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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2편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덕의 세계를 소개하려 하였으나... 첫 글에 대한 댓글들을 보면서 '아, 산호의 생태를 좀 더 다뤄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체계적으로 말이죠.

 

그래서 각 편마다 주제를 정해서 다루기로 했습니다. 

 

2편은 산호의 생존전략에 대한 내용입니다.

 

3편은 산호의 색상에 대한 내용입니다.

 

4편은 산호의 번식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렇게 하고 5편부터 오덕의 세계로 들어가겠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재미에 치중해 보겠습니다만 잘 될지는 모르겠군요. 아무튼 두 번째 연재 '생존전략 편'을 시작하겠습니다.

 

산호는 고착성 무척추 동물입니다. 즉 이동능력이 없거나 매우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자리를 잘 잡는 것이 생존의 절대적인 조건이 됩니다. 기왕이면 볕도 적당히 들고 플랑크톤도 풍부하고 포식자들도 잘 나타나지 않는 자리를 잡으면 최고일 겁니다. 그래서 자리를 잘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개발했습니다.

 



1. 군체 이루기

 

폴립이라고 불리는 작은 개체들이 모여서 커다란 군집을 이룹니다. 우리가 다큐멘터리등에서 흔희 접하는 커다란 산호는 알고보면 작은 폴립들의 군집입니다.

 

폴립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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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립의 구조

 

개체답게 입과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단단한 외골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폴립 하나하나가 생존에 필요한 기관은 다 갖추고 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생존하는 것보다는 폴립들이 군체를 이뤄서 덩치를 키우는 쪽이 당연히 자리를 선점하는데 유리합니다. 또한 천재지변이나 포식자로 인한 물리적 손상의 복구도 군체를 이루는 쪽이 더 유리합니다.

 

아무리 물리적 손상이 심각해도 이론적으로는 단 하나의 폴립만 남아 있어도 언젠가는 거대한 군체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많은 행운과 우연의 일치가 뒤따라야 하겠지만요.

 

 

 

2. 공격 수단

 

산호는 자포동물문에 속합니다. 따라서 특수한 독을 가진 자포세포라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포세포는 먹이를 사냥하는데 주로 활용되지만 다른 산호를 공격하는 훌륭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독에는 눈이 없지요. 상대를 가려가며 공격하지 않는 겁니다.

 

또한 먹이를 소화하는 데 사용하는 위장섬모도 훌륭한 공격수단입니다. 산호는 특이하게도 위장섬모를 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촉수에 걸린 먹잇감이 도망치기 전에 빨리 소화 흡수하기 위해서 체외에서 바로 소화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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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로포라 피스틸라다(Stylophora pistillta)라는 산호가

먹이를 체외에서 소화하기 위해 내장섬모를 토하는 모습

 

이 방법을 다른 산호에게 활용하면 다른 산호의 조직도 소화해버릴 수 있습니다.

 

산호들은 이렇게 서로 내장섬모와 자포세포를 통해서 싸움을 벌이며 영역을 차지해 나갑니다. 약한 쪽은 위축되고 강한 쪽은 확장하죠. 이 싸움은 매우 치열해서 학자들은 종종 "전쟁"에 빗대어 묘사하기도 합니다. 얼핏보면 돌이나 식물 같아 보이고 한 자리에 앉아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 같은 산호지만 기실은 생존을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의 숙명이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3. 타감물질

 

요건 경산호보다는 연산호, 즉 팔방산호아강의 생물들이 주로 선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략입니다.

 

타감물질이란 "어떤 생물이 다른 생물의 생장을 억제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을 일컫는 말입니다. 항생제의 원조인 '페니실린'도 푸른곰팡이가 경쟁관계에 있는 세균들을 억제하기 위해서 분비하는 타감물질에서 기원한 것이죠.

 

타감물질을 분비하는 놈들은 얼핏 보기에는 자포세포의 독성이 약하고 내장섬모를 토하는 능력도 없어서 이렇다할 공격 수단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타감물질의 분비는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에 비해서 당장의 효과는 떨어집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종만이 번성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포세포와 내장섬모를 이용한 공격과 방어가 직접적인 병장기를 사용하는 전투라면 타감물질의 분비는 아주 온건하고 느린 스타일의 화학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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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군도 인근 해역에서 촬영된 사코파이튼(Sarcophyton sp)이라는 연산호의 거대 군락입니다.

이런 거대 군락은 타감물질의 분비로 인한 다른 종의 생장억제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4.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는?

 

산호의 몸 속에는 공생조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생조류가 모든 산호에게 다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심해에 서식하는 산호의 경우 얕은 수심에서 주로 서식하는 공생조류를 섭취할 방법도 없고 설사 섭취한다해도 이 놈들이 광합성을 할 정도의 빛이 없는 곳이라 아무 효과를 못 봅니다. 대신 심해에는 해저에서 올라오는 유기물들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이런 산호들은 공생조류 없이도 생존할 수 있게 진화했습니다.

 

또한 얕은 수심일지라도 유기물과 플랑크톤이 풍부한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산호들은 몸속에 공생조류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존도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의 산호들은 공생조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주된 이유는 공생조류를 통해서 양분을 얻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빛과 물, 무기탄소라는 아주 구하기 쉬운 재료들만 있으면 뚝딱 유기탄소를 만들어 내는 광합성을 통한 양분 섭취는 포기할 수 없는 방편일 것입니다.

 

그런데 공생조류가 있다고 산호가 쫄쫄 굶어도 살 수 있을까요?

 

공생조류는 안타깝게도 질소원을 거의 제공하지 못 합니다. 생명의 근원은 결국 단백질이며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됩니다. 질소가 없으면 아미노산을 합성할 수 없습니다. 산호도 다른 모든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합성이 불가능한, 그래서 먹어서 얻을 수 밖에 없는 아미노산(필수 아미노산)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이 녀석들도 무언가를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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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가 먹는 먹이의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공생조류를 포함한 각종 쌍편모충류, 동,식물성 플랑크톤은 물론이고 박테리아, 심지어는 바이러스까지도 먹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촉수가 크고 독성이 강한, 그래서 산호에 대한 지식이 없는 분들은 말미잘로 오인하기도 하는 일부 종들의 경우는 살아있는 물고기나 작은 갑각류를 먹기도 합니다. 또한 특이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수온 상승으로 인한 백화가 발생했을때 일부 산호들에게서 이끼를 먹는 모습이 관찰되었다고 기록도 있습니다.

 

2편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부 주


위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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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호는 먹이를 노예로 만든다




독자투고 스탄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