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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과 주택건설의 ‘언밸런스’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이 절묘하다. 

 

북한은 3월 25일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였다. 미사일 발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정은은 다음날 보통강구역 고급주택지구에 나타났다.

 

이틀 동안의 미사일 발사와 주택건설. 뭔가 ‘언밸런스’하다. 무엇을 의미할까?

 

미사일 발사를 돌아보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견제적 성격이 강한 군사적 도발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먼저 도발함으로써 미국의 반응을 체크 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JPG

 

바이든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결의안 1718호(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금지한 결의안)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동맹국들과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인다면 그에 따라서 대응할 것이다.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다.”

 

라고 경고했다. 경고로만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회의를 요청하였다.

 

이렇게만 보면 상당히 강한 대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력한 대응만을 시사한 것은 아니었다.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사도 보였다. 

 

바이든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경고하면서도 ‘외교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였다. ‘비핵화를 위한 외교’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말이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당근’과 ‘채찍’을 다 제시하였다. 

 

미국은 왜 이런 양면 전략을 구사한 것일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는 숨어 있는 키워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북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비판 성명이 이번엔 왜 늦었을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식이 그식 같지만 숨겨진 메시지들이 있다. 차원과 대응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진행하는 방식, 규모, 내용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이 의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종의 구가 차원의 바디랭귀지라고나 할까. 직접적인 말을 하진 않지만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자. 

 

한반도 문제의 분기점이 된 것은 3월 8일 한미합동 봄철 군사훈련이었다. 한미합동 훈련은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해 실시하는 정례합동 군사훈련’이었다. ‘정례’라는 말은 일상적이라는 의미이다. 매년 해왔던 통상적인 훈련이다. 2020년 봄에는 코로나19로 훈련을 하지 못하였다. 

 

한미연합훈련.jpg

 

훈련을 앞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다.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연기나 취소의 가능성은 애당초 높지 않았다. 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야외 훈련은 하지 않고 컴퓨터를 사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였다. 코로나19 상황이 고려되었다고 하지만 한미동맹의 취지는 살리면서, 남북관계를 고려한 모양새였다. 

 

예정했던 대로 북한은 반발하였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 북한은 성명을 통해 비난하였다. 

 

그런데 시점이 좀 남달랐다. 

 

‘남북군사합의서’ 파기를 언급한 김여정의 3월 15일 자 담화문이 3월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알려졌다. 훈련이 시작된 지 8일이 지났고, 훈련 종료(18일)를 이틀 앞둔 막바지였다. 통상 북한은 훈련을 시작하거나,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 강하게 반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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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시작하고 일주일 동안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자, 혹시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기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는 내부적으로 극심한 경제 위기에 처한 지금, 미국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맞대응을 하기 위해선 비용도 많이 소모된다. 북한이 다른 때와는 달리 비판 성명을 늦게 낸 것은 그만큼 현재 북한의 경제가 어려우며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세계 최강 미국이 참여하는 훈련이다. 그대로 있기에는 모양이 빠진다. 미국과 맞설 무력이 있다는 티를 내야 한다. 그리고 미제의 침략 훈련을 알려 내부 단속도 해야 한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비한 준비도 하고, 폭격에 대비한 ‘반항공훈련’도 했다. 

 

훈련 막바지에 성명을 발표했고,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올해 초에 열렸던 제8차 당대회의 결정을 복기하면서, 남북관계 파탄의 원인이 ‘남한 당국에 있다’고 하였다. 

 

 

이번 미사일 발사에 담긴 북한의 사정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끝나고 한 주일 뒤인 3월 25일엔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이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연례적이고 정상적인 훈련이었고, 대규모 야외 훈련 없이 컴퓨터 시물레이션으로 진행되었다 해도 훈련은 훈련이다. 2020년을 쉬었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다시 시작된 것에 대해서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북한은 늘 그렇게 대응해 왔다. 

 

북한 군부의 반발도 있었을 것이다. ‘혁명무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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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은 해야 하지만 첨단기술이 집약된 전략 자산을 동원하기는 부담스러웠다. 미국과의 관계가 어긋나는 것이 북한으로서도 좋을 리가 없다. 앞서 말한 대로 경제가 말이 아니다. 제8차 당대회를 통해 경제 실책을 인정했고, 새로운 경제 발전 계획에 맞추어 가겠다고 하였다. 

 

당원들에게 경고도 날렸다. 8차 당대회에서 당 비서 겸 경제부장으로 선출한 김두일을 전격적으로 한 달 만에 해임하고, 오수용으로 교체하면서 단도리를 하였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추가적인 제재나 압박은 북한으로서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 적절한 모양새를 갖추어 대외적으로 대응하고, 내부적으로 달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복합적인 요인을 읽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읽어야 한다. 

 

어떤 종류의 미사일인지, 어떤 기술이 적용된 미사일인지, 어떤 엔진을 달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발사했는지, 현장에는 누가 참석했는지에 따라서 의미하는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누구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김정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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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모든 행사는 김정은의 참석 여부에 따라 규모와 위상이 결정된다. 북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와 그렇지 않은 행사의 격이 다르고, 기업에서도 회장님이 참석하는 행사와 그렇지 않은 행사의 비중이 다르다. 

 

3월 25일에 있었던 미사일 발사 현장에는 김정은이 없었다. 김정은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우선 전략적인 의미가 반감된다. 새로운 미사일이나 새로운 차원의 기술이나 전략적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미사일 발사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애매하다. 제재위반은 맞지만, 강도는 세지 않다. 군사적인 의미도 크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안보리 위반을 언급하면서도 강도를 높이지 않은 이유이다.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도 없다. 

 

바이든 행정부 이후 처음으로 발사한 것이다. 제재 위반을 묵과하고 지나가는 것은 자칫 또 다른 도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냥 있다간 미사일 발사가 점점 더 세질 수도 있다. 도발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면서도 응수하지 않을 수 없는 정도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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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YTN>

 

“경고,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돼!”

 

“대화를 할 수도 있어. 단 비핵화를 위한 대화여야 해”

 

 

미사일 발사로 북한은 무엇을 얻었나  

 

3월 25일 미사일 발사로 북한은 무엇을 얻었을까?

 

가장 눈길을 받은 인물은 당연히 김정은이었다. 김정은의 존재감을 알렸다. 김정은이 없는 미사일 발사였다. 하지만 김정은이 최종 결정을 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대화든 제재든 김정은과 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남한 언론을 비롯하여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미사일 발사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도발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다음 행보에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러 예측이 나왔다.

 

“호전적인 김정은이 더 큰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까?”

 

“미사일을 발사한 군대와 사진을 찍으면서 격려하지 않을까?” 

 

“이번에는 SLBM을 발사하지 않을까?”

 

김정은의 다음 행보는 군사적인 도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했다. 만약 그렇게 되어 강대강으로 맞붙는다면 한반도에는 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비핵화 협상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 뻔했다. 

 

그런데, 3월 2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은 다음 김정은의 행보가 상당의 예상과 달랐다. 

 

 

미사일 발사 후의 행보가 달랐던 이유

 

김정은의 다음 행보는 고급주택건설장이었다. 세상에 미사일 발사와 건설장은 불협화음의 콜라보였다. 김정은은 군사적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세계 언론에 보여주었다. 

 

관심은 김정은이 찾은 보통문구역 고급주택단지 건설 현장으로 쏠렸다. 보통문구역은 800세대 다락식 주택구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3월 23일 1만 세대 건설 사업을 위한 착공식이 성대하게 열린 이후로 김정은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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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 소식보다는 김정은의 주택건설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미사일 발사와 고급주택 건설장의 불협화음 같은 행보에 주목했다. 김정은의 민생 행보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평소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비판 성명을 늦게 낸 것, 미사일 발사 다음 날 역시 평소와 달리 주택단지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그만큼 현재 김정은은 국내의 경제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경제 안정화가 시급하고, 경제가 어렵다는 의미다.

 

며칠 전인 4월 8일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을 선언한 것으로 현재 북한 경제가 최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고난의 행군’ 발언은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재 완화를 위해 움직이기보다는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해 경제난을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외적으로 뜻을 내비치는 ‘미사일 발사’ 현장엔 김정은이 없었고, 국내 경제에 관련된 ‘주택건설 현장’에는 방문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미사일 발사는 한중회담에서 중국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북한이 의도하고 미사일 발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로 인한 부수효과도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중정상회담에서 중국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정례적인 것이고, 북한의 대응도 정례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기적으로 마침 한중정상회담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이다. 한반도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관심을 가질만한 카드가 필요한 상황인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중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가 거론될 것이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논의를 자연스럽게 펼치게 되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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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에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 사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중국이 대한국 외교로 사용하는 주요 카드의 하나이다. 미사일 발사는 한중정상회담이 열려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해주었다.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해서 중국의 역할론을 어필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하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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