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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리즈컨(Blizz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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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즈컨'은 이름 그대로 '블리'자드에서 주최하는 '컨'벤션입니다(Blizzard Convention). 2005년부터 거의 매년 개최되는 행사로, 블리자드 게임의 신작이나 확장팩, 대형 업데이트의 발표 및 게임대회, 팬들의 코스프레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립니다.

 

블리자드가 주최하는 만큼, 블리자드의 자사 게임들만 출품되기 때문에 E3와 같은 대형 게임쇼에는 못 미칩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게임들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상당히 큰 만큼, 어중간한 게임쇼보다는 훨씬 인기가 좋은 대형 이벤트입니다. 단일 게임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로는 세계최대급의 이벤트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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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나 만화 같은 서브컬쳐 쪽에서 ‘-컨(con)’이라고 하면 대개는 팬들이 주축이 되는 축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퀘이크컨이나 코믹컨과 같은 행사가 대표적이죠. 퀘이크컨의 경우 이벤트 기간동안 퀘이크 대회가 열리긴 하지만, 태생적으로 퀘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천 명 단위로 모이는 랜파티였습니다. 코믹컨 역시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가 만든 출판물을 판매하기도 하고, 코스프레를 하는 등 만화동호인들의 행사입니다. 일본의 코미케나 국내의 코믹월드 역시 비슷한 성격의 이벤트죠. 물론, 지금의 코믹컨은 워낙 규모가 커져서 코믹컨 현장에서 만화를 원작으로 한 헐리우드 영화의 제작발표를 한다거나, 유명 영화배우들이 참가하는 일도 자주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팬들에 의한, 팬들을 위한 축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반면, 블리즈컨의 경우 처음부터 기업인 블리자드가 주축이 되어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그래서 팬들이 만드는 파티라기보다, 팬들을 위해 준비된 이벤트에 더 가깝죠. 어차피 기업이 돈 벌자고 진행하는 것인데 무슨 팬들을 위한 이벤트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블리즈콘은 애초에 수익을 목적으로 시작된 이벤트가 아닙니다. 자사 게임을 홍보하고, 블리자드 팬들을 결집시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죠. 물론 입장권 판매수익도 있고, 행사 기간 동안 판매되는 한정상품 등을 통해서 얻는 수익도 적지 않습니다만, 항상 입장권 가격 이상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블리즈컨은 블리자드의 팬들이라면 꼭 한 번 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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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블리즈컨은 항상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국내의 게이머들이 직접 참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신, 가상입장권을 통해 블리즈컨 기간 동안 공개되는 많은 컨텐츠를 구경할 수 있으며, 블리즈컨 한정으로 제공되는 게임 내 상품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게이머도 제한적으로나마 블리즈컨을 즐길 수 있었죠. 어쨌든, 블리즈컨은 항상 국내의 블리자드 팬들에게 있어서 최대의 관심사가 되어왔습니다. 

 

 

2. 디아블로 모바일이 가져온 파장

 

블리즈컨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나 신작 게임에 대한 발표입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와 <WOW>부터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하스스톤> 등 많은 인기작을 보유하고 있지만, 회사 규모에 비해서는 신작의 발매주기가 상당히 긴 편입니다. <워크래프트>가 처음 발매된 것이 1994년인데, 3편까지 밖에 발매되지 않았고, 파생작인 <스타크래프트1, 2>를 포함해도 다섯 작품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디아블로> 역시 1996년에 1편이 발매된 후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 작품 밖에 나오지 않았죠.

 

판매 성적이 신통치 않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IP임에도 불구하고 텀이 상당히 긴 편입니다. 대신 하나하나의 작품이 모두 높은 게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의미에서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2017년 블리즈컨에서 기존작의 업데이트 소식 외에 아무런 신작 소식이 없었지만 팬들은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8년의 블리즈컨은 조금 달랐습니다. 2014년에 <하스스톤>이 발매됐고, 2015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2016년에는 <오버워치>가 발매된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2018년에는 분명 신작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신작을 공개한 후 실제 발매되는 데까지 2-3년 정도가 더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신작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당연했죠. 팬들의 궁금증은 과연 어떤 작품의 후속작이 나올 것이냐에 쏠려있었습니다. 

 

개발주기를 감안해서 <워크래프트4>나 <스타크래프트3>를 예상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최근 RTS(실시간 전략게임)의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높지 않았습니다. 액션RPG 장르의 인기와 최근작의 판매량 등을 생각할 때 <디아블로4>가 가장 유력한 후보였습니다. 일부 유저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의 흐름에 따라 <디아블로 모바일>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농담일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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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2018년 블리즈컨의 메인 발표는 바로 모바일로 개발 중인 <디아블로 임모탈>이었습니다. 다른 게임들의 업데이트 소식도 있긴 했지만, 신작 소식은 <디아블로 임모탈> 뿐이었습니다. 당연히 <디아블로4>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여기에 또 한 가지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님폰없’으로 회자되는 그 사건이죠.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서 모르는 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간단하게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블리즈컨 현장에서 <디아블로 임모탈>에 대한 소개가 끝난 후, 개발진은 팬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팬의 ‘PC판은 없고 모바일판만 있냐’는 질문에 디아블로 시리즈의 개발자인 와이엇 쳉은 'PC판이나 그와 관련된 연동요소는 없다'고 답한 후 이런 농담을 던졌습니다. 

 

“당신들 폰 없어요?(Do you guys not have phones?)”

 

현장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던진 가벼운 조크였겠죠. 팬들의 마음을 조금만 더 이해했다면,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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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블리즈컨의 <디아블로 임모탈> 발표가 가진 파장은 적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모바일 게임 하나 발표한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가볍게 넘기기 힘든 문제가 몇 가지 보입니다.  

 

첫 번째, PC판 게임에 대한 발표 없이 모바일 게임에 대한 발표만 있었다는 점입니다.

 

최근의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모바일로 <디아블로> 시리즈가 나온다고 해도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기본적으로 PC 기반의 게임을 만들어온 회사입니다. <디아블로3>나 <오버워치>가 콘솔판으로 출시되었고, <하스스톤>이 모바일로 출시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PC판이 먼저 발매된 후 타기종으로 이식되었습니다. 

 

블리자드의 팬들, 특히 블리즈콘에 직접 참석할 정도의 열성 코어팬들이라면 당연히 PC를 메인 플랫폼으로 가진 경우가 가장 많을 겁니다. 그런 팬들이 모인 자리에서 PC판 신작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이 모바일 게임을 메인으로 내세웠다니,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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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디아블로4>에 대한 발표를 먼저 하고, 추가로 <디아블로 임모탈>을 소개했다면 그렇게까지 비난받진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모바일로도 디아블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며 반가워하는 반응도 기대할 수 있었겠죠. 실제로 이듬해인 2019년 <디아블로4>가 발표된 이후 임모탈에 대한 비난이 조금 줄어든 것을 보면, 임모탈의 발표를 1년 미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두 번째, 블리자드가 팬들이 원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지난 화에서도 언급했듯, 블리자드는 원래 게이머들이 원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는 회사였습니다. 게임을 만들 때도 유저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고려하고, 팬들이 원하는 부분을 잘 맞춰줬습니다. 그래서 많은 게임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죠. 

 

블리즈컨은 팬들과의 소통이 이뤄지는 자리입니다. 그런 자리에서 팬들이 원하는 PC판 디아블로는 가져오지 않고 모바일 게임만 가져온데다, 관중들의 냉랭한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던진 조크가 “님들 폰 없음?”이었으니… 팬들이 뭘 원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죠. 특히 블리즈컨이 끝난 이후에 이뤄졌던 인터뷰에서 '팬들의 분위기가 이렇게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 것을 보면, 그들은 정말 몰랐던 듯 합니다. 만약 “PC쪽 AAA급 게임도 준비하고 있긴 한데, 죄송하지만 올해는 모바일판 디아블로만 가지고 왔다. 이해해달라.” 정도의 뉘앙스로 대답하기만 했어도 팬들이 그렇게까지 분노하진 않았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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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디아블로 임모탈>의 개발을 블리자드 본사가 아닌 중국의 넷이즈에서 담당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중국의 넷이즈가 모바일 게임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인 만큼,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는 블리자드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습니다. 아직 개발 중이므로 알 수 없지만, 의외로 완성도 높은 모바일 액션RPG가 탄생할지도 모르죠. 그럼 왜 나오지도 않은 게임에 대해서 왜 팬들은 그렇게까지 비난을 하는 것일까요? 

 

넷이즈가 짝퉁 디아블로 모바일을 만들었던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서비스된 적이 있는<D.I.A.M>이 바로 넷이즈에서 내놓은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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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M>이라고 하면 이게 왜 디아블로 모바일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디아M이라고 읽습니다. 원래는 ‘Do It Awesome Mobile’의 줄임말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디아M이라고 읽습니다. 게임 트레일러 영상으로 보든 실제 게임 화면을 보든 디아블로가 생각나고, 홍보할 때도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내세웠지만, 공식적으로는 '디아블로와 관련이 없다'고 하는 게임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출시 직전에 제목을 <Last bless>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D.I.A.M>은 디아블로를 흉내냈을 뿐인 중국식 양산형 모바일RPG였기 때문인지, 결국 큰 인기는 얻지 못하고 2019년에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였습니다. 그런 게임을 만들었던 넷이즈에게 디아블로 임모탈의 제작을 맡긴다니, 블리자드의 윗분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3. 중국에서의 대성공, 그리고 중국 묻은 블리자드

 

최근 블리자드의 여러 가지 행보를 보면, 중국시장에 대해서 이상하리만치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스스톤> 대회 도중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홍콩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린 사건이라든지, 이에 대한 블리자드의 공식적인 반응 등을 보았을 때, '블리자드가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면에서 블리자드는 중국 친화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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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블리자드가 중국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가 대성공한 후 WWI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등 한국 유저들을 신경쓴 적이 있으니까요.

 

중국에서는 <워크래프트3>가 국민 게임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이 전세계 흥행에 참패를 하였음에도 중국에서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사실만 봐도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죠. 게임 매출 면에서도 블리자드의 전체 매출 중 약 20%가 중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하면 단일국가로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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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사라고 해도, 이런 시장을 무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블리자드는 10여 년 전 WOW의 중국 퍼블리셔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판호(허가)를 거절당한 적이 있습니다. 심의문제로 WOW의 확장팩이 출시되지 못하는 사건도 있었죠.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큰 손실을 감수해야했던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듯 합니다. 특히, 지금 전세계 게임 시장의 무게중심은 PC나 콘솔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며, 모바일 게임 시장의 압도적인 세계 1위는 바로 중국입니다. 여러 모로 중국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블리자드는 왜 하필 중국의 넷이즈에게 디아블로 임모탈의 제작을 맡긴 걸까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블리자드는 PC게임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이며, 지금까지 제대로 된 모바일 게임을 제작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하스스톤>이 있긴 하지만 이는 PC판의 게임을 이식한 것에 불과합니다. 모바일 게임의 제작이나 운영과 관련된 노하우에 있어서는 넷이즈가 훨씬 더 높은 수준일 겁니다. 그리고 넷이즈는 블리자드 게임의 중국 내 유통을 맡고 있는 오랜 파트너이며, WOW의 중국 내 운영도 넷이즈가 맡고 있습니다. 향후 중국 내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디아블로 임모탈의 제작을 넷이즈가 진행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디아블로 임모탈>이 중국 외의 디아블로 팬들에게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물건이 되더라도 말입니다. 

 

사실, 디아블로의 오랜 팬들은 <디아블로 임모탈>이 실패할까봐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성공할까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디아블로>가 양산형 중국산 RPG의 스킨이 되어 가챠와 무기 강화, 스킬 강화 같은 온갖 현질요소로 더럽혀질까봐 걱정하는 겁니다. 혹시라도 그게 중국에서 대성공을 하고, 나중에는 <워크래프트 모바일>, <스타크래프트 모바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 아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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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과거를 먹고 사는 블리자드 (2021년 블리즈컨라인)

 

2020년의 블리즈컨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취소되었습니다. 작년에는 E3나 도쿄게임쇼 등 대부분의 게임쇼들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블리즈컨의 취소 역시 예상된 바였죠. 대신, 지난 2월 20일 ‘블리즈컨라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블리즈컨에서는 3개의 신작이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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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많은 디아블로 팬들이 기다려왔던 <디아블로2 리저렉션(리마스터)>가 공개되었습니다.

 

단순히 해상도만 높인 리마스터가 아니라, 2D였던 원작을 3D로 재탄생시킨 것이므로 '리저렉션'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원작에 비해 훨씬 화려해진 연출과 부드러워진 그래픽을 보여주는 만큼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입니다. 2000년에 발매된 <디아블로2>와 확장팩인 <파괴의 군주>가 합쳐진 타이틀이며, PC뿐만 아니라 콘솔로도 발매될 예정입니다. <디아블로3>가 콘솔판 발매에 맞춰서 완전히 다른 느낌의 조작체계를 선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디아블로2>의 콘솔판은 어떤 조작감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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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레트로 게임 유행에 발맞춰 블리자드의 과거 명작게임들을 번들로 묶은 <블리자드 아케이드 컬렉션>도 발표되었습니다.

 

블리자드의 초기작인 <로스트 바이킹>, <락앤롤 레이싱>, <블랙쏜>이 포함된 타이틀로 올드 게이머에겐 추억이 담긴 작품입니다. 여기에 추가요소로 어디서든 세이브가 가능하다거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등 유저편의성을 높여주는 기능도 들어있습니다. 이 제품은 현재 판매중인 30주년 기념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다양한 블리자드 게임들의 인게임 아이템과 함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가능합니다. 

 

 

WOW 클래식의 확장팩 <불타는 성전>도 공개되었습니다. 올해 중순 출시되며, 블러드 엘프와 드레나이, 신규 공격대 컨텐츠 등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와우 클래식을 즐기고 계신 팬들에게는 기다리던 소식이겠군요. 

 

이 세 가지가 이번 블리즈컨에서 발표된 신작 게임입니다. 구작의 울궈먹기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모두 신작입니다.

 

이번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내용들이 실망스럽다는 것은 아닙니다.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팬들 사이에서 많은 요청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필자 역시 대학 시절 수만 마리의 소떼를 사냥했었고, 메피스토를 수백 번 무찔렀던 추억이 있기 때문에 꼭 다시 나오기를 바라던 작품입니다. 완전한 리메이크가 되어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리마스터만으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신작 발표 뿐만 아니라 WOW나 하스스톤의 대규모 업데이트도 함께 발표되었기 때문에 블리즈컨의 내용 자체는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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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은 신작에 대한 소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디아블로4>에 새로운 직업으로 도적이 추가된다는 것과 <오버워치2>의 새로운 맵이 공개된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발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올해는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오버워치1>이 발매된 2016년 이후 5년 간 블리자드에서 제대로 된 신작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단순한 리마스터일 뿐이었고,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WOW 클래식>은 오랜 팬들에게는 추억이 담긴 선물일 지 몰라도, 결국 추억팔이에 불과합니다. 향후 <오버워치2>가 어떻게 발매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만 봤을 때는 <오버워치1>의 확장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추가요소가 들어갈지 몰라도, 현재로선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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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블리자드를 보면 몇 년 전까지의 캡콤을 보는 듯 합니다. 캡콤은 신작은 거의 없고 사골 우려먹듯 이식작과 HD리마스터만 내놓던 모습을 보여줬었죠. 그러다 <바이오해저드7>을 기점으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고, <몬스터헌터 월드>를 통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데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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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는 어떨까요? ‘썩어도 준치’라는데, 적어도 <디아블로4> 만큼은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아니, 꼭 그래야만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블리자드가 팬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과거와 같은 장인정신을 찾아보기 힘든 블리자드, 과연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예전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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