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학교폭력 상담을 할 때, 학부모들에게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은 자녀의 연령대와 학교폭력의 유형입니다. 자녀의 연령대와 폭력의 유형에 따라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으로 제가 묻는 것은 피해 자녀의 형제 관계입니다. 피해 자녀가 장남(또는 장녀) 인지, 또는 외동인지, 막내 인지 말입니다. ​이 정보는 학교폭력 문제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그럼에도 학교폭력 대응에 있어 체크해야 할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피해 자녀의 성향을 예측하고,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 귀한 실마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도 심리 상담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저, 저는 가족심리상담사, 부모교육지도사, 아동폭력상담사라는 아주 얄팍한 민간 자격증만 있을 뿐입니다. 다만, 200여 건의 학교폭력 상담을 하면서 피해 자녀의 형제 관계에 따라 동일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 또한 제 아이의 학교폭력 상처가 더 이상 덧나지 않게 아물도록 노심초사 바라는 아버지이기에 그 사안을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우선 사례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례 1  

초등학교 5학년 장남인 아들이 1학기 내내 반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합니다. 엄마는 그 사실을 2학기 들어 알게 됩니다. 참고로 이 아이는 한부모 가정이며(이혼), 엄마는 회사를 다닙니다. 

 

따돌림을 알게 된 엄마는 학폭위 신고를 하고 나서, 아들에게 왜 얘기 하지 않았냐 물어봅니다. 아들은 머뭇거리며 엄마가 걱정할까봐 얘기하지 않았다고 대답합니다. 

 

의젓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은 집에선 항상 웃으며 아무 일 없듯 행동해 온 것이었습니다.  

 

사례 2 

장녀인 고등학교 1학년 딸은 지속적으로 선배에게 사이버폭력과 괴롭힘을 당합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학폭위 개최 요청을 했으나, 딸이 오히려 부모를 더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자영업을 하는 부모가 코로나로 인하여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혹시나 나중에 들 수도 있을 변호사 등의 비용을 고려해 학폭위 진행 자체마저 망설이는 것입니다. 

 

​이상한 듯하지만 현장에선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제 당신의 자녀가 장남/장녀인 경우,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꼭 체크해야 할 공통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다

 

학교폭력의 피해를 받고 있었음에도, 스스로가 오랜 기간 견디어 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녀가 커갈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초등학생 일 경우에는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중학생/고등학생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한 특징들이 나타납니다.

 

맏이들은 일단 학교폭력이 발생되면, 자신의 피해 상황에 대한 걱정보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걱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혹시나, 자신의 학교폭력 피해로 인하여 부모님과 가족들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장남/장녀인 아이들은 오랜 기간 학교폭력의 피해를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혼자 감내하려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첫째들은 학교폭력 문제를 자신이 감당할 몫이라 생각하고, 부모에게 얘기하여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묵묵히 혼자 감수하며 스스로 해결을 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그 결과는 상황이 나아지지 못하고 스스로를 더욱 지옥으로 몰아넣는 상황으로 빠지게 됩니다.

 

​모든 것들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기고 자책한다

 

​가해 학생의 명백한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자책감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자살 징후를 보이기도 합니다. 가장 위험한 케이스입니다.

 

4d365c0c87141d42e122ba84e2600b74.jpg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한다

 

​분명, 정황상 학교폭력의 정도가 심하고 그로 인한 상처가 깊다고 판단됨에도,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며, 부모를 안심 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깊은 내상을 입은 자녀의 왜곡된 표현 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자녀의 심리 상태를 점검하셔야 합니다. 보이는 것만이 모두 진실이 아닙니다.

 

첫째도 아이일 뿐

 

​가끔 어느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의젓하다' '어른스럽다' '철이 들었다'라고 얘기하며 자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럴 때 정말 아이들을 잘 들여다보셔야 합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자녀들이 의젓하고, 어른스럽고, 철이 든 행동을 한다면, 자녀는 어쩌면 그 짧은 시간 동안 내면적으로 삶의 풍파를 경험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합니다.

 

1_iFDJOJF_zUVT9d2sP3x6Lw.jpeg

 

"네가 형이니까 양보해."

"언니가 되어서 모범을 보여야지"

 

​우리 문화권에는 첫째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책임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이런 말들은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됩니다. 그것이 형제 간의 우애를 돈독히 할지는 몰라도, 자신을 지켜야 하는 순간에 아이를 심연으로 가라앉게 하는 돌덩이가 되기도 합니다.

 

첫째도 아이입니다. 위험한 순간에 어른의 도움과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입니다. 아이에게는 때이른 책임감보다 주변에 너를 아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6590b5faeb2fa642de1052fb094f790c.jpg

 

덧붙여 말씀드립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 부부간에 갈등을 표출하거나 싸움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자녀는 더 깊은 자괴감에 빠집니다. 자신 때문에 부모가 힘들어한다고 생각하고, 외롭게 혼자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려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상담을 해보면, 많은 경우에 첫째들이 그러한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교폭력 피해 가족에 대한 상담이 이제는 점차 피해 자녀의 상처 극복에 대한 심리 상담, 부모 교육 상담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상처는 분명 극복됩니다. 그러나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방법은 부모가 체득하여 실행해야 합니다. 자녀들의 성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하고, 그 성향에 따라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들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1) 후불제장례전문회사 주식회사 직장(www.ziczang.com, 24시간긴급장례의전센터1599-9093) 대표
(2) [학교폭력 부모바이블 1] & [아빠가 되어줄게] 저자
(3) [이해준학교폭력연구소] 소장 https://blog.naver.com/leehaejune_lab)
(4) 유튜브 [이해준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