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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기사화 과정에서 텍스트로 보기 좋게 편집을 거쳤다. 내용은 같다. 

 

 

본 기사는 몽골 현지인의 시선으로 해당 국가의 모습을 말하고 알림이 취지다.

 

지난 1편(링크)에선 ‘한국에게 몽골이 중요한 이유’와 ‘몽골은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에 대해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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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광장 (수흐바타르 광장이라고도 한다)

 

이번 편에선 무거운 주제에서 잠시 벗어나 몽골의 사회 문화에 대해 다룬다. ‘대체로 이런 경향이 짙다’는 일반적인 모습을 알기 쉽게 다룬 것이니, 모든 내용을 절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양하길 바란다. 같은 모습일지라도 누구를 통해 듣는지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대상자는 현지에서 약 20년간 거주한 교민이다. 몽골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교민 소식지 기자로 활동했으며 취재 경력이 풍부하고 현지에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현재는 몽골에서 여행사(컬쳐노마드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서 몽골 관련 카페(링크)도 운영 중이다. 딴게이로도 활동 중이라는데, 닉네임 '하늘과구름'이다.

 

해당 기사는 여러 몽골 교민과의 부분적인 인터뷰를 취합 또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몽골에 관한 여러 공식적인 자료를 덧붙였으나 중심이 되는 내용은 '하늘과 구름'과의 인터뷰임을 밝힌다. 

 

자. 그럼, 다시 떠나보자. 

 


 

 

 

Q11 : 일단 지난 인터뷰 내용 중 한 가지 질문을 덧붙여야겠다. Q7에서 몽골이 ‘모계 중심적 사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 말인가?   

 

A : 몽골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권위가 높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 주력 인사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옳다 그르다 말하는 게 아니라, 현재 몽골에서 남성의 권위가 더 높다. 내가 모계 중심적 사회라고 말한 이유는 한 가정의 실제 리더는 보통 여성이라는 뜻이다. 

 

가정을 운영해 나가는 건 보통 여성이다. 자세하게 상황을 나누면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기에 ‘모계 중심적 사회’라는 말을 썼다.  

 

 

임권산의 코멘트 

인터뷰 후 기사를 작성하며, 이 부분에 대한 보충설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농사를 짓던 농경사회에선 남성우월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가 있었다. 유목 사회에도 남성의 지위가 더 높긴 했지만, 농경사회와 차이가 있었다. 

 

유목생활에선 여성들이 하는 일의 비중이 상당했다. 유목민들은 여성이 가정과 사회를 지켜주는 근원이라는 가치관이 있었다. 지금도 그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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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몽골 여성들. / 출처-<미 국무부>

 

몽골말로 부인을 ‘에흐네르(ЭХНЭР)’라 한다. 에흐(ЭХ)는 어머니, 네르(НЭР)는 이름을 뜻한다. 부인이란 단어의 뜻이 ‘어머니 이름’인 것이다. 이 단어에서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볼 수 있다. 

 

몽골에선 부부가 이혼을 하더라도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여성이 집과 양육권을 가진다. 강조해서 말하지만, 이것(여성이 집과 양육권을 가지는 것)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몽골이 그렇다는 거다. 몽골은 모계사회의 전통을 갖고 있고, 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있다. 

 

추가로, 지난 편 Q7(링크)에서 몽골인들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상당히 거하게 기념한다는 부분에서, 기사에 나온 ‘모계 중심적 사회’이기 때문이라기보다 과거 공산권 국가에서 ‘여성의 날’을 많이 챙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독자 의견이 있었다. 맞는 말이다.

 

이 부분을 좀 더 보충설명 하자면, ‘여성의 날’은 러시아 문화권(몽골은 과거 사회주의 국가로 러시아 문화권에 오랫동안 있던 국가다)에 있는 국가에서 비교적 중요하게 여겨진다. 여성의 날을 세계적으로 공인하는 걸 처음 제안한 사람이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와 클라라 체트킨인데, 알렉산드라도 소련 국적이다.

 

몽골에서 ‘여성의 날’을 중시하는 건 이러한 이유와 앞서 말한 ‘모계사회의 전통을 가지며, 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본다. 

 

‘여성의 날’에 몽골 여성들은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인사도 ‘안녕하세요’가 아닌 ‘여성의 날을 축하합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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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당시 몽골 총리 후렐수흐(현 대통령)가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하며, 몽골의 어머니와 여성들을 대표하는 몽골의 인사들에 대한 시상을 진행하고 있다. 

 

Q12 : 여성들이 그렇게 존중받는다고 하니, 몽골 가정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A : 아쉬운 부분이다. 몽골에서 ‘여성의 날’을 성대하게 기념하고, 여성을 존중하는 가치관은 있지만, 여성이 평소 잘 대접받는 건 아니다. 여성이 가정의 실제 리더란 말의 의미는, 한편으로 남성들이 가정에 무심하다는 의미다. 

 

대체로 몽골 남성들은 우리나라 남성보다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상당히 약한 편이다. 경제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남성들이 많다. 속된 말로 놀고먹는 한량 기질이 많은 남성들이 비교적 많다.  

 

몽골이 옛날 유목 생활을 할 때, 가축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는 건 남성들이 했지만, 그 외는 모두 여성에게 맡겨서 여성들이 할 일이 꽤나 많았다. 유목민 시절부터 내려오던 이런 습성이 일부 남아있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Q13 : 가정이 주로 여성(엄마) 위주로 운영되면, 자녀들은 친가보다는 외가 쪽에 친근감을 많이 느끼겠다?

 

A : 몽골에선 부모에서 한 다리 더 건너가면 친밀감이 별로 없다. ‘직계 가족 중심주의’다. 사촌 간에도 폭넓게 교류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그렇다. 부모 중엔 당연히 자신에게 더 신경 써준 엄마를 더 좋아한다.

 

Q14 : 가정 이야기가 나오니 궁금한 것이 있다. 딴지에서도 방송하고 있는 주제, 이혼! 몽골에서 이혼은 흔한가?

 

A : 굉장히 흔하다. 쉽게 헤어진다. 싱글맘 비율은 한국보다 많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우선 배경설명이 좀 필요하다. 몽골은 과거 사회주의 국가였다. 영토가 붙어 있었던 만큼 소련 지배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러시아 마인드를 많이 받아들였다. 

 

몽골인은 외형상으로는 동양인이나, 우리와 같은 유교적인 규범, 동양적 사상을 갖고 있지 않다. 과거 유목 생활을 한 것에 더해 러시아 마인드가 들어오며, 외형은 우리와 거의 비슷하지만 가치관은 일반적인 동양과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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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이혼율

 

옛날부터 몽골인들은 가정을 이뤘으니 자신의 위치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전 세계적인 보편적 가치관에 입각해 가족 형태를 이뤄왔던 것이지, 우리처럼 남편이 저래도 내가 좀 더 참고 한 번 숙여줘야지(혹은 반대의 경우), 이런 유교적 가치관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갈등에 봉착하면 참지 않고 이혼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교의 영향을 받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이혼율이 좀 되는 편이다.

 

이젠 우리나라도 참고 살지 않고 안 맞는다 싶으면 이혼을 많이 하는 시대지만, 우리는 최근에 와서 유교적 가치관에서 벗어난 가치관이 형성되며 이혼이 많이 증가한 것이고, 몽골은 예전부터 그랬다.

 

Q15 : 유교적 가치관이 아니라서 우리의 생활, 행동과는 다른 점이 있나?

 

A : 방금 이야기했듯 쉽게 헤어지는 것, 그리고 남녀 간의 성 문제가 우리보다 솔직하고 개방적이다. 연애도 자유롭게 한다. 마음을 숨기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썸타는 그런 모습은 별로 없다. 성적 욕구도 남자든 여자든 솔직하게 표현한다. 여자가 먼저 ‘사귀자’든지 ‘결혼하자’는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남자가 리드하는 게 아예 없진 않지만, 한국보다는 그런 부분이 훨씬 덜 하다. 데이트 비용도 남자 혹은 여자가 더 내야 한다기보다 능력 되는 사람이 더 낸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 결혼하기 전, 그러니까 과거에 대해서 서로 별 문제 삼지 않는다. 어떤 과거가 있어도,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 그런 마인드다. 물론 매춘과 같은 과거는 얘들도 인정 안 한다.

 

동거도 정말 많이 하고, 미혼과 돌싱의 연애, 결혼도 상당히 관대하다. 많이 없어졌지만, 우린 아직 당사자들도, 주변의 인식도 미혼과 돌싱이 결혼한다 하면 좀 그런 게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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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청춘들. / 출처-<몽골/몽골 사람들>

 

 

임권산의 코멘트 

칭기스칸의 일화를 보면, 성 문제에 개방적인 몽골인들의 가치관이 잘 나타난다. 칭기스칸이 세력을 모아 강대해지기 전, 칭기스칸 부인 ‘보르테’는 다른 부족(메르키트족)에 납치된 적이 있다. 나중에 부인을 되찾긴 했지만, 부인은 임신 상태였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난 시기와 맞춰보니 상대 부족에 잡혀있을 때, 겁탈당했을 확률이 높았다.

 

유교 문화권에선 난리가 났겠지만, 칭기스칸은 크게 괘념치 않았다. 그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가 칭기스칸의 첫째 아들 ‘주치’다. 

 

Q16 :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궁금하다. 20년간 몽골에 거주했으니, 여러 결혼식을 가봤을 텐데, 우리와는 다른 결혼식 모습이 있나?  

 

A : 결혼식엔 여러 번 가봤다. 도시와 시골의 결혼 풍경은 상당히 다르다. 도시, 그러니깐 울란바토르의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궁전’이라는 이름의 예식장에서 결혼한다. 울란바토르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거의 거기서 한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사람들이 미어터진다. 순서를 예약하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 다른 예식장도 몇몇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결혼궁전에서 결혼하는 이유는 결혼식과 함께 국가에서 결혼을 공인해주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결혼할 때 혼인 서약을 하지 않나. 혼인 서약을 할 때, 신분증과 주민등록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받은 혼인증을 같이 낸다. 그럼 양쪽 집안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가 공무원이 두 사람의 결혼을 공인해준다. 

 

그 후에 양가 어른들께 인사드리며 양가 어른들로부터 정식으로 결혼을 인정받는다. 형식적인 절차다. 몽골의 옛날 사회주의 시절 잔재다. 이 절차가 없다 해서 결혼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안 해도 전혀 상관없다. 하지만 약 7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사회주의 국가였던 만큼 아직도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그 절차를 거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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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궁전. 작년부터 코로나로 감소 추세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보통 매년 900~1,000건의 혼인신고가

웨딩 궁전에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출처-<구글 지도>

 

결혼식 행사가 마치면, 피로연이 있다. 피로연은 대형 식당이나 레스토랑 등을 빌려서 하객들을 모시고 잔치를 한다. 음식과 술을 제공하는데, 여기서 한국과 다른 모습이 또 있다. 우리는 결혼식에 가면 입구에서 축의금을 일단 내고 결혼식이 진행되지 않나. 몽골은 피로연장에서 축의금을 준다. 

 

사회자가 있어서 양가 부모님, 친척들 소개를 한 뒤, 하객들이 선물을 증정하는 시간이 있다. 그때 현금을 들고 온 사람은 현금으로, 가전제품, 침대 같은 선물을 줄 사람은 선물을 준다. 물론 가전제품, 침대를 직접 갖고 오는 건 아니고, 상품권이라던가 그 선물을 해준다고 약속을 한다. 

 

그림을 주는 사람도 있고, 선물은 다양하다. 부부에게 필요한 선물을 하는 거다. 그러면서 부부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멘트를 남기기도 한다. 결혼식, 피로연은 하루 정도에 걸쳐서 진행된다.

 

Q17 : 시골의 결혼식 풍경은 어떤가?

 

A : 우리도 전통 결혼식이 있는 것처럼, 몽골도 시골은 전통식으로 한다. 예식장보다는 마을 회관이나 야외에서 결혼식을 많이 진행한다. 야외에서 결혼하는 경우, 몽골은 유목 사회였던 만큼 ‘게르’를 적극 이용한다.

 

보통 하객들이 어느 정도 올지 미리 파악한 후, 신랑 측에서 임시 게르들을 설치해 놓는다. 전통식이니만큼 결혼 절차는 도시의 사회주의식보다 자유롭다. 결혼식을 진행하며 잔치를 여는데, 며칠 동안 이어진다. 하객들은 마련된 게르에서 머물며, 먹고 마시고 자고 또 먹고 마신다.

 

내가 시골 결혼식들을 경험했을 땐, 울란바토르 같은 도시처럼 국가 공무원이 있어서 결혼을 공인하는 절차는 따로 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시골도 혼인신고를 한 후, 결혼식을 한다. 시골이 비교적 자유로운 방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하지만, 그래도 예전 사회주의 영향이 남아있어서 양쪽 집안이 인정하는 공식적인 결혼이 되기 위해서는 ‘혼인신고’가 먼저 돼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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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전통 결혼식 모습.

 

Q18 : 여성들은 결혼 혹은 출산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편인가?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여성들이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고, 요즘도 출산 후에 직장생활을 계속하지 못 해서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A : 몽골은 과거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 복지에 대한 법률은 비교적 잘 지켜진다. 출산 휴가, 육아 휴직과 같은 제도도 대체로 잘 지켜진다. 안정적인 일자리라면, 능력이 없어 잘리지 않는 한 일자리는 잘 보장되는 편이다. 여성들의 경제 활동은 굉장히 활발하다. 

 

(몽골엔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지 않다. 일자리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을 순 있으나,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경우는 별로 없다) 

 

Q19 : 전반적인 노동권은 잘 보장되지만, 젠더 부분에서 평등은 어떠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이라든가 고위직 임명 시에 차별이 있나? 본인이 Q11에서 사회 주력 인사 대부분이 남성이라고 답했는데, 단순히 사회 지도층에 여성 비율이 적냐는 게 아니라, 능력이 되는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것이 빈번하냐는 의미로 묻는다. 

 

A : 차별이 있다. 흔히 말하는 ‘유리천장’이라는 게 존재한다. 일반 회사에서도 공직에서도 고위직은 여성들에게 진입장벽이 분명히 있다. 고위직에는 여성 비율이 낮은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실무직에서는 여성 비율이 더 많다. 경제 활동 자체는 여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Q20 : 왜 경제 활동 하는 인구 비율은 여성이 더 많나? 

 

A : 몽골은 남녀성비가 여성이 더 많기도 하고, 앞에도 말했듯 몽골 남성들은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약하고, 한량 기질이 있는 이들이 많아서 경제활동을 안 하는 이들이 꽤 된다.

 

회사 실무직에서 여성 비율이 많은 이유는 여기에 더해, 목축을 하는 인구가 대체로 남성이기 때문이다. 

 

Q21 : 교육받는 부분에서는 남녀가 동등한가?  

 

A : 교육에서 남녀의 차별은 없다. 이 부분에서 몽골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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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받은 미국 대사의 연설을 듣고 있는 몽골국립대학교 학생들.

 

몽골의 대학생 비율은 현재 약 4:6(남:여)정도로 여성이 더 많다. 지금은 남성 비율이 많이 올라 온 거고, 2010년 이전에는 약 3:7(남:여)이었다. 

 

보통 남자 대학생 비율이 더 많고, 여자 대학생 비율이 점점 올라오는 게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보이는 현상인데, 몽골은 왜 이러냐.

 

몽골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남자는 힘이 있으니 굳이 학벌이 좋지 않아도 뭘해도 먹고 살 수 있다. 시골 가서 가축을 키우든 노가다를 하든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얼마든지 구해서 살 수 있다. 그런데 여자는 힘이 약하니 좋은 교육을 잘 받아서, 머리 쓰는 쪽으로 일을 구해야 한다.” 

 

부모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그들은 이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몽골 사람들은 명분이나 어떤 관념에 갇혀있기보다는 실용성과 합리성을 많이 따진다. 실제로 그들의 이런 생각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어떤 특정한 관념에 갇혀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성과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나도 처음에는 신기했던 부분이다. 우리와는 반대의 사고방식이지 않나. 우리는 옛날에 다수의 아들, 딸이 있으면, 아들은 대학 보내고 딸들은 공부를 잘해도 얼른 직장 구해 돈 벌어서, 남자 형제를 뒷바라지하게 했으니.

 

시간이 흐르며 몽골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남자 대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보편적으로 앞서 말한 가치관이 깔려있다.

 

(요즘엔 대학진학률이 높아져 '대학교+전문대학'의 진학률이 80% 정도에 이른다고는 하나, 졸업률은 진학률에 훨씬 못 미친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며 남성 대학진학률은 많이 올라갔지만, 아직은 그게 졸업률로 이어지진 못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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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고등 교육(대학교나 전문학교)에 등록한 남녀비율.

오른쪽 그래프의 파란색이 남성, 노란색이 여성.

출처-<UNESCO Institute For Statistics> (링크)

 

첨언을 하자면, 몽골은 원래 대학 전까지의 교육과정이 10년이었다. 우리는 초중고 12년이지 않나. 그러니까 같은 나이에 초등학교에 진학해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고2 진학할 때, 몽골 학생들은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다. 교육 기간이 국제적 표준과 다르다 보니 학력 인정이 안 된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겨, 현재는 국제적 표준대로 12년 기본교육과정으로 바꿨다.

 

Q22 : 우리의 경우, 유교 문화가 있다 보니 선비적인 마인드. 그러니까 공부 잘하는 걸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는데, 몽골은 유목 문화였다 보니 용맹하고, 강한 것이 최고의 가치였지 않나. 남성의 교육을 비교적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그런 영향이 좀 있는 것도 같은데? 

 

A : 그런 면도 있고, 다른 이유로는 몽골이 과거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이다. 몽골이 소련 다음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사회주의 시절, 몽골에선 남자든 여자든 고등학교까지 똑같이 교육받고, 성향, 재능 등 평가받은 것을 근거로 국가가 진로를 정해줬다. 지금의 북한처럼 말이다.     

 

사실상 모든 국민을 공무원화 한 것이다. 국민들은 똑같이 배급을 받으며 살았다. 물론 북한처럼 고위 관료들은 이야기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그랬다. 그러다 보니 우리처럼 수입(돈)과 같은 항목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세세한 직업별 귀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면이 있다.

 

물론 1992년 민주화되고 자본주의가 도입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40대 이상의 사람들한텐 아직 상당히 유효한 인식이다. 

 

예를 들어, 2000년대만 하더라도 병원에서 의사와 청소부는 동등하다. 맡은 역할이 다를 뿐이다. 청소부는 ‘너는 의사니까 그 역할만 하면 되고, 난 청소부니까 청소 역할만 하면 된다’와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요즘 젊은 층에선 자본주의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기성세대는 많은 수가 사회주의 시절 형성된 직업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꼭 머리 쓰는 쪽으로, 더 전문 직종으로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없고, 남자는 힘으로 먹고살면 된다’는 생각이 영향을 미쳐 여자 대학생 비율이 더 많은 결과가 나온 면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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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영등포투데이>

 

Q23 : 옛날에는 일반적으로 대학을 나오든 아니든 크게 대우가 다르지 않았기에 기성세대들이 힉벌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현재는 어떤가? 사회적으로 학벌에 따라 대우가 좀 다른가?

 

A : 몽골은 전반적으로 우리만큼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졸과 대졸 간에도 차이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학교 간에도 서열을 크게 따지는 분위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교가 국립대이고, 대학교끼리 나름의 서열이 있기는 하나 우리만큼 서열을 중시하진 않는다.

 

학벌에 대한 사회적 대우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려면, 몇 가지 경우를 나눠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중소기업은 대졸자를 고졸자보다 더 우대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고졸이나 대졸이나 똑같다고 봐도 된다. 사실 몽골은 전반적으로 실력보다는 빽(인맥)이 더 중요하다. 더 고급 교육을 받은 것보다 빽이 좀 더 있는 게 어디 취업할 때 훨씬 도움 많이 된다.

 

큰 기업도 학력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다. 실력이 너무 차이 나지만 않는다면 역시 빽이 있는 사람이 입사에 유리하다. 물론, 정말 핵심 업무 분야, 그래서 꼭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분야는 실력으로 뽑는다. 이 분야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들어가고, 관련 학과면 더 좋다. 국립대를 조금 더 쳐주긴 하지만, 사립대와 큰 차이는 없다(몽골은 대부분 국립대다).

 

그다음으로 ‘공무원’. 앞서 말했듯, 몽골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지 않은데, 제일 안정적인 직종이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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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정부종합청사&국회의사당. 울란바토르 중심지에 위치하며 앞엔 칭기스칸 광장(수흐바타르 광장)이 있다.

 출처-(위)블로그<한몽교류진흥협회>

(아래)블로그<느티n버들>

 

공무원은 굉장히 인기 직종이다. 당연히 되는 거 어렵다. 몽골이 관료 사회라 공무원의 파워도 세다. 공무원은 대학 안 나오면 되기 어렵다. 대학을 안 나오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대졸자에 비해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공무원 역시 인맥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 공무원시험이 존재하긴 하지만, 인맥을 통하는 게 공무원 되기 가장 쉬운 방법이다.  

 

(공무원 조직에서) 과장급 정도 이상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외국에서 유학하지 않았으면 진급에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또 그 세계에선 학교 타이틀이 영향을 미친다. 

 

학교별로 자기끼리의 이너서클, 즉 파벌이 있다. 그중 최고는 몽골국립대학 파벌이다. 특히 인허가 관련 부서, 즉 뒷돈이 많이 생기는 부서일수록 파벌과 인맥은 중요하다. 기술직에선 분야별로 몽골국립과학기술대, 몽골국립농업대학교 등 최고 파벌 학교에 차이가 있다.      

 

<계속>

 

   

 

※하늘과구름이 운영하는 몽골 현지 여행사: 컬쳐노마드 투어

운영 카페 주소 : https://cafe.daum.net/gomongol  

 

※독자 여러분들도 몽골에 관해 경험했거나 알고 있는 사실들을 댓글로 이야기해주시면, 기사의 내용 외에도 더욱 풍부하게 몽골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아 오해가 많은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계속 인터뷰 예정이다. 인터뷰를 원하는 분들은 언제든 쪽지로 연락주시라. 검토해서 연락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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