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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동파, 수도 얼었을 때 자작 해빙기로 해결한 이야기.


서울에 강추위가 몰아치던 1월 20일 새벽, 쌀투씨는 Jr와 함께 강원도 양구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는데요. 뉴스에서는 올해 들어 가장 춥다고 연신 경고 방송을 해대고, 수도 동파방지 예방법 등을 보도하고 있었죠. 


강원도는 진짜 말도 못하게 추었습니다. 20일 아침 어머님께서 전화로 계량기 보온 잘 해놨냐고 하시면서 수도 얼지 않게 간수 잘하라고 하셨는데 미리 계량기는 꽁꽁 싸매놓아서 그리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물을 트니 안. 나. 옵. 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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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보일러를 켜보니 다행스럽게도 보일러는 작동하더군요. 계량기를 보니 말짱한데 직수관이 얼었나 봅니다. 계량기만 싸놓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직수관 자체가 얼어버리다니. 완전 망했...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이것저것 확인해 보니 집안 베란다로 들어오는 라인 쪽은 얼지 않았더군요. 결론은 외벽으로 나가는 대략 7m 길이 정도의 직수 라인 전체가 얼어버린 걸로 판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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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면밀한 상황 파악


계량기와 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수도관 해빙해주는 업체 사람들이 분주히 작업하고 있더라고요. (옆집도 얼었습니다) 이때 업체 분들한테 부탁해서 하는 김에 우리 집도 녹여달라 했어야 했는데, 혼자 어찌해보겠다고 이런저런 삽질 끝에 포기.


몇 군데 업체를 연락해 봤는데 오늘 대목이라서 일거리가 밀렸다고 하십니다. 그럼 내일은 안되겠냐고 물어보니 내일도 기약 없다면서 일단 다음날 아침에 연락해 보라고.... 게다가 기본 10만 원에 난이도에 따라 금액은 늘어난다고...


인터넷에 관련 검색을 해보는데 해빙기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 집은 수도관이 엑셀 파이프로 되어 있어 '스팀 해빙기'를 사용해야 한다는군요. 스팀 해빙기라는 것이 얼어버린 엑셀 파이프 안으로 작은 호스를 집어넣어 스팀을 이용해 녹이는 장비입니다. 원리는 간단한데 이거 자작으로도 가능할 듯싶어 검색을 해보니 압력밥솥을 이용한 간이 스팀 해빙기가 있습니다. 올레! 


압력밥솥과 호스만 있으면 작업 준비 끝.


본가에서는 압력밥솥을 사용하는 터라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수도가 얼어서 뚫어야 하니 내일 아침에 압력밥솥 좀 빌려달라고 말이죠.


다음날 본가에 가니 아버님께서 요런 걸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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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사랑이 듬뿍 담긴 아버님의 작품 No.1


가스배관 밸브와 몇 가지 피팅을 조합해서 멋진 자작해빙기를 준비해주셨습니다. 저녁에 제 전화받고 못쓰는 압력밥솥에 부랴부랴 만드셨다고 하네요. (제가 만들어도 되는데... 아버지 감사합니다. ㅠㅠ)


철물점에서 구입한 해빙기 호스를 구입해서 연결하니 딱 맞습니다. 해빙기 호스는 넉넉히 10m를 준비했습니다. 미터당 천 원대의 호스도 있는데 차갑게 경화될 경우 끊어지고 갈라지는 문제가 있어서 미터당 2,500원 짜리로 준비했습니다. (올겨울 몇 번 더 써야 할 거 같아서 비싼 걸로 샀어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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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깔맞춤


준비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해빙기 호스(10m), 배관 공구, 압력밥솥. 간단하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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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해빙기 호스, 몽키스패터(2), 바이스그립플라이어, 그리고 자작 압력밥솥(Feat. 아버님)


먼저 직수배관을 찾아서 공구를 이용해 분리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흰색 엑셀 파이프가 외벽에서 들어오는 직수 라인입니다. 분리하기 전 계량기 수도와 내부 라인으로 들어가는 밸브를 미리 잠가 주세요. 그리고 다량의 물이 쏟아질 수 있으니 물 받을 수 있는 통을 준비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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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1. 배관을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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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2. 분리 대상을 꼼꼼히 관찰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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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3. 바이스그립플라이어와 몽키스패너를 이용해 배관 분리.


배관을 분리한 후 압력밥솥에 물을 3/1 또는 절반 정도만 넣고 불을 켭니다. 물이 끓을 때까지는 스팀 레버를 잠가놓고 일단 대기. 야외에서 작업하실 때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셔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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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과 함께 자식 사랑의 위대함도 올라온다.


물이 끓었다 싶으면 스팀 레버를 열어줍니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스팀이 나오게 되는데요. 이때 반드시 목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착용하세요. 스팀의 온도가 매우 뜨겁기 때문에 손에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전 오른손에 화상 입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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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퐈이야!


그리고 분리한 엑셀 파이프 안으로 해빙기 호스를 밀어 넣으면 됩니다. 호스를 계속 밀어 넣다 보면 파이프 안에 얼음이 녹으면서 점점 깊이 들어갑니다. 스팀에 압력에 의해서 중간중간 얼음 녹은 물(뜨거운 물)이 역류하니 조심하세요. 해빙기 호스를 넣다 보면 어느 순간에 막인 곳이 뚫리면서 '쑤~욱'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 완료. 


일단 확인을 위해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계량기로 달려가 수도를 열어봅니다. 만약 계량기 눈금이 안 움직이면 해빙이 덜 된 것이고요. 순간 휘리릭 돌아가면 다 녹은 겁니다. 잽싸게 계량기를 잠그고 해빙기 호스를 걷어내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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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해빙 내시경 집도 광경


직수 관을 원래대로 연결하고 물이 잘 나오는지 확인합니다. 이제 작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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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완전 범.... 아니 해빙


혹시 모를 동파를 위해 본가에서 가져온 들통에다가 수도를 약하게 틀어 물을 받습니다. 이번 주 동안 두 번이나 이 짓을 했습니다.  내일은 진짜 정말 춥다는데 제발 수도 안 얼었으면 좋겠네요. 만약 얼어버린다고 해도 저에겐 간이 해빙기와 경험이 있으니 문제 될 것 없겠습니다. 10만 원씩 두 번 할 걸 몸으로 때우니 매우 뿌듯합니다. ㄷㄷㄷ


모두들 겨울철 수도 동파 주의하시고 따뜻한 겨울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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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예방을 위한 필수 팁


끝으로 작업하실 때 안전사고 유의하세요. 특히 스팀에 의한 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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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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