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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돌이의 티샷을 허하라

 

야구선수에게 골프가 좋지 않은 운동이라는 칼럼을 읽었다. 야구도 편측운동인데 골프도 편측운동이라 부상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야구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같은 이유로 구단 프런트나 코칭스텝은 선수들이 골프 치는 걸 싫어하는 편이다. 1주일에 하루 쉬는 월요일에 골프 치지 말고 쉬라고 한다. 가끔 나에게 선수들 골프 치는 걸 관리 잘하라고 말해 당황한 적이 여러 번이다. 마음속으로 난 열심히 치라고 응원하고 있는데 어떻게 못 치게 하란 말인가. 야구선수들이 골프와 같은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을 적극 권장하는 편이다.

 

부상이라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야구선수가 아닌 우리나라 골프인구가 전부 편측운동을 하고 있는데, 부상 위험이 있으니 골프를 그만두게 해야 하는가. 사회인 야구하는 동호인들도 주말마다 하는 편측운동이 위험하니 당장 배트를 들지 말라고 해야 하는가. 골프 치다가 다칠 수도 있다. 그게 걱정이면 쉬는 날 외출금지를 시키는게 나을 수도 있다. 교통사고 확률이 더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골프를 즐기는 야구선수들은 대부분 쉬는 월요일에 필드에 나간다. 인도어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 선수들은 많이 보지 못했다. 야구는 매일 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 있는 날 연습장 가서 골프 연습을 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쉬는 날 필드를 나가서 골프를 즐기는 선수를 상상해보자. 잘 치는 선수는 엄청 잘 치지만 못 치는 선수들은 흔히 백돌이라고 불린다. 평균적으로 선수들이 필드에 나가면 100타를 친다는 가정을 하고 생각해보겠다.

 

보통 100돌이 정도의 실력이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퍼팅을 3회 정도 한다. 적으면 2회 정도 한다. 총 18홀을 도는 동안 평균적으로 3회의 퍼팅을 하면 54회, 2회를 퍼팅을 하고 보통 컨시드를 받기도 하기 때문에 2회를 기준으로 하면 36회의 퍼팅을 한다. 그리고 18홀 동안 드라이버로 14회의 스윙을 할 것이고 아이언으로 4회의 티샷을 한다. 그리고 100돌이 정도의 실력은 대부분 매홀당 한 번의 어프로치 샷을 한다. 나머지 샷은 아이언으로 하게 된다. 골프 라운딩 하는 동안 강도 있는 샷을 드라이버 14회랑 아이언 14회 정도 하는 것이다. 연습 스윙은 계산하지 않겠다. 총 28회의 강한 스윙으로(아이언은 강도가 사실 세지 않다.) 야구선수가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골프를 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골프는 부상의 위험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막상 선수들에게 야구 스윙을 하루에 1000개 시키는 지도자들이 많았으며, 3-400개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차라리 스윙 개수를 줄이는 게 부상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지 골프를 치는 게 부상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부상 위험으로 골프를 못 치게 하는 것보다 1000개씩, 500개씩 스윙하는 선수들을 위해 감독, 코치들을 설득하는 게 훨씬 부상의 위험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work와 life의 밸런스. 일과 삶이 양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쉬는 날 하고 싶은 걸 하며 스트레스도 풀어야 한다. 골프를 좋아하면 마음껏 치는 게 본업에 집중하는 데에 더 낫다. 그들도 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삶 속에 야구가 있는 것이지 야구 속에 삶이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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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의 맹점

 

말 나온 김에 선수들의 자기 관리 이야기를 좀 해보자. 많은 운동선수들이 그렇지만, 야구 선수들도 체중관리에 큰 고통을 받는다.

 

야구 시즌이 종료하고 스프링 캠프를 앞둘 즈음, 언론에는 선수들의 다이어트 기사들이 많이 실린다. 그동안 나는 기사를 스크랩해놓고 다른 팀 선수들의 몸무게 변화를 확인하기도 했다. 야구선수들의 능력이 떨어지거나 시즌 결과가 나쁘면 보통의 지도자들은 살을 빼라는 지시를 많이 한다. 예전의 좋았던 몸 상태로 돌아가야 된다는 이유다. 얼핏 맞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있다.

 

몇 년 전같이 일했던 투수코치가 결연한 표정으로 트레이너실에 찾아왔다. A 선수의 몸무게를 아냐고 물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기록지를 보여줬다. 기록지상으론 근육량이 늘어 전체 체중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을 빼야 된다는 것이다. 살찐 것이 트레이너 잘못이라는 내용으로 얘기했다. 난 이렇게 얘기했다.

 

"코치님께서 A 선수가 살을 빼서 야구를 잘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선수를 설득해주십시오. 선수가 살을 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방법은 제가 얼마든지 알려주겠습니다. 하지만 전 살을 뺀다고 야구를 잘한다는 100% 확신이 없으니 강요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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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야구장에서 트레이너가 러닝을 몇 개 더 시키고 운동 좀 더 시키면 살이 빠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트레이너들이 24시간 붙어서 먹는 걸 다 감시할 수도 없고, 밤에 집에 가서 뭘 먹는지 알 수 없는데 체중관리에 대한 책임을 트레이너한테 넘기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 이상한 건, A 선수는 입단한 이후 5년간 매년 투수코치의 지시로 다이어트를 했는데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1년만 살이 찌지 않았고 나머지 해는 계속 살이 찌고 있었다.

 

전 세계 다이어트 인구 중에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비율이 6%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요요현상으로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A 선수가 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살이 계속 찌는 이유도 다이어트가 끝난 이후 요요현상으로 살이 그전 몸무게보다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야구선수들에게 지도자들이 다이어트하라고 얘기하면 거의 대부분 안 먹기 시작한다. 안 먹으면 단기적으로는 수분과 근육량이 빠져 체중이 빠질 수는 있다. 목표치에 도달한 이후 원래 먹는 양으로 돌아가면 금방 요요가 오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먹는 양을 계속 적게 먹던지, 운동량을 계속 많이 가져가는 방법이 있는데,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144게임을 치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즌이 끝날 때쯤 되면 체중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래서 난 그런 스트레스와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자고 주장하였다. 각 팀에 그냥 보기에 살이 많이 찐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그 선수들이 신인 때 사진과 이후 사진들을 검색해보라. 금방 알 수 있다. 매년 다이어트와 요요를 반복하고 하고 있다는걸. 살이 안 찌기를 바라면 차라리 다이어트 얘기를 하지 마라. 그러면 지금 몸무게가 유지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운동선수라는 직업의 무게

 

2020년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故 최숙현 선수는 경주시청 측의 여러 차례 구타와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결국 22세의 이른 나이로 2020년 6월 26일 어머니에게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줄 것을 부탁하며 생을 마감하였다.

 

사람들을 더욱 분개하게 만든 것은, '무자격 운동처방사'가 폭행에 가담하였다는 언론 보도였다. 당시 난 무자격 운동처방사에 초점이 맞춰지는거 같아 너무 안타까웠다. 이것은 무자격 운동처방사가 문제가 아니라 운동선수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적인 시각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운동처방사가 자격이 있으면 때려도 되는 것인가? '무자격자'에 포커스를 맞춘 기사들이 많아 조금은 불편했었다.

 

흔히, 운동선수란 무릇 혹독한 연습과 자기 절제를 기본으로 하여야 하고 기록이나 성적을 위해 인권이 조금은 경시되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훈련 때 힘들어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극한의 한계를 경험하며 운동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다.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여긴다. 조금의 여유도 주지를 않는다. 지역 프로야구 인기팀 선수들은 홈경기가 끝나고 치킨집에서 사진만 찍혀도 욕을 많이 먹는다고 한다. ‘게임 졌는데 뭐 하는 거냐고’.

 

이런 논리라면 일반 회사원들도 실적 안 좋을 땐 지인들 만나서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하면 안 된다. 그 회사 사장이 다음날 일해야 되는데 집에 가서 안 쉬고 뭐 하냐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몸 관리가 기본인 운동선수는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그들도 스트레스를 풀고 해야 한다. 절대 음주를 권장하거나 최근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을 어설피 반박하려는 게 아니다. 지나친 음주는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함은 물론이다.

 

일반 직장인들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경험이 없어서, 그 외 다른 이유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딱히 찾지 못하고 퇴근 후 술 한 잔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해온 선수들은 어떻겠는가. 그들은 더하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 육성 환경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해온 것은 죽어라 운동하는 것 밖에 없었다. 다른 취미 생활을 경험해 볼 기회는 거의 없다. 뭔가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풀 적당한 방법을 알려주면 참 좋겠다. 운동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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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낫아웃>

 

좋은 야구선수는 열심히 하는 선수이다. 여기서 열심히란 연습, 휴식, 영양, 여가생활을 균형 있게 잘 관리하는 선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연습만 열심히 하는 선수가 열심히 하는 선수이다. 연습만 열심히 한다는 것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미련한 것이고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게 아닌, 선수 본인의 만족과 주변에 보여주기식의 방법이다. 연습 외에도 라이프를 즐기는 선수가 난 보기 좋고 좋은 선수라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성공한 선수들 대부분은 라이프를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이다.

 

운동선수들도 경기장이나 훈련장으로 매일 출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한 집안의 가장이자 귀한 자식이다. 운동선수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운동장 밖에서의 삶에도 조금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게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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