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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예상치 못한 스가 수상의 자민당 총재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일본의 정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이제껏 자민당 총재직 재선에 의욕을 불태우던 스가 총리가 코로나 대책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9월 29일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로 인해 스가 총리가 출마하는 것을 전제로, 총재 선거 출마를 일찌감치 공언해 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정조회장 외에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 담당 대신 겸 백신접종 추진 담당 대신 그리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대신이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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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다카이치 사나에

 

또한 국민적 인기가 높지만, 자민당 내 우군이 없어 총재 선거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장고 끝에 이번 총재 선거 출마를 단념하고, 고노 다로를 지지하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행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노다가 출마를 공식 표명하더라도 큰 영향은 미치기 어렵다. 현재 포스트 스가는 전술한 세 사람 중 한 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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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좌)와 노다 세이코(우)

 

현재 상황을 보면, 국민적 인기와 지지율에서 고노 다로가 한발 앞서고 있으며, 그 뒤를 기시다 후미오 그리고 다카이치 사나에가 뒤쫓는 형국이다. 

 

 

자민당 총재란 어떤 자리인가

 

자민당은 1955년 보수 합당으로 탄생한 이래, 1993년과 2009년의 정권교체 시기를 포함한 5년여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집권 여당의 자리를 지켜왔다. 인간으로 치면 환갑을 맞는 세월 동안 집권당의 자리를 고수해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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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자유민주당(자민당) 창당 대회

 

과거 자민당은 파벌정치로 형용되듯 당내 여러 파벌이 존재했다. 파벌의 역학 관계에 의해 수상이 결정되고는 했다. 그러나 헤이세이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치주도’라는 슬로건 하에 각종 개혁이 이루어졌고, 총리와 파벌의 관계도 변모하게 되었다.

 

개혁 중 하나가 과거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의 개편이었다. 이것은 파벌의 영향력 약화를 가져왔다. 또한 ‘중앙성청이 재편’되었고, ‘내각부의 기능이 강화’되었다. 관료 인사권에 대한 수상 관저의 권한도 강화되면서, ‘관저 정치’라 불리울 정도로 ‘수상 관저’의 기능과 권한이 대폭 확대되었다. 

 

과거에 비해 수상의 권한은 크게 증가했다. 또한 수상은 ‘전가의 보도’로 일컬어지는 ‘중의원 해산권’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정권 연장을 꾀하기도 했다. 

 

통상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제1당의 당수가 국회에서 수상(내각총리대신)으로 임명된다. 전술한 대로, 자민당은 1955년 결성 이래 60년이 넘는 기간을 집권 정당의 위치를 고수해왔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자민당의 톱인 총재가 되는 것이 일본의 수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60년 넘는 자민당 역사 동안, 예외는 딱 두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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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좌)와 다니가키(우)

 

①고노 요헤이(河野洋平) : 1993년의 호소가와(細川護熙) 연립내각 성립으로 자민당이 38년만에 야당 신세로 전락했을 때의 총재. 고노 다로의 아버지. 고노 담화를 발표.

 

②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 2009년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가 이끄는 민주당에 참패하여 정권이 교체되었을 때의 총재.

 

자민당 총재는 당 집행부 및 내각 인사권과 선거 공천권을 비롯한 총재의 권한은 물론이고, 수상으로서 전술한 ‘중의원 해산권’을 비롯한 권한을 갖고 국정을 운영하며 당을 통솔하게 된다. 

 

 

두 부류의 수상이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수상이 대통령제의 대통령보다 권한이 약하다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는 듯한데, 이는 단편적인 판단에 따른 오해다. 왜냐하면, 비교적 삼권 분립의 철저함이 요구되는 대통령제보다 입법과 행정의 구분이 모호한 의원내각제하 수상의 권한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수상의 이런 권능과 영향력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크게 수상은 두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①정치력과 리더십, 국민적 지지 등을 가진 강력한 수상

 

②파벌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정치력이 제한되는 수상

 

근래의 경우로 ①번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수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와 아베 신조(安倍晋三)를 들 수 있다. ②번스가 요시히데(菅義偉)를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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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그런 의미에서, 이달 말에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연 누가 총재가 되어 10월 21일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를 치를 것이며, 거기서 자민당이 집권당의 위치를 고수하게 된다면, 이번 총재 선거는 스가 수상의 다음 수상을 뽑는 선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포스트 스가는 과연 위에서 언급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대통령 이상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수상이 될 것인지, 아니면 파벌의 논리에 떠밀려 좌고우면하다 임기 일 년을 채우고 그만두는 스가 수상의 전철을 밟게 될지 주목되는 바이다. 

 

 

자민당 총재는 어떻게 뽑는가  

 

자민당 총재 선거는 어디까지나 자민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이므로, 중의원・참의원의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83표와 각 도도부현의 자민당원과 당우들의 383표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총 766표 중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총재로 선출된다. 

 

이번 같이 셋 이상의 후보가 입후보한 경우,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한 후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 상위 1, 2위만 놓고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결선투표는 자민당 국회의원 383표와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대표 47표만으로 결정된다. 

 

선거 시스템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적 인기가 높은 사람일수록 지방표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기에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확보하게 되면, 바로 총재로 선출될 수 있다. 그러나 과반수 획득에 실패하면, 2차 결선투표는 국회의원 표가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국회 내에서 지지세력이 많은 후보자가 이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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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당원들의 지지가 많았던 이시바 시게루가 1차 투표에서 아베 신조를 누르고 1위를 했으나, 과반수 획득에는 실패했다. 결국 결선투표가 진행됐고, 국회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아베가 압승하며 총재가 되었다. 

 

그해 12월의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민주당에 압승하며 정권을 탈환한 이후 지금까지 아베-스가로 정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1위 고노 다로에게 닥친 변수, 아베

 

오는 29일 실시되는 총재 선거에는 전술한 대로 기시다, 고노, 다카이치가 입후보를 표명하였으므로, 최소한 세 명 이상의 후보자가 확정되었기에, 1차 투표에서 승부가 나려면 과반수 획득이 필수 사항이 된다. 1차 투표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2차 투표를 해서 총재를 확정하게 된다. 

 

이런 선거 시스템으로 보면, 현재 고노 다로가 국민적 인기와 자민당 지지층에 의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형세이기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 계산을 하게 되면, 고노 다로가 지방표를 절반 이상 차지하고 국회의원 표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1차 투표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전략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아베가 갑작스레 다카이치 지지선언을 하며, 당내 보수층을 중심으로 그녀의 지지세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노다 세이코가 입후보를 정식으로 표명한다고 하면, 표의 향방은 더욱 복잡해진다. 물론 노다의 당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되지만, 국회의원의 한 표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고노의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기시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의 유력한 세 후보들

 

1. 고노 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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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 고노 다로는 아소파에 속한 3세 세습정치가이다. 1963년생으로 현재 58세이며, 비교적 젊은 중진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한국에는 고노 담화로 잘 알려진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 자민당 총재의 아들이며, 조부도 과거 수상 일보 직전까지 다가갔던 거물 정치가였다. 조부와 부친이 자민당 거물 정치가이면서 수상이 되지 못했던 ‘한’을 고노가 풀어줄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사항이다. 일본에서는 ‘총리가 될 수 없는 고노 집안’이라는 오명이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고노는 평소 ‘탈원전’과 ‘여성천황제’ 등을 주장하는 등 정치적 소신이 분명하다. 토론을 즐기며 언변이 거리낌 없이 쾌도난마 하다. 하여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SNS 등을 통하여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과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가 내각에서는 행정개혁 담당 대신과 백신접종 추진 담당대신을 겸무하면서 도장 문화 철폐, 행정 디지털화 등을 진두지휘하며 ‘일 잘하는 정치가’라는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본인도 출마 회견에서 밝히듯 ‘추진력’과 ‘돌파력’을 통해 ‘자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겠다’고 공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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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는 다소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이지만, 국민적 인기로 보면 ‘수상에 적합한 인물’ 조사에서는 언제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런 국민적 인기에 편승하여 총재 선거 후 실시될 예정인 중의원 총선에 기대하는 자민당 내 젊은 의원 및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민당의 약 40%가량이 3선 이하의 의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지역구나 지지기반이 비교적 견고하지 못하여 당선이 유력한 베테랑이나 중진 의원들과는 달리 선거에 대한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에겐 자민당 '총재 선거 = 중의원 총선’ 이란 도식이 성립된다. 

 

즉, 선거에 강한 총재를 뽑아야 한다는 절박한 기류가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스가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것도, 자신의 소신이나 의지라기보다는, 현 스가 체제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자민당 내 불안 여론이 공론화되면서 음양으로 퇴진 압박이 심해지자 스가 총리가 자신의 행보를 결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고노에게도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무능한 코로나 대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아베-스가 정권의 뒤를 잇는 이번 총재 선거는 형식적으로는 기존의 아베-스가 노선과 일정 정도 거리두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자민당 내 킹메이커로 군림하고 있는 아베 전 수상과의 관계도 악화시킬 수 없다. 딜레마이다.

 

자민당 내에서 야당 같은 존재로 당 정책과 상반되는 지론을 전개하는 등 파격적 언행을 서슴지 않았던 고노의 과거 행보를 보며 지지하는 여론도 일정 정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고노는 총재 선거에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과거 자신의 언행에 대해 언급을 삼가하고 있다. 원전과 같은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는 아베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 베테랑과 중진 의원들을 의식한 태도로 읽힌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소신도 포기하고 변절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또한 고노는 독불장군처럼 튀는 언행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무대신 시절인 2019년 8월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들여 호통을 치는 듯한 퍼포먼스를 연출한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보수・우익 세력에 대한 어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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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사교성 문제도 넘어야 할 과제이다. 

 

고노는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사교성 문제가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일개 의원이나 대신의 역할로 만족한다면 ‘독불장군’, ‘모난 돌’ 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교성이 결여되어도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당 총재=수상’이라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비교적 젊은 의원들은 자신들의 생사가 걸린 총선을 대비하여 고노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중진, 베테랑 의원들인데, 이들은 평소 고노를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에, 어떻게 이들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낼 것인가가 수상으로 가는 중요한 과제이다. 

 

 

2. 기시다 후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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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는 1957년생으로 64세이며, 1993년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첫 당선되며 정치가가 되었다. 아베와는 정치 입문 동기가 된다. 또한 자민당 의원 46명이 속한 기시다파의 파벌을 이끌고 있다. 

 

2018년 총재 선거 때는 입후보의 소문이 무성했지만, 결국 입후보를 포기하고 당시 아베 수상을 전격 지지하는 결정을 하며, 포스트 아베로 낙점을 받을 것을 기대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열린 총재 선거에서 처음으로 총재 선거 후보로 도전했다. 스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함께 출마하여 2위를 했지만, 스가에게 큰 차이로 패했다. 이번이 두 번째 총재 선거 도전이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 정조회장과 외무대신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수상이 되기 위한 정석 코스는 이미 역임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할 당시 일본의 외무대신이 바로 기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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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는 자민당 거물 정치가들과 마찬가지로 세습의원으로 승승장구해온 정치가 중 한 명이다. 

 

앞서 소개한 대로 총재 선거에서 아베와 겨루기를 미리 포기하고 지지를 표명하는 등, 정치가로서 권력투쟁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다. 즉 리더십이나 결단력이 부족해 보이는 그저 좋은 사람 정도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치가라 할 수 있다. 

 

이런 이미지가 세습 다선 의원으로 당과 정부의 주요 직책을 두루 역임한 베테랑 정치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지지율은 고노나 이시바 등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 가장 먼저 입후보를 공식으로 천명하며 선거 활동을 하고 있다. 자민당 집행부의 임기를 제한하는 등의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우며 당내 의원들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 분전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재고와 성장보다는 ‘분배’ 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기존의 고이즈미, 아베-스가 노선과는 선을 긋는 듯한 인상을 강조한다. 

 

중산층의 소멸과 경제 정체로 인한 소득의 감소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서민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세우며, 기존의 점잖은 이미지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결단력 있는 정치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기시다도 고노와 같이 딜레마를 안고 있다.

 

전술한 대로 기시다는 고노에 비해 국민적 인기가 많이 뒤처진다. 따라서 지방 당원 표는 고노에게 많은 차이가 벌어지지 않게 파고들면서, 국회의원의 표를 얻는 전략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아베-아소로 대표되는 당내 기득권 세력에 영합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이 지나치게 되면 모처럼 개혁적인 이미지 발신으로 지지를 모으던 것도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

 

 

3. 다카이치 사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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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인이지만 그녀의 발언이나 정치 행보를 보면 남자 의원들보다 더 박력적이고 임팩트가 있다. 다만 그녀가 지향하는 정치적 목표는 아베 전 수상과 거의 흡사하다. 자민당 내에서도 보수 중의 보수, 즉 극우 성향의 정치적 신조와 사상을 갖고 있다. 

 

사실 이번 총재 선거에는 당초 출마의 소문은 있었으나, 정말 출마를 결심하고 본선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강력한 원군도 붙었다. 다름 아닌 이번 총재 선거의 킹메이커로 군림하고 있는 아베 전 수상이다. 

 

아베가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녀는 다만 한 명의 과격한 여성의원에 지나지 않았다. 아베가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녀는 자민당의 총재 후보가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패러디하면 상황이 그대로 들어맞는다. 

 

다카이치는 1961년생으로 1993년 무소속으로 첫 당선 이래 8선 의원이다. 1993년은 아베, 기시다와 같은 해에 정치가로 데뷔한 동기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야당을 전전하다 후일 자민당에 입당하게 되며, 아베 전 수상과는 정치적 이념이나 지향이 유사하여 친교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그 후 2006년 1차 아베 내각 때 내각부 특명대신으로 입각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2차 아베 내각 때는 총무 대신으로 임명되어 장기간 총무성을 통괄하며 아베 정권기의 언론 통제 등에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는 고노와 기시다에 이은 제3주자로 선거전을 치르게 되었으나, 킹메이커 아베 전 수상의 지원으로 지지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당선까지는 기대 난망이라 생각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고노의 총재 당선을 저지하려는 아베의 속셈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아베는 무파벌인 다카이치를 후보로 옹립함으로써, 세 명 이상의 후보자일 경우에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획득을 하지 않는 이상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는 제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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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그리는 큰 그림

 

정리하자면, 아베는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카이치를 통하여 고노의 표를 분산시킨다. 고노, 기시다, 다카이치 순으로 득표를 했지만, 누구도 과반수 획득을 못 했다.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아베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은 필사적으로 기시다로 옹호하여 고노 총재 탄생을 저지할 것이다. 아무리 국민적 인기가 높은 고노라 해도 2차 투표는 압도적으로 국회의원의 표심으로 당락이 결정되므로 아베 전 수상의 영향력이 진가를 발휘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다카이치는 ‘총재 선거 출마라는 귀중한 경험’과 함께 ‘득표수의 다과에 따라서 향후 정치가로서 몸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아베 자신과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이 매우 유사한 동지인 다카이치를 키우는 것은 언젠가 국정 무대로의 컴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견제하는 대항마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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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아베가 이런 선거제도와 현 정국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자신의 위상과 입지를 더욱 드높일 수 있으며, 이번 총재 선거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줄과도 깊이 연관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임기 중 발생한 ‘모리가케’ 학원 문제나 ‘사쿠라를 보는 모임’ 등의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차기 총리가 되는가는 아베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아베로서는 독불장군식으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노 다로보다는 지금껏 자신의 의향을 순순히 따라주는 기시다를 차기 총리로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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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아베-아소가 가장 배격하는 이시바가 고노를 지지하며 공조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고노의 파벌 수장인 아소와 고노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이시바가 고노 진영에 합류함으로써 아베-아소가 기시다를 포스트 스가로 해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의원 20명의 추천이 필요한데, 그마저도 전도 불투명했던 다카이치를 느닷없이 지지하고 나선 아베의 속셈에는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겹치고 얽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재 선거는 자민당 내 신구세력 대결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포스트 스가를 정하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실질적으로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그리고 다카이치 사나에의 3파전으로 압축되었다. 

 

약 2주 정도 남겨논 현재 정세로는 고노 다로가 한 발짝 앞서 리드를 하고 있으며 그 뒤를 기시다 후미오가 추격하고, 다카이치 사나에가 멀찌감치 3번으로 들어오고 있는 형국이다. 

 

자민당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고노는 자민당 내 차기 수상으로 적합한 인물 여론조사에서 언제나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그리고 고이즈미 신지로가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더욱 기세가 드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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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신지로(왼)와 이시바 시게루(오)

 

이로써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이런 대결 구도로 정리되고 있다.

 

 

아베-아소로 대표되는 기존의 지배 세력 

 

VS 

 

고노 다로, 이시바 시게루, 고이즈미 신지로로 대표되는 중진 및 젊은 층 세력

 

 

만일 고노가 총재로 당선이 된다면 자민당 내의 정치 지형과 역학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기존의 원로와 베테랑들이 권좌의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인물들이 차지할 것이다. 

 

이는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 자민당의 무풍지대에 새로운 바람구멍을 뚫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고노 다로가 그런 변혁을 이끌어 낼 결단력과 추진력 그리고 강단이 얼마나 있을지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겠지만, 그런 기대를 갖게 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총재 선거의 관전 포인트

 

전술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번 총재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①고노 다로는 지방 당원의 표를 대량으로 흡수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원 표를 최대한 결집하여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해야 한다.

 

②그렇지 않으면, 고노 총재의 탄생은 차후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결선투표는 국회의원의 표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③고노의 뒤를 쫓고 있는 기시다 입장에선 1차 투표에서 고노의 과반수 획득을 최대한 저지하는 득표를 해야 한다. 

 

④그 후 아베-아소 등으로 이어지는 기득권 세력들과의 공조하면 결선투표에서 역전할 승산이 충분히 있다. 

 

⑤3위 주자인 다카이치는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함으로써 정치가로서의 몸값을 올림과 동시에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에 필적할 수 있는 여성 정치가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⑥그녀는 당선이 목표라기보다 자신의 위상 확대를 최대한 목표로 할 것이다. 

 

 

향후 한일관계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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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시사저널e>

 

그럼 이 세 사람이 총재로 당선되었을 때 한일관계는 아베-스가 정권 때와 다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결론은 특별히 관계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노 다로는 외무대신 시절 한국과 종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대립의 정면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 당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강경한 태도와 상대국에 대한 리스펙트 정신도 없는 무례를 태연하게 범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기시다의 경우는 평소 온건한 비둘기파의 평가이지만, 만일 자민당 총재가 되어 수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자신의 소신과 의지에 의한 대한 외교를 펼칠 수 있을까 미지수다. 

 

기시다가 총재로 당선되는 길은, 앞에서 소개한 대로 아베 전 수상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리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결국 기시다의 외교는 아베 정권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카이치의 경우는 당선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기도 하거니와, 평소 극우적인 그녀의 정치적 이념이나 언행을 보건대 애당초 관계 개선의 기대 같은 건 접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첨언하자면, 의원내각제의 특성상, 국가의 리더를 직접 국민의 손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투표로 내각총리대신이 선출된다. 

 

물론 제1당의 대표(자민당의 경우는 총재)가 통상 수상으로 임명되기에, 자민당이 총재 선거 후에 치러질 총선에서 제1당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이번에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가 새로운 수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고노 다로가 수상이 된다면 국민 여론 조사 및 자민당 지지자의 여론 조사에서도 고노가 1위를 차지하고 있음으로, 비록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국민의 여론이 수상 선출 과정에 반영되는 셈이다. 이 경우는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만일 기시다가 총재가 되어 새 수상이 된다면, 국민 여론에서 별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집권 정당 내의 이해관계에 의해 수상으로 선출되는 결과를 의미한다. 

 

이 경우는 일본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심각한 결함을 노정하는 것으로, 국민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리더가 선출되는 것이다. 국민은 그 리더에 의해 구성되는 정부의 통치를 받게 되는 모순을 드러내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여간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제3자인 우리는 그냥 흥미롭게 관전하기만 하면 된다.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학 박사)

 

 

 

 

 

편집부 주

 

30여 년간 도쿄에 살며 일본 정치를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헌모 교수가

재일한국인의 눈으로 본 생생한 일본정치의 현장과

일본 우경화의 현주소를 진단한 책이다.

 

일본 정치가 돌아가는 원리와 어떻게 우경화가

독주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는 읽어보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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