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거의 한 달을 쉬었다. 14주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쓰던 기사인데 공백기가 생기니 뭘 어떻게 써야 할 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공백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일단은 그냥 쓰도록 한다.



1. 국가 비상사태


8.jpg

국가 비상사태 안의 프랑스

사진 출처 : <르 피가로>


지난 11월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는 여전히 국가 비상사태다. 이미 2015년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부터 길 곳곳에서 무장한 군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터라 일상에서의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가 비상사태는 대중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함으로써 통행금지, 행정당국의 결정에 따른 (영장 없는) 조사, 공공기관 및 상업공간 폐쇄, 집회 금지, 언론에 대한 통제 등을 가능케 하는 조치이다. 또한 국가 비상사태는 앞에 닥친 심각한 위기에 대한 임시조치로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는 위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조치이기 때문에 그 기간을 연장하려면 상하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파리 테러 직후인 11월 13일 23시 53분경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비상사태 선포 12일이 지나면 국회의 동의 없이는 비상사태를 연장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11월 16일 베르사이유 궁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의회의 동의를 요청하였고, 그 결과 프랑스 국가 비상사태는 3개월로 연장이 되었다.


단, 2016년 <리베라시옹>은 1월 21일자 기사를 통해, 올랑드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또 한 번 3개월 연장하고자 하고 있음을 국회 하원 및 상원 의장의 입을 빌려 확인시켜 주었다. 이미 1월 초, 프랑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 종료 후에도 경찰이 야간 가택수색, 신분증 및 소지품 검사 등 보다 확대된 수사 권한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고안, 최고 행정재판소에 그 적법성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프랑스TV앵포> 2015년 1월 5일자 기사).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이후 사회당(PS) 정부의 행보가 보다 거침없이 우클릭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 파리 테러 이후 올랑드 정부가 보여준 행보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25%에서 33%까지 껑충 뛰기도 했다. 적잖은 이들이 이제서야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2016년 1월 23일자 <르 피가로> 기사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파리 테러 이전의 25%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하니, 어쩌면 국가 비상사태 약발이 떨어졌다고 봐도 될 것도 같은데 올랑드 대통령은 아직 프랑스 사회에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국가 비상사태가 임시적인 조치인 것은, 그 태생 자체가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반발은 주로 시민단체에서 나타난다. 프랑스 인권연맹(LDH, Ligue des droits de l’Homme)이 대표적. 1월 20일, 프랑스 인권연맹은 국가 비상사태 종결을 위한 청원을 법원에 접수했다. 국가 비상사태는 "인간의 근본적인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국가 비상사태가 종결되는 2월 말까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 프랑스 인권연맹은 1898년 이른바 ‘드레퓌스 사건’에서 드레퓌스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의기투합한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단체로, 현재까지도 정의, 자유, 경제권 및 사회권을 지키고자 특히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에 맞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권 단체 중 하나다.


201402140846570184.jpg

(편집자 주: 드레퓌스는 프랑스 장교로서,

독일에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시민시회, 지식인들의 도움으로 누명을 벗었다.)


이들에 따르면 "시민의 자유에 대한 일시적인 제한은 엄격하게 비상 상황에서만 적용되어야 하며, 최대한 즉각적으로 법치국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하는 것이다. 해당 청원문을 작성한 파트리스 스피노지(Patrice Spinosi) 변호사는 "국가의 노력과 위상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을 일축하며 "테러에 대항하는 노력"은 분명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프랑스 인권연맹측은 또한 국가 비상사태가 "공공질서에 대한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1955년 국가비상사태법에 근거하여 현재 프랑스에 닥친 테러 위협이 "즉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국가 비상사태 발효 이후 경찰에 의하여 진행된 수차례의 검거 작전 중 테러와 관련되어 법적 절차가 진행된 것은 네 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 뉴스 전문 채널 <BFMTV>에서 의뢰하여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74%의 응답자가 국가 비상사태 연장에 대하여 정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러한 시각은 중도좌파에서 극좌파를 폭넓게 아우르는 좌파전선(Front de Gauche)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치적 스펙트럼에 해당하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라 하겠다. 사회당 지지자의 88%, 공화당(LR)으로 대표되는 우파 및 중도우파 지지자의 78%, 극우 지지자의 79%가 현 프랑스 정부의 국가 비상사태 연장 방침에 찬성 의견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이들 역시 국가 비상사태가 과연 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60%의 프랑스인들이 국가 비상사태 조치가 효과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국가 비상사태 연장에 대한 논의는 2월 9일 상원에서, 2월 16일 하원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그전까지 테러 위협에 맞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할지, 혹은 시민의 자유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할지에 대한 토론은 프랑스 사회 전반에서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 포스트 파리 테러


5488259_11-1-1899233298.jpg

1월 26일 파리 5구의 앙리 4세 고등학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에 2천 여 명의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사진 - <르 파리지앵>


지난 11월 파리 테러 이후 많은 시민들이 "우리는 이전과 다름없이 우리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매일 ‘구글’에서 프랑스어권 네티즌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기사 다섯 건씩을 추려 보면 적어도 하나 이상은 테러와 관련된 기사가 들어가 있다. 프랑스 사회 내의 위협인 날도 있고, 인접한 국가에서 발생한 이슬람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 나아가 아시아 지역 등 전 세계의 테러 관련 소식들이 언론에 자주 노출된다. 또한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사가 온통 그에 쏠려 있기도 하다.


이번 주에는 파리 지역의 여러 학교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경고가 접수되어 소동이 벌어졌다. 1월 26일 화요일 오전 10시 20분에서 11시 20분 사이, 파리 시 6개의 고등학교에 폭탄으로 의심되는 물건이 발견되었다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 왔다. 경찰은 동일 인물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4구의 샤를마뉴 고등학교, 6구의 몽태뉴 고등학교, 5구의 앙리 4세 고등학교 등 파리 지역 내에서도 명문고로 손꼽히는 학교들. 즉시 화재 경보 알람이 울렸고, 수천 명의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하였다. 익명의 전화에서 언급한 의심스러운 물건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고, 다행히 소동은 소동으로 그쳤다.


문제는, 이틀 후에 같은 일이 다시 발생했다는 것. 1월 28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 30분 사이, 파리 시 6개 고등학교에 또 같은 패턴의 전화가 걸려 왔다. 같은 날, 영국에서도 14개 학교에 협박 전화가 걸려 왔다. 이 역시 다행히 소동으로만 끝이 났다. 어찌 보면 정말 할 일 없는 사람의 장난 전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프랑스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눈에는 이것이 그저 장난 전화 정도로만 보이지 않는다. IS가 여전히 프랑스를 테러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유로폴 국장의 발표(기사), 디즈니랜드에 무기를 들고 들어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 남성의 소식(기사)과 같은 것들이 매일 매일 들려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프랑스 사회는 정부에 보다 엄정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 가장 빈번히 구설수에 오른 나잣 발로 벨카셈(Najat Vallaud-Belkacem) 교육부 장관의 에피소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벨카셈 장관은 1월 24일 방송된 <카날 플뤼스>의 TV 프로그램에 토론 패널로 출연한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벨카셈 장관은 같이 패널로 출연한 무슬림 NGO ‘바라카 시티(Baraka City)’의 대표 이드리스 실하메디(Idriss Silhamedi)의 도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상대 정당(특히 공화당)으로부터 나약하다는 비판을 한몸에 받기에 이르렀다.


6.jpg

나잣 발로 벨카셈(Najat Vallaud-Belkacem) 교육부 장관

사진 - <RTL>


벨카셈 장관이 지난 주말에 출연한 프로그램 ‘르 쉬플레망(Le Supplément)’은 매주 일요일 낮 12시 55분에 방송되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이다. 또한 ‘바라카 시티’는 공식적으로는 세계 곳곳의 무슬림을 돕는 것을 주요 미션으로 삼고 있으나, 그 급진주의적 색채로 인하여 프랑스 경찰의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단체. ‘바라카 시티’의 대표이자 창시자인 이드리스 실하메디는 ‘S파일’ 리스트에 등록되어 있는 인물. 실하메디는 스스로 살라피스트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실하메디는 ‘바라카 시티’의 일원이자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수감된 무사 이븐 야쿱(Moussa Ibn Yacoub)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무사 이븐 야쿱을 테러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 수감할 것을 결정했다. 무사는 바라카 시티의 아시아 지역 담당으로, 본래 이름은 푸에모 막심 찬추잉(Pouema Maxime Tchantchuing)이지만 이슬람식 이름을 사용하기를 고집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방글라데시 경찰로 하여금 무사를 테러리스트로 의심하게 한 것 같다고 추정하고 있다.


벨카셈 장관은 프랑스 사회의 대 테러 정책에 있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기 위하여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이후 실하메디가 등장하여 무사에 대한 이슈를 다루게 되었다. 문제는 바라카 시티에 대한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활동가 중 여성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진행자의 지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진행자는 실하메디에게 여성과 악수 정도는 하느냐고 물어보았고, 실하메디는 "몇몇 랍비와 마찬가지로 여성과는 악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많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에게서 보이는 행동이기에 토론은 곧 IS의 테러활동으로 넘어간다. 실하메디는 바라카 시티가 "평화적이고 인권에 근간을 둔 지하드 활동"을 한다고 밝혔으며, 그에 따라 진행자는 IS에 대하여 찬성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실하메디는 이 질문이 당황스러우며, IS가 인질을 불로 태우고, 임신부에 총을 겨눈다면 "찬성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진행자는 곧 당시 자리에 있던 벨카셈 장관에게 이에 대하여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고, 벨카셈 장관은 그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며칠 후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벨카셈 장관은 굳이 실하메디의 언행에 코멘트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이 그 소모적인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실하메디의 말에 무게를 실어주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LR)은 사회당 정부가 이슬람 급진주의에 대하여 명확하고 엄정한 대처를 하지 않고 있음을 벨카셈 장관이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라고 공격하였다. 논란은 국회로까지 이어졌다. 공화당의 이브 니콜랭(Yves Nicolin) 하원의원은 벨카셈 장관을 국회로 소환, 장관의 수동적이고 허술한 태도를 지적했다. 그에 따라 벨카셈 장관은 "공화국의 적과는 토론하지 않으며, 맞서 싸우는 것"이며,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을 멈출 것을 요구하였다.



나가며


11월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는 매일 한 걸음씩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계 인권 선언이 진행된 나라,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치는 나라에서 이제는 자유라는 한 마디를 내뱉는 것에도 엄청난 무게를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이유나 상황이 어찌 되었든 이슬람에 발끈하지 않으면 정부 관료로서의 책임감도 의심받는 사회가 되었다. 며칠 전, 올랑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크리스티안 토비라(Christiane Taubira) 장관이 사임하였다. 토비라 전 장관은 사회당에서도 좌파 성향을 보다 뚜렷이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로써 사회당 내 주도권은 마뉘엘 발스 국무총리로 대표되는 보수 성향의 인물들이 장악하게 되었다.


<프랑스는 지금> 기사를 쓸 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어떤 상황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 이번 기사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프랑스 사회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프랑스는 지금> 15편을 끝맺는다.




덧붙임. 2016년 첫째 주 TOP25 기사


4.png



1. <프랑스는 지금> 연재 기사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힌 인터넷 기사 매일 5건, 한 주에 총 25건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사로, 동시대의 프랑스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 프랑스어로 된 매체의 기사들을 모두 프랑스인들만 읽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세계 프랑스어 사용자의 대부분이 프랑스 본토에 분포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기사 검색 시간은 프랑스 시간으로 매일 오전 8-9시 사이입니다.  프랑스 현지 시간에 따라서 기사를 수집하여 오류를 최대한 좁히려 하였습니다.


3. 본 연재물에서는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혹은 프랑스 매체에서 다루는 모든 기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는 관계로 그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프랑스 사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4. ‘인권의 나라’라던가 ‘낭만의 나라’ 정도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민낯은 어떤지, 한국의 모습과는 어떻게 닮고, 또 다른지를 전할 수 있다면 제 목표는 충분히 전달한 것일 듯 합니다.





지난 기사


사법부vs전 대통령 사르코지

파리 테러, 현재 상황




아까이소라

트위터 : @candy4sora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