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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기사화 과정에서 텍스트로 보기 좋게 편집을 거쳤다. 내용은 같다. 

 

 

 

지난 기사

 

(1) 몽골이 한국에 중요한 이유와 코로나 

 

(2) 몽골의 남과 여 그리고 학벌 

 

(3) 기업을 운영하며 대통령을 하는 나라  

 

 

 

본 기사는 몽골 현지인의 시선으로 해당 국가의 모습을 말하고 알림이 취지다.

 

지난 편(3편)에선, 

 

“몽골에는 어떤 정치 세력이 있을까? 몽골 정치의 특징은? 국민들은 현 몽골 정치를 어떻게 바라볼까?”

 

“몽골 정치가 급속도로 타락하게 된 원인은? 2011년만 하더라도 17.5%의 성장률을 구가하던 몽골 경제는 왜 지금 이렇게 되었나?”

 

... 등 몽골 정치에 대해 다뤘다. 

 

이번 편에선 몽골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는 유목민의 삶과 몽골 수도이자 최대 도시 울란바토르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임과 동시에 환경 문제인 ‘빈민촌(게르촌)’ 이슈 등을 다룬다. 

 

몽골 유목민 삶.jpg

초원 위 유목민의 게르.

 

외곽 게르촌 사진1.jpg

울란바토르 외곽 빈민촌의 게르.

 

인터뷰 대상자는 현지에서 약 20년간 거주한 교민이다. 몽골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교민 소식지 기자로 활동했으며 취재 경력이 풍부하고 현지에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현재는 몽골에서 여행사(컬쳐노마드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서 몽골 관련 카페(링크)도 운영 중이다. 딴게이로도 활동 중이라는데, 닉네임은 '하늘과구름'이다.

 

해당 기사는 여러 몽골 교민과의 부분적인 인터뷰를 취합 또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몽골에 관한 여러 공식적인 자료를 덧붙였으나 중심이 되는 내용은 '하늘과 구름'과의 인터뷰임을 밝힌다. 

 

(들어가기 전에 잠깐! 목축은 가축을 많이 기르는 일이고, 유목은 돌아다니며 목축을 하는 것이다. 몽골의 목축인들은 돌아다니며 목축을 하기에 유목민이다. 하여 본 기사에선 목축과 유목을 섞어서 쓴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자, 그럼, 4번째 여행을 떠나보자. 

 


 

 

Q37 : 지난 편(링크)에서 몽골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공식 통계상 몽골 인구의 30%는 목축을 한다고 나와 있다. 목축을 하면 드넓은 초원에서 게르 생활을 하지 않나. 30%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단순 생각으로 이 사람들은 정치 상황을 계속 팔로우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TV 뉴스든 신문이든 뭘 꾸준히 봐야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이 사람들은 어떻게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나?

 

A : 요즘엔 게르마다 태양광 전지판이 있다. 태양광 전지판으로 낮 동안 축전지에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밤에 그 에너지를 이용하여 TV도 보고, 백열등도 켜고 다 한다. 몽골은 대부분 흐린 날 없이 맑기 때문에 간단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에너지는 태양광으로 생성된다. TV 뉴스 등을 보는 데 아무 지장 없다.

 

예로부터 유목민의 특징이기도 한데, 몽골 사람들은 정보에 상당히 민감하다. 몽골 사람들이 하는 보편적인 인사말 중에 하나가 “뭐 좋은 소식 없어?”이다. 만약 태양광이 없었다면,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라도 세상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태양광 전지판.jpg

게르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Q38 : 그럼 물은 어떻게 해결하나? 씻는 물은 둘째 치더라도, 먹는 물은 계속 공급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A : 자기들이 이동하는 바운더리 안에 반드시 샘이 있거나 우물이 있다. 풀만 많다고 그곳에서 유목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풀을 고려하며 유목할 위치를 정하다 보면, 샘이나 우물에서 좀 멀리 게르를 설치할 때도 있다. 그때는 말을 타고 가서 물을 떠 오기도 한다.

 

Q39 : 몽골 유목민들이 주로 키우는 가축들은 무엇인가?

 

5년간 가축 보유 현황.PNG

2016~2020년 몽골 가축 보유 현황. 

출처-<몽골 통계청>

 

A :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양, 염소, 소, 말, 낙타 등을 키운다. 소나 말고기도 먹지만 역시 값이 제일 저렴하기도 하고 가장 많이 먹는 건 양고기다. 몽골에서 가장 많이 기르는 가축이 양이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도 시중에 있기는 하나 대체로 수입해온 것들이라 가격이 비싸다. 

 

염소는 거의 먹진 않고 캐시미어 생산에 쓴다. 몽골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가 ‘캐시미어’다.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겨울이 되면 염소는 몸을 보온하기 위해 아주 촘촘하고 가는 겨울용(?) 털이 난다. 그러다 봄이 되면 더우니까 털갈이를 하며 여름용(?)으로 굵고 성글게 털이 난다. 그때 그 겨울용 털을 싹 모아서 가공한 게 ‘캐시미어’다. 

 

몽골은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라 몽골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것들은 저렴하지만, 수입되는 것은 상당히 비싸다. 유제품도 몽골에서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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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위의 양 떼.

 

보온에 좋은 캐시미어.PNG

보온에 좋은 캐시미어 원단.

 

Q40 : 유목 생활하는 사람이 자녀를 낳으면 교육은 어떻게 하나? 학교 교육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A :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하나 이야기하겠다. 현대의 몽골에선 옛날 유목 사회 때처럼 자유 유목을 하는 게 아니다. 지정된 범위의 유목 장소들이 있다. 목축을 한다고 지자체에 신청하면 지자체에서 허가해주며 범위를 지정해준다. 다 그 범위 안에서 목초지에 따라 1년에 3~5번 정도 이동하며 유목 생활을 한다. 

 

옛날처럼 하염없이 유목하며 전국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유목하는 사람들도 군 단위 지역에 대체로 자기 집이 있다. “게르=집‘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자녀 양육, 교육 이야기를 해보면... 몽골의 지방행정조직도 우리로 치면 도, 시, 군, 면이 있다. 학교는 보통 군 단위로 있고, 군 단위 정도에는 친척이든 지인이든 다들 나름 인맥이 있다. 자녀들의 학기 도중에는 목축을 직접 하는 인원만 게르 생활을 하고, 자녀들은 그 인맥이 돌봐준다.     

 

방학이 되면, 자녀들은 유목을 하는 부모에게 간다. 몽골은 여름방학이 길다. 보통 6월 초에 시작해서 8월 말까지 거의 3개월이다. 그 기간 동안 부모와 함께 게르 생활을 하며 딸은 엄마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아들은 가축을 돌보는 방법, 이동시키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게르에 대해 이야기 나온 김에 몽골의 사회문제와도 연결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안을 말해야겠다. 

 

기자님이 조금 전에(Q37) 통계상 몽골 인구의 30%가 목축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 보통 게르에서 생활하는 몽골 인구도 전체의 30%로 생각할 텐데, 실제 게르 생활하는 이들은 30%를 훌쩍 넘는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몽골에서 굉장한 사회문제이며 환경문제다.

 

Q41 : 몽골의 굉장한 사회문제이며 환경문제? 그게 뭔가?

 

A : 울란바토르 외곽에는 엄청난 규모의 빈민촌이 있다. 그 빈민촌의 빈민들은 게르를 지어 생활하고 있다. 즉, 울란바토르 외곽에 엄청난 규모의 게르촌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원래부터 빈민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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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 외곽 게르촌.

 

2000년도만 하더라도 울란바토르에 게르촌이 많진 않았다. 그리고 당시 울란바토르 인구는 대략 현재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됐다(현재는 약 150만). 그런데 갑자기 울란바토르에 도시 집중화 현상이 급속화 되고, 게르촌이 우후죽순 형성된 건 ‘조드’라는 ‘자연재해’ 때문이다.

 

‘조드’란 겨울이나 봄이 시작될 무렵, 몰아치는 엄청난 한파를 가리키며,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폭설을 동반한 ‘차강 조드(하얀 조드라고도 함)’와 눈이 전혀 오지 않는 ‘하르 조드(검은 조드라고도 함)’가 있다. 조드가 오면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지며, 어떤 경우는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조드를 구분하여 말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하여, 본 기사에선 모든 종류의 조드를 ‘조드’로만 명명하겠다)

 

조드로 인한 엄청난 추위에 가축들이 얼어 죽을 수도 있고, 풀이 얼어 가축들이 먹이를 먹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 두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며 죽을 수도 있다. 풀이 얼었을 땐 가축들이 굶어 죽을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언 풀을 헤집어 먹는다고 해도 그 양이 충분치 않으면 면역력이 약해져 추위에 강한 가축들도 쉽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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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로 인해 죽은 가축들.

 

조드가 심할 때는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데, 2001년에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극심한 조드로 인해 1천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그 이후 몇 차례 조드가 더 있었다. 그러다 2009~10년에 다시 한번 극심한 조드가 왔다. 이때 몽골 전체 가축의 약 17%에 해당하는 800만 마리가 폐사했다.  

 

목축(유목)이 직업이고 그걸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가축이 죽으면 어떻겠나. 생활 기반이 없어진 거다. 가축 키워서 고기 팔고, 우유 짜서 유제품으로 팔며 생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이다. 몽골 정부의 복지 재정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해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것도 아니다. 

 

가축이란 생활기반이 없어졌으니, 더 이상 시골에선 할 수 있는 건 없고 뭔가 생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재해민들은 결국 도시로 몰려든 것이다. 울란바토르로 말이다.

 

무작정 상경은 했으나 거처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니 게르를 들고 와 적당히 임자 없어 보이는 땅(물론 국가 땅이다)에 게르를 설치하고 울타리를 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 중심부에는 게르를 설치할 빈 땅이 없으니 다들 외곽에 게르를 쳤고, 그 후로도 조드로 인한 대량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그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결과 거대한 게르촌(빈민촌)이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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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 외곽 게르촌.

 

우리나라도 6.25 직후 서울이나 부산에 판자촌들이 생겼지 않나.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게르촌으로 몰려드는 인구가 너무 많으니 울란바토르시 당국에서 못 들어오게 막아도 다 막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막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다. 사람들이 몰래 들어와 게르를 치고 살다 보니 거주지 이전 신고를 안 한다. 그럼 그 사람은 주소지가 어디인지 정확한 조회가 안 되지 않나. 만약 그 문제가 범죄와 연결되면 골치 아픈 일들이 발생한다.  

 

Q42 : 조드의 발생 빈도가 낮은 게 아닌 것 같은데, 몽골 정부에서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듯하다. 앞으로도 조드가 발생할 때마다 몇백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되고, 대량 빈민이 생길 수는 없지 않나.

 

A : 예전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대량 폐사와 빈민이 발생했지만, 몽골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여 이제는 예전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몽골은 목축할 때, 우리처럼 축사에 가둬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방목하여 키운다. 축사가 따로 있지 않다. 그래서 조드가 올 때면 정부에서 축사를 지원해준다. 극심한 추위로부터 가축들을 보호할 수 있게 말이다.

 

먹이 문제도 이젠 가을이 되면 정부에서 가축들이 잘 못 가던 고지대 작물이나 사료 작물들을 재배해서 비축했다가 강추위가 예상되는 지역이나 이미 온 지역의 목축인(유목민)들에게 나눠준다. 이런 방식으로 조드가 와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43 : 다행이다. 그럼 이제 다시 울란바토르 외곽의 게르촌(빈민촌) 이슈로 돌아와 보자. 몽골에 관련된 내외신의 보도를 본 기억이 난다. 울란바토르 외곽의 게르촌과 울란바토르의 극심한 대기오염도 관계가 깊다고 본 것 같다. 맞나? Q39에서 본인이 말한 환경문제도 이를 말하는 것 같은데?

 

A : 맞다. 몽골 자체가 대기오염이 심한 건 아니다. 울란바토르에 한해서만 고질적인 대기오염 문제가 있다. 다른 곳도 계절풍에 따라 미세먼지, 황사가 있기도 하나 고질적인 대기오염은 아니다. 울란바토르도 다른 때에 그런 건 아니다. 특히 겨울에 대기질이 극심하게 악화된다. 

 

(오해 방지용으로 말하자면, 몽골의 대기오염은 중국과는 큰 상관이 없다. 지형과 기후를 봤을 때, 중국의 미세먼지가 몽골 쪽으로 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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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의 극심한 대기오염.

 

그 대기오염으로 인해 기형아 출산이 늘기도 했고, 호흡기 질환에 걸려 죽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 대기오염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영향을 크게 미치는 순서는 이렇다.

 

①울란바토르 외곽의 게르촌

②자동차

③석탄화력발전소  

 

사실 석탄화력발전소의 영향은 많지 않다. 몽골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바람이 좀 부는데, 겨울에는 바람이 거의 안 분다. 때문에 겨울에 다른 계절보다 대기질에 더 영향을 미치긴 할 것이다. 

 

울란바토르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는 4개로 공장 수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매연이 나가는 곳에 집진기를 다 설치했다. 과거 그런 대기오염 방지 시설이 없을 때처럼 현재 (울란바토르의) 대기오염 문제에 영향을 많이 미치진 않는다.   

 

자동차는 다른 국가, 도시들도 많이 있어 매연을 내뿜으나, 울란바토르의 사정은 더하다. 몽골 사람들의 자동차는 대부분 중고이기 때문이다(이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데, 추후 다른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중고) 노후 차량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매연도 다른 국가, 도시들의 매연보다 훨씬 많다. 조드로 인한 빈민들 외에도 많은 인구가 최대 도시인 울란바토르로 몰리면서 인구가 급증했다. 현재 몽골 전체 인구 약 330만, 울란바토르 인구 약 150만. 거의 인구 절반이 울란바토르에 산다. 

 

울란바토르의 급격한 인구 증가와 함께 2010년 이후 자동차도 급격히 증가했다. 물론 중고 자동차다. 이 많은 중고 자동차들이 매일 같이 내뿜는 매연은 상당한 수준이다.

 

게르촌 매연.jpg

 

그러나 제일 결정적인 건 울란바토르 외곽의 ‘게르촌’이다. 몽골 정부에서 울란바토르 대기오염물질의 80%가 게르촌에서 발생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게르촌의 규모가 엄청나다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정말 엄청나다. 울란바토르 전체 인구의 약 60%가 게르촌에 산다. 약 80만 명. (출처-UNESCAP, 유엔 아시아 태평양 경제 사회 위원회 링크)

 

겨울 오면 추우니 그 사람들도 난방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게르의 구조를 보면, 가운데에 난로가 있다. 그 난로에 불을 피워 난방을 한다. 연료는 거의 석탄이다. 그리고 몽골이 겨울에는 바람이 거의 안 분다고 했지 않나. 그 많은 게르촌에서 생성되는 매연이 그대로 겨울 동안 갇혀있는 것이다. 울란바토르가 분지 형태여서 이 효과(?)는 더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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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 내부. 가운데 난로가 보인다.

 

Q44 : 게르촌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있나?

 

A : 있다. 그런데 대책을 말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예전에는 게르촌에서 난방을 위해 석탄을 사용할 때, 큰 문제가 있었다. 보통 난방을 위해 석탄을 사용할 땐 가공된 무연탄을 사용하고, 화력발전소와 같이 큰 화력을 요구하는 곳에선 연소할 때 발열량이 큰 유연탄을 사용한다.  

 

과거 게르촌에선 난방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유연탄을 사용했다. 그것도 가공이 안 된 원탄을. 그 유연탄이 연소하며 중금속을 배출했고, 그 결과 많은 울란바토르 시민들이 납에 중독됐다. 그래서 울란바토르 시민 중 납 중독자들이 꽤 많다. 이런 납 중독으로 인해 앞(Q43)에서 말했던 기형아 출산이 증가했다. 

 

유연탄뿐 아니라 태울 수 있는 것이면 쓰레기, 폐타이어, 폐가구 같은 것들도 사용했다. 게르촌 사람들은 쓰레기장을 찾아 난방 연료로 쓸 만 한 쓰레기 더미를 골라 집으로 가져가 난방 연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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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 외곽 게르촌 앞 쓰레기장. 사람들은 이곳에서 쓰레기더미 중 쓸만한 것을 분류해간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울란바토르시 당국에선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무연탄으로 가공 처리된 석탄, 즉 우리가 예전에 학교에서 난로 피울 때 썼던 조개탄 같은 것을 보급하고 있다. 아마 20대 후반 이상의 분들은 조개탄을 아실 거다.

 

이와 동시에 전기 온열기 등을 보급하고 난방이 필요한 저녁 시간대에는 계량기를 달아 난방용 전기를 일정 정도 무료로 공급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좀 더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은 것도 있는데, ‘아파트 공급’이다. 몽골 정부는 (장기) 임대 아파트를 많이 지어서 게르촌 사람들을 이주시키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몽골 정부는 우리나라가 이명박근혜 정권 때 했던 방법처럼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경기 진작 효과를 내려고 여러 건설사들을 지원해주며 아파트를 많이 세우기도 했었다.  

 

Q45 : 임대 아파트 건설은 잘 진행 중인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차질이 생겼을 것 같은데? 

 

A : 맞다. 차질이 생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력 공급’이다. 몽골에서 큰 건설 사업을 하는 건설사들은 중국 기업이 많다. 중국 기업들이 몽골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주로 ‘건설사’들이다.

 

중국 건설사들이 고용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중국 노동자들이다. 몽골 젊은 사람들이 건설 쪽 같은 힘든 일을 많이 회피하는 데다 중국 변방 지역에서 데리고 온 노동자들이 임금도 더 싸기 때문에 대부분 중국 노동자들을 데려와 일을 시킨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막히니 인력을 데려올 수가 없는 것이다. 

 

Q46 : 여기서 게르촌에 대한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아까 Q38에서 유목을 하며 게르에 사는 사람들은 물을 어떻게 충당하는지에 대해 물어봤지 않나. 그럼 울란바토르 외곽 게르촌(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물을 충당하나? 각 게르마다 상하수도 시설을 연결할 순 없을 텐데.

 

A : 게르촌 내 웬만한 마을마다 우물이 있다. 공동 우물로서 ‘마을 우물’이다. 울란바토르시에서 만들어 준 우물도 있고, 세계 각지의 봉사단체에서 만들어 준 우물도 있다. 그중 우리나라에서 봉사 오신 분들이 만들어준 우물이 상당히 많다. 각 마을에 우물 만들어 주기 위해 우리나라 분들 정말 애 많이 쓰셨었다.

 

우물의 물을 쓰려면, 물값을 내야 하는데 20L에 200투그릭(84원), 좀 비싸게 받는 곳은 500투그릭(210원) 정도다. 항상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어 물값을 지불하면 물을 퍼준다. 우리가 물 쓰면 수도세 내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대신 물을 아주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게르 물.jpg

마을 우물에서 물을 사 가는 사람들. 창문 안으로 관리인의 모습이 보인다.

출처-<the Asian Development Bank>  

 

<계속>

 

 

추신 : 다음 편에선 몽골의 외교 관계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하늘과구름이 운영하는 몽골 현지 여행사: 컬쳐노마드 투어

  운영 카페 주소 : https://cafe.daum.net/gomongol  

 

※독자 여러분들도 몽골에 관해 경험했거나 알고 있는 사실들을 댓글로 이야기해주시면, 기사의 내용 외에도 더욱 풍부하게 몽골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아 오해가 많은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계속 인터뷰 예정이다. 언론에서 현지 사정을 제대로 전하지 않아 불만이 많은 분들은 언제든 쪽지로 연락주시라. 검토 후 연락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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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