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21년은 대한민국 국방 분야에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계속 터지는 해인 것 같다. KFX, 미사일 사거리 지침 폐지, SLBM 시험발사,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항공모함 도입사업’이 있다.

 

madex.JPG

MADEX 2021의 모습

 

“올해 마덱스(MADEX : 국제해양방위산업전)는 항공모함 부스가 반이에요. 현대중공업이랑 대우조선해양에서 목숨 걸고 덤벼들어요.”

 

마덱스 시작하기 전부터 들려오기 시작한 이야기다.

 

올 여름 바다는 아직 만들지도 않은 항공모함 때문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 항공모함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1. 우리도 항공모함 도입하나

 

2020년 8월 10일 국방중기계획이 발표됐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무려 300조 7,000억 원을 투입해 전력을 증강하겠다는 내용인데, 눈 여겨봐야 하는 건 해군 쪽 예산이다. 대충 살펴봐도, 이지스함 추가 전력확보, 6천 톤 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핵추진 잠수함이란 말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4천 톤 급 잠수함 건조계획, 그리고 계속 간을 봤던 ‘대형수송함’ 사업을 F-35B(수직이착륙)전투기를 탑재한 3만 톤 급 경항공모함으로 도입한다는 거였다.

 

결국 현존하는 제7기동전단을 기동함대사령부로 확장에서 개편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작년에 이 계획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었다.

 

왜 우리 정부는 부랴부랴 해군력 확충에 나설까? 이유는 차고 넘친다. 중국과 일본이 군비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다.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지금, 전력확보에 나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건 ‘3만 톤 급 경항공모함’이다. 중국과 일본이 너나할 거 없이 항공모함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항공모함 한 척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란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결국 항공모함 도입이 공식화된 거다.

 

해군은 그야말로 목숨 걸고 여기에 매달리고 있다. 동원할 수 있는 매체란 매체는 다 동원하고, 세미나란 세미나는 다 열어서 항공모함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필요성.jpg

 

해군이 항공모함에 눈독을 들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이리저리 찔러보다가 2000년대 독도급 대형수송함(LPX-I)을 도입, 군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여기에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하면 항공모함 아니냐는 말도 나왔는데, 갑판부터 뜯어고쳐야 해서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다 마라도함이 나오고 독도급 강습상륙함 3번함에 F-35B형을 탑재하잔 이야기가 나왔다. ‘다목적 대형수송함(LPX-II)’을 만들자는 거다.

 

해군이 만약 항공모함을 도입하려고 한다면, 지금 만한 적기(適期)가 없다.

 

“중국이 랴오닝, 산둥에 이어서 세 번째 항공모함 만든다. 걔들 붕어빵처럼 막 찍어내서 좀 있으면 6척 체제 만든다고 한다. 일본은 어떤가? 헬기항모인 이즈모급을 개조해서 F-35B 운영한단다. 양쪽 항공모함에 밀려서 샌드위치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도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한다!”

 

뭔가 좀 있어 보이는 논리전개다. 여기에 양념을 더 하면,

 

“미국이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려 한다. 인도양에서 말레카 해협까지의 해양수송로는 미 제7함대가 지켜줘서 안전했는데, 만약 미국이 발을 빼거나 한 발 물러서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생명줄이 위험해진다! 이걸 지키려면 항공모함이 있어야 한다!”

 

이건 좀 꽤 논리구조가 탄탄해 보인다(요즘 해군이 각종 세미나에서 계속 내밀고 있는 게 해상교통로 확보에 관한 이야기다).

 

약간 좀 억지스런 주장도 내놓는데,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꼭 항공모함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 공군 비행장이 폭격을 당해서 비행장을 쓸 수 없게 된다면? 당장 비행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선 움직이는 비행기지 항공모함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 거다!”

 

이건 좀 많이 나간 주장이다. 우리나라 전체에 있는 활주로가 다 망가진다면? 그건 그거대로 나라 망한다. 공군도 이런 일을 대비해 계획을 다 짜놓았고, 활주로 복구 훈련도 한다.

 

(한반도 전역으로 한정하자면, 대잠작전, 함대방공망 제공, 조기경보 등의 방공작전에 관한 건 현재 있는 해군 항공대와 공군으로 커버 가능하다. 상륙지원이나 해외국민 구호임무는 독도함이나 마라도함이 있다. 함대지휘에 대한 영역은 세종대왕함이 있다. 한반도에 한정하자면 항공모함은 필요한 존재는 아니다)

 

이 때 나오는 게 효용성 논란이다. 경항공모함 1척이 얼마나 대단한 전력을 보여줄까?

 

 

2. 전면전에서 경항공모함을 사용할 수 있는가?

 

dd.jpg

 

항공모함은 한마디로 말해서 ‘떠다니는 공군기지’다. 항공모함의 적 영해 근처를 맴돌면 적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언제 어떻게 타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기에 적들도 이 항공모함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고, 항공모함을

 

“최고의 목표물”

 

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항공모함을 타격하기 위한 수많은 수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의 DF-21D 같은 대함탄도미사일(ASBM)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전통적인 대함미사일 등등 수많은 위협에 노출돼 있다. 항공모함도 이런 위협에 대응하고자 항모전투단을 편성해 이지스함도 붙이고, 잠수함도 붙이고 하면서 대응을 하지만 이게 좀 난감하다.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쓴 ‘항공모함’ 기사를 보면 잘 나온다(링크))

 

우리나라가 만들려고 한 경항공모함은 미국의 운영중인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아니다. 니미츠급은 배수량 10만 톤에 함재기 86기를 운용하는 말 그대로 '떠다니는 공군기지'다. 이런 미국도 요즘에는 항공모함 타격수단, 앞에서 언급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대함탄도미사일에 대해 부담을 가진다. 물론 이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전술도 나오고, 아메리카급을 확충하고 대형 항모의 효용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하면서 항모 운영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자,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의 경항공모함은 미국의 니미츠급의 대형항공모함이 아니다. 간단하게 비유해보겠다.

 

“야, 이제 너도 대리 달았는데 차 하나 뽑아야지!”

“뭐 뽑게? 이번에 김차장 보니까 제네시스 뽑았던데 좋드라.”

“에이, 그게 찻값이 얼만데! 유지비도 많이 나가!”

“그럼?”

“스파크나 레이 같은 경차 하나 뽑으려고, 출퇴근용이니까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차는 찬데 경차다. 고속도로나 장거리 뛰기에는 약간 부담된다. 그럼 우리가 도입하려는 항공모함은 어떻게 쓰이는 걸까?

 

“야, 나도 차 있어! 오너 드라이브라고!”

 

해군이 말하는 현시성(顯示性) 전력이란 거다. 해군은 보여주는 걸로 전쟁을 억제하는 경우가 꽤 있다. 대표적인 게 관함식. 영국이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미친 듯이 관함식을 열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다.

 

“우리도 항공모함 있다. 우습게 보지 마라.”

 

라는 논리가 나온다. 잠수함이 아무리 회심의 카드라고 말해도 이건 물속에 숨어 있어야 하는 존재다. 겉으로 보이는 전력 중에서 해군 기준 가장 큰 전력은 항공모함이 될 수밖에 없다. 평시에 주변국에 이 항공모함을 보여주면서 나름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다.

 

문제는 대규모 전면전이 발발했을 경우다. 대규모 전면전이 발발했을 경우에 이 항공모함은 덩치 큰 목표물이 된다. 이건 항공모함에 찬성하는 이들도 인정하는 부분일 거다. 물론, 미국과의 연합 상륙작전 같은 경우에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대규모 전면전에서는 제1목표가 돼서 함부로 움직이기 힘들다.

 

'가성비' 논란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한반도 인근에서 작전을 펼칠 때 공중엄호를 해준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한반도 주변 수역은 좁다. 즉, 공군의 항공지원이 가능하다. 항공모함은 공군의 지원 범위 밖으로 나갈 때 필요한 물건이다. 즉, 대양으로 나갈 때다. 우리 영토가 제주도 밖에 있나? 없다.

 

그럼 해군이 말하는,

 

“해상교통로를 지키기 위해서.”

 

란 논리도 생각해 봐야 하는데, 미국이 손 털고 나간다면 이건 답이 없다. 한국이 경항공모함으로 어떻게 해볼 수준이 아니란 거다. 대규모 전면전이나 중국을 현실의 적으로 놓고 싸운다는 전제하에서 경항공모함은 분쟁지역에서 대치하는 용도로는 인정할 수 있지만, 전면전인 상황에서는 비비기 어렵다.

 

3d모델링.jpg

 

“말레카 해협으로 갈 수 있지 않나?”

 

분명 말하지만, 압도적으로 밀린다. 한국이 중국 해군과 대치한다면 제주도 앞바다나 서해 인근일 텐데, 이 경우에는 공군을 부르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