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4.8.목요일
테츠
'2012년'부터 일본경제가 수렁으로 빠지는 이유
한편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2년을 기점으로 일본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 말한다. 2012년은, 전후 고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단카이(?塊)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해다.
"앞으로 일본이 직면할 문제 중에 '2012년 문제'라는 것이 있다. '2012년 문제'는 단카이세대가 65세를 맞이해 은퇴하는 데서 비롯되는 제반문제를 일컫는다."
단카이세대는 1947년부터 49년까지 태어난, 약 800만명에 이르는 세대를 의미한다. 2012년은 47년 출생자들이 65살을 맞이해 완전은퇴를 시작하는 해다. 사실 단카이세대의 은퇴문제는 지난 2007년부터 제기됐다. 보통 정부기관, 기업들이 60살을 정년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다수 언론들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일제히 은퇴할 경우 일본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07년은 아무런 문제없이 그냥 넘어갔다. 07년은 경기자체가 호황이었고, 기업들도 단카이세대의 경험을 살리기 위해 일단 퇴직한 이들을 다시 비상근직원 등으로 재고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역시 나섰다. 후생노동성은 단카이세대의 퇴직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60세이상 고령자 재고용 제도'를 의무화시켰다.
그러나 나가하마 씨는 "2012년은 07년 상황과 차원이 다르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12년부터 단카이세대의 대다수가 65세가 된다. 65세. 그렇다. 연금을 지급받게 되는 것이다. 이 세대는 지금 현역세대들과 달리 보유자산도 많다. 여기에 연금까지 받게 되면 완전은퇴의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국가가 아무리 재고용을 한다 해도 스스로 은퇴를 결심해 버리면 막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수입원이 사라진 단카이세대들은 자신이 그간 모아뒀던 저금과 연금으로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나가하마 씨는 "막대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안락한 노후생활을 즐기려는 순간 1400조엔 신화는 깨진다"고 경고한다.
"2012년을 기점으로 총자산 1400조엔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1400조엔 중 약 20%를 유쵸은행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쵸은행은 국민들의 예금을 국채구입재원으로 써왔고 이것 때문에 지금까지 일본은 재정파탄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국민들이 자기들의 자산을 빼 써 버리면 유쵸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금리가 낮은 국채구입에 나설 여유가 없어진다. 수급밸런스가 깨질 기미가 보이면 너도나도 국채를 팔겠다고 나선다. 그러면 장기금리가 상승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경영이 곤란해지고 실업률이 올라간다."
일본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대비한 시나리오를 짠 적이 있다. 06년 당시 경제산업성의 내부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금리가 4%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나가하마 씨는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주택론 대출을 받고 있는 서민들은 금리변동에 따라 차입금 변제가 불가능해 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주택차입금 변제불가능.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그렇다. 08년 전세계를 휩쓴 서브프라임 론 사태는 여기서 비롯됐다. 나가하마 씨는 2012년 이후 일본판 서브프라임 론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국채와 엔이 동시에 팔리기 시작하면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 연료 등의 물가가 올라간다. 일본경제는 수출기업이 주도하지만 사실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많은 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엔약세로 인한 물가상승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바로 '2012년 문제'다."
또 하나는 사회보장비의 지출이다. 앞서 말했듯이 65세부터 연금을 지급받는 단카이세대들은 대부분 후생연금에 가입돼 있어 연금지출액이 만만치 않다. 이 연금지출액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다시 대량의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채구입을 주도해 왔던 금융기관이 자산감소로 인해 더이상 국채를 구입할 수 없게 된다.
"사회보장비의 지급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찍어야 하는데 국채는 실물통화가 아니니까 팔리지 않으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금융기관에 압박을 가할 수도 없다. 금융기관이 국민들의 자산을 무리하게 국채구입에 투자해 부실화될 경우 엄청난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이미 유엔(UN)이 지정한 초고령화 사회다. 65세 인구비율이 20%를 넘어섰다. 반면 세대당 유아출생비율은 08년 현재 1.37에 불과해 앞으로도 사회보장비 지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쯤되면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후지마키, 나가하마 씨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일본경제는 파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본은행(日本銀行)이 나서 디플레이션 막아야...
나가하마 씨는 일본경제의 파탄을 막기 위해서는 "니치긴(日銀, 일본은행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일본은행의 개입이다. 일본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 일본경제를 소프트랜딩시켜야 한다. 금융정책의 양적완화를 실시해야 한다."
그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예를 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FRB는 민간금융자본을 직접 사 들여 돈을 풀었다. 일본은행도 민간 금융자산을 직접 구입해 시중에 공급하면 된다. 원래 일본은행은 물가안정을 주요의제로 설정했다. 무엇보다 버블경제 붕괴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 10년간 디플레이션을 그냥 그대로 방치하고 말았다. 사실 디플레이션은 이 모든 문제를 불러 일으킨 만악의 근원이다."
나가하마 씨는 "내수를 무시하는 등 일본경제 밸런스가 무너져버린 건 모두 디플레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이 디플레 단추를 다시 제대로 끼워야 한다고 말한다.
"디플레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완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말이 금융완화지 사실 간단하다. '엔'의 통화량을 늘리면 된다. 시장에 돈이 돌면 엔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하드랜딩은 위험하지만 통화량을 조절하면서 아주 서서히 엔 약세를 유도시키면 된다. 수출기업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찾아올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비한다면 훨씬 낫다."
그는 08년 리먼쇼크 이후 미국이 급격한 디플레이션이 빠지지 않았던 것도 미 정부가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를 통해 달러를 시중에 푼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엔고현상은 미국의 과감한 금융완화 조치에 일본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엔에 비해 달러가 급격히 늘어났으니 엔 강세를 띠는 건 당연하다."
나가하마 씨는 금융완화 조치를 편 세계각국이 경기를 회복하고 있다는 예를 들면서 "일본은행도 하루빨리 양적완화 조치를 펴 엔약세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전문가들의 제언은 지금 현재로서는 물거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일본정부는 24일 '우정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유쵸은행 예금한도액을 기존의 1천만엔에서 2천만엔, 간포(簡保)보험 상한액을 1천 2백만엔에서 2천 5백만엔으로 상향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이즈미식 우정민영화가 가져온 폐해를 일소시키고 서민들이 가지는 금융불안을 해소시키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유쵸은행의 자산을 늘리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누누히 말했지만 유쵸은행은 일본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최대 구입처'다.
가메이 시즈카 금융우정담당장관이 24일 아침 기자회견에서 "유쵸은행과 간포생명보험이 지불해야 할 소비세(약 500억엔)를 감면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의미심장하다.
사실 이번 조치가 그대로 통과된다면 지역금융기관이 쓰러질 위험도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든든히 버티고 있는 국가금융기관에 저금하는 것이 안심하다고 생각해 다른 금융기관에 넣어뒀던 돈을 유쵸은행에 저금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쵸은행의 자산을 늘리려는 일본정부의 목적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일본경제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파멸의 수렁에 빠질지, 아니면 일본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로 인해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관련링크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연간 국채발행액 추이 (PDF화일)
http://www.mof.go.jp/jouhou/kokusai/saimukanri/2009/saimu03-2a.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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