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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관계없이, 코로나 통제는 안 되고 있다

 

2019년 12월, 우한에서 코로나 첫 환자가 나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 판데믹을 선언했다. 이후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락다운에 돌입했다. 한때는 한국과 같은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하기도 했지만, 개인주의가 강한 유럽인들에게 이른바 3T (Test, Trace, Treat) 전략은 쉽게 용인되지 않았다. 

 

특히 ‘추적’(Trace)은 개인의 사생활이 침범된다는 이유로 다수의 반발을 샀다. 결국, 철저하게 개인의 양심에 따라 방역을 실시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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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알아서’ 테스트하고, ‘알아서’ 정부 당국에 보고하고, (중증이 아닐 경우) 집에서 ‘알아서’ 치료를 해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에 대한 필자의 생생한 경험담은 딴지 기사로 올라와 있다 / 링크) 

 

이로써 사생활 침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대부분의 정책이 개인의 양심에 따라 수집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수립될 수밖에 없었다. ‘알아서’ 테스트하고 치료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발표되는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실제 발생하는 것과 거리가 있을 확률이 높다. 

 

현재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필자의 주변만 보더라도, 자가 테스트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면, 별도의 정부 보고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 개인의 양심에 의해 수집되는 통계 자료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자가 전체 인구의 80%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5만여 명이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백신과 관계없이 코로나 통제는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일찌감치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선포하고 그동안 있었던 모든 규제를 완화/폐기했다. 백신 접종률이 70%가 넘어가면서 중증 환자 및 사망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대표적 이유였다. 정말 이런 이유 때문일까?

 

거창(?)하게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긴 했지만, 그 이면에는 숨겨진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영국의 코로나 대처 : 락다운과 돈

 

영국 정부는 추적을 하자니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안 하자니, 확진자는 점점 늘어날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첫 번째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돌파구로 선택한 방법은 ‘락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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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뿐 아니라 사망자 수가 연일 수천에 이르는, 그래서 시체를 처리하기에도 역부족인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극단의 처방뿐이었다. 아예 다 틀어막아 버리면 일단은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판단했을까. 

 

아이러니한 건, 사생활 침해 우려로 추적은 포기했지만, 아예 집 밖을 못 나오게 했으니 한 단계 더 높은 사생활 침해로 도약한 셈이라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의 동선이 공개되고 활동을 제약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개인의 생활을 국가 차원에서 제재한다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실상 모두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락다운’은 이도 저도 아닌,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어쩔 수 없이 마련된 방책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민 국가로 발돋움한 이래로, 매해 수십 만 명의 이민자가 발생하는 영국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49%) 가까이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들이다. 특히 런던의 경우는 천정부지로 솟아버린 집값으로 매달 내야 하는 월세를 감당하려면 꼭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

 

락다운을 하게 될 경우, 이들은 기본적인 생계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영국 정부가 맞이한 두 번째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영국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돈’이었다. 이른바 ‘유씨’(UC, Universal Credit)라 불리는 제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지급되는 복지제도를 하나로 통합,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이들을 구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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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운드화

 

마치 대단한 아량을 베푸는 것처럼 모양새를 만들어 놨지만, 일을 못 하게 정부가 막아놨으니 정부가 이에 대한 보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일단 주고 보자!” 정책은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된 이들, 혹은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모든 국민들에게 그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했고,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영국인들의 정부에 대한 시각과 태도는 달라졌다. 일례로, 영국의 대표 설문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역대 총리 중 가장 존경하는 이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1위 윈스턴 처칠

2위 웰링턴 공작 

3위 보리스 존슨 현 총리

 

가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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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매일 같이 수 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코로나 초기엔 하루에만 수백 명씩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정부와 총리에게 돌리진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자. 아침에 출근해 늦은 저녁까지 일해야만 살 수 있던 삶에서,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쉬는데도 급여의 80%가 보장되니 얼마나 편했겠는가. 게다가 일용직이 아닌 대부분의 사업장은 직무 형태를 재택으로 전환했으니, 출퇴근에 쏟아부었던 시간을 휴식으로 대체 할 수 있었다. 

 

이래저래 편안한 점이 많아졌으니 영국인들에게 락다운은, 밖을 돌아다닐 수 없는 단점은 있었지만, 이전에 겪었던 교통지옥을 비롯한 기타 불필요하게 허비했던 시간을 개인 시간으로 전환하는 호재를 맞을 수 있게 했다. 허나, 언 발에 눈 오줌으로 즐길 수 있는 안락함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방역 없는 돈은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feat. 음모론)

 

코로나 초기 영국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 및 복지를 위해 사용한 돈은 ‘2천억 파운드’로 ‘약 440조’다.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과 맞먹는 돈을 일시불로 쏟아부은 것. 최초 예산안을 두고 국회에서도 설왕설래가 있었고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시체 쌓아둘 곳도 모자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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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기사 속 사진. Surrey의 한 장례식장 예배당 바닥에 넘쳐나는 시신이 놓여 있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평균 장례 횟수의 약 2배를 처리했다.

출처-<NATIONAL GEOGRAPHIC>

 

이후 진행된 3차례 락다운을 비롯,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제재는 지속적인 세금 사용을 부추겼다. 이후 추가로 지불된 100조가량의 국고를 포함, 코로나 대응에 총 500조가 넘는 예산이 사용되었다. 

 

음모론에 가까운 얘기긴 하지만, 코로나 초기, 70대 이상의 노년층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할 무렵, 영국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뜬 눈으로 보고 있었던 이유는, 예산 절감을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었다. 

 

영국은 65세가 넘어 은퇴하면, 사망하기 전까지의 삶은 국가가 책임진다. 집이 없으면 집을 마련해주고, 생활비가 부족하면 지원해준다.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정부가 끝까지 지원한다. 

 

많은 세금을 내며 일했던 이들은 엄청난 복지혜택을 누리며 살고, 매달 받는 연금 액수도 상당하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도 왜 없겠는가만은, 어찌됐든 영국 정부가 매년 노인복지를 위해 지불하는 돈이 전체 예산의 상당을 차지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음모론이 있었다. 노년층에게 지급되는 연금만 줄여도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음모론이 당연히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해도 전혀 무리가 되지 않을 만큼, 코로나 초기 영국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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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90세 영국 할머니.

 

어쨌든 그렇게 예산은 집행됐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집행되고 있다. 직장을 잃었던 이들이 다시 취업이 될 때까지 지원해 주기로 했는데, 문제는, 집에서 쉬면서 급여를 받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취직자리를 알아볼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상상해보라.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 교통지옥을 뚫고 겨우겨우 정시 출근, 하루 종일 일하다가 집에 와 식사 한 끼 때우고, 핸드폰 좀 보다가 잠드는 일상에서, 

 

늦잠 자고 일어나 브런치를 먹고, 보고 싶었던 영화, 책 마음껏 즐겨보며, (락다운 일 때도 산책은 가능했으니)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 한 잔 들고 가까운 공원을 찾아 산책 후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으로 전환되었다면, 치열한 삶의 전투 현장으로 복귀를 누가 원하겠는가. 쉽겠는가. 

 

결국 최초 예상했던 예산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 국고를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코로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보게 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방역 없는 지원은 또 다른 문제가 되어 뒤통수를 칠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선포한 이유는

 

정부가 락다운을 했으니, 국민들에게 재정을 지원해야만 하는 명분이 있었으나, 영국 정부의 재정은 더 이상 무상으로 지원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브렉시트 탈퇴에 대한 여파가 비자 문제, 노동 문제에도 영향을 미쳐, 유럽 국적의 인원들이 영국을 떠난다. 노동분야에 공백이 생긴다. 여파로 후진국형 생필품 대란도 일어난다. 필자가 실제로 겪은 것처럼, 일가족이 코로나에 걸려도 딱히 신속한 조치도 할 수 없다. 심각한 재정적자는 누적되고 선진국이라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암울한 경제성장율까지 영국을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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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락다운은 없습니다. 모든 규제는 풀리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갑니다. 마음껏 취업하고, 일하고 일상을 즐기십시오. 웰컴, 위드 코로나!"

 

 영국 정부의 속마음을 그대로 풀이하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명분을 없애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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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취업을 못 한다, 취직이 힘들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위드 코로나를 선포하며 단계적 완화가 아닌 한 방에 무장해제 시킨 이유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위드 코로나. 이는 상황이 좋아졌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적어도 영국의  위드 코로나는 더 이상의 무상 지원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리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