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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 실학의 거두, 정약용의 형 정약전은 귀양살이 중, '오키나와를 거쳐 저 멀리 여송(呂宋: 필리핀)까지 표류했다가 온갖 고생 끝에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던 홍어장수 문순득의 이야기'를 ‘표해시말’로 남겼다. 나 정약사는 그 18촌 동생으로 서학에 연루돼 추자도로 귀양왔는데, 여기에도 매우 진귀한 경험을 토로하는 어부가 있어 그의 기억을 여기에 남기고 이를 '표도시말(漂島始末)'이라 부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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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부는 고기잡던 중 어느 섬에 표류했는데 그 섬엔 온갖 괴물과 기인들이 살고 있어 평범한 인간은 살지 못할 곳이었다. 섬의 이름은 '구킴'이라 하였는데 그 이전에는 ‘미통’이라고도 하였고, ‘자한’이라고도 불렸고 더 이전에는 ‘새눌’이나 ‘한날’이라고도 불렸다. 괴물과 기인들도 스스로 자신들의 섬이 사람 살 곳이 못됨을 알기에 이름이라도 자주 바꾸어 뭇 이웃의 눈총을 면하자 하였으나 그리 큰 성과는 내지 못하였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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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섬 사람들이 구킴섬에 가는 배에 오르려면 반드시 '홍준표'라는 표를 사야 하는데 여자들에게는 돼지발정제를 권하며, 단번에 마시지 않고는 표를 주지 않는다 했다.

 

인근 바다에는 '원희룡'이라는 아직 용은 못된 이무기가 사는데 구킴에서 좀 떨어진 섬에 똬리를 틀고 살면서 구킴도에 오르려 하나 몇 년 째 여의치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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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희룡'은 매우 영특해 보이나 '전두환(丸)'이라는 왕년의 사람 수태 잡은 해적선 앞에 무릎 꿇고 큰절하며 아양을 떨어 사람들을 놀래킨 적이 있다. '전두환'은 이미 낡고 해져서 섬 한 구석 육지에 끌어올려져 있으나 구킴섬 사람들은 그를 종교적으로 숭배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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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는 큰 도둑 '곽상도(盜)'가 사는데 이자는 물건을 훔치기보다는 사람한테 누명을 씌워 혼을 빼고 말려 죽이고 이익을 취하는 간악한 행동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이 도둑질도 부전자전. 그 자식은 다른 섬 사람들이 100년 동안 일해 벌 수 있는 돈을 가로채고도 ‘정당하게 가로챘다’며 배를 내밀고 그 아비 역시 맞장구치니, 사람들이 청출어람이라 하였다.

 

이 도둑 옆을 그림자처럼 붙어다녀 '이영(影)'이라 불리던 한 머리에 꽃 꽂은 여인이 “그 돈이면 푼돈이지 뭘 그러냐.”고 외치자 구킴섬의 주변 섬 사람들 거개가 거품을 물고 심장이 터져 쓰러졌다는 괴담도 있다.

 

우리 풍습에 관에 까는 얇은 널판에 북두칠성을 새겨넣은 뒤 이를 칠성판이라 부르는데 구킴에도 비슷한 용도로 쓰는 '김용판'이라는 판이 있다. 그런데 이 '김용판'은 정작 그 관에 누워야 할 사람이 아니라 엉뚱한 사람을 끌어들여 묻어버리는 괴이한 판이었다. 아무개가 돈 먹고 급체로 죽었다며 자기 위에 눕혔다가 되레 도끼질을 당해 자기가 열다섯 토막이 나서 불태워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국정감사(驧酊疳死 : 말이 술취해 날뛰듯 하다 감질나 뒈짐)라 불렀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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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킴섬에서는 밥 먹을 때마다 구킴섬의 깃발에 배례하고 섬의 노래를 4절까지 완창해야 하며 이를 못하면 매질을 당해야 하는데 이를 '최재형(刑)'이라 했다. 자기 말을 듣지 않거나 뜻에 반하는 모든 것이 부정하게 보이는 신기한 눈, '황교안(眼)'을 가진 기인도 살고 있다고 한다.

 

또 이 섬에는 공포의 열병이 번지고 있었는데 9년 동안 앓으면 겨우 살아난다고 하여 구수(九修)라는 별명을 지닌 '윤석열(熱)'이라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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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으로는 손바닥에 왕(王)자가 생겨나고 남자의 경우 다리가 쩍 벌어져 앉을 때 매우 불편해 보이나 본인은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윤석열을 다스리는 치료법은 정법이라 하며, 항문침 치료법으로 악명이 높다. 이 윤석열을 구킴섬에 누가 들여왔는지에 대한 설은 분분하다.

 

언젠가 누군가 이 섬에 쏘아보낸 거대한 화살 조국대전(箭)에 묻어왔다고도 하고, 언젠가 이 섬에 표착했다는 서양인 ‘Yuji’가 문제였다는 말도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이 윤석열의 고통과 폐해가 심해 구킴섬 사람들의 걱정이 크고, 이 병을 어찌 물리칠까 고민이 많은데 이를 일컬어 '유승민(憫)'이라 한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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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롱사태처럼 이 섬의 소에는 ‘탄핵사태’라는 부위가 있는데 복어처럼 맛있지만 독이 있는 부위인지라 이를 먹고 온 섬이 멸망할 뻔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酒)를 약수처럼 먹고 힘을 회복해 또 다시 이웃 섬을 괴롭히고 제해권을 위협할 만큼의 세력을 형성하니 구킴보다도 더불어민주를 더 원망하고 그 술병만 보이면 치워 버리거나 쏟아 버리는 이웃사람들이 늘었다고 전한다.

 

무릇 이 섬 사람들의 특징은 기억력이 없어 과거 제 패악질을 까먹기를 물 먹듯 하며, 남의 등을 치고 배 쑤시기를 밥먹듯 하니, 이 어찌 괴이하지 않으리오. 이들이 한데 모여 잔치를 벌인다는 '이준석(席)'의 풍경은 차마 묘사하기조차 부끄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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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부의 말에 따르면 돌림병 '윤석열'이 구킴섬에서 괴물, 괴인들과 그나마 양민들이 사는 지역을 가르는 큰 고개 대통령(嶺) 경계까지 돌아 걱정이 태산이라 한다. 어부가 잠시 졸아 이야기는 멈추나 이 괴이한 섬 이야기에 내 손이 더 떨리어 먹이 번지는도다.

 

표도시말의 서문은 이로써 맺는다.

 

 

 

 

추신: 나도 유투브란 것에 도전하고 있다...! 혼자 다 하려니 좀 허접하지만 뭐 이러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거 아니겠나. 심심한 분들, 놀러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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