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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용꿈에 취한 백수 윤석열의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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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핑계 삼아 사표를 던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청와대는 빛의 속도로 윤 전 총장, 그와 입장을 같이 했던 신현수 전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동시에 새 민정수석으로 김진국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채 2년이 안 되는 재임기간 동안 검사가 맘에 안 드는 정권 교체하리라는 야망을 노골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윤 총장의 행보는 여러모로 변곡점이 되었다. 자연인이 된 지 며칠 만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로 올랐다는 소식이 조중동을 비롯, 그를 떠받드는 언론에 실시간 보도되는 와중에 청와대와 해당 기관장인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후임 검찰총장 물색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 총장이 용꿈을 꾸며 ‘별빛이 쏟아지고,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지난 8일 전국 고검장들은 고검장 회의를 열어 차기 검찰총장에 대한 입장,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대한 논의를 갖고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표했다.

 

윤 총장의 사퇴 후 총장 직무대행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맡고 있다. 조 차장 검사는 지난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두 차례나 직무대행을 수행한 바 있다. 조 차장검사의 직무대행 체제는 차기 총장이 인선될 때까지 계속된다.

 

 

2. 다음 사장을 고민하는 이들

 

4.7 재보궐 선거 이후에나 총장 인선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박범계 장관은 윤 전 총장 사퇴 일주일 만에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11일, 박 장관은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을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비당연직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절차까지 마무리했다. 그 중에는 윤 전 총장 징계위원회 위원이었던 인물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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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두, 이종엽, 한기정
정영환, 이정수

 

위원회는 당연직 위원 5명, 비당연직 위원 4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꾸려진다.

 

당연직 위원 5명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종엽 대한변호사 협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검사장급 출신 인사 1명과 학식·덕망을 갖춘(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비변호사 출신 3명으로 구성되는 비당연직 위원에는 박상기 전 장관과 길태기 전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원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이 위촉됐다. 비당연직 위원 중 1명은 꼭 여성이어야 하는데, 그 여성 위원이 안진 전남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지난해 말 윤 전 총장 징계 당시 징계위원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었으므로, 법무부는 국민에게 검찰총장 제청대상자로 적합한 인물을 천거 받는다. 홈페이지(www.moj.go.kr)에 피천거인의 자격, 천거서 서식 등을 공고하고, 15일부터 22일까지 받는다. 대상자는 법조 경력 15년 이상이어야 한다.

 

천거 절차가 끝나면 추천위는 천거인에 대한 심사에 들어가 심사 적격 여부를 판단해 3인 이상을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한다. 그러면 장관은 이들 중 1명을 총장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이후 대통령의 재가, 국회인사청문위원회를 거친 후 임명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후보추천위원회는 단순 요식행위에 가깝다(요식행위가 되지 않으려면 진짜 지각 있는 국민들은 나서서 진지하게 천거에 임해 제대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 보길 바란다). 실질적으로 법무부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임명된다.

 

어쨌든 주무장관인 박 장관이 ‘전광석화’처럼 총장인선 작업을 진행할 뜻을 내비쳤으니, 인선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 기대된다. 국회에서 차기 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소관 상임위 소속 의원실 비서진들도 “이르면 3월 말 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어차피 후보추천위원회는 요식행위고,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라인, 법무부장관이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결정권자들이 결정을 안 한 것 같다”며 “후보추천위원회만 구성된다면, 인물은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4.7지방선거 재보궐 선거 전인 3월 말에도 인사청문회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 청와대나, 인사권자들이 아직 차기 총장을 낙점하지 않았다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후보추천위원회를 빠르게 구성하고, 천거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 하더라도, 후보추천위원회 첫 회의는 일러야 3월 말이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이후 최종 후보를 선정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절차를 아무리 빠르게 진행한다 해도 4월 말 정도는 돼야 새로운 검찰총장을 맞을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국민들도 검사 중에서도 가장 난 검사이자, 역사적으로 가장 떠들썩했던 윤 총장을 겪은 뒤라 후임 총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상황이다(물론, 조중동을 비롯 윤 총장 대통령 만들기에 정신없는 수구 언론은 윤 총장 퇴임 후 그의 패딩이 3년 째 똑같은지 아닌지가 더 관심일 테지만).

 

주무장관인 박 장관이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비당연직 인사추천위원으로 구성한 인물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차기 총장 인선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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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전 법무부장관부터 보면, 자신의 퇴임 시기에 임명된 게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또 자신의 후임으로 장관이 된 조국 전 장관의 임명과 그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망나니 칼춤에 가까운 수사‧지휘 난동을 직접 목격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박상기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이 자신에게 '조 전 장관의 장관 임명을 철회하라'고 압박을 넣었던 사실을 언론을 통해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초기 검찰개혁을 담당했다. 검사 윤석열이, 수사권‧기소권을 오직 검찰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 위한 협박 도구로 사용했던, 깡패만도 못한 인물이었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한 사람의 잘못된 인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아 탄생한 개혁정부가 진행한 개혁 자체가 좌초될 수 있음을 가장 근거리에서 ‘당사자 아닌 당사자’로 경험한 사람이다.

 

이런 인물을 박범계 장관이 윤 총장 이후 검찰총장을 추천하는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혔다는 것은, 다음 검찰총장만큼은 윤 총장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3. 윤석열과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야 하는 다음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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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에 있을 때는 물론 나가서까지 연일 온갖 시답잖은 것으로 엮여서 뉴스에 오르신 윤 전 총장. 때문에 차기 총장에 대한 관심도에 비례해 인물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그래서 지금 거론되는 차기 총장 후보군은 어떤 인물들인지, 어떤 자질에 초점을 두고 고민 중인지 약간 디벼 보았다(윤 총장 같은 사람은 한번이면 됐지 두 번 겪을 순 없지 않은가).

 

일단, 차기 총장감에게 요구되는 자질로는 최우선인 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과제를 조화로운 협력관계를 이뤄 잘 이행할 수 있는지'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달라질 그리고 달라진 사법 시스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파트너쉽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윤 총장처럼 인사청문회 때는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에 동의한다고 해놓고,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개혁 임무를 담당한 상관을 수사권 가지고 협박하고, 짓이기는 인물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에 대한 지휘, 감독권자인 법무부장관을 두고 “검찰총장은 그의 부하가 아니다”는 식의 사자후를 국회에서 내뿜거나 하는 식의 방정치 못한 품행을 보이는 인물이어서도 안된다.

 

동시에 조국 전 장관의 수사 및 기소, 지난 총선 때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기자의 검언유착 사건, 한명숙 전 총리 구속을 위한 검찰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 윤 전 총장의 징계와 사퇴 과정을 거치면서 혼란스러운 검찰 내부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4. 검찰 해체쇼, 감당할 자 누구인가?

 

자질을 갖춘 인물을 고르더라도 이번 총장은 사실상 검찰이 누린 황금시대를 마감하는 역할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역죄인으로 낙인찍힐 수 있고, 퇴임 후 전관예우는커녕 어디 로스쿨 교수로도 재취업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다못해 국회의원 선출직에도 도전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정권과 합심해 불꽃 같이 검찰개혁을 완수하고 말년에는 초야에 묻혀 보리밥에 물 말아 먹고 조용히 연금 받으며 살아야 할 수 있다.

 

총장직을 고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인사권자인 청와대와 박 장관 모두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검찰 일각에서는 “여당이 검찰엔 기소권만 남겨두려 한다. 조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수준으로 진짜 칼질해야 하는데 그만큼 강단 있고 적당한 인물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이번 검찰총장은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로 물색하고 있다는 소리가 공공연한 사실인 것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검찰을 나간 올드보이들도 재소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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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욱, 김오수, 이금로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때 후보로 거론됐던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김오수‧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이 여러 언론에서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이 다시 검찰에 들어와 영광도 없이 검찰 내부에서 공공의 적이 될 만한 일을 굳이 맡으려 하진 않을 것이고, 검찰 내부에서도 대체적으로 나간 사람들이 총장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내부자로는 검찰 안에서도 그럭저럭 밉상으로 찍히지 않았고, 정부와 코드가 잘 맞는다고 소문난(실상은 꼭 그렇지도 않지만)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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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그 밖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조선일보에서는 이성윤이면 절대 안 된다는 식의 ‘저주의 굿판’에 가까운 전망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링크).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과 대학 동문이자, 친정권 인사로 검찰 내부에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이 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 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으로 수사대상에 오른 점, 지난해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여 ‘독직폭행’ 혐의로 언론에 떠들썩하게 오르내린 것 또한 임명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 지검장은 가장 강력한 차기 총장으로 거론된다. 문재인 정권 마지막을 함께 해야 할 총장으로 그나마 정권이 검찰에서 믿을 수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017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고,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지난해 1월부터는 검찰에서 가장 크고, 힘 센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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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지난해 윤 전 총장의 징계 사태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게 ‘징계철회’를 호소하면서 항명한 사건으로 친정부여권 지지자들에게 ‘배신자’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황이다. 이미 차기 검찰총장 후보에서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비서관을 지냈고, 문 정권에서는 국정원 감찰실장 겸 적폐청산 T/F팀장을 맡았다.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역임했다. 추 전 법무부장관 시절 법무부 감찰국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이상 차기 검찰총장감으로 뜬 구름 속에서 거론되는 인물이다. 누가 됐든, 다음 총장은 윤 전 총장과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달라야 한다. 또, 수사권을 가지고 엄한 사람 죄인 만들어서 수십‧수백억 받아 챙기는 전관예우 시장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고,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묵묵히 받아들여, 형사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책임지는 거듭나는 기관으로 재탄생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피 튀기는 조직 해체쇼를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물으면 ‘피 한 방울 안 섞이고 형제라 하는 건 전쟁 중인 전우와 조폭 밖에 없다!’고 응수할 줄 아는 인물, 그가 바로 국민이 원하는 다음 검찰총장이 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