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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국 공군이 KFX 120대를 도입할 예정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이상을 사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오버랩되는 게 KF-16 120기 생산한 다음 추가로 20대를 생산했을 때의 모습이다. 분명한 건 KAI의 라인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다음 물량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다. 이미 KFX 500대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현재 작전기체 보유대수를 430대 정도로 보고 있고, 아무리 늘린다 해도 500대 이상으로 늘리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공군의 모든 전투기를 KFX로 통일하는 건 불가능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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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오는 문제가 'KFX를 팔 수 있느냐 없느냐'다.

 

팔기 위해선 성능이 나와야 한다. 성능의 목표치는 4.5세대급이다. 문제는 4.5세대급의 검증된 전투기들이 지금 시장에서 한참 팔려나가고 있다는 건데, 2020년대에 새로 출시될 4.5세대급 전투기는 없다는 거다.

 

KFX 사업의 타당성을 옹호하는 이들은 여기에 ‘시장’이 있다고 한다. 찬성의견을 정리해보면,

 

“KFX가 가격 경쟁력만 갖춘다면, 냉전시기 프랑스의 미라지 전투기 같은 지위를 노릴 수 있다. 라팔 정도의 성능을 가진 전투기를 F-16 정도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면, 제3세계 국가들은 구미가 당길 거다.”

 

“KFX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전투기용 무장을 국산화하기 위한 거다. 우리가 우리 기술로 만든 미사일을 전투기에 장착하려해도 전투기가 외국 거라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수백억 원의 체계통합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우리 미사일의 소스코드를 미국에 제공해야 하는데, 전투기가 우리 국산 전투기라면 이런 불필요한 비용이 사라진다.”

 

(실제로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수입 자동차가 있다. 내 돈 주고 차를 샀다. 타다 보니 매립해 놓은 업체 쪽 네비게이션이 좋지 않아서 우리가 따로 돈을 주고 네비게이션을 샀다. 이걸 차에다 붙이려는데 업체 쪽에서,

 

“네비게이션 붙이려면 우리 자동차 컴퓨터와 연동해야 하는데... 그거 비용은 따로 내놔야 해.”

“그런 게 어디있어!”

“그럼 네비게이션 달지 말든가.”

“알았어, 돈 내면 될 거 아냐.”

“아, 맞다 그 네비게이션 연결하려면 거기 메모리 카드나 등등 뽑아서 일단 우리 쪽에 넘겨.”

“왜? 그냥 연결하면 되잖아!”

“우리 시스템이랑 연결하려면 너네 거랑 맞는지 확인도 하고 시스템 쫑나면 안되니까 살짝 손도 보고... 여, 여튼 그런 게 있어!”

 

우리가 지금까지 만든 미사일이나 폭탄들을 미국제 전투기에 달려면 이런 과정들을 다 거쳐야 했다. 국산 전투기를 개발한다면 이렇게 미국 측에 우리 비밀을 까발리거나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어진다)

 

라는 입장이다. 이 낙관론에 대해 여러 가지 ‘딴지’가 들어간다.

 

① 우리가 4.5세대급 전투기를 개발할 기술이 있는가? 실제로 라팔 급의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가?

② 설사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호락호락 우리의 수출을 허가할까? 당장 엔진만 하더라도 미국의 F414 엔진을 들여와 장착한다. 전투기를 수출하려 할 때 미국이 수출통제 들어가면 방법이 없다는 거다.

 

(미국 측은 일찌감치 자신들의 미사일 그러니까 AIM-9X 사이드 와인더나 하픈 대함미사일이나 AGM-88 대레이더 미사일의 KFX 장착을 일찌감치 불허했다. 즉,

 

“우리 측 미사일을 너희들 전투기에 달 생각하지 마라.”

 

라고 고개를 가로저은 거다. 전투기의 주요 무장인 미사일, 그리고 SEAD 작전의 핵심인 대레이더 미사일 인티를 불허한 건... 어쨌든 우리나라도 맥 놓고 앉아 있지는 않았다. 대레이더 미사일은 자체개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연구에 들어갔고, 수많은 관련 기술들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미국 공대공 미사일이 안 되면 유럽제를 구해와 붙이겠단 생각으로 악으로 깡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나중에 개발이 완성되고 나서 미국제 미사일의 승인을 얻어야 할 거다. 우리가 지금까지 쓰고 있고, 재고로 쌓아놓고 있는 수많은 미국 미사일들, 그리고 세계로 수출을 생각한다면, 전쟁 발발시 미국의 지원을 생각한다면, 미사일 승인은 받아야 한다. 어려운 길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미국의 싸늘한 시선이 계속 이어지면 개발이 힘들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럼 반대의견은?

 

“공식적인 계획만 좀 살펴보자. 공대공 전투 능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Block 1 개발에 8조 1천억 원을 들여 2026년까지 완성하고, 이후에 공대지 능력 개발에 초점을 맞춘 Block 2 개발에 다시 7천억 원을 들여 2028년까지 완성한다. 120대 양산비용까지 합치면 총 사업비는 18조. 이렇게 해서 뽑아낸 기체는 길이 16.9미터, 높이 4.7미터의 크기의 쌍발 전투기다. F-35보다 크고, F-15K보다는 작은 사이즈다. 마하 1.81에 항속거리 2900킬로미터, 최대 탑재량 7700킬로그램으로 라팔과 유사한 성능을 목표로 하는데, 이게 가능할까?”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걸 누가 사줄까? KFX 전투기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시점의 하늘에는 5세대를 넘어서 6세대 전투기(여러 의견이 있지만, 자동조종 시스템과 레이저 무기 탑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등장할 텐데, 4.5세대 전투기가 의미가 있을까?”

 

“프랑스도 30년 가까이 헤매다가 만든 게 라팔이다. 프랑스보다 기술축적이나 확보가 돼 있지 않은 게 지금 한국의 실정이다. 그런데, 이걸 프랑스보다 더 짧은 기간 안에, 더 적은 예산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반론은 아주 간단하다.

 

“해보긴 해봤어?”

 

시작을 해야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할 것 아닌가? 시도하지 않으면 기술은 축적되지 않는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와중에 얻는 소득은 분명 존재한다. 그동안 지레 겁을 먹고 시도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서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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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대목에서 현실적인 걱정이 하나 있다.

 

“KFX가 애초에 우리가 상정했던 수준의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출이 되고, 되지 않고는 이후의 문제다. 우리가 4.5세대급 전투기를 만들 역량이 됐는가란 질문에 대해서 누구도 속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을 거다. 항공기 산업의 발자취를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무수히 많은 ‘실패한 개발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명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던 항공선진국, 미국이나 프랑스도 예외가 없다. 이들도 처절한 실패의 사례들이 있다.

 

우리는 항공선진국들에 비해 노하우나 기술면에서 뒤떨어진다. 외국에서 기술 이전을 받고, 부품을 수입해서 만든다는 방법도 있다. 기술 이전을 해주는 곳이 어디인가도 문제지만, 설사 부품을 수입해서 만든다 하면, 가격이나 유지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KFX를 통해 기술독립을 하고, 수리부속 없어서 몇 달씩 기다리는 짓 하지 않고, 로열티도 주지 않고 우리도 제대로 날아보자!”

 

이 계획은 물 건너간다. 방산 기술이란 게 돈을 준다고 다 사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사온다 해도 해당 산업이 그걸 받아들이고 체화 시킬 능력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가 조선 사업이 발전했기 때문에 독도함 같은 대형 함정을 건조할 능력이 된다는 거다. 즉, 조선사업이라는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제7기동전단이 나온거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항공 산업은 어떠한가? 유감스럽게도 해군의 그것과는 거리가 좀 멀다.

 

“KFX를 통해 항공 산업을 육성한다.”

 

라고 말하지만, 이게 어딘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항공기 라인을 살리기 위해 KF-16를 20기나 추가 구매한 걸 생각해봐야 한다. 그나마 그때는 검증된 비행기를 사는 거였다.

 

KFX의 경우에는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단 120기를 도입할 예정이라지만, 만약 이게 제 성능이 나와 주지 않는다면, 공군은 이 120기를 어디서 대체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투입된 개발비를 어떻게 회수할지는 아무도 대답 못할 거다.

 

분명 말하지만, 자주 국방은 이뤄야 할 과제고, 항공산업 육성도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미사일을 마음대로 달 우리 전투기를 만들자는 말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문제는 꿈과 현실 사이의 갭을 메우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행동이다. 

 

그 누구도 KFX에 대해선 쉽사리 말하기 어렵다. 故정두언 의원처럼 개발계획이 나왔을 때 결사반대하며 처음부터 이걸 막지 않은 이상이라면, 이미 시제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잘 되라고 응원해야 한다.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찰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KFX의 실패를 바라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다만, 가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 그리고 아주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이 사업은 국방 역사에 길이 남을 힘든 길임을 꼼꼼하고,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빼고 KFX를 좋게 보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벽이 있다는 것까지. 

 

우리가 가진 힘과 장점, 그리고 잠재력은 물론, 한계와 문제점, 그리고 어려운 점을 알아야 KFX 사업에 대해 어떤 허튼 논리가 와도(국방과 관련된 사업은 이런 장난질이 더 많다는 거, 선수들은 알 거다)방어하고 제대로 반박할 수 있다.

 

긴 연재, 따라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 다음편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