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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오랜만이다. 먹고사니즘에 바빠 글을 못 쓰고 있었다. 2016년 병신년을 맞아 새해 전망이라도 해볼까 했다. 하지만, 역시 귀차니즘 때문에 도저히 못 쓰고 있었는데, 대박 사건이 하나 터졌다.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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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최초로 바둑 프로기사를 이긴 인공지능이다. 그리고, (두둥) 알파고가 현재 최고수인 이세돌 9단과 3월에 100만 달러를 걸고 5번기 대국을 하게 되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세기의 대결’이라는 것 외에는 의미 있는 기사가 나오지 않는 듯하다. 바둑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 바둑기자라면 이 사건이 바둑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살펴봐야지 않겠는가. 반성들 하시라.


어쨌든, 그리하여 본인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는지, 구조는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등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니 다른 분들께 부탁드리고, 인공지능 이후 바둑이 어떻게 될지 이야기해 보겠다.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은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프로기사를 꺾었다. 바둑에서 진 프로기사는 유럽 챔피언으로 정상급 프로에게 2점 정도 치수로 본다(편집자 주: 2점 치수란, 바둑돌 두 개를 미리 놓고 바둑을 두는 것을 말함).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발전 속도다. 기존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프로한테 5~6점 깔고 둔다고 지들끼리 자랑할 때 홀연히 나타나 기존 개발자들을 벙찌게 만들었다. 이 성장 속도라면 바둑도 결국 컴퓨터에게 정복당할 것이다. 오죽하면 네이처 마빡에 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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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면 하수가 무슨 수를 쓰든 고수를 이기기 힘들다. 9급은 아무리 애를 써도 1급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쥐가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인간의 생각을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지금 바둑의 끝을 9단으로 본다. 9단이 끝이기는 하지만 이세돌 등 초고수는 전성기에 10단에서 13단 사이였다고 볼 수 있다(1단이 1점 차이는 아니다).


이전까지의 인공지능의 수준은 한국의 아마 고수 정도 레벨이었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계속 발전하여 9단을 뛰어넘고 20단 30단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가 버린다면 과연 인간은 컴퓨터의 바둑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초인공지능(神)의 영역으로 봤을 때 기준이다. 인간 IQ가 200이 한계일 때 인공지능 IQ가 1000이면 그게 어떤 세계인지 추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공지능 바둑이 인간 최고수와 비등해질 경우(올해 안으로 되지 않을까 추정한다)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1. 인터넷 바둑 사이트의 멸망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유료든 무료든 시장에 풀릴 것이다. 시간이 더 흐른다면 모니터 건너편의 상대가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국이 이뤄질 수 있을까? 설사 사람이 둔다고 해도 진 사람은 상대방을 컴퓨터로 의심할 것이다. 결국 인터넷 바둑 사이트 이용자는 컴퓨터만 남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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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폰서 축소


체스는 컴퓨터에게 따라 잡혔지만, 바둑은 아직 인간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많아 이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이 바둑으로 컴퓨터에 밀리게 된다면 과연 어떤 스폰서가 바둑에 매력을 느낄 것인가? 더구나 지금 같은 속도로 인공지능이 꾸준히 발전하면 컴퓨터가 인간을 따라잡고, 그 격차가 어느 정도까지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해설자들이 해설하는 바둑 경기를 시청자가 인공지능으로 돌려보고 있다면? 해설자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설자들이 인공지능 프로그램 돌리면서 해설하면 그게 재밌겠는가?


결국 사람끼리의 대결은 흥미가 없어질 것이다. 체스도 컴퓨터에게 진 후 시장이 많이 죽었다. 그래도 체스는 전 세계에 퍼져 있어서 명맥을 유지하지만, 바둑은 극동아시아에서 인기 있는 게임이다. 각종 바둑대회에 팬들의 관심은 줄어들고 그 결과 스폰서 축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3. 바둑전문 도장의 축소


스폰서가 줄어들면 누가 프로기사가 되려고 하겠는가? 또 프로가 되어도 생계가 막막해질 것이다. 프로를 지망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면 연구생들을 가르쳐서 먹고 사는 많은 프로들의 일자리 역시 사라지는 것이다.



4. 바둑 단체 축소


한국기원이나 대한바둑협회나 바둑 보급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 프로기사 밥 먹고 살게 해주는 게 이 단체들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그런데 스폰서가 줄어들고 바둑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결국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사연금도 대폭 삭감되거나 사라지게 될 것이다.



5. 바둑 시장 축소


바둑에 대한 동경과 경외가 사라지며 바둑에 접근하는 사람이 줄어든다. 인터넷 바둑은 쇠퇴할 것이며, 바둑을 아는 사람들은 기존의 멤버들끼리 교류하는 정도일 것이다. 지금 장기가 동네에서 아는 사람끼리 두고 대회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바둑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도 비싼 돈 내가며 프로에게 배우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구입해서 대국하면 되지 않을까? 돈도 거의 안 들 것이다.



앞으로는 우째 될 것인가


아마 1~2년은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결의 이슈로 반짝할 것이다. 그리고 바둑은 사람이 지는 순간부터 몰락하기 시작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보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과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위 시나리오는 컴퓨터한테 지는 순간, 3년 안에 벌어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바둑계가 몰락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바둑 자체로는 어쩌면 신의 한 수에 다가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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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 많은 수를 다 계산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덤의 명확한 정의가 내려질 것이다. 6집 반 흑 필승, 7집 반 백 필승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최선의 수들이 나오지 않을까? 포석의 의미가 사라질 수도 있다. 이미 30수~ 50수 정도는 정해진 대로 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일 수도 있다. 최선의 바둑이 나올 수도 있고, 그것은 곧 바둑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너무 우울하게 쓴 거 같아 마음이 괴롭다. 그동안 시스템 문제만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위기가 올 줄은 몰랐다. 솔직히 답이 없다. 바둑계가 하락세지만 그래도 완만하게 하강세를 그릴 줄 알았는데 너무 빨리 왔다. 이러면 변화에 대처할 시간이 없다.


결국 어린이 교육으로 몰릴 것이다. 그 외의 일자리는 빠르게 감소하고. 그리고 프로 자격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적어도 바둑판 안에서는 프로의 말이 법이던 시절은 끝났다. 프로기사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은 교육으로 빠질 것으로 본다.


기존 바둑계 종사자들은? 이직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이다. 바둑TV가 기원으로 넘어가면서 바둑TV 직원들이 참 불쌍했다. 그런데 역시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그것이 복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세돌과 알파고(인공지능)의 대결은 승패와 상관없이 알파고에게 이세돌이라는 데이터를 심어주는 결과가 된다. 이로써 알파고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100만 달러라는 금액은 홍보 효과와 데이터에 비해 너무나 푼돈이다. 바둑계 참새들은 이세돌이 짭짤하게 땡겼다고 부러워한다. 지금 그거 부러워할 때가 아니다. 바둑의 미래는 지금 장기처럼 될 것이다.


구글은 지금 엄청난 장사를 하고 있다. 그깟 100만 달러는 푼돈이다. 이미 홍보 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이 이세돌과 비등한 대결을 펼치기만 해도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는 순간, 전 세계 인공지능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며 그 파급효과는 수십, 수백조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럼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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