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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에 리뷰 노예로 납치된 불가사리. 거액의 제작비로 복수하겠다 다짐했지만, 딴지가 던져준 주제는 온통 싸구려들. 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이하 죽돌)는 급기야 약국에서 그냥 주기도 하는 물건, 대일밴드라는 미션을 내린다. 과연 불가사리는 성공적으로 딴지의 등골을 빼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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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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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상자 열기가 무섭다...

 

죽돌 편집장이 보낸 산더미같은 밴드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대체 어떻게 이 제품을 리뷰할 수 있을까? 상처가 있어야 밴드를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없는 상처를 일부러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게 문제라면, 만들어드리겠다."

 

원고 청탁자 죽돌 편집장은 이딴 소리나 하고 있고. 하아. 별수 없지 이번에도 어떻게든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그나저나 빌어먹을 캐릭터 밴드는 대체 어떻게 리뷰해야 하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를 다 밴드로 만들 기세다.

 

다만 밴드를 카테고리로 나누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우선 일반형 밴드의 경우, 얼 딕슨이 최초로 밴드를 개발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거즈 위에 테이프를 붙인 형식이라는 점이 동일하다. 현재 시판되는 밴드의 거즈는 거의 다 비슷했다. 상처에 진물 등을 흡수할 만한 흡수력이 있는 거즈는 아니었고, 상처에 잘 들러붙지 않게 설계된 거즈에 아크리놀 등 약간의 소독약이 발라져 있는 형태. 밴드를 사용할 때는 대부분 소독약이나 연고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독 성분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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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를 사용할 때는 늘 이분들의 얼굴을 떠올리기로 하자. 덜렁이 와이프를 가진 덕에 모발을 잃고 대신 부와 지위를 얻은 얼 딕슨 씨와 그의 아내이다. (지난 지식편 참조)

 

결국 일반형 밴드의 경우 테이프의 성능이 중요하다. 좀 더 세분하자면, 접착력(땀과 움직임에도 떨어지지 않는 능력), 피부에 대한 자극 정도(그리고 테이프 자국이 남는지 여부) 기타 특이점(색상, 상처에 달라붙는지 정도 등),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가격이다. 아쿠아 밴드와 습윤 밴드, 캐릭터 밴드를 어떻게 리뷰할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일반형 밴드를 위 항목에 따라 평가했다. 다만 실제 상처 위에 붙인 것이 아니다 보니, 정밀한 리뷰가 가능하지는 않아 점수를 따로 매기거나 하지는 않았고, 밴드에 대한 장단점 소개와 추천 정도를 제공하려 한다.

 

일반형 밴드 리뷰

 

일반형 밴드는 9종을 사용했다. 밴드의 오리지널, 얼 딕슨의 유산을 이어받은 존슨앤존슨 사에서 만든 ①밴드-에이드(현재 한국에서 밴드 사업은 철수하여, 직구를 해야 했다), 미국에서도 밴드-에이드의 경쟁품인 ②3M 넥스케어, 한국 밴드계의 최강자였던 ③대일밴드, 이 대일밴드 독점의 시장에 균열을 내었던 ④밴드닥터, 저가형 밴드로 다이소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⑤밴드골드, ⑥밴드포유, ⑦네오 밴드플러스, 밴드 시장 고도화 이후 등장한 중외제약의 ⑧하이맘 밴드 베이직, 일본산 밴드지만 최고급의 성능으로 평가받는다는 니치방(일동제약 수입) ⑨케어리브 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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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밴드들 라인업. 써 놓은 번호가 각 밴드의 번호이다.

 

밴드들의 테스트를 객관적으로 하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일단 팔에 밴드를 붙이고 집에서 운동(도수 스쿼트)를 해서 땀을 내고 움직임을 준 후 밴드들이 얼마나 잘 붙어 있고 잘 떨어지는지를 테스트하고, 떼어낼 때의 고통과 팔에 남은 자국을 리뷰한다. 최대한 비슷한 부분에 붙였다고 하지만 부위에 따라 털의 밀도나 땀이 나는 양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 자체로 정밀한 리뷰라 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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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에 밴드들을 붙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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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운동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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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운동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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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를 떼어낸 흔적

 

이 테스트를 통해 나온 밴드들의 총점은 대략 아래와 같다. 점수가 높을수록 좋다는(접착력이 강하고 피부 자극이 적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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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대로 간략히 평가한다.

 

밴드포유(다이소). 개당 가격: 16

 

다이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 120개에 2000원이라는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제조사는 1970년대부터 일회용 반창고를 만들어 온 ‘에버레이드’라는 회사로, 자체 브랜드보다는 PB납품을 주로 하고, 후술할 캐릭터 밴드계를 독과점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이다. 설명에 보면 ‘고감도의 점착력’과 ‘상처에 달라붙지 않는 특수 PE망 처리’를 자랑한다. 그런데 리뷰한 물건 중에 상처에 달라붙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PE망 처리를 하거나, 아니면 거즈 재질 자체를 상처에 잘 달라붙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PE망 처리를 처음 한 제품도 ‘밴드닥터’이다.

 

사용해 보면 그럭저럭 쓸 만하고, 점착력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러나 땀이 나면 거의 바로 떨어져 버리는 점이 문제다. ‘물에 젖어도 강력한 점착력’이라고 홍보하는데, 밖의 물에 대해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땀에 대해서는 바로 떨어져 나간다. 땀뿐 아니라 움직임에도 약한데, 밴드의 재질 자체가 몸의 움직임에 맞추는 신축성 있는 재질이 아니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점착이 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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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 그런데 워낙 싸니 비지떡이라도 먹을 만.

 

네오 밴드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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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등에서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물건. 만든 곳은 국내의 ‘주식회사 네오메디제약’이다. 이 물건은 밴드포유와 어떤 의미에서 정반대인데, 붙어 있는 힘 자체는 정말, 매우, 뛰어나다. 물기가 있건 땀이 나건 어지간해서 떨어지지 않는다. 원단 자체도 신축성이 좋아 움직여도 울거나 떼어지는 면이 적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뗄 때 무지 아프고 피부에 접착제도 남는다. 거의 왁싱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열차게 털을 떼어낸다. 오랫동안 밴드를 붙이고 있으면 피부에 자극이 더 강하게 가지 않을까 겁이 나는 수준.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일단 밴드라면 안 떨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면 골라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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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일 때는 마음대로지만 뗄 때는 아니란다.

 

밴드닥터 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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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밴드가 독점하고 있던 한국 시장에 ‘고성능 밴드’로 균열을 냈던 그 회사, 밴드닥터이다. 원래는 일본 제품을 (주)서통이 수입하는 방식이었는데, 서통에서 직접 생산을 하다 1997년 회사 이름을 (주)밴드닥터로 바꾸고 나서부터는 대부분 직접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산 물건 역시 (주)밴드닥터에서 직접 생산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당초부터 프리미엄에 가까운 이미지였던 만큼, 이번 리뷰 중 수입제품(케어리브, 밴드에이드)을 제외하면 거의 최고가에 가깝다.

 

일반 라인업(밴드닥터 플러스)이 아닌 ‘소프트’버전으로, 다른 반창고들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단 테이프 부분이 얇은 부직포 비슷한 재질인데 신축성이 있고 바람이 잘 통할 것처럼 생겼다. 실제로 움직여 보면 그에 따라 주름이 지기는 하지만 점착력이 약해지지 않고 탄탄하다. 다만 색은 밝은 노란색이라 피부가 어지간히 희지 않은 사람이 쓸 경우에는 티가 많이 날 것 같고, 불투명한 재질이라 붙였을 때 티는 많이 나는 편이다.

 

밴드를 붙이고 땀을 흘려도 점착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그러면서도 떼어냈을 때 크게 아프지 않았다. 남은 자국 역시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고 접착제가 남거나 하지 않았다. 기능적으로는 매우 훌륭하고, 눈에는 띄지만 붙였을 때 감촉은 붙이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다만 색이 너무 튄다는 점, 그리고 가격이 비싼 점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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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계의 판타지 스타.

 

밴드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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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에서 반창고를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반창고닷컴’이라는 회사에서 한 번에 반창고를 엄청나게 사니(...) 사은품으로 준 물건으로 보인다. 제조사는 주식회사 밴드골드. 1992년부터 반창고를 생산했고 PB납품 및 병원 납품을 주로 하는 회사이다. 사실 일반형 반창고보다는 ‘슈퍼픽스 아쿠아’라는,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형의 방수가 되는 반창고 시리즈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반창고는 접착력이 준수하고, 뗄 때 아프며, 자국이 오늘 리뷰한 회사 중 가장 많이 남는다. 즉 ‘네오 밴드플러스’와 거의 비슷한데, 좀 더 끈적이는 것이 많이 남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격이 거의 밴드포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싸고, 네오 밴드플러스의 2/3 정도 가격이라, 가격을 생각하면 매우 훌륭하다. 적어도 접착력 자체가 좋지 않은 밴드포유에 비해서는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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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밴드인가 테이프인가.

 

넥스케어 일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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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한 물건은 다 만드는 회사, 특히 스카치 테이프, 포스트잇 등 ‘붙이는’ 부분의 이견 없는 본좌인 회사 3M에서 나온 제품이다. 3M은 미네소타 광업 제조사(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라는 뜻인데, 어째서 테이프를 만들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디스켓도 이 회사 제품을 많이 썼던 것 같고, 고등학교 시절 늘 '3M 이어플러그‘와 함께했던 것 같으며, 당장 수세미도 이 회사 제품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온갖 제품을 다 만들어내는, 세계의 만물상으로 불러도 이상할 게 없는 회사이다.

 

안 그래도 만물상이고 접착을 잘 만들어내는데 밴드 산업에서도 빠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 3M은 ‘넥스케어’라는 자체 밴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사실 주력은 습윤 밴드이고 일반형 밴드는 주력이 아니다. 아마도 습윤 밴드를 만들면서 라인업 구축을 위해 일반형 밴드도 넣어둔 게 아닌가 싶다.

 

이 밴드는 땀을 조금만 흘려도 바로 떨어져 나가고, 움직임에도 잘 떨어져서 처음에는 ‘대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반대로 접착을 뗄 때 아무런 고통이 없고, 한 번 뗀 테이프를 다시 붙이면 또 적당하게 붙는다.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인데?

 

그렇다. 3M 최고의 발명품 포스트-잇의 속성이다. 상처에 잘 붙어 상처를 보호해주는 역할이 중요한 밴드가 어째서 포스트잇과 같은 속성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그런 느낌. 참고로 아쿠아밴드나 특히 습윤밴드에 있어서는 성능이 꽤 좋아 일반형 밴드와 비교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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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계의 포스트잇.

 

하이맘 베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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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제약회사 중외제약에서 나온 밴드 브랜드 ‘하이맘’에서 나오는 기본형 밴드이다. 동국제약 마데카, 일동제약 메디터치 등 메이저 제약회사들이 밴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많은 경우는 트렌드를 따라 습윤밴드만 팔고 있다. 중외제약의 ‘하이맘’ 브랜드는 습윤밴드가 중심이지만 어쨌든 기본 라인업으로 나온 일반형 밴드이다. 약국에서도 엔간하면 찾아볼 수 있고, ‘마켓컬리’에서도 팔고 있을 정도로 판매량과 인지도가 꽤 괜찮은 밴드다.

 

사용해 보면 사실 특이한 점은 없는 것 같고 무난하다. ‘쿠션 패드’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타사의 밴드보다 쿠션이 강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모양이나 접착력이나 피부 자극 모두 무난한 수준이고, 90년대 후반 ‘밴드닥터’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일화학의 ‘대일밴드 큐’와 모양, 크기, 색상, 접착력 등이 거의 동일하다(접착력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으나 차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고, 하이맘 밴드에 뚫려 있는 미세한 구멍이 좀 더 큰 정도일 뿐이다. 솔직히 구분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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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아마도 만든 회사인 ‘와이앤케이헬스케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반창고 등의 제조로 꽤 구력이 깊은 회사인데, 2000년대 중반부터 ‘대일밴드 큐’를 생산했던 회사이다. 당시 대일화학은 회사가 흔들리고 있던 상황이라 자체 개발 생산이 거의 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일밴드 큐’는 자체 생산하고 있으나, ‘와이앤케이헬스케어’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와이앤케이헬스케어’에서 만든 하이맘 베이직과 거의 흡사하다. 이 업체는 동국 마데카 기본 라인(현재는 없다), 무려 ‘듀오덤’을 수입, 공급하는 보령제약의 일반형 밴드(역시 현재는 팔지 않는다)를 만드는 등 여러 회사에 밴드를 공급하는 회사이다.

 

그런 만큼, 무난하고 일반적이며 딱히 빠지는 부분이 없지만, 접착력, 피부, 자극, 편안함 등 어떤 점에서 특별히 뛰어난 느낌도 없고, 움직이는 대로 자글자글 주름이 생겨서 그닥 보기 좋지는 않다. 이렇게 주름이 생김에도 움직임에 약한 편이라는 점도 약점이다. 그리고 가격 또한 밴드닥터 소프트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고 3M 넥스케어의 두 배에 달해 가격적 메리트도 적은 편이다. 다만 괜찮은 신뢰도,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으로 고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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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밴드의 표준, 베이직.

 

밴드-에이드 트루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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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다. 밴드계의 원조할매곰탕인 존슨앤존슨의 밴드-에이드이다. 밴드-에이드는 현재 한국에서 철수한 상태여서 직접 수입이 되지 않아 구매대행을 통해야 했고, 워낙 다양한 라인업이 있어서 무엇을 중심으로 해야 할지가 애매했다. 일단은 ‘트루 스테이’라는 라인으로 비교를 했다.

 

일단 색상 자체가 한국의 밴드들과 매우 다르고, 소재도 달랐다. 백인들의 피부색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선명하고 불투명한 색을 띠고 있다. 과거 대일밴드가 이런 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나, 90년대 밴드닥터 상륙 이후 대부분의 밴드는 반투명한데, 이렇게 완전히 불투명한 밴드를 보니 새로운 느낌이다. 그리고 거즈 부분이 밴드에 완전히 들어가 있지 않고 거즈 부분 일부가 노출되는 점도 특이하다.

 

보기에는 거즈가 반쯤 노출되어 있어서 제대로 상처를 보호하지 못할 것 같은데, 보기보다 움직임이나 땀에도 크게 문제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밴드 재질이 꽤나 두껍고 움직임에 따라 주름 등이 생기지 않아서 잘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생각보다 무난했다. 물론 접착력 자체는 최고 점수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떼어냈을 때 피부 자극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른 밴드들은 하나같이 일반 거즈 재질 위에 PE망을 덮어서 상처와의 접촉을 막았다면, 이 밴드의 거즈 부분은 약간 종이에 가까운 느낌의 다른 천이었다.

 

워낙 라인업이 다양하고 그중 하나의 밴드만을 사용한 것이라 밴드-에이드 전체에 대해 총평을 하기는 힘들다. 다만 접착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움직임에 강하고, 피부 자극 부분에 있어서는 매우 호평할 수 있다. 다만 색상의 문제가 한국인에게는 조금 크게 와닿을 것 같고, 구매대행으로 살 수밖에 없다 보니 필연적으로 비싼 가격 부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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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의 품격, 그러나 적응 부족.

 

케어리브 일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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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한 물건 중에 가장 비싼 물건, 그러나 좋아하는 사람은 열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케어리브가 나왔다. 일본 니치방 사가 생산한 물건을 일동제약에서 수입한 것으로, 접착력이 강하고 물에 강하며 탄력이 좋은데도 피부에 하얗게 남지 않는다는, 반창고에서 기대하는 모든 미덕을 가진 것으로 광고하고 있다.

 

실제 밴드를 보면, 다른 제품들과 사뭇 다르다. 다른 밴드들이 기본적으로 비닐 또는 플라스틱의 느낌을 준다면, ‘밴드닥터 소프트’처럼 천의 느낌을 주는 재질이다. 밴드닥터 소프트가 좀 더 종이와 흡사한 느낌이라면, 케어리브는 진짜 천 같은 느낌이다. 재질이 굉장히 부드럽고, 움직였을 때 다른 비닐 재질처럼 주름이 많이 나오지도 않아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 보면 주름 자체는 지는데, 재질의 특성상 잘 보이지 않는 것이고, 접힘이 있다가 펴진 후에도 주름이 그대로 남는 비닐 재질과 달리 다시 부드럽게 주름이 펴지는 느낌에 가깝다. 접착력은 붙일 때 강한 느낌은 없는데 막상 써 보면 잘 떨어지지 않고, 피부에 남는 것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질감이 특이하고, 움직임에 강하다.

 

다만 순수 접착력 자체는 다른 밴드보다 살짝 떨어지는 편이고, 색이 좀 눈에 띄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적으로 비싼 가격, 밴드포유 반창고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가격에 부담이 된다. 다만 반창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 봐야 하나에 150원 정도인 것이라 경제적으로 부담은 없을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케어리브의 질감이 특이하긴 하나 상처 보호라는 본질에 특별히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고, 밴드닥터 소프트에 비해 크게 낫다고 볼 수 있는지도 다소 의문이라서, 일부러 사서 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케어리브 특유의 질감을 좋아한다면 대체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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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밴드, 그러나 밴드를 굳이 이렇게까지?

 

대일밴드큐 일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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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밴드큐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 역사적인 이야기는 지난 지식편에서 거의 다루었으니. 우리나라 최초의 밴드 생산회사이자 한때는 시장을 독점했던 기업, 그러나 여러 문제로 회사가 흔들리게 된 이후 존재감이 크지 않은 기업인 대일화학공업.

 

이 회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는 주력 상품인 ‘대일밴드 큐’를 ‘와이앤케이헬스케어’라는 회사에 OEM 생산했다고 앞에서 언급했다. 그래서인지 현재도 해당사에서 만드는 ‘하이맘밴드 베이직’과 거의 비슷하다. 급기야 대일화학공업이 아닌 대일제약에서도 대일밴드를 만들었는데 소송을 해서야 자신들만 해당 명칭을 쓸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밴드의 장단점은 ‘하이맘밴드 베이직’과 거의 비슷하고, 차이점이라 언급할 것이 거의 없다. 그만큼 여러모로 빠지지 않고 나쁘지 않은 수준인 것도 분명한데, 원래 대일밴드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고 시장에 있는 나쁘지 않은 밴드 수준에 멈추고 있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은, 그닥 나쁘지 않은 표준적인 성능의 밴드를 공급한다면 과거 대일밴드 캐릭터를 좀 이용하고 복고풍으로 디자인과 마케팅을 하며 맥주도 출시하고 하면 인기를 끌 것 같은데, 대일밴드의 포장이나 폰트 등은 정말 디자인에 돈을 1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꽤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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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예전 포장을 그대로 되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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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 그러나 특별한 맛은 없다.

 

9개의 밴드를 리뷰하는 기나긴 여정을 마쳤다. 그러나 눈앞에는 많은 밴드들이 쌓여 있다...

 

캐릭터 밴드 리뷰

 

소아과 주변에 있는 약국을 가 본 적이 있는가. 아이들의 눈에 들기 위한 온갖 사탕, 캐릭터, 인형 등이 가득한 그 약국을. 그곳에 간 아이들은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다는 듯이 ‘아빠 이거 사줘. 하나만 하나만’을 외쳐댄다. 결국 포도당 캔디에 불과한 주제에 캐릭터 살짝 그리고 비타민 가루 병아리 눈물만큼 넣었다고 ‘비타민 캔디’로 파는 그런 물건을 사 주지 않으면서도 지갑을 아끼는 방법은, 오직 밴드뿐이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잘 모르는 세계이지만, 캐릭터 밴드의 세계는 참으로 넓고도 깊다. 우리가 아는, 그리고 모르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그려진 밴드가 존재한다. 아이들은 대체로 밴드를 아플 때 사용하기보다는 스티커 놀이처럼 사용하긴 하지만, 어쨌든 1000원으로 약국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이번에 캐릭터 밴드만 10종 이상을 사 모으고, 캐릭터 밴드 세계의 진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캐릭터 밴드를 만드는 회사가, 아이들의 영혼과 약국의 매출을 책임지는 대단한 기업이, 오직 3개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회사들의 이름은 이러하다. 영케미컬, 아텍스, 에버레이드.

 

영케미칼 (한국, 베트남)

 

생산품: 뽀로로 밴드(영케미컬 베트남 생산), 라인프렌즈, 라인프렌즈 아쿠아, 꼬마버스 타요 밴드

 

영케미칼은 캐릭터의 종류만 보면 다른 회사들에 뒤처지지만, 모든 약국에 반드시 있는 밴드, 캐릭터 밴드계의 패왕, 마치 언론계에서 딴지일보가 차지하는 지위와 같은 놀라운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 밴드인 ‘뽀로로 밴드’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영케미칼은 1986년 설립된 이후 일회용 밴드들을 만들어온 회사라고 한다. 회사의 모토는 “First aid bandage is Young chemical", 즉, 한국말로는 ‘구급밴드가 영케미컬이다’인데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밴드 생산으로는 꽤나 잔뼈가 굵은 회사인 것 같고, 군납도 했다고 하니 품질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회사의 운명을 바꾼 것은 2007년 뽀로로 캐릭터 라이센스 계약으로 캐릭터 밴드를 출시한 일이다. ‘뽀로로 밴드’는 엄청나게 히트를 쳤고, 오늘날 캐릭터 밴드의 시장을 열었다. 이 회사의 특이한 점은 베트남 공장이 있고, 이 공장에서 주력인 ‘뽀로로 밴드’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밴드들은 대부분 한국 공장에서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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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케미컬의 밴드는 아이들이 쓰는 밴드라 그런지 접착력은 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 사용해 보면 젖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 물과 땀에 강한 스타일이다. 끈끈한 것도 잘 묻어나지 않는다. 다만 움직임에는 약한 편이다. 영케미컬은 아쿠아 밴드도 판매하고 있는데, 아쿠아 밴드의 특성상(아쿠아 밴드의 특성은 다음 회에...) 접착력 등은 모두 좋은 편이다.

 

아텍스

 

생산품: ‘더밴드’ 시리즈. 겨울왕국, 디즈니, 아기상어, 펭수, 시크릿 쥬쥬, 헬로키티, 헬로카봇 등등

 

약국에 가서 뽀로로 밴드 외의 다른 밴드를 하나 집어 들었다면 이것은 ‘아텍스’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아텍스는 2000년 설립되어 처음에는 밴드보다는 키네시올로지 테이프(흔히 운동용 테이핑이라고 하는 물건)를 생산, 판매했는데, 뽀로로 밴드가 불러온 시장에 2009년 헬로키티 밴드를 출시하며 올라탄다. 그리고 꽤 수익이 좋았는지, 굉장히 공격적으로 인기 캐릭터들을 선점하였고, 특히 2011년에는 ‘월트 디즈니’의 전 캐릭터에 대한 라이센스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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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텍스는 ‘더 밴드’라는 자체 브랜드로 캐릭터 밴드들을 생산하고 있다. 아텍스의 밴드는 영케미컬의 뽀로로 밴드에 비해 캐릭터, 인쇄, 색 등이 조금은 조잡한 느낌이다. 워낙 다양한 캐릭터 밴드를 만들다 보니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다. 접착력은 영케미컬의 밴드보다도 좀 더 부족한 느낌이고, 영케미컬과 반대로 땀과 물에는 약하나 움직임에는 강한 편이다.

 

에버레이드

 

생산품: BT21, 소피루비 방수밴드, 요괴메카드 방수밴드

 

에버레이드는 캐릭터 밴드 계에서는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캐릭터 아쿠아 밴드 중에서는 가장 흔하게 보인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캐릭터 밴드를 만들어내는 아텍스가 아쿠아 밴드를 따로 생산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에버레이드는 1967년 창립되어 1971년부터 일회용 밴드를 만든 회사이다. 대일화학공업과 구력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회사로, 대형병원 등에 공급하는 것에 주력해왔다고 한다. 현재 공장의 위치를 보면 영케미칼 공장이 있는 곳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데, 두 기업이 경쟁 관계인지 그를 넘어서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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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레이드의 주력은 방수밴드이고, 가격이 좀 있고 좀 더 고급화된 물건들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나 아이들의 피부를 고려한 것인지 방수밴드 치고도 접착력이 좀 약한 편이다.

 


 

여기까지만 15개 이상의 밴드를 사용해 보고 붙여 보았다. 나는 왜 이걸 한다고 해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싶어 자괴감이 든다. 사실 아무리 싼 밴드라고 해도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없고, 비싼 밴드는 비싼 이유가 있다는, 심히 맥빠지는 이야기밖에 하지 못한 점이 좀 허탈했다. 그리고 누가 밴드 리뷰 따위를 열심히 볼지, 찾아볼지에 대해 심히 의문이 든다. 죽돌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가사리 : 밴드 이거 못하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죽돌 : 하하 역시 상처를 내 드려야..

 

불가사리 : (말을 끊으며)이런 쓸데없는 리뷰를 누가 보기나 할까요?

 

죽돌 : 언제 쓸데 있는 리뷰를 하신 적이 있어요?

 

불가사리 : ...팩트 폭격은 하지 마세요.

 

죽돌 : 쓰잘데기 없는 일을 이렇게 성실하게 했다는 점을 인터넷에 남겨두는 의미가 있어요. 그게 딴지 정신이죠.

 

불가사리 : (잠시 감동할뻔) 아니 그런데 저는 쓸 데 있는 리뷰를 하고 싶다구요. 자동차, 부동산, 세탁기...

 

죽돌 : 아이고. 아이가 부르네요! (뚝)

 

불가사리는 절대 돈 주고 사지 않을 것 같은 물건, 물건 간의 편차가 극히 적어서 리뷰를 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쓸데없는 물건 리뷰만을 해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름의 지식을 얻고 깨달음을 얻은 것도 사실이고, 다 똑같아 보이는 세상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 것도 사실이다. 모르고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도, 알고 보면 의미가 생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물건 말고 다른 것들도 사랑해 줄 수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다음 시간에는 아쿠아 밴드와 습윤 밴드의 리뷰로 돌아오겠다.

 

자~ 불가사리 힘내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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