

미얀마에는 2008년도에 개정된 헌법이 있다. 이 ‘2008년도 헌법’은 군부의 절대반지로 작용하여 미얀마에서 군부를 절대 권력자로 만들어 준다. 선거를 통해 국회 의석수의 절대다수를 차지한 아웅산 수찌의 NLD(민족민주동맹,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를 배척하고 제대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하게 하며 개정한 헌법이다. 

 

그 헌법에는 여러 민주적 조항들이 명시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군부 정권의 영향력 지속과 보호를 위한 여러 장치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중 가장 쟁점이 되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①대통령 입후보 자격 요건 중 “외국인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사람은 입후보할 수 없다.

 

-아웅산 수찌를 겨냥한 것이다. 그녀는 영국인과 결혼하였고, 두 아들은 영국 국적이다.

 

②각 단위별 의회에 최소 25%의 군부 대표가 있어야 한다.

 

-하원에는 110명, 상원에는 56명, 지역 의회에는 총 의석의 1/3을 군부 대표가 차지하도록 되어있다. 총선에서는 해당 의석수를 제외한 나머지 의석을 차지할 국회의원을 국민의 투표로 선출한다. 게다가 모든 헌법 개정안은 의결정족수로 재적 의원 75% 이상의 찬성 득표가 있어야 해 군부가 동의하지 않는 헌법 개정은 이뤄질 수 없다.

 

③미얀마의 국군 통수권자는 군 최고 사령관이며, 최고 사령관은 내각 부처 중 국방부, 내무부, 국경부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국가의 모든 무력은 군부가 지휘권을 갖고 있다. 

 

또한 헌법상 최고 사령관, 최고 부사령관, 국방부 장관, 내무부 장관만 동의하면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기 때문에 군부의 의지만 있다면 합법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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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가 2008년 개정한 이 헌법으로 인해 2011년 준민간정부로 권력이 이양되고, 2015년 아웅산 수찌의 NLD가 정권을 잡았다 하더라도 표면적 권력일 뿐 실질적 권력은 군부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미얀마 군부가 어떻게 권력을 잡아서 지금까지 왔는지 궁금한 독자들은 기사1 / 기사2 / 기사3 클릭!)

  

 

아웅산 수찌가 정권을 잡은 2015년 이후의 미얀마

 

1988년 민주항쟁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발현된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은 27년만인 2015년도에 이르러서야 아웅산 수찌가 이끄는 정권을 탄생시키며 이루어졌다. 어떤 면에선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영국과 일본의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하며 버마연방공화국을 건설할 때 받아들인 의회 민주주의의 재정립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15년도 총선에서 아웅산 수찌는 손쉽게 승리를 거두며 미얀마 민주화의 운전대를 잡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민주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소수민족과의 평화 협상 과정은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한동안 개최되지 못하며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7년부터 본격화된 로힝야 사태에 있어서도 민주주의의 아이콘이라고 칭송받는 아웅산 수찌는 그들의 인권과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크게 목소리 내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 청문회를 비롯 여러 공식석상에서 군부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하며 아웅산 수찌의 이미지는 한껏 실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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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미얀마군의 대대적 인종청소 작전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로힝야가 강간 및 학살당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로힝야가 방글라데시로 떠나며 2018년 말 기준으로 90만 8,000명을 넘어선 로힝야들이 방글라데시로 유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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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미얀마군의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건너간 로힝야 난민. 죽은 아들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경제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언론의 자유를 포함해 시민들의 자유권과 인권은 후퇴하였다고 국제 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아웅산 수찌 정권 동안 한 차례 헌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군부 세력에 가로막혀 쟁점 조항들은 의회 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개정 시도 역시 좌절되었다. 

 

 

왜 군부는 2021년 쿠데타를 일으켰을까

 

군부가 쿠데타의 이유로 “지난 11월 총선 이후 지속해서 제기되어 온 부정선거 의혹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음”에 있다고 말했지만, 쿠데타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선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앞의 내용에서 말한 바 있지만,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올해 1월 아웅산 수찌 정부와 군부 간에 부정선거 의혹 관련 협상이 진행되었는데, 군부가 제시한 최종 기한인 1월 27일까지 아웅산 수찌 정부가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 여부를 알리지 않았고, 협상은 최종 결렬되었다고 알려졌다.

 

협상이 결렬되며 정부와 군부 양측간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으리라는 예측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합법적 수단은 아웅산 수찌를 비롯한 민간 지도자들에게는 없다. 

 

군 통수권자가 민간인이 아닌 군대의 최고 사령관이고, 경찰력을 통솔하는 내무부 장관 역시 최고 사령관이 임명한다. 이를 비추어 볼 때, 국가 내의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집단에 대한 통솔권이 민간 정부에 없음으로 근본적으로 무력 사용을 저지할 수 있는 권한과 수단이 없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로힝야 사태로 비추어봐도 현재까진 민간 정부가 국가 강제력을 통솔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번 쿠데타 계획을 알고 있었다면, 단순히 방관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혹자는 쿠데타는 오히려 현재까지 아웅산 수찌가 해내지 못한, 국민을 단합하게끔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쿠데타는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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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많은 미얀마인이 반 쿠데타, 민주항쟁(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 중엔 로힝야족을 포함한 많은 소수민족들도 함께 하고 있다. 이에 버마족은 지난 몇 년간 로힝야 사태에 함께 공감하지 못했던 점을 돌이켜 보며 로힝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1월 총선 압승의 결과가 보여주듯, 미얀마 국민들은 아웅산 수찌 및 NLD를 통해 미얀마 민주주의의 정착을 바라고 있다. 

 

군부의 입장에선, NLD가 집권 여당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더욱 세력이 커졌기에 향후 자신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계속된 헌법 개정 시도를 통해 군부의 이권과 이익을 보호하던 제도적 장치마저 약해진다면, 군부가 정체성으로 가지고 있는 ‘국가의 수호자’라는 위치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군사 쿠데타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성공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두 차례의 총선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민주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지지, 군부 대리 정당에 대한 낮은 인기 등 지난 5년간 미얀마가 더디게 진전시켜온 민주화의 과정 모두를 부정하기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는 계산이 군 내부에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국가 비상사태를 1년이라는 기간으로 둔 것이 그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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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 사령관.

 

쿠데타가 발발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더욱더 긴장 상태는 고조되고 있다. 더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으며, 그에 맞서 쿠데타 세력은 더욱더 무자비하게 무력으로 그들을 진압하고 있다. 이번 쿠데타 정국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예견하기는 어렵다. 동남아시아, 특히 미얀마는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정치, 사회 동학이 흘러가는 편이 아니었다. 

 

 

미얀마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하여

 

1988년 대규모 민주 항쟁 이후 지난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민주화 운동은 비교적 잠잠한 편이었다. 물론 2007년도에 승려들이 주도한 ‘샤프론 혁명’과 같은 전국적 시위가 있긴 했다. 그러나 시위는 전 세계적 관심을 끈 것에서 멈췄었다. 궁극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진 못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웅산 수찌와 그녀가 이끄는 NLD는 유일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아이콘으로 치환되곤 한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민주주의를 이룬다는 것에는 군부와 NLD만 있는 것이 아니다. 

 

NLD가 이긴다고 무조건 민주주의가 정립된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여정 속 등장인물에는 NLD뿐 아니라 미얀마 국민으로 있는 여러 소수민족들도 있다. 독자들이 이 점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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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찌. 뒤에 그녀가 이끄는 정당 NLD의 마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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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소수민족들 / 이미지 출처-<매일경제>

 

1988년 민주항쟁과 최근 두 번의 총선에서 보여준 높은 정치 참여율은 오랜 군부 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절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특히, 지난 11월 총선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그 전 총선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국민들은 아웅산 수찌가 이끄는 NLD를 다시금 거대 여당으로 만들며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 확고한 지지를 보냈다. 

 

그들이 나이브하게 단순히 아웅산 수찌만을 보고 투표하진 않았을 것이다. 군부 독재로부터 벗어나 민주주의로 향하고자 하는 미얀마의 그 노력에서 우리 현대사에서의 자화상이 보이기도 한다. 과거 우리의 모습처럼 날로 강경해지는 쿠데타 세력의 강경 진압 정책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군부 통치 반대를 외치며 민주주의를 위한 항쟁(시민불복종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번 군사 쿠데타 사태를 바라봄에 있어 “21세기에 쿠데타가 일어났다”며 정치 후진국, 정치 저발전국이라고만 미얀마를 치부해선 안 된다. 그런 시선으론 미얀마 외에 각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놀라운 사건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에 빙의가 되어야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빙의를 하기 위해선 상대방이 그간 살아온 역사를 알아야 한다. 본 기사는 그러한 마음에서 썼다.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자세

 

21세기 민주주의는 전반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소위 서구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은 속수무책으로 늘어나는 확진자에 애를 먹고 있으며, 감소하지 않는 확산세 때문에 백신의 개발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더 돌이켜 보면, 2016년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2018년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에서 EU 탈퇴를 직접 국민의 손으로 결정하는 등 완결하다고 까지 여겨진 민주적 장치들이 사람들이 기대하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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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계의 흐름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신남방정책이라는 기조하에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한국의 존재감을 재정립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진국 그룹에 속하는 국가로서 우리의 앞길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 

 

세계 여러 국가들과 경제적 협력자 이전에 그들이 겪는 불합리함과 부조리함이 있다면, 그것에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선진국가 대한민국이 해야 할 또 하나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문기홍 (시드니대학교, 정부 및 국제관계학과 박사과정)

 

 

 

Reference

 

(1) Zarni Mann. (31 May 2013). A Decade Later, Victims Still seeking Depayin Massacre Justice. The Irrawaddy. https://www.irrawaddy.com/news/burma/a-decade-later-victims-still-seeking-depayin-massacre-justice.html 

 

(2) Radio Free Asia. (10 September 2003). Archive: Eyewitness Account of Burmas Depayin Massacre. Radio Free Asia. https://www.rfa.org/english/news/in_depth/bu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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