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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코로나 초기, 아무도 쓰지 않는 마스크, 꼭 쓰고 다녔다. 어디를 가나, 뭘 만지든 손 세정제로 닦았다.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니냐 싶을 만큼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달고 온 바이러스까지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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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있는 학교. 각 반 정원은 20여 명 안팎. 이런 학교에서 각 반에 60%씩 코로나에 감염됐다. 아이가 속해 있는 반은 23명 중 총 16명이 감염되어 3주 가까이 7명만 수업에 참여했다. 타 반도 마찬가지였다. 그 아이들의 가족들도 대부분 코로나에 걸려 일을 하지 못하거나 병원 신세를 졌다. 그야말로 ‘위드 코로나’였다. 

 

코로나에 걸린 이후에 어떻게 됐냐고? 아이를 포함해 우리 가족 모두 죽다 살아났다. 평생 이렇게 아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 혹은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해 주는 건,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집에서 약 먹으며 쉬고,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었다. 

 

나의 상황이 아마도 한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의 현실이 아닐까 한다. 

 

 

‘위드 코로나’인가, ‘알아서 코로나’인가 

 

지난 7월, 영국 정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선포하고 그동안 있었던 모든 규제를 완화/폐기했다. 백신 접종률이 70%가 넘어가면서 중증 환자 및 사망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대표적 이유였다. 

 

굳게 닫혀있던 식당, 펍, 상점들이 하나 둘 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피트니스 클럽, 공연장, 경기장 등 다수가 모일 수 있는 곳의 영업도 함께 시작됐다. 학교나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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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급작스럽게 풀린 규제로 코로나 감염자 수는 폭증했다. 하루에 수 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 

 

주치의 제도를 통해 운영되는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보건서비스)는 의사 1명당 2,000명이 넘는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때문에 다시 규제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도 돌았지만, 말뿐이었다. 

 

사실상 진정한 위드 코로나의 시대, “알아서 코로나”의 서막이 울리게 된다. 스스로 검사하고, 스스로 진단해서 스스로 처방해 상태가 나아질 때까지 ‘알아서’ 버터야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인 셈이다.  

 

 

통계로는 알 수 없는 ‘알아서 코로나’ 환자들

 

다시 우리 가족 얘기로 돌아와보자.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의자에 앉아 으슬으슬 떨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아들이었는데, 갑자기 열이 38도를 넘어가고 복통, 두통 등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환절기 독감이라 생각했다. 해열제와 진통제를 먹이고 씻기고 뉘여 쉬도록 했다. 

 

허나, 아무리 약을 먹고 쉬어도 열이 잡히지 않았다. 응급실에 전화했다.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수도 있으니 일단 집에서 경과를 지켜보고, 호흡에 곤란이 있어 보이면 다시 연락하라는 답을 들었다. 

 

당장 의료진 통한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 수 없으니 불안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가 집에 있었다. 영국에선 약국에 가면 코로나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키트를 무료로 배포해 주는데, 혹시 쓸 일이 있을까 싶어 약국에서 받아왔던 진단 키트였다.

 

아이가 걸렸다면 부모인 우리에게도 모두 감염이 되었겠다 싶어 온 가족이 함께 셀프 코로나 검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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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

 

뭔가 쎄~한 기분. 아니나 다를까 온 가족 모두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당시 아무런 증상이 없던 우리 부부는 무증상자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되어 모든 야외활동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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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진단 결과 : C에만 표시될 경우 음성, C, T에 표시될 경우 양성.

 

자가진단은 “알아서” 빠르게 대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알리지 않는다면 통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도 제대로 된 대처 혹은 정책을 펼칠 수 없다는 커다란 단점이 존재한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은 정밀 검사를 위해 PCR 테스트를 받긴 하지만, 경증 혹은 무증상자의 경우엔 별도의 알림 없이 “알아서” 약 처방하고 “알아서” 자가격리를 하거나, 혹은 일상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간편하고 빠른 대처를 위해 뭔가, 큰 걸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 순간이었다. 

 

자가진단 키트는 정확성이 높지 않기에 좀 더 정밀한 검사를 받기 위해 PCR 테스트를 신청했다. 영국에선 NHS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가진단 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체크하면, 자가 PCR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키트를 무료 배송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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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테스트는 직접 병원 혹은 기관을 방문하는 방법과 우편을 통해 자가 PCR 테스트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 가족의 경우엔 이미 양성 반응이 나왔기에 문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겨 우편 테스트를 신청했다. 

 

자가 PCR 테스트라는 이름처럼 이 PCR 검사도 역시 “알아서” 테스트해야 한다. 콧속 깊숙하게 면봉을 찔러 넣어야 하는 고통을 알면서도 겪어야 하는데, 성인의 경우엔 괜찮지만, 아이들의 경우, 특히 (남이 해 주면 어떻게든 버텨보겠지만) 부모가 직접 아이의 고통스런 얼굴을 보면서도 쿡쿡 찔러 넣어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해야 했기에 감행했던 자가 PCR 테스트를 무사히(?) 마쳤다. 

 

테스트는 무사히 마쳤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검사를 마친 뒤, 결과를 우편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집 밖을 나서야 한다. 

 

양성 반응이 나오면 “알아서” 자가 격리를 잘 실천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우체국 혹은 우편함을 찾아 밖을 나서야 한다니 시스템에 모순이 있는 셈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보내야 결과를 받을 수 있으니,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야밤에 마스크를 비롯해 온몸을 옷과 천으로 무장하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우체통에 테스트 키트를 넣었다. 

 

 

병원에선 ‘알아서’ 버티라는 말뿐이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안 걸리는 게 가장 좋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수많은 이들의 인터뷰가 머리 속을 맴돌았다. 이렇게까지 사람의 숨통을 쥐어짤 수 있는 병도 있구나 라는 걸... 제대로 실감하기까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열이 오르고 복통과 두통, 그리고 아이에게선 보이지 않았던 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만 같았던 가래를 동반한 기침이 시작됐다. 마지막으로 폐에 가스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의 호흡곤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진통제로는 4시간만 버틸 수 있다. 다른 약들도 마찬가지. 아프다고 마구 입에 쑤셔 넣을 수도 없었다. 약 효과는 1-2시간. 이후에 오는 고통은 온전히, “알아서” 버텨내야만 했다. 양성 결과를 받고 일주일 후, 고통이 극에 달했다. 병원에 전화했다. 아이가 아플 때 보였던 반응 그대로였다. 

 

호흡이 곤란하지 않으면 일단 집에서 쉬고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숨이 껄떡껄떡 넘어가 정말로 이대로 가다간 호흡이 멈출 것 같은 기분에 다시 정신을 부여잡고 전화했다. 그랬더니 정말로 호흡이 중단될 거 같으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어차피 병원에 와 봐야 병상도 없거니와 집에서 먹는 약 이외에 다른 약도 없으니 별 소용 없을 거라는 말도 함께 였다. 그야말로 “알아서” 코로나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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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제발, 살려줘~

 

 

 

그렇게 우리 가족은 모두가 사경을 헤매며 진통제만으로 버티기에 들어간다. 이역만리 이국인 이곳 영국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