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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사장 총리는 갑니다

 

약 1주 전, 스가 총리가 총재선에 불출마한다고 발표했다. 즉, 정해진 임기(9월 말) 후 총리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제1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는 관례가 있다. 일본의 현재 제1당은 자민당으로, 자민당 총재선에서 뽑히면 자연스레 일본의 차기 총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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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는 건강 이상설을 계속 들이밀며 총리 '사퇴'하는 것도 간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건강진단을 한다고 병원에 갔는데,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한다. 이상 없다는 걸 강조하면서 병원에 가는 걸 알리는 것도 흥미롭다. 동정적인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다.

 

코로나 대책을 이유로 총재선에 불출마한다고 하지만, 9월 4~6일의 일정을 보면 4일에 40분 회의한 것 밖에 없다. 병원에 가서 건강진단을 받고 이발을 하고 하루 세 끼를 밖에서 외식하고 치과 치료 받고 산책도 했음에도 말이다.

 

스가 총리는 올해 들어서만 3번이나 비상사태 선언을 했다. 그것도 연장에 재연장을 거듭해서 동경의 경우는 6개월 정도 되었다. 특히 현재 코로나 '제5파'는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경올림픽을 강행했기 때문에 유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올림픽을 개최하더라도 국민을 향해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냥 강행했다. 스가 총리는 작년 취임 이래 코로나 대응을 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그가 착실하게 했던 일은 자민당을 위한 이권 공유에 충성하는 일 뿐이다. 국민을 위한 일이 아닌 이권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너무 노골적으로 했고, 일본은 더욱 나빠졌다.

 

사실 스가는 바지사장에 불과하고, 아베와 아소가 뒤에서 스가 총리의 모든 걸 차단하고 있었다. 총리 고유의 권한인 국회 해산을 하려고 했지만 아베와 아소가 반대했다. 국회를 해산하지 못해 자민당 간부를 교체해서 뭔가 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간사장 후보로 이시바를 원했지만 아베와 아소가 반대했고, 고노 다로를 중책에 앉히려고 했더니 아소가 "고노의 장래까지 침몰시킬 수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아베와 아소에게 총리의 권한인 국회 해산권과 당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방해받은 스가는 고립무원이 되었다. 바지총리의 말로다. 스가 총리의 말처럼 이대로 중의원 선거를 했다가는 자민당이 폭삭 망한다. 자민당 간부 교체 건도 그렇다. 총재선에서 연임이 되지 않으면 간부가 된 사람만 곤란해진다.

 

사람들은 바로 전까지 스가에게 '혐오감'을 드러냈는데 그만둔다고 하니 갑자기 '일을 잘한 것 같은데 불쌍하다'는 식으로 평가가 바꾸고 있다. 아베 전 총리도 사퇴 선언을 한 다음 갑자기 평가가 돌변했는데, 다 언론의 영향이다. 언론의 평가가 자민당과 일본 정부가 잘했다는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노 백신 담당상은 12월까지 공급예정이었던 화이자 백신을 다음 달 중으로 앞당겨서 수입을 완료한다고 발표했다. 스가 정권의 코로나 대책에서 유일하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게 백신 접종이다. 그동안 문제가 참 많았고 현재도 문제가 많지만 갑자기 이게 스가 정권의 성과라고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진짜 잘했다면 연임했을 것이고 지지율이 그렇게 낮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총리를 대하는 태도는 바뀌었지만 기자를 대하는 스가 총리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 관료가 작성한 문건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언어'로 답변해야 하는데, 스가 총리에게는 '자신의 언어'라는 게 없다. '총재선 불출마'에 대해서도 단지 그 사실을 전하는 걸로 마치고, 기자들이 마지막까지 답변하라고 외치는 건 무시로 일관했다. 그가 기자들에게 정색해서 화를 내고 협박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까지 조폭 코스프레나 양아치 코스프레 하는 정치가를 봤고 지금도 유력 정치가로 자민당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런 모습을 카메라 앞에서 보이는 정치가는 스가 총리가 처음이다.

 

 

코로나 보다 중요한 자민당 총재선?

 

늘 그렇듯 일본의 정치가들은 코로나에 대한 뒤틀린 인식을 드러내서 공분을 샀다. 아소 부총리가 스가 총리의 총재선 불출마를 존중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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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기자회견에서의 아소 부총리

<마이니치 신문>

 

"코로나는 어쨌든 수습해서 국제사회에서 평가가 매우 높다. 그런 의미에서 '잘했다'는 생각이 (스가 총리)에게 있었던 건 확실하다. 나는 그 부분이 (총재선 불출마 이유로) 가장 컸다고 본다"

 

일본이 코로나를 수습했다고? 아소 부총리는 코로나가 수습되었다고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일본 공립 초중고가 여름방학을 연장했다. 정말 코로나가 수습되었다면 '휴교'를 하거나 여름방학을 연장하지 않는다. 일본 코로나 대책이 국제사회에서 평가가 매우 높을 리도 없다. 진짜로 국제사회의 평가가 매우 높다면 일본에서 보도하느라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한편 7일에, '10/4 임시국회를 소집하기 위해 조정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났다. 야당에서 코로나 대책을 논의하게 임시국회를 열라고 요구하던 걸 드디어 자민당이 받아들였나?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스가 총리의 후계를 선출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쪽으로 조정 중이란다.

 

자민당은 병들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임시국회를 열지 않지만, 스가 총리의 후계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임시국회라도 연다는 거다. 자민당 총재선 쇼는 당분간 매일 언론을 독점해서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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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가 총재선 불출마를 밝힌 후, <교도통신>에서 9월 4일~5일에 걸쳐 차기 총리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링크). '차기 총리로 누가 좋은가'에 고노가 31.9%로 1위였고, 2위 이시바 26.6%, 3위 기시다 18.8%였다.

 

이시바는 아베와 아소가 싫어하기 때문에 자민당에서 다른 파벌 국회의원 표를 받기가 어렵다. 지방당원 표도 이번에는 고노에게 몰릴 것이다. 아소나 니카이 간사장 등 나이 많은 정치가들이 자민당을 휘두르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 강하고 '세대교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야 하는 자민당은 이번 총재선의 키워드를 '세대교체'로 잡은 듯 하다. 자민당은 고노를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내세워서 중의원 선거에 이기고 싶은데, 아베가 밀고 있는 다카이치가 된다면 큰일이다.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표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고노와 이시바, 기시다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는 사실 별 기대가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치고 나왔고 자민당 개혁안과 코로나 대책도 들고 나왔다. 요새 부쩍 노출이 많지만 우유부단하고 '총리가 되면 세금을 올릴 것'이라고 해서 인기가 없다. 고노는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라서 아소파나 자민당에서 컨트롤하기가 곤란해 한다. 소속 파벌에서도 적극적으로 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편 기시다는 아베 관련 문제에 대해 말을 바꿨다. 아베의 눈치를 보는지 '모리토모 학원 문제에 대해 재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시바는 그래도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인물로 지방당원에게도 인기가 있다. 하지만 아베와 대립해서 지난 총재선에서 아소와 아베에게 밟힌 전적이 있다. 이시바도 다른 사람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서 다른 파벌이나 자민당 국회의원 표를 얻기 힘들다.

 

자민당 총재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이시바의 출마 혹은 불출마다. 이시바와 고이즈미가 고노를 지지하면 아베와 아소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시바가 출마하지 않고 고노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링크), 이렇게 되면 고노와 이시바, 고이즈미, 니카이가 같은 편이 되어 아베와 아소에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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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아소가 밀고 있는 다카이치도 후보 중 하나다. 다카이치는 출마 선언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어제(8일) 다카이치 사나에의 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에서 기자의 고성이 오가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질문을 하라고 지명되지 않은 한 기자가 다카이치에게 "아베의 모리토모 학원 문제의 재조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건 그의 심중을 헤아려서입니까"라고 묻자, 다른 기자가 해당 기자에게 "룰을 지켜!"라고 화를 냈다. 그리고 다카이치는 재조사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모리토모 학원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건 눈치보기를 하는 건가? 출마 선언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자민당 총재선이 진흙탕 싸움이 되어 간다.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건 아베와 아소다. 자신들 파벌은 물론 자신들 개인적인 감정과 이해관계에 맞는 사람을 총재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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