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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 북한 최고의 가수 김옥주

 

2021년 7월, 30대 가수 김옥주가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인민배우’는 가수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명예의 자리이다. 

 

김옥주1.jpg

 

북한에서는 가수도 공무원이다. 등급이 있고 평가를 받아 승진한다. 공무원 직급으로 가장 높은 급수는 1급, 특별한 공로를 인정받으면 공훈배우, 그중에서도 특별해야 받을 수 있는 게 ‘인민배우’다. 

 

가장 최근에 인민배우 칭호를 수여 한 것은 2015년이다. 인민배우 칭호 자체가 6년 만인 데다가 ‘30대 인민배우’는 몇십 년에 한 번 나올 역대급 기록이다. 김정은 시대에는 김옥주가 유일하다. 

 

“응? 누구? 나는 모르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2018년 강릉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이선희의 히트곡 <J에게>를 불렀던 가수라고 말하면, ‘아! 그 가수’ 하고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이 가수는 현재, 북한에선 레전드로 분류되는 고위 공무원(!?)이다. 

 

 

이선희김옥주.jpg

 

 

 

북한 가요계에서 잘 나가는 기준, 세 가지

 

북한에서 가수가 잘나간다는 건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한국에선 음반 판매량이나 방송 횟수 등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혹은 BTS처럼 빌보드 차트 순위가 인기도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북한은 좀 다르다. 음반판매량을 확인할 수도 없고, 방송 횟수로 규정할 수도 없다. 물론 빌보드 차트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첫째, 공연에 많이 올라가야 한다. 주요 기념공연 무대에 자주 오르는 것이 중요하다.

 

김옥주 공연.jpg

 

주요 명절이나 큰 행사가 열리면 기념공연, 축하공연을 한다. 축하공연은 대개 가수의 노래와 연주, 무용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에도 제8차 당대회경축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를 시작으로 설 명절경축공연, 광명성절기념공연, 제8차 당대회 결정관철을 독려하는 공연, 태양절기념공연, 국무위원회연주단 공연 등을 진행하였다. 

 

이때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른 가수가 당연하게 가장 잘나가는 가수다. 특히 최고지도자가 관람한 공연에서 무대에 자주 오른다는 게 중요하다. 

 

둘째, 명예칭호나 훈장. 가수들에게 주어지는 명예칭호에는 공훈배우, 인민배우 칭호가 있다. 

 

인민가수.PNG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1일 국가표창을 받은 창작가, 예술인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오른편에는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김옥주가 앉아있다. 

 

예술가들도 직급이 있다. 앞서 말했듯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직급은 1급, 그 이상은 명예칭호인데, 공훈배우, 인민배우 칭호가 있다. 우리로 치면 차관급, 장관급이다. 

 

인민배우 칭호를 받는다는 것은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았다는 말로 영웅칭호라는 것도 있다. 공화국영웅, 노력영웅이 있는데, 공화국영웅은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 우수한 성적을 올린 인물에게 수여 하는데, 가수보다는 예술인이나 체육인이 중심이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아무하고나 찍는 사진이 아니다. 최고지도자와 사진을 찍어야 한다. 바로 곁에서 사진을 찍거나 손을 잡고 찍는 것은 최고의 명예다. 

 

김옥주 김일성.jpg

 

가수 김옥주는 30대 젊은 나이에 이 세 가지를 모두 달성했다. 2019년 가요 <우리의 국기>로 가수로서는 정점을 찍었고, 2021년 7월, 즉, 이번 달에 30대의 젊은 나이로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그리고 김정은의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사진으로 언론을 장식했다. 

 

2019년 이후로 북한 가요계는 가히 김옥주의 독주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녀의 가수 활동을 보면, 북한 대중문화 흐름을 알 수 있다

 

가창력이 뛰어나고 성량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옥주지만 가수로서 활동은 다사다난했다. 김옥주는 여러 예술단을 거쳤고, 소속을 보면 북한 대중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①은하수관현악단 김옥주

 

김옥주의 처음 활동은 2009년 1월에 창단한 은하수관현악단이었다. 은하수관현악단은 2009년 1월 26일에 진행된 설명절 경축음악회를 통해 대중적으로 존재를 알린 예술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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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현악단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은하수관현악단은 서양 클래식악기와 개량 민족악기로 구성된 ‘배합관현악’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양한 전자악기까지 결합된 세미클래식(파퓰러 오케스트라) 악단이었다. 

 

연주가들은 북한 최고 수준의 음악가들로 20대 젊은 예술가 15명으로 구성된다. 구성원들은 대부분 국제성악 콩클 대회 수상자와 북한에서 열리는 개인 경연대회인 ‘2·16예술상’ 수상자였다. 

 

‘2·16예술상 경연’은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을 즈음하여 열리는 예술경연대회로 전문가를 포함, 일반인까지 음악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가하여, 자기 분야에서 최고 실력자가 누구인지를 겨룬다. ‘2·16예술상’을 받았다는 것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수로는 김옥주를 비롯하여 리류경, 김향미, 김성심, 리옥화 등이 있었다. 그리고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도 은하수관현악단 소속이었다. 리설주와 함께 활동하였다는 것도 김옥주의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은하수관현악단은 러시아와의 문화외교 행사에서도 공연을 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런 국가급 행사에 참여했다는 건 북한 최고의 예술단을 의미한다.

 

그 뒤로도 여러 음악회 등을 진행하며, 소속 가수와 창작가들은 김일성상, 김일성청년영예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명예칭호, 훈장 칭호 메달을 받았다.

 

은하수관현악단 공연

 

은하수관현악단 때, 리설주 독창

 

하지만 그렇게 잘 나가던 은하수관현악단은 2012년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이후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 은하수관현악단 소속 가수들도 다른 단체로 옮겨갔다. 

 

 

②청봉악단 김옥주

 

김옥주의 두 번째 활동은 청봉악단 공연이었다.

 

청봉악단1.jpg

 

2012년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이후 북한 공연계를 주름잡던 예술단은 모란봉악단이었다. 시범 공연부터 파격적인 공연과 무대연출로 존재감을 알리고, 각종 기념일 공연을 독차지하였던 모란봉악단의 공연이 절정에 달한 즈음이었던 2015년 7월 청봉악단이 등장하였다. 

 

2015년 7월 28일 자 『로동신문』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구상과 직접적인 발기에 의하여 우리 시대 예술을 대표하고 선도해나갈 또 하나의 국보적인 예술단체 청봉악단이 조직되였다.”

 

라며 청봉악단을 소개하였다. 

 

청봉악단의 처음 이름은 ‘왕재산예술단 청봉악단’이었다. 이후로 ‘청봉악단’ 또는 ‘왕재산 청봉악단’이라는 타이틀로 공연하였다. 청봉악단은 이후 단독공연과 합동공연을 주도하였는데, 김옥주는 단연 청봉악단의 간판스타였다. 청봉악단 소속 가수로는 김옥주, 김성심, 김주향, 송영, 리수경, 로경미, 김향미 등이었다. 

 

청봉악단.PNG

(좌측부터)김주향, 리수경, 송영, 리류경, 김향미

 

청봉악단은 이후 모란봉악단, 공훈국가합창단과 여러 합동공연, 노동당창건 70주년 공연을 같이하며, 

 

“가수들의 참신하고 세련된 형상과 풍만하고 장중한 울림으로 음악형상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었다.” 

 

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청봉악단의 활동도 오래가지 못한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청봉악단은 2016년을 정점으로 2017년 하반기 이후로는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③모란봉악단 김옥주

 

김옥주의 세 번째 활동무대는 모란봉악단이었다. 

 

모란봉악단.jpg

 

2017년 7월 17일에 열린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를 모시고 진행한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성공기념 음악무용종합공연>에서 청봉악단 소속 가수로 무대에 올랐던 김옥주는 하반기 이후로는 모란봉악단 가수로 활동하였다. 

 

다음으로 김옥주가 활동하게 된 소속이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삼지연관현악단이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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