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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9.월요일


펜더


 


 


 


1. 토요일날 저녁 모텔에서 TV를 켰다가 천안함 사고소식을 들었다.





 


2. 다음날 모텔에서 나와 자동차 시동을 거는데...너부리 편집장이 연락왔다.





- 글 써야죠?



- 지금 정신이 없어서...원고마감이...



- ......그럼 분석기사라도





 


3. 오늘 가열찬 원고마감을 하려는 와중에 파토형이 친히 문자를 날리셨다.





- 하나 써야지?



- 형...나 마감 장난 아냐. 좀 봐줘.





 


(파토형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기사는 아니고...일단 급한데로 나름의 소거법으로 글을 구성해 보겠다. 기사는...급한 거 끝내놓고 생각해보겠다)





 



 


4. 지금까지 파악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소거법





 


1> 내부폭발 가능성





 


- 생존자들이 한번의 폭발음을 들었다. 즉, 한번의 폭발로 함미가 떨어져나갔다는 소리다.



 


여기서 함 내부의 폭발성 인화성 물질로 인한 폭발을 예상해봤다. 일단 탄약이다. 탄약...


 



까놓고 그럴확률 낮다. 요즘 실탄은 둔감성 화약인 몸통과 민감성화약으로 구성된 신관이 합체해야 터진다. 그것도 합체만 시킨다고 다 터지는 게 아니다. 일정정도의 '요건'...그러니까 아밍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터지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포탄의 경우는 강선에 들어가 몇바퀴 이상 돌아야지만 터진다는...그 조건이 없으면 터지지 않는다. 게다가 단 한번의 폭발음이다. 탄약 하나만 터져나간다?



 


유폭이 일어나면 일어났지 단 한 번의 폭발로 끝이 날 문제가 아니다. 만약, 누군가 시한장치를 연결하고 한번에 폭발시키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 폭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단 한번의 폭발이라는 전제 조건이 유효하다면...어렵다.(이중삼중으로 관리되는 탄약고의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거기다가 '화약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증언까지 합쳐지면 거리가 좀 멀다)





 


- 유증기나 기타 인화물질에 의한 폭발...이 역시도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밀폐된 공간안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화재'에 대한...그러니까 '불꽃'이라는 증거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존자들은 화염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함의 데미지 콘트롤이 아무리 막장이라도 폭발음이 들리고,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화작업을 들어갈 것이다. 또한 설사 화재 진압에 실패했다 치더라도 용골자체가 부러져 배가 두 쪽이 날 정도의 피해까지는 어렵다. 만약 화재라면, 기관실이 날아가는 선에서 피해는 수습됐을 거란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다.





 


2> 암초, 함의 선령(노후화)





 


- 가능성 낮다. 일단 천안함이 2함대 소속이라는 걸 전제해야 한다. 서해...좀 더러운 바다다. 간만의 차도 심하고 암초도 장난 아니다. 이런 곳에 부임해서 군생활을 하는 요원들이 해도 한번 보지 않았겠나? 물론 인간의 실수라는 걸 가정한다 해도 함미가 떨어져 나갈 만한 암초가 있을까? 그 만한 암초가 있다면...





 


- 함의 노후화...해군은 차기 FFX을 이리저리 찔러보며 차기 초계함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하긴 좀 낡았다.


 



 



그렇지만, 배가 낡아서 구멍이 뚫렸다? 폭발했다? 말이 안된다. 군함을 상선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 필자가 기어링급 구축함이 아직 현역에 있었던 시절 대전함에 승함해 바다를 달렸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화장실에 물 차고, 비 내리듯 여기저기 낡은 배관에서 물 떨어지는 모습 목격했다. 그 뒤에도 몇년간 운영했다.


 



우리 해군이 가난해서 그렇다는 거 인정해도...그만큼 우리 해군도 '단련' 돼 있다는 것이다. 작전 끝나고 정비 할 부분 정비하고, 연차적으로 드라이독 들어가고 한다. 배가 가라앉을 정도의 심각한 정비불량? 예상하기 어렵다.



 


물론 소중한 우리 장병들의 목숨을 담보로 승함하는 것이기에 좋은 배, 튼튼한 배를 태워보내는 게 정답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그 상황에 맞춰서 닦고, 조이고, 기름쳐서 내보낸다. 중요한 건 함의 생존을 담보로 해서 출동시킬 정도로 막장 지휘관은...없다고 난 믿고 있다.





 


3> 외부의 공격





 


일단 생존자들의 주요 증언 3가지와 현재 함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 충격으로 10~20센치미터 몸이 붕 떠올랐다.



- 불꽃은 보지 못했다. 화약냄새도 맡지 못했다.



- 정신을 차리니 함미가 떨어져나갔고, 전기와 통신이 나갔다.





 


현재 함은 두조각이 나서 무거운 함미 부분은(기관부가 있는 곳) 가라앉고, 격실폐쇄된 상태의...상대적으로 가벼운 함수부분은 조류에 휩쓸려 4마일 이상 쓸려가 있다.





 


위의 조건들을 평상시에 군사쪽 지식이 있는 이들에게 물어보면, 열이면 일곱여덟은 이런 말을 할 것이다.





 


- 중어뢰네.





 


나 역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위의 조건을 내게 말한다면,





 


- 어뢰네.





 


라고 답했을 것이다.


 



 


림팩 끝무렵에 실탄사격할 때 표적함들이 어뢰에 박살나는 동영상을 얼마나 봤던가?  전부다 위의 모습으로 박살이 났다.


 


물론, 기뢰일 수도 있다. 문제는 기뢰일 경우에는 그 '외부자'가 상당한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해의 경우 조류가 빠르다. 물론 소음감응식이나 전기감응식 등등 능동형 기뢰에 걸려 당했을 경우도 상정할 수 있으나 비용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게, NLL을 넘어와 함정들이 활동하는...예상 경로를 잡아서 무작위로 설치해야 한다. 어차피 공격을 상정한다면, 매복이 더 낫지 않을까?(일반적으로 기뢰라면 함수에서 작동한다. 물론 음향감응기뢰이기에 스쿠류 소음에 감응할 수 있다는 논리도 가능하지만...)





 


- 미사일이나 포격으로 인한 공격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도 있을 듯 한데...일단 포격이나 미사일이라는 전제는 북한을 상정한다고 하겠는데...레이더에 걸린다.


 



천안함 옆에서 새떼로 착각해 발포했다는 부분도 걸리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직 여기까지 정보가 나온 건 아니니 나와있는 정보 안에서만 추측해보자. 문제는 미사일이라면 함 상부에 꽂힌다는 것이다. 함저에 구멍이 뚫리진 않는다는 것이다. 포탄 역시 마찬가지이다. 피격부위가...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그 부분 다 차치하고, 쐈다 그리고 맞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여기서 걸리는게 백령도의 레이더는 놀고 있었냐는 말이 나온다. 그럼 벌써 데프콘 걸렸다.




 


그렇다면, 이 3가지 가정을 각각의 구성조건들을 고려해서 재구성해 보자



 


<1> 어뢰의 경우



 


1. 함정의 현재상태 : 배가 두쪽이 났다. 함수와 함미가 절단 돼 버릴 정도의 강력한 파괴력


2. 생존자들의 증언 : 폭발음은 1회, 불꽃은 없었으며, 폭발 당시 몸이 붕 떠올랐다, 사고 직후 함미가 떨어져 나갔다.



 


위의 조건들을 대입해 보면, 어뢰일 확률이 높다. 물론 여기에는 생존자들의 증언이 100% 진실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일단 생존자들의 증언이 진실이라는 전제하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보자. 문제는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쐈냐는 것이다. 여기서 '왜'까지 붙이면 이야기가 복잡해 지니까 '어떻게'에 집중해 보기로 하자.



 


1. 서해, 특히 해당수역의 수심을 고려해 봐야 한다 : 해당 수심은 18~25미터 수준이다. 잠수함이 기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상함도 조심조심 하는데, 잠수함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북한에는 유고급이나 상어급 같은 소형 잠수정이 있다. 더불어 심심하면 우리바다를 넘어오는 반잠수정과 같은 특작용 함선들도 널려있다. 이론상...이들이 '무리'를 한다면 넘어올 수도 있다.


 



 


2. 그렇다면 침투루트는? : 이때부터 이야기가 묘해지기 시작한다. 반잠수정은 심심찮게 우리 영해에 침범해왔다. 1998년 북한의 상선을 모선(母船)으로 해서 여수 앞바다까지 침입한 사례도 있었다(이 경우 침몰시켰다) 강화도 앞바다에 등장한 잠수정을 놓친 경우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방법은 있다는 소리가 된다.



 


3. 어뢰 발사나 반잠수정 혹은 잠수정의 접근을 몰랐다? : 어뢰탐지 시스템이나 소너가 천안함에는 달려있다. 천안함에 대해서는 이따가 간략하게나마 다시 설명하겠지만, 어쨌든 달리긴 달렸다. 문제는 이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냐는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만약 작동했다면, 그 어뢰를 회피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침몰하지 않았으니 어뢰일 확률은 없어진다. 반면에 작동을 안했다면, 시스템의 문제인지 그걸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인지 가려야 할 것이다.


 


제3의 가정도 해볼 수 있다. 어뢰를 쐈고, 그걸 발견했고, 회피를 했다는 것이다. 해안 1마일 지점까지 천안함이 이동했다는 게 회피기동을 위한 행동이었다면 설명은 가능하다(보통 천안함과 같은 대형함은...다른 함정에 비해서 말이다. 해안 5마일 정도까지가 한계선이다. 그 이상 접근하면 암초나 뻘에 갇히는 경우도 예상해야 하기에 접근을 자제한다). 역시...이 부분 의문점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 잠수정의 경우에는 아무리 작더라도 70톤 내외의 배수량을 자랑한다. 물속에서의 기동에 제한이 있을 것이다(수심이 얕은 서해에서 말이다...특히나 해당수역에서는...) 그렇다면 예상할 수 있는 것이 반잠수정일텐데, 이 또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시 레이더 기지나 우리해군들은 손 놓고 있었냐는 말이 된다. 또한 어뢰를 발사했다면, 발사 후 도주루트는 어디로 어떻게 잡아갔냐는 것이다. 이 또한 설명하기 난감하다.



밝혀진 정황증거와 천안함의 상태로 봤을 경우 어뢰일 확률이 그나마 높지만, 이 역시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을 다 넘어가야지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2> 기뢰의 경우



 


1. 함정의 현재상태 : 배가 두쪽이 났다. 함수와 함미가 절단 돼 버릴 정도의 강력한 파괴력.


2. 생존자들의 증언 : 폭발음은 1회, 불꽃은 없었으며, 폭발 당시 몸이 붕 떠올랐다, 사고 직후 함미가 떨어져 나갔다.



 


위 경우를 다시 기뢰인 상황에 조합해 보자(어뢰와 마찬가지로 위의 조건을 다 충족한다). 기뢰...그냥 속편하게 바다에 매설한 지뢰 같은 거라고 생각하자. 이름부터가 sea mine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기뢰를 설치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부터 들어가게 된다.


 



 


기뢰는 북한도 가지고 있지만, 남한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걸리는 것이 '조류'다 해당수역의 조류를 감안한다면, 북에서 기뢰를 떠내려 보낸다거나, 북한이 '유실'한 기뢰가 조류를 타고 해당수역까지 넘어온다는 건 어렵다. 그렇다면, 예측할 수 있는 건 2가지 가설밖에 없다.



 


1. 북한이 잠수정이나 기타 운송수단을 이용해 해당 수역에 기뢰를 설치한다.


2. 남한이 유실한 기뢰가 아군 함정과 접촉 폭발했다.



 


첫 번째 가설일 경우 "어뢰"의 경우처럼 NLL을 넘어 와야 하는 게 전제가 된다. 그런 다음 조건이 하나 더 붙는데, 바로 아군의 이동경로를 예측해 기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뢰보다 더 어려운 조건이 붙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군함이 맞을 지, 어선이 맞을지, 상선이 맞을지 아무런 생각없이 무작위로 기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군함정을 예상하고 그 이동루트를 유추해 설치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랜덤이다.


 


두 번째 가설일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심각해진다. 아군이 기뢰를 유실했고, 자기 무기에 자기가 발목 잡힌 케이스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따져보면 이제까지의 상황과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뭔가가 있다. 북한이 굳이 넘어 오지 않아도 되고, 배는 두쪽이 나고, 생존자들은 화염도 보지 못했고, 몸이 붕 뜨는 것도 설명이 가능하다. 문제는...아군이 정말 기뢰를 유실했냐는 것이다. 이 부분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론 믿고 싶지 않다. 정말 그랬다가는...문제 커진다.



 


<3> 내부폭발일 경우



 


1. 함정의 현재상태 : 배가 두쪽이 났다. 함수와 함미가 절단 돼 버릴 정도의 강력한 파괴력


2. 생존자들의 증언 : 폭발음은 1회, 불꽃은 없었으며, 폭발 당시 몸이 붕 떠올랐다, 사고 직후 함미가 떨어져 나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조건 1과 조건 2에 맞지 않는다. 탄약의 경우에는 폭발조건이 맞지 않고, 단 한번의 폭발음이 들렸다는 점, 화약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조건에서 걸린다. 일단 탄약고가 폭발한다며 유폭으로 이어져 연속된 폭발음이 들려야 하고, 불꽃도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조건에 맞지 않는다.



 


기관부에 화재가 났다거나 유증기나 기타 화재요인에 의해 불이 났다면, 이 역시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불꽃은 없었으면, 폭발음은...역시 연속해서 들리던가, 나더라도 크게 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내부에서의 폭발에 몸이 붕 떠오르기는 힘들다. 또한 설사 화재가 났다손 치더라도 기관부가 침수되는 선에서 끝났을 것이다.


 



내부폭발이라고 단정했을 경우 방법이란...내부자가 작심을 하고, 배를 날려버리기 위해 탄약과에 잠입 탄약에 시한신관과 같은 기폭장치를 달고 일시에 다 터트려버리는 수가 있다. 이 경우...참 소설같지 않은가?


 




일단 이 모든 '유추'는 지금까지 언론에서 나온 정보들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서 멋대로 유추해 본 것이다. 나보다 더 똑똑한 이들도 언론에 나와서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확인된 정보가 적고, 북한이나 주변국이라는 '변수'가 있기에 섣불리 결론을 예단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이리저리 생각을 해본 결과가 이렇다. 물론, 내부자 중에서...군 생활에 염증을 낀 사이코패스 병사가 미친척 하고 탄약고에 들어가 자폭을 했을 거란 '소설'을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적어도 그런 막장병사는 없을거라고 난 확신한다. 이런 소설은 제외하겠다(국회의원 000씨의 말을 들으면서...참 나...여순반란사건이 여기서 왜 나오는 건가?).


 



어차피 결론은 조만간 나올 것이다. 함을 건져올린 다음에...건져올릴 필요없이 SSU가 수중에 들어가 촬영을 하든 보고서를 제출하든 하면 바로 결론 나온다. 다들...선수들이다. 왜 침몰했는지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 판단은 지금까지 나온 정보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서 나온 추론일 뿐이다. 100% 이 글을 확신하지 말길 바란다.



 


4> 언론플레이





 


함장인 최원일 중령...그간의 언론보도와 군 당국의 발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 함장을 먹잇감으로 던져놓고 최대한 시간을 벌려고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이 부분 역시 이제까지의 발표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서이다). 초계함 정도면 해군최상층에 직보가 가능하다. 그 말인즉슨 이미 핸드폰 통화에서 상황의 개괄은 다 전해졌다는 의미가 된다. 만약 '내부폭발'에 인한 데미지콘트롤 실패...즉, 화재 진압실패에 의한 퇴함이라면, 최함장이 욕을 먹는 건 당연하다. 그 경우에는 함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 못했고, 퇴함시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애꿎은 장병들의 목숨을 날린 것이 된다.





 


언론들의 자극적인 미다시 제목들...





 


- 장교는 전원생존, 사병들은 몰살...





 


이런식의 제목...눈쌀이 찌푸려진다. 이런 제목이 '힘'을 받을려면 함 내부의 폭발이나 이상상황에 의해 함이 침몰하고, 그 와중에 함장의 미숙한 지휘능력이 드러났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침몰이 내부상황이 아닌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도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외부의 공격이라면, 함을 지켜내지 못한 함장의 잘못을 피할 순 없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까놓고 말해보자. 포항급 PCC는...까놓고 말해 수량을 채우기 위해 만든 함정이다. 연안을 지키기 위해서 High&low 믹스 전략으로 내놓은 게 울산급 호위함과 포항급 초계함이다. 우리나라가 KDX 사업을 벌여 한국형 구축함을 찍어낸지 겨우 10년이 조금 넘었다. 그 전까지 한국해군의 주력은 울산급과 포항급이다...그 중에서 수량으로 따지자면 포항급이 압도적이다. 무려 24척이나 찍혀져 나왔다.


 




 


수량을 채우기 위해...그러니까 연안방어를 위해 최대한 간략화 하고, 작은 함정에 무장을 때려넣어 만든 것이 포항급이다. 문제는 현대 해전은 수상의 위협뿐만 아니라, 바다 밑에서의 공격, 하늘에서의 공격도 상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해군은 돈이 없기에 함정 하나에 대공, 대잠, 대함 공격능력을 전부 다 부여할 수 없었다(그 작은 함정에 이 모든 능력을 다 때려부을 수도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천안함은 대함용 초계함이다. 즉, 바다위에 떠있는 적함정을 위해 건조된 함이란 소리다. 물론 천안함에도 소너가 달려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상함정에...그것도 염가판이라 할 수 있는(상대적이지만) 포항급 초계함...그것도 대함용으로 만든 함정에 성능 좋은 너가 달렸을 거란 생각은 애시당초 접어야 한다. PHS-32 함수소너의 성능은...좀 그렇다(더구나 바다속 상황이 더럽기로 유명한 서해가 아닌가?).





 


그렇다면, 함장과 장교만 살아나왔다는 것에 대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언론들...이건 내가 보기엔 전형적인 타기 느낌이다. 물론 실종장병의 친지나 지인들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대한 분노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보다도 공정해야 할 언론들이 일반대중들에게,





 


- 장교는 살아남고, 사병들은 다 죽었다!



- 함장은 함과 그 최후를 같이 해야 한다!





 


식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 할 수 있겠다. 하나씩 살펴보자.





 


- 장교는 살아남고, 사병들은 다 죽었다...





 


만약, 이게 함내부의 폭발이나 기타 내부적 요인에 의한 사고라면...함장은 이런 욕을 먹어도 된다. 그건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함장의 지휘능력과 상황파악능력이 부족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의 요인에 의한 침몰이라면, 이건 변명의 여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병들은 함수 아래의 구획에서 생활한다.


 


그렇기에 외부의 요인... 가장 확률이 높다는(추론에 의해서말이다.) 어뢰나 기뢰일 경우 이들의 생존확률은 현저히 낮아진다... 중어뢰의 경우 함의 용골 자체를 박살낼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물속에서의 폭발력은 동일한 폭약량을 가지고 공기 중에서 폭발시킨 것보다 4배 이상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터지면...배의 허리뼈가 부러져서 침몰한다고 보면 맞다.


 


여기서 내가 고민한 부분은 한가지다. 마지막 순간 함장이 퇴함명령을 내리고, 퇴함을 지휘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만약 함장의 퇴함 지시에 의해 퇴함을 했다면, 최원일 중령은 그 책무를 다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퇴함지시 없이 긴급상황에 그냥 무질서하게 뛰어냈다면...이건 문제가 있다. 분명 이 사건이 수습되고 되면 해군본부 쪽에서 이 부분에 대한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생존자들 중에서...그러니까 퇴함을 했던 인원들 중에서 저체온증이나 기타 퇴함에 의한 부상을 입은 병력이 없다는 점과 퇴함병력들이 모두 구조됐다는 부분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이것도 지금까지의 정보만을 가지고 추론한 것이다. 즉, 이게 지금까지의 '진실'이라는 전제하에서 나온 말이다.).





 


- 함장은 함과 그 최후를 같이 해야 한다!





 


이건...정말 '막장발언'이다. 구일본 해군이 쓰던 논리인데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누군가 함장이 배와 함께 그 운명을 다하는 것이 17~8세기 영국해군의 논리라고 말했는데, 그 역시 헛소리다. 당시 배들은 전부 나무로 만들어졌다. 무슨 소리냐면, 포탄을 맞아 걸레가 되도 배는 둥둥 떠다녔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승조원들은 배를 빼앗아서 팔면 그 배의 가치만큼 보너스를 받았기에 배를 격침시킬 이유가 절대적으로 없었다...뺏어야지(마스터 앤 커맨더 보면 잘 나온다...포상금 때문에 눈 벌게져있다.).


 


함장이 퇴함을 결정하고, 승조원들을 모두 퇴함시키고 마지막 순간에 배를 퇴함한다...이게 정답이다(2차대전 미해군 함장들의 모습이 이러했다.).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그리고 일본 영향을 받아서 함장은배와 함께 그 최후를 같이 해야 한다는 '로망'을 말하지만, 이건 정말...미친소리다.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있는가? 가난하니까 배가 우선한다? 말이 안된다. 그렇게 해서 숱하게 쓰러져간 공군 조종사들... 마지막 순간 이젝션 못하고 그냥 순국하는 모습...그걸 배까지 연결하자고? 미친소리다.


 





기본적으로 난...함장을 먹이감으로 던져주고, 뭔가 시간벌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미 해군본부나 정치권(의사결정권자들)은 어느 정도 사태를 다 파악했을 것이다. 이제 수습책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느껴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내부적 요인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면...함장으로서도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이 부분 역시 '해경쪽' 진술을 들어보면, 이야기는 막장으로 흐른다. 함장과 장교들은 다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넋놓고 앉아있고, 승조원들 구조보다는 자기 목숨 먼저 살리려고...물론 보고를 위해서라니까...뭐 그렇다. 이 부분은 정확한 사실관계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5> 그렇다면 진실은?





 


만약, 지금까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와 군당국이 발표한 이야기가 '진실'이라면(2010년 3월 28일 오후 2시기준으로) 내가 추론할 수 있는 침몰원인은,


 





- 어뢰(혹은 기뢰)에 의한 피격...그리고 침몰





 


이다(여기에는 남한측 유실기뢰도 포함된다). 한때 주변에 있는 아군함정에 의한 오발이나 기타 아군끼리의 교전도 생각해 봤지만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부요인은...글쎄...지금까지 나온 정보만을 보자면 그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언론에서는 처음에 함미 뒷부분에 '파공'이 뚫렸고, 거기로 침수 돼 몇시간 동안 바다위에 떠있다(배를 살리려 했다는 늬앙스) 침몰했다고 하다가 생존자들의 증언, 이어지는 함의 상태...반쪽이 날 정도면 함 내부에 있는 포탄들이 한꺼번에 유폭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이런 내 추측은 어디까지나 책상물림의 '망상'일수도 있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함이 두쪽이 날 정도라면...지금까지 수많이 봐왔던 어뢰의 피격장면이 자동적으로 리플레이 될 수밖 에 없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정보가 더 나오고, 배의 상태를 확인한 후에 다시 이야기 해보겠다. 이제껏 나온 이야기들을 가지고 재구성해 본다면, 내 생각은 이렇다...뭐 이 정도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일요일날 오후 가열차게 마감을 달리고 있는데, 딴지의 대 논설우원께서 친히 문자를 날려서 글을 원하시는데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야 할 거 같아 마감을 한쪽으로 미루고 급하게 몇자 휘리릭 날렸다.


 


(너부리 포비아 증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이제 300에도 마음놓고 글 쓰기가 그렇다...잠이 덜깬 상태에서 이 글을 기사용으로 쓰겠다는 통보를 받고 급한 것 몇개만 수정했는데...역시...그렇다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