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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의 세상에서, 1997년 대선  

97년 겨울이었다. 새벽 3시 쯤 집을 나섰다. 집 앞 상가에 있는 비디오대여점(당시 상가 비디오대여점은 24시간 영업이었다.)에서 비디오를 빌려 영화나 한편 보고 잘 요량이었다. 그날은 바로 12월 19일. 전날인 12월 18일 열린 제15대 대통령 선거 개표가 숨가쁘게 이뤄지고 이제 막 김대중 후보 당선확실이 뜬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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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에 들어서자 술에 잔뜩 취한 어느 젊은 청년이 그보다 윗연배로 보이는 남성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걸걸한 경상도 사투리에, 혀가 있는대로 꼬인 말투로 그 청년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다. 

 

“행님~ 내는 김대주이가 싫어요~” 

 

그 형님이라는 남성은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다.”고 절망(?)에 빠진 후배를 다독이며 부축해 걸어올라갔다. 

 

내겐 묘한 충격이었다. 나도 경북 안동 출신으로 오랜동안 소위 ‘밥상머리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도 대가리가 커지고 여러 책과 다양한 정보를 얻고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전라도 혐오가 일종의 집단적 정신질환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그저 한심한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 당시 느낀 감정은 한심함과는 결이 다른, 일종의 섬뜩함이었다. 

 

지구가 평평하다거나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들어 있어서 빌게이츠한테 조종을 당한다거나 아이에게 일체의 약을 먹이지 않고 자연치유력으로 키우겠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저 혼자 그렇게 살다 죽으면 되겠다. 하지만 지구평평설을 믿는 이들이 지구가 둥글다고 말하는 인간들을 공격하거나 증오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광기가 자해를 넘어 타인을 공격한다면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

 

내 생각에, 별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 누군가를 증오하고, 그로 인해 잘못된 판단으로 투표를 해서 공동체에 해악을 끼친다면 그 인간은 가해자다. 그도 잘못된 세상에 세뇌당한 한낱 피해자일 수 있겠으나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나쁜 놈은 단 한 명도 없을 게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해자가 되면 책임소재는 증발하고 성찰과 반성의 기회는 날아갈 것이다. 그것은 명백히 퇴행이다. 

 

내게 제15대 대선은 상식과 광기의 대결이었다.

 

몇 년 후,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있었다. 잠시 짬이 난 김에 롯데리아로 가서 햄버거를 사먹으려 했다. 장내는 매우 혼잡했고 여행으로 들뜬 젊은이들의 재잘거림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 순간, 어느 나이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죽겠네! 닥치지들 못해?! 이게 다 김대중이 같은 빨갱이가 대통령이 되니 나라 꼴이 이모냥 이꼴인 거 아냐!”

 

일순 고요해진 매장에서 그 할아버지는 얼굴이 시뻘건 채로 씩씩대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일갈이 끝나고 약 2~3초 정도 정적이 흘렀을까. 뻥진 표정이었던 젊은이들은 다시 재잘대기 시작했다. 김대중이 집권하고 수년이 흘렀음에도 그 광기는 전혀 잦아들지 않았음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최강의 영업맨들과, 2002년 대선 

고등학생이던 89년. 어느 진득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못생긴 아저씨가 5공청문회에서 명패를 집어던졌다는 게 화제가 됐다. 당시의 나는, 그 어린 나이에도 증인들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하고 어떻게든 답변을 받아내는 그 아저씨의 솜씨와 말빨에 홀딱 반해버렸다. ‘변호사 출신이라더니 정말 말 잘한다.’ 그 후 그 아저씨에 대한 기사를 일부러 찾아서 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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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그렇게 또 수년이 흘렀다. 부산에 출마해서 낙선한 후 ‘바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단 소릴 들었다. 그리고 또 몇 년, 이번엔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은커녕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1%라든가 2%라든가. 여하튼 세간의 평은 그러했다. 

 

인터넷에선 노무현이야말로 민주당 후보로서, 요즘 말로 치면 중도확장성이 있는 후보라는 논리가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바보 노무현’을 밀어주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인 팬카페가 생겨났다. 

 

노사모는 매우 조직적이었다. 그냥 중앙조직 하나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었다. 풀뿌리 조직이 생겨났다. 우리 동네에 ‘마포 노사모’가 있었다. 신촌에 있는 감자탕집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소리를 듣고 어정어정 나가봤다.

 

20여 명 정도가 모여 있었고 그 자리에 어물쩍 끼어드니 반가운 낯으로 환영해줬다. 술자리가 이어지고 자연스레 자리가 왁자지껄해졌다. 가족단위로 온 다른 테이블에서 시끄러운 소리에 눈치를 줬다. 그러자 누가 그러자고 나선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조용조용해졌다. 정치인 노무현을 지지하기 위해 모였으니 행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끼치는 일을 삼가자는 이심전심이었다. 

 

노사모 멤버들은 누굴 만나도 고개를 숙였고 겸손했다. 전두환을 장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 면전에서도 ‘난 당신을 이해한다’는 온화한 표정이었다. 만약 그런 영업 조직이 있다면 보험이든, 자동차든, 심지어 똥을 팔아도 올해의 판매왕 타이틀을 휩쓸었을 게다.

 

노사모는 민주당 대의원들에게, 왜 노무현이 민주당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 조근조근 설명하고 당부하는 손편지를 썼다. 광주 경선은 드라마의 정점이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고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다. 후단협이 생겼다. 설렁탕 한그릇 안 사주더라는 말을 부끄러움도 없이 내뱉었다. 기껏 데리고 온 단일화 상대가 정몽준이었다. 기가 막혔다. 

 

노무현은 노무현답게 단일화 안을 받았다. 그리고 이겼다. 판이 뒤집혀버렸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대선 당일 새벽, 조선일보가 <정몽준, "盧 지지 철회">라고 1면에 대문짝만하게 걸어서 뿌렸다. 그날 사설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는 대선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였다. 그리고 16대 대선은 노무현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다들 “되면 좋지. 하지만 되겠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꿈 같고 동화 같고 낭만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 현장에 내가 있었으며 나도 손 하나를 보탰다. 

 

내게 16대 대선은 그렇게 절박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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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별 일이... 2007년과 2012년 대선   

그런 노무현을 욕하는 것이 ‘국민스포츠’가 됐다. 지역주의에 매몰된 선거제도를 바꾸는 걸 선제조건으로 내건 대연정이라는 수류탄은, 상대 진지에 가보지도 못하고 아군 참호 안에서 터졌다. 종부세 때문에 우리 집 망한다고 노무현을 욕하는 여자친구에게, 너희 집은 종부세 대상이 될 만큼 부자가 아니라고 설명하다가 싸우고 헤어질 뻔 했다.

 

“취지는 알겠고 옳다는 것도 알겠지만 우리 부모들처럼 부동산으로 노후를 해결하는 걸 하필 우리 때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면 우린 어쩌란 말이냐”는 친구들에게 그렇게 폭탄 돌리다 이 나라 전체가 골로 가면 그 땐 어쩔 거냐고 삿대질을 했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위화감을 느낀다고 욕을 하는 선배에겐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으로 부동산이 오른 건데 그게 왜 노무현 탓이냐고 목소릴 높였다. 정동영을 찍으러 투표소에 갔지만 사람들 표정은 서먹했다. “MB께서 해결해 주실 거야.” 사람들 눈엔 탐욕이 어른거렸다. 

 

17대 대선은 그냥 그랬다. 부르스 윌리스가 귀신인 걸 알고 보는 식스센스였다.

 

그렇게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마무리되고 박근혜가 저쪽 대선 후보가 되었다. 어이가 없었다. 쫓겨난 독재자의 자녀가 유력 정치인이 되고 대권까지 노린다는 건 저기 어디 더운 나라 정치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풍경 아닌가. 

 

“박근혜가 불쌍해서 찍어줘야겠다”는 말에 “박근혜보다 불쌍한 사람, 서울역 앞에 널렸다”고 대꾸했다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며, 한편으론 상식을 믿으며 안심했고 또 한편으론 비등한 여론조사 지지율에 불안해 했다. 하지만 난 순리라든지, 상식이란 걸 믿는 편이니 ‘에이 설마’에 가까웠다. 

 

또 몰라서 엄마한테 은근슬쩍 물어봤다. “나야 뭐 아들이 찍으라는대로 찍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문재인이지”라고 답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엄마는 결국 박근혜를 찍었다고 한다. 왜냐? 박근혜가 불쌍해서...

 

제18대 대선의 박근혜 당선에 딱히 절망감 같은 걸 느끼진 않았다. 뭐랄까, ‘살다 살다 나 원 별...’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볼 일이 있어서 처가엘 갔는데, 마침 저녁 뉴스를 시청하고 있던 장인어른이 나지막히 한 말씀하셨다. “차암 잘 하네.” 왠지 모를 뿌듯한 자부심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뉴스에선 박근혜의 알록달록한 패션외교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뿐이 아니었다. TV조선과 채널A는 물론 KBS와 MBC도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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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빤스 바람으로 침대에 누워서 보던 TV생중계에서 이정미 헌재재판관이 읽은 주문을 들었을 때의 쾌감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진 19대 대선은 내게 그저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밍숭맹숭한 대선은 그렇게 끝났고 또 4년이 흘렀다.

 

문재인 그리고 곧, 2022년    

현재 문재인의 임기는 저짝에선 ‘조국’과 ‘코로나’로 함축할 수 있겠다. 전세계적인 판데믹으로 임기의 절반을 소비한 정권에게 “코로나 빼고 한 게 뭐냐?”는 소릴 들었을 때의 어처구니 없음은 뒤로 하자. 마스크가 없다. 백신이 없다. 누가 무슨 도깨비 방망이라도 꿍쳐두고 있는 것마냥 손가락질을 해대는데 어차피 정부가 애초에 제시한 계획대로 다 진행되고 있잖나. 세계적으로 사망자와 치명률을 현저히 낮게 선방하고 있는 것도 부정해버리는데 겸상을 하고 무슨 말이라도 섞을 의미가 딱히 있을까. 

 

북한의 김여정이 비난 담화를 내놓을 때마다 “결국 이렇게 될 거, 문재앙이는 판문점에서 그 쌩쇼를 왜 했대?”라고 비아냥대는 입을 막아버리고 싶은 욕망은 간신히 억누른다. 8천만 겨레까지 가진 않더라도, 5천만 시민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와 내 가족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위해 평화를 위한 진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할진대, 조국 문제로 상처받았다는 핑계로 그 알량한 혓바닥을 그리 함부로 놀리는 것이 제 앙상한 영혼을 위한 자위행위라는 의미 빼곤 대체 누구에게 무엇이 이로운가 말이다.

 

외교와 국방, 탑티어다. 보수쪽 전문가들조차 아아, 뭔가 욕은 해야되는데, 하면서 논쟁에 나오면 어버버하는 거, 천하의 조중동(뭐, 이제 옛말이긴하다) 조차 때때로 눈치를 살피면서(이제 니네도 눈치볼 때 됐지. 고마 해묵자) 치고 빠지며 간보는 걸 보니 알겠다. 내가 니네들 1, 2년 봤냐.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다 잘했느냐. 그렇게 말할 생각도 말할 수도 없다. 외교와 국방이 워낙 탑티어다보니 내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올라간 탓도 있다. 옛날 거 좋은 말 있잖냐, 그래,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다. ‘코드인사’ 소리를 경계했는지, 이 나라의 인텔리 인사 풀이 똥망이어서, 그러니까 인사청문회 통과에 자신 없어서 손사래 치는 인간들 투성이라 인재를 구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꾸역꾸역 넣다 보니 그리 됐는지 나야 모르겠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윤석열을 비롯, 많은 인사에 실패한 것은 자인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부동산이고 나발이고, 기재부라는 테크노크라트(어려운 말 써서 미안하다, 혼란한 마음을 어려운 말로 풀어봤다)를 아직 휘어잡지 못한 걸 보면 아주 그냥 이가 갈린다(아, 물론 나는 재난지원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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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코어, 이짝에선 이재명, 이낙연, 추미애. 저짝에선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이다. 20대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내가 광기에 맞서 옳은 편에 선다는 비장함도(나쁜놈도 좀 거악이나 철학 있는 악당, 이런 매력이 있어야 맞설 맛이 많이 난다), 이 빌어먹을 600년 역사에서 이런 사람을 한 번 우리 대장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절박함도(우리 후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끼리 힘이 분산되니 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하다못해 어차피 대통령은... 하며 느긋한 여유도 나로선 부족한 게 사실이다. 

 

물론 내가 양측 후보 하나하나를 톹아보는 혜안이 부족해서겠지만, 흥이 나고 안 나고는 내 사정이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이 나라 대통령이 하향 평준화되서 곤란하다는 마음만큼은 확실하게 안고 가는 중이다.     

 

 

추석에도 종자만큼은 지키자 

저짝을 보자.

 

현직 검사가 직접 썼든 안 썼든 간에, 제 손으로 문건을 야당 관계자에게 찔러줬으면 그 자체로 선거 개입이고 중립 훼손이고 그걸로 게임오바인 거다. 민주당과 국정원이 손준성에게 가스라이팅이라도 한 거냐? 최면을 걸었어? 빌 게이츠야? 나노단위 마이크로칩으로 조종을 하는 거야? 말이라도 어느 정도 말 같아야 듣는 시늉이라도 하지. 

 

그런 판국에 반문이들은 국정원, 박지원, 국정원, 박지원만 되뇌이며 되도 않은 ‘음모’를 찾아헤매고 있던데, 그래, 너네 입장에서 함 생각해 볼게. 조국이 밥 먹고 똥 싸는 사람인 것처럼 윤석열도 똑같이 밥 먹고 똥 싸는 사람 아니냐. 윤석열도 잘못할 수 있다니까? 저 사람은 신이 아니야,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손준성이, 대검이, 윤석열이 잘못한 게 백일하에 드러나도 너네들이 조국 증오하는 이른바 ‘명분’이라는 게 결코 훼손되지 않으니까 이제 그만 정신줄 좀 챙기면 좋겠다. 아오. 

 

자. 이짝.

 

아직 레이스 초반이다. 예비후보들이 혼재하니 아직 딱히 후끈 달아오르지도 않고 그걸 쳐다보고 있는 내 마음도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우리편끼리 싸움이 심해지니, 아놔, 이러다... 하고 불안한 마음마저 든다. 노사모를 겪은 이들이라면 알 거다. 온갖 혐오와 증오, 말도 안되는 비난 앞에서도, 네, 당신 말이 맞습니다, 맞아요, 그런데요, 하면서 영혼이라도 내줄 온화한 미소, 그게 쩔었던 거 아니냐. 저짝이 무시하는 건 그렇다 치자. 노무현을 대놓고 무시하는 민주당원 앞에서도 고개를 굽신 거리고 웃으며, 그래도 저 믿고 우리 후보님 한 번 찍어주세요, 하는 그 자세가 결국 우리를 하나로 뭉쳤다. 다들 간이고 쓸개고 다 내주고 그렇게 다닌 거 아녔냐.     

 

아, 그래서 10선비처럼 하자고? 아니, 예비 후보들끼린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거 맞지. 그렇게 탈탈 털어버리고 가야지. 헌데 우린 갈 길이 멀잖아. 아직 초반이잖아. 여기서 너무 찔러대다가 힘 다 빠지면 우리 손해 아니냐. 응?   

 

이재명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고 이낙연은 남의 다리를 긁고 있으며 추미애는 애잔하다. 누가 됐든, 저쪽 면면들 보다는 1인치, 1mm, 깻잎 한 장 차이라도 진전하기 위해 치열하되 한 명 한 명이 영업맨이던 시절, 노사모의 그때도 좀 마음에 담고 가자, 이 말이다. 성깔은 알겠는데 그건 버리진 말자고.   

 

추석 때 다덜 고생 많을 거다. 운전하느라 힘들어 죽겠고 전 부치느라 허리 뽀개지는 와중에 되도 안한 소리도 많이 들을라니 오죽하겄냐. 아예 저짝이면 그나마 상처가 덜한데 이짝끼리 싸우면 아주 그냥 고름 나오지. 허나, 싸워도 영업맨이었던 우리 과거를 떠올리면서 소중한 한 표의 종자만큼은 뽀개지말자. 농부가 아무리 힘들어도 살림밑천인 종자만큼은 끝까지 지킨다잖아. 

 

추석 즈음 휘엉청한 달을 보며 이렇게 스산한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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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