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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권, 북한인권법 빨리 통과시켜라


필독(이하 필): 뉴레프트 운동까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제 슬슬 야권 비판의 수위를 올릴 때가 됐습니다. 뭐부터 할까요? 야권의 햇볕정책, 대북정책, 북한인권 이런 문제는 어떻습니까? 


주대환(이하 주): 우선 햇볕정책은 말입니다, 햇볕정책 지지자들이 좀 쿨하게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필: 뭘 인정합니까?


주: 햇볕정책은 한계가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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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한계라.


주: 그러니까 모든 건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거예요. 햇볕정책은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했었거든요. 이유야 많지만. 또 햇볕정책은 개혁과 개방을 이끌려는 거 잖아요. 결과적으로 이끌었나요? 못했잖아요.


필: 저도 햇볕정책 지지자입니다만, 지지자들의 논리 중에 하나가 미국 부시의 강경책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그런 얘기가 있습니다. 맞습니까?


주: 나도 지지자입니다.(웃음) 그렇지만 말은 바로 해야죠. 햇볕정책은, '바로 그런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을 하면 개혁, 개방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거였잖아요. 찬바람만 불어가지고는 외투를 안 벗는다, 따뜻한 햇볕을 쐬면 더워서 외투를 벗을 것이다...  


너무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이에요, 또 중국이 등소평 노선으로 갔고, 베트남이 중국을 쭉 관찰하다가 도이모이 정책으로 따라갔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도 그렇게 갈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이랄지, 소련이 무너지면서. 그래서 남쪽에서 도와주면 아마 할 거다, 이래 봤는데 됐습니까? 


우리 기대대로 안 된 것은 북한이 안 한 겁니다. 아무리 햇볕을 쐬어도 안 벗는 놈은 안 벗는 겁니다. 알고 봤더니 벗을 수 없는 옷이야. 철로 된 외투였어요. 


필: 햇볕정책의 의도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주: 문제가 없으나, 북한체제 자체의 문제를 봐야 된다고요. 서독이 햇볕정책을 하고 동방 정책을 해서 효과를 본 것은 독일 이야기이고, 그 나라 이야기고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안 된 거는 쿨하게 인정해야지요. 우리 의도가 잘못된 것도 아닌데. 쿨하게 인정하고 나면 남는 것이 있잖아요. 개성공단 등의 성과도 있습니다. 햇볕정책은 평화정책으로서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일정책으로서는 성과가 별로 없습니다. 버전 업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필: 첨예한 이슈는 아무래도 북한인권법 같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해서,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물론 일부 종북주의자들은 있겠지만- 반대할 사람은 없는데, 문제는 실효성이 있겠냐는 겁니다. 


주: 실효성 있습니다.


필: 실효성이 있습니까?

 

주: 아 ,그럼요. 핑계가 참 많아요. 결론을 반대하기 위해서 온갖 소리를 하는데 실효성이 설사 있건 없건 노력을 하자는 거. 노력을 하고 안 하는 거하고 차이가 있어요. 


멀리서 보는 국민들은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야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여러 이유 때문에 야권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만큼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필: 그런데 북한인권법을 추진하는 세력의 명백한 정치적 목적이 보이잖아요. 반대쪽에서는요, 저 사람들이 보면 볼수록 북한 인민들의 삶에 동정심과 책임감을 느껴서 저런다고 믿기 힘들거든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만, 국내에서 장사하는 거 아니냐는 거죠. 특히 풍선 날리고 이러는 거는. 


주: 풍선은 어차피 주민들 반대로 못 날리는 것 아닌가요?


필: 삐라를 보내고 풍선 보내는 수준을 보면 문구나 거기 집어넣는 물건들이나 이런 게 참 저열합니다. 예를 들어서 과자를 몇 개 넣는다든가. 거기엔 '기브 미 쪼꼬레또'에서 맨발의 한국 꼬마가 아니라 이제 미군이 되었다 싶은 심리도 보이고. 제 개인적으로는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미학적으로 용서가 안 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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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삐라는 좀 거시기 하지만, 대북 라디오 방송 같은 것은 난 반대 안 해요. 외부의 정보라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내가 젊을 때 민주화 운동 할 때요. 언론 통제가 심했습니다, 유신 말기에는. 외신 하나 구해서 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웃음) 정말이지 일본신문 한 조각이라도 구해 보려고 했어요. 


필: 오해받으실 말씀인데요? 너무 보수진영과 가까운 생각 아닌가요? 


주: 그렇죠? 아무래도 북한 인권, 북한 민주화 관련해서는 제가 좀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웃음) 하지만 이건 말하고 싶어요. 야권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가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숙고해야 합니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UN 결의안이 나오고, UN이 조사의 심도를 높이고, 조사 보고서를 내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거 있잖아요? 그거 북한 인권문제를 정말로 개선시킵니다. 


이것에 대해서 무관심한 야권, 진보를 외국은 전혀 이해를 못합니다. 유럽의 사회민주당이나 좌파 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좌파라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거야. '왜 이러지?' 오히려 보수 우익 이쪽에서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전혀 이해가 안가죠. 유럽에서는 좌파 정당들이 더 적극적이고, 미국의 민주당이 더 적극적인데... 


필: 그야 그것이 옳으니까요.


주: 그럼요. 진보적 가치에 부합하는 의제니까요.


필: 거꾸로 우리나라 보수 우익들이 '그것이 옳기 때문에' 북한 인권법을 지지한다? 그렇게 믿을 수 있습니까? 누가 봐도 정치적이잖아요. 당략적이고. 


주: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야권이 바뀌어야 합니다. 윤리적인 차원이 아니라 전략적인 차원에서라도 북한인권법을 빨리 통과시켜야 합니다. 야권은 이 쟁점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빨리. 궁지에 빠져 있어요. 이걸 계속 붙들고 있는 한은 집권 못합니다. 


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하도... 반공 콤플렉스라고 할까요? 반공을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탄압해 온 역사가 많은데다가 북한인권법 같은 경우는 이슈도 선점당해 버렸거든요. 옛날에 길거리에서 최루탄 맞을 때부터 각인된 공포라든지 짜증이 있을 거잖아요. 


주: 그런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슨 정치를 합니까? 짜증이 나면 저 북한 독재자들이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실이 아닌 게 됩니까? 또 북한 인권에 관심 갖는 것, 젊었을 때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양심상 응당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포들의 고통이라는 것은, 이건 인간 양심의 문제잖아요. 


필: 정리하겠습니다. 당해온 역사가 있으니 콤플렉스도 있겠지만 벗어나야 한다. 


주: 그걸 벗어나야죠, 우리가. 수세적인 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필: 그럼 유권자들은 알아봐 준다.


주: 반드시 알아주고 대가로 되돌려 줍니다. 



북한 이슈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짧은 잡담을 편집하지 않고 정리하도록 한다. 바로 기독교와 북한 인민의 관계다. 북한 체제는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체제의 종말은 북한 인민들에게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필: 북한이 붕괴한다... 저는 붕괴할 거라고 보는데, 어떻게든 체제는 언젠가 종말을 맞게 될 거고요. 이 사람들이, 인민들이 동독 인민들하고는 처한 상황이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 사람들이 과연 어떤 다른 사람들로 변할까? 변할 수 있을까? 주제에서는 조금 벗어났습니다만 또 자연스럽게 생각이 들거든요. 


주: 국내에 북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집단은 다름 아닌 기독교죠.


필: 아 그러네요, 생각해 보니. 기독교. 한국 기독교가 굉장히 근본주의적인데. 개신교 말입니다.


주: 저는 차인표, 신애라 부부 같은 경우에는 뭐 이념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만큼 기독교 신앙인들이 순수하고 인도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분들이 실제로 고아원 이런 데 물자도 지원하고. 미국의 재미동포나 이런 사람들 중에서 기독교를 통해서 갖은 지원을 하면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기독교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한 번 예언을 해 보죠. 통일이 되면 북한 인민의 정신세계는 기독교에 의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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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하 교회를 다룬 영화 '신이 내린 사람'


필: 신의 공백을 신으로 채운다? 그러니까 유일 지도자의 공백을 유일신으로. 이거 굉장히 재밌는 주제입니다. 


주: 북한 인민들은 반드시 정신적 공황상태가 옵니다. 그 텅 빈 구멍을 뭘로 채울까요? 가까운 곳에서 찾아야 되겠죠. 기독교가 아마 그들의 정신세계를 이끌고 위로해 주지 않을까요? 기독교가 북한에 많은 물자를 지원하고, 브로커에 돈 줘 가면서 탈북자들 구제하고. 기독교는 이미 깊숙이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필: 그분들한테 죄송하지만 윤리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보자면, 개신교가 남한에서는 성장 동력이 끝났잖아요. 북한이라는 블루오션 개척에서 다른 종교보다 앞서고 있다...(웃음) 제가 나이롱 신자라 그런지 개신교에 관해서 좀 시니컬합니다. 


주: 한국 기독교로서는 평양이 한국의 예루살렘이고, 가장 뿌리를 먼저 내린 곳이고, 성지입니다. 월남한 많은 분들이 영락교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북한 문제에 접근한다고 봅니다. 


필: (웃음) 듣고보니 그렇군요. 저에게는 굉장히 설득력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것 같아요. 




2. 야권, 지적 퇴보를 경계하라


필: 드디어 끝을 향해 달려가 보죠. 이제 기존 야권을 좀 본격적으로 두들겨 보고 싶거든요. 

 

주: 예. 말씀 하시죠. 


필: 야권 지지자들 같은 경우엔 이런 겁니다. 새누리를 절대 악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민주를 선이라고 하지 않아도, 일단 악과 대립해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선의 편에 서 있다고 보는 측면이 있습니다. 


선거 때가 오면 일단 정권 교체가 우선이고, 또 새누리당이 국회를 다 장악하면은 어쨌든 뭐 지옥에 더 가까이 갈 것 같고, 이런 세계관이 있는데요. 사실상 더민주와 그 주변이 지금까지 먹고 산 것도 사실 이 세계관에 기댔다고 봐야죠.  


이런 세계관을 지닌 야권 지지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주: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인식 같아요. 민주주의라는 건 서로 인정을 해야 합니다. 그건 뭐 서로 개인 간에도 그렇고요. 상대를 절대 악으로 인식해 버리면 대화나 타협은 없는 거잖아요. 그럼 민주주의라고 할 수도 없는 거죠. 그땐 뭐 전쟁을 해야죠. 


필: 방금 전쟁이라는 말을 쓰셨습니다. 


주: 부모 자식 간에도 그렇고 친구 간에도 그렇고 상대를 인정해야 되거든, 상대를 인정하고 얘기를 듣는 건 힘든 일입니다. 아예 인정을 안 해버리면 편해요. 인정하고 얘기를 듣다 보면 머리도 아프고 세계관도 흔들리고 막 골치가 아픕니다. 잘못하면 내가 정신에 혼란이 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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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제가 전쟁이라는 표현을 붙잡은 이유는요. 전쟁이 되면 안 된다는 걸 떠나 지금 실제 전쟁으로 간주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수뇌부터 지지자들까지 전쟁이라고 전제를 해요, 양측에서.  


그런데 야권 지지자들 같은 경우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인거 같고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전쟁이 아니라 그냥 스포츠인 야구를 예로 들어도요, 제가 한화 이글스 팬인데요, 4연패 5연패 막 10연패 하고 있으면 관중석이 텅텅 빈단 말이에요.


주: 그렇지. (웃음)


필: 그런데 맨날 꼴찌 하던 팀이 조금만 잘 해도 만원관중이 막 들어찹니다. 이게 너무나 당연한 사람들의 심리잖아요. 그런데 야권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패배가 지금 어우, 너무 많이 졌어요.


주: 그러니까 나는 그걸 패배주의라고 생각하거든요. 야권에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어요.


필: 야권에.


주: 야권에, 패배적이고 수세적이고 피해의식이 만연했죠. '뭐만 하면 저들이 우릴 죽이려고 하는구나. 음모가 있구나.' 음모론으로 몰고 가는 이런 거. 자꾸 그렇게 생각한다고요.



피해의식이 생길 법한 마땅한 환경과 이유가 있더라도, 피해의식이 그 자체로 나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필: 벌써 선거에서 깨진 게 꽤 되었잖아요. 판판히 지다보니까.


주: 그런데 얼마든지 이길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내 편 만들 놈이 많이 있고, 내 편 되고 싶어 하는 놈들이 많이 있어요. 


그들과 대화를 해야 해요. 그럼 설사 저놈이 대화가 절대 안 되는 놈이 A라고 하더라도 대화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해. 그래야 B, C가 옆에서 보다가 '아, 저 사람 대화 하려고 하는구나.' 진짜 목적은  B, C하고 대화 하는 건데 A 하고도 대화 하는 척 하는 거야. 그런 태도가 필요한 거예요, 우리가 대도무문으로. 대도로 가는데, 우리가 더 떳떳한데. 그렇게 가야죠. 제가 아까 머리가 좀 힘들다고 했는데. 그 힘든 것 때문에 공부를 하게 되거든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적으로 발전을 하게 되요. 

 

필: 뉴라이트나 종북 척결 외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주: 예. 그런데 상대를 인정치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서로를 적으로 설정해 놓고 가면 말입니다. 내가 지적으로 퇴화 합니다. 상대가 무식하다고 해서 내가 자동적으로 똑똑해지지 않아요. 


사실관계도 확인할 필요 없고, 논리도 따져볼 필요도 없이 그냥 저 이야기는 무조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하면 편하지. 머리 속이 아주 편한데 그것이 지적 퇴보의 시작입니다. 그러면 제 3의 관중들, 즉 심판들은 그걸 느낍니다.


필: 그러면 야권이 상대를 인정하려고 한다고 가정을 한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든지 말든지 새누리는 계속 종북 카드를 꺼내서 팔랑팔랑 흔들면서 예전과 똑같이 한단 말입니다, 예를 들면? 그런 식이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주: 여권에는 예를 들면 유승민이가 있다, 유승민이 원내대표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잘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해수부장관으로 세월호 문제 처리한 이주영하고 경선을 했는데 원내대표에 당선이 되었어요. 박근혜씨가 의리가 없는 인간이라고 결국에는 쳐냈지만, 그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다수 의원의 지지를 유승민이 받았습니다. 유승민이 이겼다고요. 


무슨 얘기냐면 여권은 생각보다 인간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그쪽이 더 국민들의 눈에 더 우월하게 보여요. 그래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겁니다. 계속 이기고 있는 겁니다. 


만약 야권이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었는데 그쪽이 기자 분 말씀하셨던 대로 종북 카드나 내밀면? 여권이 질 거예요. 그건 별로 걱정이 안 돼요. 오히려 그쪽이 그런 카드를 적절하게 쓰다가 위험한 순간에는 혁신적인 인물을 부른다든지, 유승민을 부활시켜 세운다든지 계속 그렇게 하면? 그쪽을 이길 방법이 없어. 



그럼 이 질문을 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민중의 의지가 방향을 결정해 온 역사고 유권자들은 야권을 알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정말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운동장의 경사를 이야기해야 한다. 




3. 야권, 감독을 교체하라 


필: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습니까?


주: 아닙니다.


필: 아닙니까?


주: 운동장은 전혀 기울어져 있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선수들이 열심히 안 뛰는 건 아닌 거 같구요. 양쪽 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열심히 상가 집에도 다니고 다 하고 있는데 감독과 코치, 코칭스텝이 제일 문제라고 봐요. 


보수 쪽 친구들을 예를 들어 보십시오. 심각해지는 불평등 문제, 누가 지금 연구를 주도하고 있습니까? 김낙년 교수입니다. 김낙년이 낙성대연구소 소장입니다. 뉴라이트의 아주 핵심이죠. 


반면 민족문제연구소? 뭐하고 있습니까? 아주 후진 짓만 계속 하고 있습니다. 어떤 프레임만 계속 제작하기만 하고 있다고요. 못 벗어나고 있어요.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쪽(보수 쪽)이 더 자유롭고, 더 지적으로 생산을 하고 있고, 현재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고, 그래서 좀 더 믿음직스러운 거예요. 


필: 이런 현상을, 쌈만 붙으면 매일 지는 현상을 야권에서 풀어내는 방식 중에 하나가 계몽론입니다. '국민이 계몽되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계몽이 똑바로 안 돼 있다는 거잖아요. 


굉장히 거친 표현으론 국개론-그러니까 '국민 개새끼론'이요-이라고 해서 국민들은 쟤네가 얼마나 나쁜 애들인지 알지를 못한다는 거. 문재인 대표가 얼마 전에 그런 말을 했잖아요. 자식들이 부모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이 발언의 기저에 계몽론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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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그렇죠.


필: 표현 수위에만 차이가 있지, 노인폄하 관련된 정동영 발언. 그 발언과 사고의 기저는 같아요.


주: 공무원이나 노인들이나 다 보수적 생각에 찌들어 있다고 하는.


필: 그러니까 이분들이 저런 발언을 하는 걸 가만 보고 있으면요. 전략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아, 저 사람이 진심으로 저렇게 믿는구나...' 이런 생각 들어요. 예컨대 요즘 정의당에 몸담고 있는 유시민. 이분은 참여정부의 실패는 조중동과의 싸움에서 참혹하게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전략적 수사가 아니라 정말로 그런 믿음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국민들은 조중동이 마타도어를 하면 홀랑 믿는 존재라는 게 전제잖아요. 


야권이 자신들의 실패를 설명할 때, 한국민들의 지적 수준을 낮게 보는 걸로 해결하는 게 전 영 불편하거든요.


주: 그렇습니다.


필: 이번 총선 정국이 어지러운데 문재인과 안철수 갈라졌고요. 정의당도 그렇고 안철수 신당도 그렇고 지금 양당 구도를 벗어난 제 3의 섹터랄까? 우리나라 총선에서 제3섹터가 하나의 정당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주: 가능성은 별로 없고요. 잘 안됩니다. 그런 거는. 국가대표 축구팀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대표팀이 졌어요.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선수가 문제입니까, 감독이 문제입니까? 물론 다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못하면 협회에서는 일단 감독을 자릅니다. 


그런데 안철수 신당 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제2 대표팀을 만들겠다고 이사를 나간 거잖아요. 그런 게 어딨습니까? 대표팀은 잘하는 선수 순서대로 뽑아서 선수력을 몰빵해서 해외에 나가는 거지, 1대표팀과 2대표팀이 싸워서 이긴 팀이 국가대표로 나갈 겁니까? 대표팀이 선수 명단 그대로 놔두고, 먼저 감독을 바꿔야 합니다.


필: 이를테면 어떤 분들이 감독입니까?


주: 국민들이 백낙청 선생이나 이런 분들, 티비에도 잘 안 나오니까 모른다고 생각하잖아요, 보통?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백낙청이라는 인물의 이름은 몰라도, 누가 감독인지 느낄 건 다 느낍니다.


일반 국민들은 감독이 누군지 본다니까요. 정신세계를 누가 잡고 있느냐. 이걸 본다니까. 그러니까 백낙청과 같은 분이 감독이라는 것을 다 압니다,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다못해 백낙청을 최장집으로라도 바꿨으면...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뭐 적당히 알아서 쓰시고요. 


필: (웃음) 딴지는 다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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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가 일반의 예상을 깨고 김종인 전 수석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전권을 가진 원톱 선대위원장 자리까지 김 수석에게 내주었다. 잇단 탈당사태로 곤두박질 치던 문재인의 대표 지지율이 그 다음날 급등했다. 문재인은 주대환 대표를 모처에서 만나 훈수 들은 것은 아니었을까? 



주: (웃음) 쉬운 예를 들다보니 존경하는 분들 성함을...  여하튼 감독을 바꾸면 다른 팀이 됩니다. 선수만 바꾸면 안 됩니다. 십년 전에 보수진영에서 했던 뉴라이트 운동, 그걸 통해서 보수가 좀 더 지적으로 보이고, 좀 더 자유주의적으로 보이고, 좀 더 세련되고, 보수가 진화되는 것처럼 보였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선택을 해줬어요. 


이쪽 동네(야권)에서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유권자들 바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계속 져도 감독을 바꾸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팀이 안 변했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안철수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은 하겠지요. 사람들이, 국민들이 워낙 절박하니까 뛰쳐나온 선수들이나마 일단 어느 정도의 지지는 해 줄 겁니다.


필: 일단 지지는 해 준다? 어느 정도?


주: 문재인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것 훨씬 이상은 될 텐데요?


필: 정말요?



이 인터뷰는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루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이 되기 전이고(물론 여기서는 표기를 바꿨지만),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 조사가 이루어지기도 전이었다. 



필: 진짜요? 반드시 망한다... 필망론이 대세 아닌가요? 안철수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감독은 못 돼도 트레이닝 코치 정도는 될 줄 알고 들어갔다 이거예요, 예를 들면. 그런데 코칭 스탭이 교체가 전혀 안 되고, 교리도 완전히 달라, 자기랑. 비비적대가가 실패만 하고 나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나올 때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가 호랑이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 피투성이가 되어서 나올 거면 나올 때 순수성이라도 유지하고 나와야 하는데. 지금 야권 유권자들이 보기에 안철수와 함께 하고 있는 야권 인사들 난닝구잖아요. 순수성, 이미지도 다 망치고 나왔어요. 윤리적, 전략적 명분이 다 없어요. 그런데 망하지 않는다고 지금 말씀을 하셨거든요.


주: 내기할까요? (웃음) 장담하는데 문재인 지지자들이 현실부정을 하고 싶은 지지율이 나옵니다.


필: 단언을 하시네요. 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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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말 그의 말대로 되었다.



주: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양상이 많이 다를 거 같은데 호남에서는 3번이 당선될 가능성이 꽤 있다. 심지어는 이런 말까지 하더라구요. '광주 사람들이 차라리 새누리당을 찍고 싶은데 차마 새누리당을 찍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3번을 찍는다.'


필: 지난번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뽑은 게 이미 조짐이 있었죠. 그럼 말입니다. 안철수 신당은 대표님이 예상하는 깜짝 놀랄 만한 지지율을 얻는다고 쳐요. 얻으면, 그래도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뭡니까? 다시 말해 안철수가 야권의 멘탈과 전통적인 진영논리와 어떤 점에서 구별이 되느냐는 겁니다. 


주: 예. 그 부분을 얘기를 하면 떠오르는 게 두 가지 있는데요. 안철수가 언젠가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들이 북한에서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니까 그 사람들을 억류하고,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는데 그거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있을 때 안철수가 방문을 한 적이 있어요. 거기 가면 다 보수인사로 분류되는데 안철수는 거기 갔어요. 


그리고 안철수가 이승만과 박정희의 묘소를 참배했어요. 이런 게 메시지를 던지는 거잖아요. '나는 금기를 깬다. 야권의 금기에 묶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정치 9단도 아니고 초짜인데, 그래도 자기의 정체성에 대해서, 또 자기가 지지 받는 이유에 대해서 뭔가 의식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의식에 따른 행동을 한 겁니다.


필: 그러한 안철수 신당의 존재는 제 3당의 존재가 맞습니까?


주: 뒤베르제의 법칙(편집자 주 : 프랑스 정치학자 뒤베르제가 발견한 소선거구제에서는 양당제가, 비례대표제에서는 다수당제가 되는 경향)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소선거구제에서 제 3당의 존재는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제 3당의 존재는 있지 않다고 봐요. 제3당이 아니고 그냥 야권의 패권싸움입니다.  


야당의 패권을 누가 차지하느냐? 안철수 본인은 낙선하고 정계은퇴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아마. 이번 총선에 또 상처를 입고, 이미 망가진 거 또 한 번 망가져버리면 기브 업 해버릴 수 있죠. 하지만 의미는 있는, 변화를 가져오는 패권 다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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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뉴레프트, 그리고 사민당


필: 이제 선거가 얼마 안 남았잖아요. 안철수 신당은 야권의 패권싸움이다, 결국 반 새누리 연합으로서 한 몸이라는 거죠?


주: 거시적으로 그렇다고 봐야죠.


필: 현실은 그런데 지금 야권 지지층이 악과 깡만 남았달까요. (웃음) 문재인을 노무현의 계승자, 그리고 노무현은 정의의 화신. 그렇게 계보를 타가지고 해석을 하면요, 그러니까 해석을 그렇게만 하면 안철수는 민주주의의 적이에요. 


주: 그 사람들이 생각이 흔들릴 때쯤에 회진을 다니면서 주사를 한 대씩 놔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필: 그게 또 특정한 직업군을 형성하죠. 총처럼 쏘는 불주사 들고 다니면서.(웃음) 결국 야권 분열은 패권싸움이다, 즉 분열 자체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시고. 자 아까 말씀하신 감독. 누가 해야 합니까?


주: 감독, 코치들이 뉴레프트 감독들이 나서서 올드레프트 공격하고, 올드는 방어하고, 이렇게 해서 철학과 세계관에 대순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뉴레프트가 나서야 한다.' 주대환의 당연한 결론일 수밖에 없다. 



필: 그러면 사민당 자체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볼까요? 요번에 창당준비를 하시고. 사실 지금 사민당 자체를 보면 당세가, 솔직히 말씀드려서 작은 정도가 아니라 미약합니다.


주: 예, 그렇습니다.


필: 사실 당이 제 발로 서려면 조직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인물이 있거나 이 세 가지 중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하잖아요. 주대표님이 계시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주: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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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아무것도 없어요?


주: 깃발밖에 없습니다.


필: 하하. 그럼 이 당이 현실적 가능성을 두고 만든 정당입니까?


주: 아닙니다. 세속적인 의미의 정당이라기보다는 뉴레프트 운동 단체? 그냥 깃발이라 합시다. 깃발이 왜 필요하냐면, 군대가 움직일 때 방향을 제시할 깃발이 필요합니다. 무거운 깃발을 왜 들고 다닙니까? 군대에서 기수의 역할은 진격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필요한 거거든요.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누구든 굉장히 답답할 거라고 봅니다. 온갖 짓을 다 해봐도 국민들이 만족하지를 안잖아요. 도대체 무슨 야당을 하면 되나? 이 시대가 또는 지금 한국 국민들이 원하는 야당은 뭔가? 사회민주당이라고 봅니다. 그게 답이거든요. 사회민주당. 독일의 사회민주당 같은 것이 나오면 "바로 이거야" 하면서 지지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입니다. (웃음)


필: 질문을 많이 준비했는데 깃발이라고 말씀하신 순간 어... (웃음) 야권 전체의 재편과 진화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당이었군요.


주: 예 그렇습니다. 야당의 미래의 모습, 미래에 있어야 될 자리, 그런 것을 이야기 합니다.


필: 그래도 국민들에게든 선수들에게든 알려져야 하잖아요, 어떻게든?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돈도 없고, 세력도 없는 상태에서 평범한 마케팅으로 되겠습니까? 


주: 깃발이 굳이 커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깃발을 들고는 있을 정도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소선거구제는 그조차 힘들게 합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즉 선거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안철수의 대안야당 등 다른 정당과 교집합이나 부분집합을 이루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사회민주당은 물처럼 흐르고, 또 스며들고자 합니다. 그것이 사회민주당의 전략입니다. 


필: 필요하다면 기존 정당 속에서, 또는 그에 기대서 활동할 수도 있다? 


주: 그렇습니다. 특히 신생 대안야당의 경우에는 미래 세대, 2030세대로부터 현실적인 호응과 이해를 받을 필요가 있고요. 2030은 호응과 이해를 해줄 준비가 이미 되어 있습니다. 사민당이 그들의 시선을 붙잡아 둘 깃발을 흔들고, 그들의 입김이 부는 방향을 알려주는 풍향계가 되겠다는 겁니다. 


필: 자... 그렇다면요, 기존의 정의당, 제 3당이라고 하는 정의당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5.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의 개다"


주: 정의당은요 늑대가 아니고 개입니다.


필: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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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그러니까 주인이 설정해준 공간을 벗어나질 않아요. 맹렬하게 짖지만 집 밖에는 안 나가죠.  


필: 주인은 누구입니까?


주: 주인은 더민주죠. 민주당의 개다 이겁니다.


필: 민주당의 개.


주: 예. 거기서 먹이를 좀 나눠주지. 


필: 민주당이요. 


주: 예를 들면 이쪽 동내에 큰길이 있고, 길을 사이로 양 쪽이 있어요. 이쪽 동네 한 구석에서 어떤 짐승이 왈왈왈 큰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아~ 박근혜정부 이래서야 쓰겠냐." 민주당보다 과격한 목소리를 내주는 거야. 주인은 달래지. "에이 그 정도 짖을 건 아닌데 허허..." 그래도 사료는 줍니다. 기특하니까. 얘는 저쪽 편에 넘어가지 못합니다. 못할 거라는 걸 알아요.


늑대가 필요합니다. 지금 흐름은 늑대가 필요해요. 늑대는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수틀리면, 정말 필요하면, 때로는 여당하고도 손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2030세대가 바라는 뭔가라고 봅니다. 


사실 정의당은 인물도 훌륭한 사람이 많이 있고, 인지도 있는 사람도 많이 있고, 이 사람들 이미지도 아주 좋아요.


필: 여론 자체는 좋아요. 당 자체의 이미지는.


주: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잖아요. 


필: 그러니까 그렇게만 한다면, 늑대만 된다면. 


주: 맞아요. 민주노총 눈치를 떨치고 일어서고 북한 문제에 습관을 벗어던지고 나서고 하면 되는데 거기서 못 벗어나고 있어요. 오히려 더 강하게 묶여있어.


필: 맞아요, 더 강하게 묶여 있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개 목줄 생각이 또 나는데 (웃음) 정의당 개 발언 하신 거. 딴지일보는 원래 다 받아 씁니다?


주: 늑대와 비교했을 때.

 

필: 네네, 늑대와 비교 했을 때의 개죠.


주: 표현이 그렇지. 


필: 그러니까 그렇게 표현하면 참 안습인 게, 정의당은 그냥 개도 아니고 민주당이 굶겨 키우는 개잖아요. 사냥꾼들이 사냥개를 죽지 않을 만큼만 굶겨 키워서 근성을 유지하잖아요. 진짜 안습이에요. 특히 선거 때도 그렇고 절대 배부르게 안 해줘요. 


주: 늑대가 돼서 자기 야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자유롭게 움직였으면 어땠을까요. 안타까운 게, 안철수처럼 맹탕인 사람도 3번 자리를 차지하는데 이렇게 만년 한자리수를 못 벗어나면 스탠스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이 사람들 열심히 안하는 것도 아니에요. 엄청나게 열심히 하잖아요. 이 사람들 진영 논리를 못 벗어나서 그래요. 다 내 옛날 동지들이이라고. 내가 막 안타까워. 진영구도를 깨야만 한다, 거기서 벗어나야만 한다, 벗어나기로 마음만 먹으면 된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필: 사회민주당은 늑대가 되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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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네. 동네 한가운데 대로로 나오자. 이 골목에 갇혀 있지 말고  대로변에 나와서 어슬렁거리면서 탈 진영 하자. 온 동네 판을 흔들자. 이것이 정의당과의 차이입니다.


필: 좋습니다. 이제는요, 사회민주당. 이름부터 아주 노골적으로 빨갛습니다. (웃음) 공산주의와 무엇이 다릅니까?


주: 공산주의,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흔히 사회주의라고도 하는데 하여튼 공산주의는 독주입니다. 보드카나 고량주 같은 독주가 있잖아요.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거죠. 그런데 맥주, 막걸리, 뭐 포도주 이런 따위들은 그냥 뭐 밥 먹으면서 한잔씩 해도 일하는데 지장 없잖아요. 


그런데 민주화 운동 세대는 왜 보드카를 좋아 하느냐? 왜 고량주를 좋아하느냐. 젊을 때 그것을 마셔가지고 그 짜릿한 기분을 잊지 못합니다. 하지만 신세대 취향은 또 다릅니다. 


필: 그러니까 공산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차이는 그거다.


주: 프랑스 사람들 포도주 마시고, 독일 사람들 맥주 마시고, 일본 사람들은 사케 마시고, 한국 사람들 막걸리 마시는데 그런 거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노동도 하면서 마시잖아요. 보드카나 고량주 이런 건 몇 잔 마셔버리면 몽롱하게 기분은 좋지만 판단력은 떨어뜨리죠. 


공산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차이는, 사회민주주의는 술은 술인데 독주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 생각 저 생각, 다양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진 것. 그래서 사회민주주의는 이념이 아닌 이념이다. 이데올로기는 이데올로기인데... 이데올로기 같지 않다. 


필: 왜 굳이 술로 비교를 하십니까? 저는 독주 좋아합니다만. (웃음)


주: 우리 전통은, 동아시아 공산주의는 민족주의하고 결합된 겁니다. 보드카에 고량주 섞은 거죠.


필: 아, 공산주의에 민족주의를 섞은 게. 이제 취지가 이해가 갑니다.


주: 응. 완전히 그냥 보드카에다가 고량주를 섞어버려 가지고 굉장히 독한 술이에요, 이게. 이걸 한잔 먹으면 아무리 강한 적하고도, 일본제국주의 이런 놈들하고 싸울 수 있죠. 그때는 그게 필요하다니까. 그때는 한잔씩 딱 마시고 싸워야 돼. 그러나 지금은 포도주, 맥주, 막걸리, 사케를 마셔야 하는 시대란 말이에요.


필: 그게 인제 독주로 폭탄을 말아서 약까지 좀 치면.


주: 고걸 인제 주체사상이라고 하고요.


필: 주사파, NL은 폭탄주를 상시복용해서 지금 상태가 그렇게... (웃음)


주: 그렇죠. 젊을 때 중독이 되어버리면 잘 못 끊어요. 그 맛이 몹시 좋거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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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 독주와 반주로 사회민주주의를 설명했다. 물론 거칠다. 하지만 직관적이다. 만약 여기서 공산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차이를 구구절절 설명한다면 재미도 없겠거니와, 사전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궁금한 지점은 직접 찾아보면 될 것이다. 이쯤해서 문을 쾅 닫고 나와도 독자제위의 불만은 없으리라 기대한다. 



* 진지빨고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있는 독자들은 사회민주당 홈페이지에서 설명된, 다음글을 참조하시라.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6. 2030과 사회민주당


필: 이 인터뷰를 끝내기 위해 정의의 문제를 꺼내겠습니다. 


주: 해 보세요.(웃음)


필: 2030 말씀 꺼내신 거 완전히 정리하죠. 저는 386과 88만원 세대에 끼어있는, 그러면서도 88만원 세대에 연령적으로 밀착한 세대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동년배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래위를 번갈아가면서 관찰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미리 양해를 드리자면 말을 좀 길게 하겠습니다. 


제가 느낀 386세대를 보면 정의란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이상적인 것입니다. 좋게 말하면 숭고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막연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른 차원에서 정의의 문제에 접근합니다. 


2030은요, 우리나라는 사회 구석구석까지 정의롭지 않다고 확고하게 믿습니다. 심지어 사회의 수혜를 받는 금수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부정하지 않습니다. 2030들에게 정의는 추상적인 것도 아니고 찾아 떠나야 하는 보물도 아니고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정의를 추구한다기 보다는, 정의에 민감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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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한겨레


이런 겁니다. 수백 억 원을 해먹는데 빵 훔쳐 먹다 걸린 사람보다 형을 적게 받고, 조 단위 비리가 생계형 비리라는 소리를 듣고, 황제노역 하고 말이죠.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인맥, 이건 말이 인맥이지 카스트의 결계죠. 이거는 기성세대가 정말로 할 말이 없는 부분이죠. 다른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결핍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정의에 민감하냐? 사회는 가난하고 힘없는 나한테 결코 정의롭지 않을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갈등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믿음. 공권력이 나의 억울함을 결코 돌보지 않을 거라는 확신. 왜? 나는 부와 권력이 없으니까요.


이건 공포잖아요. 공포가 생존이 유리하다고 본능이 판단해서 공포를 느끼는 거거든요. 예컨대 세월호 사건. "강남학교 학생들이었다면 그렇게 다 죽었겠느냐." 이런 울분이 터져 나왔을 때 아무도 반박을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서비스가 날 구해주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런데 난 유리 봉투라 성실 납세자인데 정작 같은 상황에서 구조를 받을 부자들은 세금을 안 낸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됩니다. 


정의의 문제는 삶의 직접적 행복과 거리가 있기는커녕 외려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거든요. 우리 야권 얘기 많이 했죠. 왜 야권이 박정희, 이승만 욕하고 그런 선악의 이분법이 비록 야권의 한계지만요, 거기에 젊은 층이 실제로 위안을 받아요. 


'그래 적어도 나쁜 건 나쁜 거야. 나쁜 게 아직 좋은 거로 둔갑하지는 않았어.' 이게 직접적인 위안을 주고 삶의 불행을 조금이나마 완화해줍니다. 이건 제 분석이지만, 같은 차원에서 국정교과서에 젊은 층이 반대하는 이유는 분노가 아니라 공포입니다. 대표님께서 상상하시는 수준보다 더 심한 공포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선악의 이분법과 정의구현 차원의 정치에서 빠져나와 실리적으로 다수의 삶의 수준을 끌어들이자는 것은, 좋습니다. 저는 정말 필요하다고 봐요. 하지만 정당이라는 것은 정의의 문제에선 완전히 유리될 수 없어요. 2030들에겐 정의의 문제가 필요합니다.  


주: 그렇죠.


필: 그런 차원에서 독재자들에 관한 말씀을 제가 붙잡고 늘어졌었던 것은, 사민당은 정의의 문제에 대표님 말씀대로 '쿨하다'는 인상을 줄 수가 있다는 겁니다. 


주: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나 성격이 이런 모습으로 온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필: 있습니다. 많죠. 출발선이 다르고, 조건이 다르고, 그다음에 인맥은 당연히 있는 거고, 그건 예컨대 미국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미국도 유럽 사람의 기준에선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굉장히 경멸적인 시선까지 보내는 승자 독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요. 어쨌든 규칙은 지켜진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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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형을 선고 받은 미국의 금융가 버나드 메이도프


예를 들어서 드러난 반칙에 대해서 분명한 제재가 있어요. 기업가가 횡령하다가 걸리면 2~300년을 받고 이런단 말이에요. 우리는 아이고, 뭐냐는 거죠. 대표님은 사회의 경제구조적인 차원에 집중을 해서 말씀을 하시는데 정의의 차원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따로 있고, 그것은 의외로 생존의 스트레스입니다.


왜냐하면 386은요, 불의를 외면하고 행복한 돼지가 될 것이냐 고민했다 이겁니다. 88만원 세대는 세상이 정의롭지 못해서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의 문제를 독점하려는 싸움, 상대를 악마로 만들어서 누가 덜 나쁜 놈인지를 증명하는 지금의 정치싸움은 저도 신물이 납니다. 그러나 다른 차원의 정의. 미시정의, 생활정의의 문제는 따로 있고요. 탤런트 김부선 씨가 난방비 부정 가지고 싸운 거 2030이 관심이 얼마나 많고 열광하는데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사회민주당이 내놓는 가치의 의제에서 정의의 문제가 독립될 수 있습니까? 그래도 됩니까?


주: 이 지점에서 역질문. 그래서 그러다 보니까 지금 이야기 하는 정의... 그러면 어떤 규칙이 깔끔하다고 하면 불리한 결과에도 승복하고 이해를 하나?  


필: 낫죠. 그래도 낫죠, 받아들일 수 있죠. 그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주: 그래요. 그런 점이 한국은 많이 안 세워졌어.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자신의 현재가 미래에 불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어도 결과에 납득할 수 있는 룰을 잘 세워야 합니다. 예전에는 한국 사회가 그 필요성을 못 느꼈지. 없었지 한국은. 옛날엔 같이 길가에 오줌도 싸고, 약간 반칙도 하고, 파출소에 술 먹고 들어가서 난동도 피우고, 불법적인 거를 같이 막 저지르면서 그리 살아왔지요. 한국이 그런 점에서 취약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제 다시 대한민국이 평등해지기 위해서 룰을 바로 세운다는 점이 병행되어야 하겠습니다. 


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정말정말 마지막. 청년세대, 아니 청년세대란 말은 좀... 왜냐하면 청년세대란 말이 나온 지 벌써 꽤 됐고 이들의 문제가 고착화 되고, 7~8년이 되었잖아요. 이 청년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장년이 되었어요. 정규직이거나 무직인 채로요 여전히. 그러니까 청장년들에게, 청년이 아니라요.(웃음) 한 말씀 해 주시죠. 위로가 되었든 무엇이든.


주: 청년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후진국 사람이 선진국 사람에게 감히 무슨 위로나 격려나 가르칠 것이 있겠습니까? 


필: 아니 누가 후진국 사람이라는...


주: 나는 후진국에서 태어난 후진국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난 선진국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 "당신들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말밖에... (웃음) 내 친구들 중에 청년연합36.5 대표 조용술(81년생), 글쟁이 한윤형(83년생) 등 젊은이들도 몇 사람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이 나보다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제가 평생 공부하고 고민해서 어떤 지점에 도달하고 보니 그들은 이미 그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나의 공부와 고민은 여울물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떠내려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난 정말 우리 아들들에게도 잔소리 안 합니다. 아들이 둘이 있거든요. 81년생, 90년생. 이야기는 내가 주로 듣지, 그 녀석들에게... 하하.


오늘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도 사실은 청년들에게 들은 이야기지. 그리고 기성세대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청년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필: 아, 예.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주: 감사합니다. 



원래 평등한 것이 대한민국이다. 


평등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고로 이 나라를 대한민국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이것이 주대환의 사상이며, 사회민주당의 창당 목표다. 


그가 제시하는 방편과 근거는 진보진영의 고정관념을 시종일관 위협한다. 시각에 따라서는 반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목표는 더없이 급진적이다. 어디까지 동의할 지, 어떻게 반박할지, 어느 장단에 어디까지 맞춰줄 지는 이제 독자제위의 몫이다.


긴 인터뷰의 결론을 한 꼭지로 소화할 수는 없으리라. 오히려 간단한 한 문장으로만 이 기묘한 기사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대환은 스스로 진정한 좌파라고 여기고 있다. 


그의 착각일까? 



* 사회민주당의 정책과 주장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사회민주당 홈페이지 참조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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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1. 나는 대한민국을 긍정한다

2. 평등하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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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