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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지만 카드값에 쪼달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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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수입을 노리자(결의)

 

블로그 광고도 하고 리본도 만들어봤지만(관련기사) 가열차게 망했고(100원 벌면 시발비용으로 1000원 씀), 도보배달로 12kg 뺸 사람처럼 배X커넥트도 해볼까 했지만 그렇게 부지런한 애였다면 처음부터 앵꼬와 절친이 되진 않았다.

 

일하는 게 머리카락 갯수 만큼이나 싫지만, 만약 죽어도 일을 해야 한다면 한 번 한 것으로 지속적인 수입을 노렸으면 좋겠다. 한 번 써놓고 출간만 하면 콧구멍 만큼이라도 계속 돈을 벌 수 있는 웹소설 같은 거.

 

그러나 웹소설(BL)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지 N년, 주인공들의 이름도 제대로 정해놓지 않았다. 하긴, 일하기 싫어하는 애가 웹소설이라고 쓸 리 없다. 머릿속에만 있는 토지를 글로 풀어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지갑 환경에, 다시 타자를 두드릴 만도 하지만 아직 이름도 안 정했다니까...

 

그렇다면 '한 번 만든 것으로 지속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뭐가 있을까...

 

 

어디까지나 인디게임입니다

 

어떻게 된 전개인지 모르겠으나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딱 한 번의 노고로 지속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묘안이 게임이라는 결론 하에서였다.

 

라는 건 핑계고 이게 다 인디게임계의 테슬라 <스타듀밸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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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농사짓는 게임

 

처음엔 '인디'라는 이름을 달고 시작한 스타듀밸리지만, 농사지으며 힐링하라고 만든 게임에서 경제 5개년을 찍는 한국인들 때문에 상당히 유명해졌다. PC로 시작했던 게 모바일 버전, 콘솔 버전으로까지 출시되었으니, 만든 이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철이네 소라집이 잘된다고 하면 옆에서 번데기라도 팔려고 하는 게 사람 심리다. 나도 '인디'라는 이름을 달고 동무들의 코 묻은 돈을 벌기로 한 것이다.

 

인디게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1) 기술력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

 

전문인이 아닌 개인 혹은 소그룹이 만들기 때문이다. 게임 회사들은 점점 뭐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완벽한 3D 그래픽을 추구하고,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인디게임은 3D는커녕 2D여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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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잘 만든 축에도 못 끼는 요즘...

 

캐릭터가 못생겨도 괜찮다. 인디게임의 구글 스타듀밸리도 픽셀 그래픽 캐릭터가 농사짓고 연애하고 광산 캐고 몬스터랑 싸운다.

 

2) 플레이 시간(시작부터 엔딩까지)이 짧아도 된다

 

우리가 아는 게임, 특히 요즘 '돈 좀 들인' 게임은 짧게는 하루 꼬박, 길게는 며칠씩 플레이 해도 다 못 깬다. 그만큼 플레이 시간이 길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인디게임은 플레이 시간이 몇 시간만 되도 그려려니 한다. 아니, 짧은 건 1시간도 채 안 된다.

 

3)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다(1만 원 이하)

 

일반 게임 회사에서 나오는 게임이 5만 원은 가볍게 넘는데 반해 인디게임은 대부분이 1만 원 이하다. 인디게임계의 삼성인 스타듀밸리도 PC버전 16000원이며, 모바일 버전은 5900원까지도 한다.

 

아예 무료인 게임도 심심치 않게 있는데, 만약 시리즈로 제작하는 경우, 1편을 무료로 한 뒤 2편 이후는 유료로(그래봤자 몇 천 원이지만) 팔기도 한다.

 

어차피 비싼 돈 주고 팔 수 있는 대단한 게임을 만들 게 아니라면, '인디'라는 이름을 붙여 싸게 팔자는 계획이다. 거기다 시리즈물로 만들면 온동네 코 묻은 돈을 다 쓸어모을 수 있다. 벌써 시리즈물을 다 팔아서 부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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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

 

 

어디까지나 벤치마킹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했다. 거기다 나는 염가에 판매할 비슷한 방식의 게임을 시리즈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루에 오천이백 개 정도 볼 수 있는 양산형 게임 밖에 없다. 양산형 인디게임이라니 어불성설 같지만... 아무튼 자본과 권력으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으니 그거 제가 한다.

 

남들 다 하는 거 나도 하기 위해 가장 빠른 길은 벤치마킹(자매품에 패러디, 오마주 같은 게 있음)이다.

 

'타사에서 배워오는 혁신 기법. 그러나 복제나 모방과는 다른 개념이다'

 

벤치마킹의 사전적 의미로, 복제나 모방만 안 하면 남을 따라 해도 벤치마킹의 영역이라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다(아님). 경우에 따라 저작권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지만 바늘만 한 살아날 구멍 정돈 있을 거다. 우선 장사부터 하고 나중에 저작권을 사들이는 중국스러운 방식도 있으니 법적인 문제는 돈을 벌고 생각한다. 여차하면 잠수라는 선택지가 있다.

 

아무튼 표절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스타듀밸리 이하 잘나가는 인디게임과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기로 합니다.

 

 

벤치마킹1: 레트로 게임

 

복고주의, 복고풍 등을 의미하는 '레트로'가 게임 업계에서도 유행해서 참 다행이다. '유행'이라는 것 만큼 갖다대기 좋은 핑계가 없다.

 

그렇다. 벤치마킹 수단1은 '레트로 게임'이라고 불리는 요즘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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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레트로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게임보이, 드림캐스트 등 1990년대 게임, 혹은 그 이전에 유행하던 도스, 오락실 게임이다. 이 시대에 유행하던 게임처럼 만들어진 것을 말하기도 한다.

 

레트로 게임의 특징이자 벤치마킹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픽셀 그래픽

 

먼저, 레트로 게임으로 분류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2D로, 픽셀로 대표되는 단순한 그래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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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하나의 용량이 기본 20~30기가인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옛날 게임은 메가바이트 단위였다. 메가바이트 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임팩에 캐릭터, 몬스터, 배경, 줄거리 등을 때려넣어야 했으니 게임 회사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했다. 캐릭터고 배경이고 몬스터고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했고, 그래픽은 대부분 픽셀 아트로 처리했다. 공전의 히트를 친 슈퍼마리오도 사실 세네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수염쟁이 아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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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순한 그래픽은 그림 못 그리는 애(학창시절 미술 8등급)한테 치트키에 다름 아니다. 우선 따라 그리기가 어렵지 않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3D 그래픽을 구현하려면 CAD 같은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하나는 쓸 줄 알아야 할 텐데, 2D, 그것도 특히 픽셀 아트는 포토샵 하나로 어떻게든 된다.

 

다행인 건 포토샵은 조금 다룰 줄 알고, 벤치마킹을 가장한 표절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말했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이기 때문에 표절 기술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벤치마킹인 걸로 한다. 저작권 문제는 돈을 벌고 생각하기로 했다.

 

 

2) 횡스크롤(밸트스크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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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게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시점과 게임 진행의 방향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2D 게임이니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 하나의 시점에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움직임과 배경 표현이 제한되어 있다. 이는 캐릭터의 동작과 움직임에 따른 배경을 비교적 덜 구현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많이 안 그려도 된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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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게임이 횡스크롤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특징도 있다. 횡스크롤은 게임은 말 그대로 게임이 가로로 진행되는, 다시 말해 캐릭터를 좌우로 움직여 진행해가는 게임을 말한다.

 

액션 게임에 한정된 방식이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기억하는 레트로 게임이 전부 횡스크롤 액션게임이기 때문에 그것이 전부인 것으로 한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통통배를 타고 세계일주를 떠날지 모르는 애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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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만 움직이기 때문인지 캐릭터는 절대적으로 옆모습(혹은 45도)만 보여준다. 때리고, 뛰고, 피하는 등 동작이 있긴 하지만 얼굴을 반절 이상 보여주는 자세인 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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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스크롤 X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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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스크롤 X 2D

 

물론 횡스크롤 게임이라고 2D만 있는 건 아니다. 횡스크롤이면서 3D인 게임도 존재한다. 2D가 확실히 부자연스러워보이지만, 레트로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므로 과감히 2D의 길을 걷기로 한다. 인간에 가까운 캐릭터를 보고 싶었다면 플레이스테이션을 하지 않았을까. 요즘 게임들은 너무 현실 같이 생겨서 가상 여행도 시켜주니, 밥은 맛집에, 3D는 게임 회사에 문의하자.

 

 

3) 보스를 물리치는 스토리

 

스토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시작이 어떻든, 계기가 어떻든, 주인공이 보스를 깨고 최종적으로 이 상황을 탈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스에 의해 조땐 다른 사람을 구하거나(슈퍼마리오), 내가 보스에 의해 주옥이 되어서 그 상황을 타개(용과같이7)하려는 식이다. 꼭 레트로 게임 뿐 아니라 요즘 게임에도 해당된다. 

 

나 혹은 타인이 좋게 되고 - 이 놈을 조지겠다 결심한 뒤 - 살짝 위기도 겪지만 - 조짐을 완성한 뒤 - 행복하게 살아감

 

디테일은 다를 지 몰라도 크게 이 구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왜 일어냐느냐로, 이에 따라 게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다만 '선사시대가 배경인데 마리오의 직업이 여전히 배관공이다'와 같은 과한 설정은 지양하는 게 좋겠다. BL이어도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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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배경만 만듬

 

여타 게임의 스토리를 벤치마킹, 앞으로 만들어갈 게임의 줄거리를 정했다.

 

로또에 당첨된 주인공이 당첨금을 수령하기 위해 회사를 탈출하려 하지만, 모 편집장 등이 이를 방해한다

 

최종목적은 주인공이 회사를 탈출하는 것으로, 여기서 회사는 던전, 방해하는 모 편집장 등은 몬스터가 된다. 말처럼 잘 진행된다면 당첨금을 수령하기 위해 서대문 농협에 도착하는 것으로 게임은 막을 내릴 것이다.

 

이런 허접시러운 게 무슨 '스토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대단한 게임들의 스토리도 짧게 줄이면 다 터무니 없어진다. 툼레이더도 고고학자라는 양반이 온동네 다 뿌시는 얘기고, 철권도 패륜을 우주급으로 하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까 토를 달 거면 돈을 주면서 달자.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다.

 

 

이렇게 레트로 게임에서,

 

픽셀 그래픽 / 횡스크롤 / 보스 깨는 이야기

 

라는 키워드를 표절(이제 숨기지도 않음)하는 걸로, 기획단계는 마무리되었다. 무슨 이야기의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 건지만 알면 이미 끝났다. (사실 게임 기획 단계에서 줄거리 뿐 아니라 게임 시스템, 콘텐츠, 전투, 레벨디자인 등도 정하는데, 모자라는 부분은 다른 게임을 미시적으로 벤치마킹(제대로 베낀다는 말)하며 채워나가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기술 얘기를 하나도 안 했는데, 4년된 노트북에서도 잘 돌아가는 '유니티'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예정이다.

 

다음편에서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 얘기와 기술 얘기를 (아마도) 조금 하겠다. 점점 허무맹랑에 가까워지는 것 같지만 아무튼 다 생각이 있다. 무엇보다 벤치마킹이라는 치트키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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