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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가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 : 제발 좀 내비두라

 

우리나라 리틀야구는 세계 최강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미국이나 일본 선수들에게 많이 뒤처진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비교하기 힘들 만큼 아마 야구선수의 숫자가 부족해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다.

 

한국 투수들이 리틀야구에선 세계 최강이다가 성인이 되면 미국, 일본 선수들에 뒤지는 이유에 대해 대구북구 유소년팀 홍순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변화구와 같은 기술을 빨리 사용해 상대를 제압한다. 그러나 기술로 접근하니 본능적으로 하는 동작이 사라진다. 무리하니 부상도 온다. 150Km 이상 던지려면 기본적 운동능력이 필요하다. 야구뿐만 아니라 육상, 수영, 배드민턴, 요가와 같은 다양한 종목으로 반응속도, 근력, 시각능력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아야 한다. 지도자는 재미있게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청구초등학교 야구부 손용근 감독의 의견은 이렇다.

 

"세부적인 기술도 중요하지만 재미있는, 즐기는 야구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경기 중엔 작전을 거의 내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가 그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압박감을 견뎌내야 하며, 마음껏 뛰어놀기는커녕 이기기 위한 연습만을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없다.

 

누군가는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어린 야구선수들을 지도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고등학교 야구부만 수천 개가 있다. 선수 숫자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 그 많은 선수들 중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자기 자식이 어떤 부분이 좋았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창의력이라고 대답하는 부모들이 많다. 야구 지도자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 코칭스태프 워크샵에서 한 코치가 선수들 창의력을 키워서 좋은 성적 내겠다고 발표를 했다. 그때 구단 고위 임원이 어떻게 창의력을 키울 것인가 하고 질문을 했다. 그 코치는 크게 당황하며 아무 대답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창의력이라고 하는 그럴싸한 단어를 가지고 발표는 하였으나 정작 방법은 구체적으로 없는 것이었다.

 

야구선수가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은, 선수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는 것이다. 특히 나이 어린 리틀야구 선수들에겐 더 그렇다. 창의력에 가장 방해되는 것은 틀 안에 가두는 것이다. 게임 중 코치,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사인 나는 대로 해서는 그 틀을 벗어난 생각을 하기 힘들다. 선수들이 직접 판단하고 실행하고,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지 스스로 판단하게 하면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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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리틀야구연맹>

 

결정적 시기

 

한 프로 선수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수비 능력이 뛰어나기로 손꼽히는 외야수였다. 

 

"수비코치가 이렇게 말했어요. 시즌 시작하면 수비 위치 알아서 판단해서 실행하고, 혹시 누가 뭐라고 하면 코치가 지시했다고 얘기해라고." 

 

이 선수는 그 시기가 자신이 야구선수로 생활하는 동안 머리가 제일 아픈 시기였다고 한다. 수비 위치 판단하기 위해 기본적인 데이터와 그날 투수와 타자 컨디션까지 체크해야 해서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 시기에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다고 한다. 벤치에서 수비 위치 정해주면 편하긴 해도, 실력은 스스로 고민할 때 제일 많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농구선수가 있다. A 선수는 대학 입학 당시 고교랭킹 1위의 선수였고, 프로팀에 입단할 때도 1라운드에 지명받은 유망한 선수였다. B 선수는 그때 당시 좋은 대학에 가지도 못했고, 프로팀 지명 순위에서도 A 선수보다 낮은 레벨에서 지명되었다. 훗날 B 선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가 되었지만 A 선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로 은퇴를 하게 된다. A 선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B 선수는 예전에는 그저 그런 선수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하게 되었냐고. 대답은 이랬다.

 

"B 선수는 대학을 가서부터 주전으로 게임을 뛰는데, 그 선수에게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선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선수는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농구를 했다." 

 

그 시기가 그 둘의 미래를 달라지게 한 것이다. 선수들을 틀안에 가두지 말고 틀 밖에서 뛰어놀게 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창의력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 나는 여주 ID 베이스볼 클럽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 감독의 합류 요청에 내가 내건 조건이 있다. 

 

'6회까지 사인 없이 경기하기'

 

아직 선수들은 이전까지 해오던 방식이 익숙해져 있어 감독이 원하는 걸 완벽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큰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지도자는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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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리틀야구연맹>

 

주눅 든 선수들

 

2021년 고등학교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A 고등학교와 연습 경기를 하는데 1회에 외야수가 공을 놓치자 외야수 2명을 한 번에 교체해 버렸다. 그러고는 포수 쪽 망뒤에 있던 감독이 아이들을 불러 혼을 냈다. 아이들이 실수한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대팀 코치에게 감독님 성함을 물었다.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프로에서 야구를 안 하셨겠다고 하니 코치가 그렇다고 했다. 자신도 야구로 프로 문턱을 넘지 못했으면서, 아이들이 야구를 못하는 걸 이해 못하고 다그치면 되나 싶었다. 

 

정식 게임인 주말리그 경기를 할때였다. 3루 코치박스에 나와 있던 상대팀 감독이 타자가 헛스윙을 하자 소리를 질렀다. 그걸 왜 치냐고 하면서. 내용도 내용이지만 관중도 없어서 조용한 야구장에서 같은 팀선수 뿐만 아니라 상대팀 선수들도 다 들을수 있게 아이를 나무라는 것이다. 아이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을 것이다. 그 선수가 다음에 하는 야구는 얼마나 소극적이겠는가. 내가 본 많은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은 웬지 모르게 다들 주눅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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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낫아웃>

 

지금은 피츠버그 파이어러츠에서 뛰고 있는 쓰쓰고 선수가 한 말이다.

 

“얼마 전에 한 소년야구팀을 보러 갔었습니다. 지도라고 하기 보다는 욕설과 고함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못하는게 당연한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지도방식이) 어른이 중심이 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언제나 이기는 것이 우선이 되는 분위기, 힘들고 긴 연습시간, 빽빽한 시합일정, 이런 것들이 아이들에게 정말로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고등학교는 프로에 많은 선수들을 입단시키는 야구 명문이다. 얼마전 삼성에 1차지명된 이재현 선수가 한 인터뷰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서울고 유정민 감독님은 선수들이 기계처럼 하라는대로만 하는 것을 지양하고, 선수들이 스스로 찾아서 할수 있는 그런 자율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신다."

 

왜 서울고 선수들이 야구를 잘하고 프로에 많이 입단하는지 알수 있게 하는 부분이었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올지 모른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만난적이 있다. 포지션이 외야수였는데 투수로 바꾼지 한달된 시점이었다. 어떤 운동을 하는게 좋은지 대화하는 자리였다. 왜 외야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꾸었는지 물었다. 중학교 야구부 감독이 외야수비 능력이 떨어지니 투수로 바꾸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떤 부분이 떨어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 선수가 중학교 야구부에 합류해서 연습한지 얼마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2개월정도 훈련을 시킨다음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중학교 1학년 야구선수가 얼마나 잘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나이때 월등히 잘하는 친구가 몇이나 되겠는가? 이런 성급한 판단으로 선수들은 흥미를 잃고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보여줄수 있는 충분한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누군가는 감독이나 코치들이 전문가니까 그런 판단을 빨리 해주는게 더 좋지 않냐고 반문할수 있다.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친구들의 부족한 부분을 향상시켜주는게 그 사람들이 첫 번째로 해야할일이라는걸 잊으면 안된다. 어린 야구선수들은 못하는게 당연하다. 각 학교에 탑클래스 선수들과 비교하여 못한다고 너무 쉽게 판단해버리면, 만약 그 판단이 잘못된 판단이라면, 이 학생의 인생은 너무 억울해진다. 

 

미국에서 유소년 야구선수들은 여러 포지션을 두루두루 즐기며 야구를 한다. 즐기는게 첫 번째 이유일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각각의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운동능력이 다르다는데 있다. 다시말해 각 포지션에서 발달되는 능력에 조금식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야수는 타구를 쫒아가기 위해 스피드가 중요할 것이고, 내야수들은 빠른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민첩한 움직임이 요구될 것이다. 내야수중에서도 3루수와 유격수,2루수, 1루수의 움직임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포지션에서 연습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향상되는 움직임이나 운동능력들이 다르다.

 

그래서 유소년기에 여러 포지션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아주 짧은 시간에 선수들을 판단해버리고 한 포지션에 인생을 걸게 하지 않나. 하나의 포지션으로만 하다가 고등하교 진학하고, 프로나 대학에 진학할 시기에 그 포지션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어떻게 할것인가. 뿐만아니다. 중학교때부터 투수로만 뛴 선수는 프로나 대학에 갈때쯤이면 어깨나 팔꿈치가 고장나 있다. 경기에서 이기기위해 그 선수의 어깨와 팔꿈치를 혹사시킬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이 뭔지 제대로 관찰할 기회가 없다. 선수의 미래는 중 고등학교 지도자의 직감으로 결정된다. 한 어린선수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정도로 그 지도자들의 능력이 뛰어난가를 묻는다면 난 자신있게 대답할수 있다. 절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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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낫아웃>

 

우리나라에 더 많은 우수한 선수들이 나오려면 이런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리틀야구든, 중학교 야구든 이기는데 급급하니 선수의 능력을 너무 한정짓고 빨리 판단하는 실수를 범한다.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어릴때는 여러포지션을 두루 거치며 야구를 즐기게 해야한다. 중학생이 첫 시험에서 국어 50점, 수학 50점, 영어 80점 성적이 나왔다고, 다른 과목은 다 제껴 두고 영어 공부만 시킬 것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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