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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이 돌아왔다

 

문재인 정권 임기 1년을 앞두고 광역단체장 재보궐선거가 시작됐다.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원인, 그리고 지지율의 힘이 떨어지는 정권 말 이라는 시기 등 여러모로 여당에 불리한 선거다. 

 

오세훈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벌어진 용산참사를 두고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이 본질”이라는 망언을 퍼부었다. 무상급식에 풀베팅 했다가 쪽박찬 걸 실시간으로 본 사람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무상급식 반대가 아니라 최상위층 무상급식 반대였다"라고 말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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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도 성의가 있어야 하는 거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밑장을 빼면 어떡하나. 까면 깔수록 점입가경. 그의 언어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잣집’은 ‘자제분’이고 ‘가난한 집’은 ‘아이들’이 되는 그의 의식세계.

 

일관적이다. 10년 전 오세훈과 지금의 오세훈은 변하지 않았다. 하나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공약 

 

서울 오세훈, 부산 박형준, 두 국민의힘 시장선거 후보와 관련된 특혜•비리•꼼수 의혹이 수없이 터져 나오는데도,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와 증언 정황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전혀 회자되지 않고 있다. 

 

대다수 매체가 이 사안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데다, 그나마 다루고 있는 뉴스는 포털 사이트에서 노출이 저 뒤로 밀려있다. 언론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 쏟아부은 화력의 반의 반만 썼어도, 두 후보의 깃발을 꺾고도 남았다. 그만큼 잔뜩 구리다.

 

어쩌면 분석과 취재 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 해서, 본인이 디벼본다. 

 

오세훈의 강남제일주의, 그리고 당신은 부자가 되지 않는다 

 

오세훈의 공약 중 가장 나쁜 것은 주택 공약이다. ‘스피드 주택 공급’이라는 그럴싸한 이름만 붙였을 뿐, 재탕이다.

 

△1년 내 서울시 도시계획 규제 혁파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소규모 필지 소유자끼리 공동 개발 시 일정 부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소형 재건축 사업(일명 도심형타운하우스 모아주택 도입)

△ 준공업지역, 자연녹지지역 등 이용률 낮은 민간 소유 토지임차형 공공 주택 건설 방안 등이 주요 골자다.

 

쉽게 말해 한강변 아파트는 35층 이상 건설이 불가하고, 주거지역 용적률 및 2종 일반은 7층 이하로만 설립할 수 있는 지금의 건축 규제를 전부 완화하고 풀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안전 따위는 모르겠고, 한강변에 제2 롯데월드 같은 아파트를 마구 꽂아 놓겠다는 말이다. 결국 '스피드 하게' 늘어나는 것은 서민들이 살 공간이 아니라 부동산 업자들이 조물딱거릴 매물들이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 선거에서 전면에 내세운 ‘뉴타운 공약’ 이 이름만 바꾼 것이다.

 

당시 뉴타운 공약의 폐해는 심각했다. 서울은 재개발, 재건축 투기 바람이 몰아쳤고, 그로 인해 강남의 집값은 물론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국민의힘 진영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은 자기들이 싼 똥을 왜 안 치우냐고 진상 놓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들의 후보 오세훈은 다시 서울에 거대한 똥을 누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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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좋다. 백번 양보해서 규제 풀어 버리고, 전부 재건축·재개발하고, 녹지도 싹 밀어버리고 집 지어서, 싸고 좋은 주택이 많이 늘어나 집 없는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킬 것이라는 그의 계획에 일말의 선의가 있다고 치자.

 

문제는 재개발·재건축으로는 공급되는 주택이 그다지 많이 늘어나지도 않고, 괜히 집값만 더 뛰어 돈 없는 원주민은 기왕에 있던 집마저도 없어지고 하우스 푸어로 내려앉기 딱 좋은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토지+자유연구소 이태경 부대표는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오세훈 후보의 공약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투기 유발이니 뭐니 다른 문제들을 다 떠나서 재개발·재건축을 통해서는 새로 만들어져 공급되는 주택의 양(그러니까 순증)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라고 지적한다.

 

“재개발·재건축은 땅값과 집값 올리는 것밖엔 안 된다. 최근에 서초구에서 재건축해서 분양하는 아파트가 있다. 원OO라는 아파트인데, 재건축 통해서 늘어난 세대는 200세대밖엔 안 된다. 일반조합원(재건축 전에 살던 세대)이 2000세대가 조금 넘는 데 이들 제외하고 순증 세대는 200세대 남짓밖에 안 된다. 이 아파트가 분양가가 제일 비싼 아파트다. 평당 5천만 원이 넘는다. 2014년 이후 서울은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그래서 사람들도 집값과 관련해서는 냉정한 판단과 사고를 할 수 없다. 속된 말로 ‘제정신이 아닌’데, 거기에 불을 붙이려는 게 오세훈 정책이다.”

 

오세훈은 이 공약의 이행 기간을 5년을 잡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은 모두 2021년 추경을 통해 3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101명으로 압도적이라 우선 서울시의회부터 통과가 거의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이번 선거의 공약들에도, 그의 흔들리지 않는 강남제일주의가 면면이 흐른다. 모든 걸 강남과 비강남으로 나누어, 비강남을 강남화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 부추기는 그의 그동안 행보와 결이 같다. 오세훈은 변하지 않았다. 하나도.

 

그렇다면 박영선은? 

 

박영선 후보의 공약은 이렇다.

 

△평당 천만 원 반값 아파트 고품질 공공 주택 30만 호 공급

△시·국유지에 서울형 지분 적립형 주택 등 공공 자가주택, 공공임대주택 공급

△1인, 2인 가구 맞춤형 주택 및 30대 여성안심 주택 공급확대

△저층주거지 재개발과 노후 아파트단지 재건축 활성화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 이익을 공공과 민간이 공유하는 사업모델 도입

△청년 등 전월세 보증금 무이자 지원, 최저주거기준 주택 개선자금 지원 방안 등.

 

박영선 안의 방점은 ‘평당 1000만 원짜리 아파트 토지임대부 주택 마련 공급’에 찍혀있다. 핵심은 토지에 대해선 공공이 소유권을 가지고, 임대료만 받고, 공공임대주택을 5년 동안 30만 호를 건설해 민간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완전하게 새로 생기는 주택의 공급량이 오세훈의 재개발·재건축안에 비할 바 없이 많아진다. 30만 호면 강남 3구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러니 집값이 오를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토지+자유연구소 이태경 부대표는 “오세훈안이 투기 유발형 공약이라면, 박영선 안은 시장 안정화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영선 안의 경우 후보자가 구체적인 입지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국공유지에 주택을 건설해서 5년 동안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공급하겠다는 건데 이는 엄청난 공급량이다. 그리고 가능한 안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국공유지가 많다. 용산공원도 있고, 태릉 골프장, 김포공항을 이전한다는 가정하에 김포공항 부지도 있다. 용산부지는 100만 평 정도 된다. 여기에 용적률을 많이 주고 한다면 10만 호까지 집을 지을 수 있다.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로 짓는 것이기 때문에 토지는 국가가 가지고 있고, 건물만 민간한테 분양하는 것이다. 그럼 민간은 싸게 분양받고, 국가는 토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시장을 굉장히 안정시키는 시장 안정형 공급”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가 민간의 것이 아니고 공공이 가지고 있으면서 안정적인 토지 임대료를 가지게 된다면 투기 이익이 발생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은 토지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을 공공과 민간과 가계와 금융사가 사이좋게 나눠 먹었던 것이다.

 

박영선은 이와 같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안의 재원은 2021년의 경우 20년 결산 순세계잉여금과 기존 예산 집행이 어렵거나 불요불급한 예산 등을 조정해 추경에 반영하여 조달하고, 2022년부터는 서울시 본예산에 편성해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또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사업은 2022년도 예산부터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단계별로 방안을 구상했다. 일단 기왕의 올해 예산은 남아 있는 잉여금 내지 집행 가능성이 없는 사업의 예산에서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이다.

 

소수의 콩고물을 위한 환경파괴

 

뒷목이 뻗뻗해지는 공약은 차고 넘친다. 욕망을 자극해 허상의 집을 짓는 재탕 부동산 정책 외에 가장 압권은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서해 주운 건설 공약이다. 그의 선거공보물에 ‘한강르네상스 시즌Ⅱ: 세계로 향하는 서해 주운’이라 가슴 웅장하게 박혀있는 그 공약 말이다.

 

뭔가를 파 재낀다는 기억. 기시감이 엄습하지 않나? 아라뱃길 사업, 새빛둥둥섬. 수문 막고, 한강에 선착장 만든다고 생난리 치는 통에 한강에 실지렁이 떼와 끈벌레들이 대거 출몰했던 그 더러운 기억. 맞다. 가카의 4대강 사업부터 이어져내려온,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국민의힘 가문의 필살 초식이다. 이 초식이 진짜 나쁜 것은 비경제성, 심각한 환경훼손 등 그 실패가 명백히 반복적으로 드러났는데도, 그걸 알면서도 또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소수의 콩고물을 위해서.

 

서해주운은 지금도 다닐 수 있다. 행주대교랑 김포대교 사이의 터미널을 통해서 경인운하가 지나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세훈은 서해주운 활성화를 명분으로 여의도에 아주 큰 규모의 통합선착장을 만들어 서해를 왔다 갔다 하는 몇천 톤의 배를 띄우겠다고 약을 판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바닥을 깊이 파야 하는 준설작업을 해야 한다는 소린데, 이는 수생태를 교란시키는 것은 물론 장항습지부터 시작해서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한강 하구 습지 지역을 전부 물에 담그겠다는 소리다. 일단 서강대교 밑 람사르 습지 밤섬부터 수장이다. 윤무부 박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누가 봐도 명백히 시대를 역행하는 공약이다. 환경영향평가, 경제성 평가, 전략적 계획 수립, 사회적 합의 뭐하나 고려되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서울)의 김동언 생태도시팀장은 “지금도 (그쪽 한강에는) 끈벌레 같은 것들이 나오고 환경문제는 지금도 심각한 상태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서 신곡 수중보 철거를 그동안 계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신곡 수중보를 철거하면 수위가 낮아져 대형 선박은 띄울 수도 없고, 경인운하를 통해서 서해로 나가는 길은 어렵게 된다. 신곡 수중보 철거를 통해서 다시는 서해주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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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시를 통과하는 한강물  <출처 - 오마이뉴스>

 

서울과 부산은 소수를 위한 수익모델로 전락할 수 있다 

 

오세훈이 이렇게 이상한 계획을 마구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여론조사는 큰 차이로 박영선을 앞서고 있다.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전체적인 여론조사상으로 10%p 후반대로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현실”이라며 “김상조 실장의 전세금 인상과 같은 사건들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 2030 남성들이 정부여당에 실망을 많이 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동안 정부여당이 작년 선거까지 최근의 선거에서 연전연승을 많이 했으니, 심판은 한번 받아야 한다는 정서도 깔려있다”면서 “코로나로 영업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라든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현실의 불만이 여당 후보의 낮은 지지율로 드러나는 건 사실이다. "

 

지금 20%p 정도 차이가 투표장에서 그대로 실현될 일, 없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이,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어디로 증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세훈과 박형준이 누구인가.

 

안철수보다 확실한 원조 MB아바타 아닌가. 지금 터져 나오는 의혹들의 양상만 살펴보아도 쓰는 초식이 가카와 흡사하다. 이들이 누구한테서 정치를 배우고 누구 밑에서 일을 배웠는지가 너무나 자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가카의 슈킹사관학교 우등생들이 2021년 서울과 부산을 접수하려 하고 있다. 뜬금없이 등장한 가카의 옥중서신이 유난히 쎄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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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아무리 실망스러워도, MB의 잔당들이 그 대안이 될 순 없다. BBK를 외면하고 '부자 되세요'라는 주문에 현혹되어 표를 던진 대가를 우리는 이미 뼈져리게 치러봤다. 개는 똥을 끊지 못한다. 가카의 슈킹 기술 전수자들이 당선된다면, 서울과 부산의 행정은 소수를 위한 수익모델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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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선거 결과는 중도, 무당층이 좌우했다. 아직 뜻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의 속내가 서울과 부산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운명과 그 역사를 결정지을 단초가 되는 선거이기도 하다.

 

못 믿겠다면 공약을 가지고 전문가에게 물어보자.

 

지금 누가 똥을 싸고 누가 약을 팔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