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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TV 토론회가 두 번 있었다. 말들 많았으나, 최대 화제는 내곡동.

 

모르는 이들이 없을 만큼 많이 다루니, 본 기사에선 소소하지만 놓치기 쉬운 틈새장면만 속성으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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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리판이 될 깜냥도 안 됐다

 

과거 많은 토론회처럼 아사리판이 되기에는 실력 차가 컸다. 오세훈이 밀렸다는 얘기다. 특히, MBC 토론에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표정과 턱으로 커버하려 하였으나 비호감 짤만 생성하는 꼴이 됐다.

 

예상된 바였으나 오세훈의 (서울시장으로서) 준비 부족이 여실했다. 10년을 쉬어서인지, 전광훈과 다니며 색이 좀 바랬는지 예전의 포스가 나오지 않았다. 

 

초보적인 실수는 토론 중, 지속적으로 카메라 앞에 들이민 판넬 내용을 본인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오세훈 판넬 24만원.JPG

 

박영선이 서울시 소상공인의 평균 임대료를 묻는 말에 3초간의 정적과 버벅거림을 동반하며 “24만 원”이라 답한 것이나, 자신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라 자랑하는 안심소득을 시범실시 할 200가구의 선정기준을 묻는 말에 “골고루~”라 답했던 건 명장면이라 꼽을 만하다. 

 

마치, 당의 의견과는 달리 서울시장을 마음대로 사퇴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당 주요간부들이 그를 추궁할 때,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

 

여기서,  

 

오세훈 골고루.gif

 

라고 답하는 것만큼이나 굉장한 대처였다. 이 외에도 방송 인터뷰까지 한 ‘송파 그린벨트 해제’에 모르쇠로 일관한 것(MBC토론), 서울시장 시절에 한 분양원가 공개를 자랑하며 난데없이 경실련 김원동 본부장을 소환하려다 역풍까지 맞은 것 등이 있다.

 

(김원동 본부장이 박영선을 만나 오세훈처럼 "하도급 내역서, 도급 내역서, 설계 내역서"를 뺀 분양원가 공개는 실질적 분양원가 공개가 아니니 시장이 된다면 이것들을 꼭 공개해달라고 했단다)

 

경실련 김원동 본부장의 총직책 이름은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이다. 총직책 이름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얼마 전, 박영선과 김원동의 만남에서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을지 예상이 갔을 텐데, 아쉽게도 그의 머리는 그의 표정과 턱 드리블을 따라가지 못했다. 

 

뭐, 그랬다. 이제 소소한 틈새장면으로 들어가보자. 

 

 

장면 1. 가리봉동 재개발 (MBC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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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가리봉동 도시개발 누가 안 한 거죠?

 

오: ... 박영선 국회의원께서 열심히 안 하신 거 아닌가요?

 

(중략)

 

박: 당시 제가 오세훈 시장께 면담 신청을 했습니다. 3번. 그때 절 만나주셨습니까? 

 

오: 글쎄요. 만나 뵌 기억은 없네요.

 

박: 그쵸. 거절하셨어요. 오세훈 시장은 그 동네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셨나요?

 

오: 700군데나 되는 시행지역을 어떻게 다 만나 뵙고 얘기합니까? 그럼 700군데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만나자고 하면 다 만나야 합니까?

 

박: 국회의원은 700명이 되지 않습니다.

 

 

박영선은 오세훈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8년부터 작년까지 12년간 가리봉동이 포함된 ‘구로을’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그런 박영선이 물었다. 왜 도시계획은 잡고 가리봉동 개발 안 했냐. 그때 3번이나 면담 요청을 했는데 왜 무시했냐. 

 

오세훈은 700군데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만나자고 하면 다 만나야 하냐며 대응한다. 일단 박영선의 말대로 국회의원은 700명이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서울시 내 지역구 국회의원은 현재(21대 기준) 49명이다. 서울시 구청장 수는 25명이다. 오세훈이 시장 시절(18대 기준)엔 국회의원이 48명이었다.

 

현재 기준으로 국회의원 49명 + 구청장 25명 = 총 74명.

 

이 74명은 서울시장이 업무를 함에 있어 부단히도 소통을 해야 하는 필수 소통경로다. 그래야 서울시 내의 민원을 보다 종합적으로 들을 수 있고 행정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 74명에 속하는 이들 조차도 서울시장을 만나기 힘들다면, 그것도 3번이나 면담 요청을 했음에도 만나기 힘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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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광장을 다니며, 열심히 외친 "독재자"의 의미를 사실 잘 모르는 것 같다. 보통은 누가 말해도 '내가 어떻게 다 만나!'하며 최측근만 만나고 이상한 종교인(?)에 빠져있는 분이 되려 거기에 더 가깝지 않나 한다.  

 

 

장면 2. 어울림프라자 재건축 전면재검토 (MBC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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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애인 차별. 어울림프라자 반대한다고 전면 재검토한다고 플래카드 거셨잖아요?

 

오: 그건 오해입니다. 그 지역의 지역위원장이 캠프에 보고 없이 본인이 판단해서 올렸다고 본인이 성명을 냈어요.

 

박: 오세훈 후보의 공약은 후보와 상관없이 막 다 걸려있는 겁니까? 그것은 장애인 부모들의 피눈물이 담겨있는 곳입니다.

 

오: 그렇게 일반화하지 마십쇼. 저는 그 플래카드 걸렸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전화해서 “제가 허용한 적 없는데, 왜 거셨습니까?”하고 여쭤보고 바로 내리도록 해서 뉴스 나온 지 한 시간 만에 내렸습니다.

 

 

강서구 등촌1동에 속한 ‘어울림프라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전국 최초의 복합 문화·복지공간이다. 2024년 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걸 반대하고 전면재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오세훈이 말한 그 지역위원장은 누구인가. 등촌1동이면 강서병 지역. 김철근 씨다. 오세훈 캠프에 대변인으로 합류한 인사다.

 

국민의힘과 오세훈은 얼마 전, 피해호소인이라 지칭한 ‘진선미·고민정·남인순’을 비판했다. 오세훈은 박영선을 향해선 이렇게 발언했다.

 

“즉시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하고 문제의 캠프 3인방을 정리하고 당에 징계를 요구할 일이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공포다.”

 

국민의힘과 오세훈이 지적한 3명은 결국 캠프에서 사퇴했다. 그 의미는 그 3명이 책임을 통감하고, 박영선도 그들의 발언과는 선을 그은 것이다. 박원순 시장에 관한 사건의 진위여부를 떠나 ‘피해호소인’이라 부르는 입장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오세훈은 김철근이 건 플래카드는 자신의 뜻과 무관한 것이며, 김철근도 유감을 표명했다고 했다. 응? 유감? 이게 끝?

 

김철근은 여전히 오세훈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본인이 사퇴전문가이고, 박영선과 3명의 민주당 의원에도 사퇴와 함께 징계까지 요구하며 김철근을 여전히 캠프 대변인으로 두고 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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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근 대변인 / 국민의힘 강서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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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를 비하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묻는 기자에게 “그 정도 표현도 못 하냐”며 반성의 기색도 보이지 않더니, 사람 간의 계층을 나누는 차별과 혐오의식을 가진 이런 자를 대변인으로 계속 쓰고 있다는 건 본인(국민의힘 포함)도 이에 동조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플래카드를 건 것도 오세훈의 뜻이 포함된 것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쯤되면 부자와 빈자를 부잣집 자제, 빈자의 아이라고 호칭까지 달리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 ... 

 

아. 실제로 그랬구나. 

 

 

장면 3. 코이카 중장기자문단 (KBS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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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오세훈 후보가 남의 일자리를 뺏은 경험이 있습니다. 코이카에서 특혜를 받은 것인데요. 이미 인권위에서 특혜라고 판정이 난 것입니다. 

 

오: 아프리카에 봉사하러 간 것도 남의 일자리를 뺏었다고 하는 저 거짓말을 용서하지 마십시오. 청년들 일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라 중장기자문단이라고 은퇴한 분들 TO입니다.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계십니다. 

 

박: 은퇴한 분들이라 할지라도 그분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입니다. 특혜를 받은 겁니다. 분명히 특혜를 받았다고 정부에서 지적한 겁니다.

 

오: 나중에 다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정말 서글픕니다. 개발도상국에 봉사를 하러 떠났고요. 정상적인 경쟁을 거쳐서 영어 면접시험을 통과하고 건강검진을 통과해야 갈 수 있습니다. 청년들하고는 전혀 케이스가 다른 겁니다. 중장기자문단이라고 해서 은퇴한 이후에 본인의 평생의 직업적 노하우를 가지고 후진국을, 개발도상국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중략) 정말 자질미달의 거짓말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정확히 알고 말씀하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앞서, 몇 달 전 강경화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교수가 ‘요트 세계일주’를 떠난다 했을 때, 많은 언론들이 그를 비난했다. 나는 코로나 관련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느즈막이 오랜 꿈을 이뤄가는 것이 대단하면서도 부러웠다.

 

오랜 꿈이 있어도 실행에 옮기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꽤 나이가 들어서 말이다. 은퇴 후, 일자리이든 봉사든 뭐가 됐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숭고한 일이다. 누군가에겐 경력도 될 수 있을 거다. 오세훈이 이런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분명 비판을 받을 일이나 토론 속 대화만으론 오세훈의 입장을 정확히 알 순 없다. 

 

그러나 그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르완다 코이카 중장기자문단으로 선발되었다”고 주장하며 펴나간 논리 전개 방식은 사실과 다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연달아 파견될 수 없단 코이카 내부규정을 어기고 오세훈은 페루에서 르완다 자문단으로 바로 옮긴 사실이 권익위에 신고되었고, 이에 관련 코이카 임직원 3인은 징계를 받았다. 본인이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면 왜 임직원 3명은 징계를 받았고, 이들은 말없이 수용했을까. 

 

최소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규정을 보고 지원했길래 정당한 절차라고 느꼈는지, 임직원 3인은 왜 징계를 받았고 수용했는지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할 텐데 주구장창 “아닙니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이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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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대처방식이 누군가를 떠오르게 하지만 굳이 이름을 대고 싶진 않다.  

 

KBS에서 같은 토론자로 나왔던 민생당의 이수봉은 이런 식의 반박을 일삼는 오세훈의 말을 듣다 듣다 결국 한마디를 했다.

 

"제가 오늘 들으니까 솔직히 오세훈 후보님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없습니다. 정말 국민들을 좀 우습게 아시는 것 같아요." 

 

 

10년 전에서 멈춰 있는 오세훈

 

이수봉이 핵심을 짚었다. 오세훈이 생각하는 ‘정치인 오세훈’의 포지션은 과거에 머물러있다. 앞서 말한 3장면에서 공통점은 무엇일까?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다. 그에겐 현재 시민 수준에 맞는 소통이 보이지 않는다.

 

가리봉동에 관해 박영선이 면담 요청을 했을 땐, 단순히 만나자고만 하진 않았을 거다. 용건을 말했겠지. 그럼에도 소통을 회피하고 무시만 해선 안 됐다. ‘어울림프라자 플래카드’ 관해서도 그렇게 넘어가선 안 된다. 그건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검사나 다른 공무원 등이 유감만 표명한 채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으며 국민들을 우롱했던 과거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구시대의 유물을 그대로 간직한 대처였다.

 

코이카에 대한 해명도 마찬가지다. 최대 화두 내곡동도 마찬가지다. 해명의 수준이 낮다. 거짓말에 성의가 없다. 그 정도면 다들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줄 안다. 과거엔 그랬다.

 

언론 환경의 영향이 컸지만, 어쨌든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저들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고, 이명박이 대통령 될 때도 그랬다. 오세훈은 그 시절 서울시장이다. 오세훈의 감각은 거기에 머물러 있다. 국민을 내려다보는 포지션. 그래서 허접한 거짓말이라도 중도층까지 속아 넘어 갈 것이라는 오만함. 10년 동안 그의 몸은 세월을 맞았지만, 그의 의식은 세월을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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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안타까운 일이나 임차인들의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 때문에 용산참사가 벌어졌다”고 한 그의 발언에서도 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과거 권위주의적 행정에 그의 능력은 머물러 있다. 

 

촛불혁명이 일어나기 전, 박근혜 정권 때까지는 그런 행정이 통했다. 김영삼 때까진 물론이요, 김대중도 평생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인사이나 동시에 총재 정치를 수십년에 걸쳐 했다. 그의 시절 민주화가 많이 이뤄지긴 했지만, 권위주의적 행정이 바뀌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노무현 때 들어서 본격적으로 현대 선진국 수준의 민주적 행정을 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검사와의 대화’ 등 권위주의를 버리려는 여러 시도를 했지만, 공무원도 국민도 민주적 행정을 어색하게 느낀 시대였다. 

 

노무현 검사와의 대화.png

 

이어 이명박근혜 10년을 맞이하며 국민들은 애써 체감한 민주적 행정의 감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시작한다. 그 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아직 이물감을 느낀 이들은 되려 돌아가려 했다. 이때까진 오세훈이 가지고 있는 ‘오만한 정치인 아이덴티티’가 통했다. 하지만 촛불혁명부터 현재 코로나 국면까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알게 된 그 감, 세계적으로 칭찬하는 민주시민의 아이덴티티를 갖춘 현재의 시민에겐 그의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내세운 공약도 허접하지만(모조리 재탕이다), 좋은 공약이라 가정하더라도 시민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며 공약을 실현시키는 과정은 또 다른 문제다. 게다가 그는 민주당 의원이 꽉 찬 서울시정을 이끌어야 하지 않는가. 교과서 속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는 무수한 변수들이 있다. 그리고 행정에서 그 과정을 잘 진행시키는 필수 능력은 ‘소통 능력’이다.   

 

무릇 시장이란 좋은 정책은 기본이요, 많은 사람들과 많이 소통하고, 경청, 설득을 해야 하는 자리. TV토론에서 보인 오세훈은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10년 전에 멈춰 있는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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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