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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의 시대다. ‘진상’은 여러 형태로 표출된다. 길거리 쓰레기통에 자기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진상도 있고, 무자본 갭투자로 892채의 빌라를 소유해놓고 세입자들 보증금 떼먹는 진상도 있고, 장사 잘되는 고깃집에서 상한 고기를 빨아서 쓰다가 들키는 진상도 있다. 그 유명한 땅콩회항이나 혹은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소위 ‘갑질’로 표출되기도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진상’질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 사회 공동체를 향한 공격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 우리 공동체를 공격하는 또 다른 행태를 소개한다. 

 

 

<조선일보> 박은호 사회정책부장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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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 기사 타이틀을 보자마자 떠오른 짤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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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과학”이라고? 그럼 “AZ 맞은 후 다리가 붓더니 폭발”했다는 것도 ‘과학’이냐? 

 

이건 뭐 더 논평할 필요나 있을까. 이 지면에 대고 그간 <조선일보>가 세간에 뿌려댄 방역 방해 기사 타이틀을 긁어다 붙이기만 해도 이번 회차 <기사실명제>는 꽁으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난 고료도둑이 아니다. 신뢰와 원칙의 화신이다. 우리 그냥 부장님이 큰 웃음 주신 거라 치자.

 

 

다음은, 무려 기자가 셋이나 달라붙어 남의 다리를 긁은 진상질 케이스를 보자.

 

<중앙일보> 박용한, 김상진, 이철재 기자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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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해당 기사가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주워듣고 사실이라 굳게 믿는 내용은 이거 하나다. 

 

“1호기는 동체의 뼈대가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전면적인 분해 작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건 방사청도 인정하는 바다. 이거 한줄 빼고 다른 주요한 주장을 담은 문장이 어떠한 어미로 끝났는지 살펴보자. 

 

익명의 예비역 공군 장성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익명의 항공산업 관계자는 “해외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며 “무게중심이 맞지 않았던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의아하고, ~때문일 수 있다는 가정형의 두 가지 주장을 듣고 용한이는 출고식을 앞두고는 언론에 현장 공개하며 열나게 홍보해놓고 출고식 이후 분해 사실을 알리지 않아서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출고식 일정에 맞춰 서둘러 조립한 것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자초하게 됐”단다. 용한이가 의심하는 것은 방사청 탓인 거다. 방사청이 일을 이상하게 하니 용한이는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헌데 이상하다. 기사 곳곳에 방사청의 답변이 담겨 있다. 

 

“이달 중순쯤이 지나면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다.” 

“(전면 분해는) 지상 시험 과정 중 계획된 절차.”

“이미 완성된 시제기를 봤던 국민들이 현재 분해된 기체 모습을 보고 오해를 할 수 있어서 공개하기 어렵다.”

“이번 전면 분해는 KF-21 사업 진행이나 시제기 자체의 성능과는 무관하다.”

 

아니 씨팔, 뭘 더 어떻게 설명해야 해? 귓구녕이 뎀뿌라여? 왜 말을 해도 알아듣질 못하니?

 

이 기사에 대해 정작 현장에 있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뭐라고 하는지 함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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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조선일보>를 꿈꾸는 듯한 행보를 보여줬던 <파이낸스 투데이>에서는 똥볼을 거하게 찼다.

 

<파이낸스 투데이> 한영만 기자 (202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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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삭제된 이 기사에서 영만이는 이렇게 주장했다.

 

“할리우드 범죄영화의 감수를 담당하기도 한 캐나다 왕립범죄청 수석분석관 왓슨 아멜리아는 '범죄분석관 17명의 의견으로는 타살사건에 무게가 실린다. 만취한 사람이 얕은 물에 빠져죽는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에 먼저 범죄를 의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마피아 조직을 척결하는데 결정적인 공로를 세워 유명해진 법의학자 모리 칼리오페 교수는 '친구 A군의 움직임은 만취자의 전반적인 움직임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가 만취상태였다는 주장은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국 FBI 국장 ‘카세이 조슈’와 프랑스 헤르에스타 그랑제콜 정치외교학 교수 ‘앙쥬 카트리나’도 등장해서 비슷한 소리를 지껄인다. 

 

문제는, ‘왓슨 아멜리아’, ‘모리 칼리오페’, ‘카세이 조슈’, ‘앙쥬 카트리나‘가 실제하는 인물이 아니라 가상 유튜버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는 점이다. 

 

하나도 웃기지 않다. 외려 참담하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풋풋한 청년이 죽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까. 거기 달라붙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버러지들의 행태도 충분히 절망적인데, 하필 이런 이슈에 ’복붙‘이라니. 이걸 기사라고 쓰면서 그 흔한 검색 한번 안 했다니. 그리고 데스크 또한 이걸 걸러내지 못했다니. <파이낸스투데이>는 자사 기사 공신력을 스스로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너무 잘 알겠다. 

 

어디 <파이낸스 투데이>뿐이런가. <기사실명제>를 통해, 이른바 ’중앙' 일간지라는 것들이 당사자에게 전화 한 통, 질문 한 번 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쏟아낸 오보들을 차고 넘치게 소개했지 않은가. 

 

웃고 넘어갈 진상질이 결코 아니다. 가뜩이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저신뢰 사회‘라고 꼽던데, 위의 기사들이 켜켜이 쌓여 우리 사회의 상호불신을 높이고 신뢰도를 떨어뜨리는데에 일조하는 거 아니냔 말이다. 

 

이는 기자 나부랭이의 월급도둑 행위 따위가 아니다. 언론사 나부랭이의 광고 밥벌이 차원이 아니다. 우리 공동체를 향한 명백한 테러다. 뭔 수를 쓰든 빨리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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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