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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사과 사진으로 세상을 들쑤셔놓은지 일주일이다.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언제 찍었는지, 어디서 찍었는지, 왜 찍었는 지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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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사과 사진에서 중요한 건 두 가지다.

 

사진을 후보 개인이 올렸든 가족이 올렸든 해명대로 캠프 실무자가 올렸든, ‘사과는 개나 줘버려’라는 메시지가 담긴 포스팅은 어느 쪽으로나 윤석열 본인의 컨펌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되느냐 마느냐하는 판국에 이런 폭탄 같은 사진을 자기 맘대로 올릴 수 있는 간 큰 직장인이 세상에 어딨나.

 

개사과 사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사진이 게시된 시점이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할 때였다. 생각보다 싸늘한 반응에 뇌관을 잘못 건드렸다 판단하고 대처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윤석열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엿이나 먹으라는 사진을 올렸다. 발언에 대해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는 의미다.

 

이상한 부분이다. 선거란 철저한 계산 싸움이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철천지원수하고도 깐부를 먹고 견원지간도 오월동주 하는 게 선거의 원리 아니던가. 전두환과 깐부를 먹는 게 누가 봐도 불리한 쪽으로 돌아간 상황에서도 이런 아집을 부렸던 건, 분명 다른 계산법이 있다는 것이다.

 

즉, 전두환 칭송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 판단했을, 무언가가 있다.

 

단독 주연 윤석열

 

윤석열은 이 시점에서 전두환을 왜 언급 했을까. TK나 PK 표를 결집시키려는 의도였다면, 전통성 측면이나 역사 인식 논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담 적은 박정희나 이승만을 언급해도 될 일이다. 쿠데타군의 수괴와 자국민 학살자로 역사의 평가가 끝난 전두환을 끌어들이는 것은, 잃을게 너무 많은 무리수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윤석열이 야권 대선후보로 라이징하기 시작할 때로 시계를 돌려보자. 그가 처음 쌓아올린 캐릭터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정의로운 검사'였다.

 

당시에 비대해진 검찰을 견제하려는 시도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정부' 프레임으로 되쳐서 무산시키려는 세력의 규합이 있었다. 상급자인 법무부장관에 대한 하극상을 <윤석열 VS 추미애 대전>으로 언론들이 생중계한 것은 그 작업의 메인 이벤트였으며, 단독 주연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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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정말이지 절묘한 캐스팅이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수습한 검사였고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 윤석열은, 진정성 있는 항명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선 참패 이후, 점점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었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석열의 반기가 흐름을 바꿀 매우 절실한 기회로 다가왔을 것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진한 스킨십은 이때부터다.

 

윤석열이라는 변수

 

국민의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윤석열은 불과 몇 년 전, 자신들의 진영을 박살 냈던 검사다. 그런데, 갑자기 정국환기에 절호의 찬스가 되어 돌아왔다. 조깠지만 절실한 카드였다.

 

평생 검찰밥을 먹은 윤석열은 정치판에 뿌리가 없다. 검사로서의 행보도 갈지 자여서, 솔직히 어느 초식을 쓰는 인물인지 모두가 미지수인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높게, 높게, 라이징 할수록 무조건 땡큐인 상황이었다. 일단 모르겠고 윤석열을 띄워야 했다. 공동운명체인 보수 일간지들도 그 점에 있어선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그 당시 국민의힘 대선 잠룡들은 윤석열이 이렇게 오래갈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초동과 여의도는 다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전에 반기문처럼, 분위기만 띄워주고 나가리 될 거라고 생각했던, 혹은 그러길 바랐던 윤석열은, 그러나 변수를 만들었다. 존버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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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타이밍에 나가리 될 줄 알았던 윤석열이 높은 지지율로 버티는 바람에, 서울시장 재당선의 여세를 몰아 추대 형식으로 대선판에 들어오려 했던 오세훈이 나가리 되었다. 윤석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홍준표도, 김무성, 유승민 등 이전 당내 주류세력들도 몸을 만들 타이밍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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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왜 전두환을 소환했을까

 

현재 윤석열 캠프는 이 변수가 만들어낸 거대한 눈덩이와 같다. 후보 개인도, 주변에 몰린 사람들도 이렇게 될지 몰랐던 이들이 우글우글 모여 각자의 욕망에 군불을 때고 있다. 오직 반 문재인 정서로 시작되어 정신없이 몸집을 불린 이 집단에게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메시지가 절실하게 필요해졌을 것이다.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선출을 17일 앞둔 시점에, 윤석열이 들고 나온 것은 전두환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맡긴 겁니다. 경제는 돌아가신 김재익에게, 국회 일은 더 잘하는 너희(정치인)가 해라. 웬만한 것 다 넘기고. 그 분야의 최고 고수들, 사심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내세워야 국민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는 겁니다. 저는 좀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며 챙겨야 할 어젠다만 챙길 생각입니다.

 

2021.10.19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방문 중

 

전두환 옹호 발언은, 윤석열 후보가 이전에 했던 말실수들과는 결이 다르다. 준비된 말이다. 전두환 정부의 경제수석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면서, 유력 대선후보로서 롤 모델을 전두환으로 확정하고 있다.

 

이 발언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부분은 대통령으로서 본인의 역할을 ‘시스템 관리나 좀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동네 PC방 주인쯤으로 생각하는 이 대목에서 윤석열의 국정운영 철학이 드러난다.

 

"난 잘 모르겠고, 도장만 찍을게. 해먹고 싶은 사람은 모여라."

 

윤캠프의 캐치프레이즈도 분명해졌다.

 

‘AGAIN 쌍팔년도’

 

수구세력의 새로운 플랫폼, 윤석열

 

아무리 봐도 윤석열의 전두환 발언은 너무나 주옥같다. 이렇게 해프닝으로 흘려보낼 일이 아니다. 찬찬히 번역을 해보자.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내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다들 그럽디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암튼 요즘 내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맡긴 겁니다.

 

▶내가 군대를 안 갔다 와서 잘 모르겠는데 국정운영 그까이꺼 별거 아니라드만.

 

경제는 돌아가신 김재익에게, 국회 일은 더 잘하는 너희(정치인)가 해라.

 

▶응 그래. 나 사람 잡아넣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뭐 없다.

 

웬만한 것 다 넘기고. 그 분야의 최고 고수들, 사심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내세워야 국민에게 제대로 도움을 드리는 겁니다.

 

▶내가 대통령되면 좋은 날이 올 거야.

 

저는 좀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소통하며 챙겨야 할 어젠다만 챙길 생각입니다.

 

▶가령 예를 들면 우주의 기운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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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전두환 발언은 윤석열 이라는 깃발 아래 모인 자들이 보수 부동층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과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절차와 정의가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다. 쌍팔년도 그때처럼.

 

전두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모으려는 게 아니라, 전두환 시대의 시스템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러브콜이다.

 

권력의 진공상태를 올라탄 군인 전두환, 그를 소환한 검사 윤석열. 5공화국을 돌이켜보자. 누가 승승장구했고 어떤 이들이 희생되었으며 민주주의의 어떤 것들이 파괴되었는지.

 

윤석열을 지금 꽃가마에 태우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자들인지, 그들이 청와대에 입성했을 때 어떤 풍경이 펼쳐질 지 상상하기에 그만한 사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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