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전두환이 죽었다. 하나회를 결성해 박정희 사후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하고 광주에서 총과 탱크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시민을 학살했던 학살자 전두환이 죽었다. 끝내 사과 한마디 없이, 23일 아침 화장실 가던 길에 심정지로 죽었다.

 

너무나 쉽게 날아온 그의 부고가 어이없다. 노인의 죽음은 엄숙한 일이나, 그 노인이 세상을 헤치고 간 흔적이 아직 너무 선명히 남아있어 엄숙해지지 않는다. 인간적 도리는 인간에게 닿는 것이기에, 인간이길 포기했던 그의 죽음을 애도할 도리가 없다. 그가 떠난 자리엔 무엇이 남았는가.

 

20211018515537.jpg

출처-<뉴시스>

아수라장

 

KakaoTalk_20211124_151753689_02.jpg

 

연희동 그의 자택 앞은 한산했다. 조화를 배달하는 차량과 경찰차 한 대 그리고 그 앞을 취재하는 어느 경제지 매체의 수습기자만 서성일 뿐이었다.

 

장례식장 입구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오랜만에 선 장날처럼 어수선하고 혼잡했다.

 

KakaoTalk_20211124_151830077_12.jpg

 

주옥순 엄마부대는 플래카드를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 조원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로 있는 우리공화당이 버스를 대절해 병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11124_151830077_15.jpg

 

“좌파 인사들뿐만 아니라 5.18을 헌법 전문에 넣는다는 윤석열 국민의당 후보 같은 우파 후보들도 검증과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마이크를 잡은 조 대표의 음성이 신촌 거리를 가득 메웠다.

 

자칭 보수유투버들은 이를 생중계했다. 전두환에 비판적인 시민들과 고성을 지르며 싸워댔다. 그 와중에 전두환의 조문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까지 뒤엉켰다. 곤혹스러움은 장례식장 직원들 몫이었다.

 

청와대는 조문을 하거나 화환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느 정치권도 청와대와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조문 없이 애도는 표했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은 반성과 사과 없이 종결된 그의 천수를 ‘죄악’이라 논평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윤석열 캠프 선대위 본부장 주호영 의원은 ‘인간적 도리’라면서 조용히 조문을 다녀왔을 뿐이다. 인간의 도리는 각자 다를 수 있는 것일까. 아수라장. 장례식장 입구는 더도 덜도 말고 그랬다.

 

전두환이 남긴 것 : 추징금

 

본인은 홀연히 갔지만, 그가 떠난 자리엔 아직 많은 분뇨가 남아있다(분노가 아니라, 분뇨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첫 번째, 추징금 문제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제다. ‘개기고 버티면 법도 소용없다’는 선례를 남길 것인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전제를 바로 세울 것이냐 하는 기로다.

 

전두환은 1997년 앞서 언급한 내란목적살인죄 등 10여가지의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전 씨는 15년 동안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텼다. 추징금 시효가 소멸되기 직전 검찰이 그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 추징금 강제집행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효를 연장시켜 왔다. 현재까지 전체 추징금의 57%에 해당하는 1249억 원을 추징했고, 올해만 14억 원을 집행했다. 추징금 시효는 10년이다. 이 기간에 단 1원이라도 납부하면 10년씩 시효가 연장된다. 추징 실적이 없으면 시효는 자동 소멸한다. 그래서 소멸시효가 다가올 시점에 검찰에서 전 씨의 재산을 추징해 왔다.

 

추징금 관련해 전 씨는 전 재산 29만 원뿐이라는 주옥같은 말을 남겼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한 달 월급도 안되는 돈으로 그의 손녀딸은 신라호텔에서 예식비가 억 단위가 넘는 결혼을 했고, 노인은 볕 좋은 날마다 18홀을 팽팽 돌며 골프채를 휘둘렀고, 좋은 식당에서 쿠데타 동료들과 모여 친목을 다졌다. 주옥같은 창조경제다(주옥은 빨리 발음해주길 바란다).

 

ㄴㅇㄹㅇㄹ.JPG

ㄴㅁㅇㄹㄴㅇㄹㄴㅇ.JPG

뉴스타파-KBS 공동기획 <전두환과 그들 재산 추적기>

 

조선일보가 좋아하는 ‘아빠찬스’라는 단어, 전두환 자녀들 문제를 털고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2013년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수 백억 세금을 포탈한 시공사 대표 장남 전재국. 2015년 거액의 탈세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을 받았으나, 이마저도 내지 않고 노역형으로 몸빵한 차남 전재용. 전두환의 피 묻은 유산 위에 안온히 올라가 앉아있는 그들이 아버지에게 유감인 것은 탈모 유전자 하나밖에 없다.

 

죽기 전에 이루지 못한 전두환 추징법

 

현행법(형사소송법 제478조)에 따르면 추징금은 타인에게 양도나 상속이 되지 않는다. 몰수에 의하여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에 한하여 그 재판을 받은 자가 재판 확정 후 사망한 경우,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집행할 수 있다. 상속재산으로 집행할 수 있는 대상이 몰수 대상물로 한정되어 있기에 몰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 가액을 추징하려 해도, 판결을 받은 자가 추징금을 다 내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에는 더 이상 추징이 불가하다. 현행법대로라면, 전두환의 추징금을 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길이 완전히 막힌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일명 전두환 추징 3법을 발의했다(의안번호 210093 등). 이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자. 전직 대통령이 사망한 후에 새로운 은닉재산을 발견한 경우에도 몰수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범인이 사망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 요건을 갖추었을 때에는 몰수만 선고가 가능하고, 물건 이외의 금전, 그 밖에 재산에 대해서도 몰수할 수 있도록 하였다(형법 개정안 제41조 제9호, 제48조 및 제49조). 그리고 범인이 친족이나 제3자에게 이전한 불법재산 등에 대해서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몰수가 가능하도록 개정하였다(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제5조 제1항 신설, 안 제6조 ; 의안번호 935).

 

뿐만 아니라 몰수에 그 가액을 추징하는 경우도 포함하도록 하여, 추징 판결을 받은 자가 재판 확정 후 사망한 경우에도 그 상속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도록 추징 가능한 범위를 확대해 몰수, 추징 대상에 대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형사소송법 개정안 제478조).

 

문제는 이런 법이 통과되기 전에, 전두환이 죽었다는 것이다. 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전두환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법안이 미리 처리가 되었더라면 해결이 쉬었을 사안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현행법의 적극적인 해석과 그간의 집행 절차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202106230927228010_1.jpg

 

다만, 유기홍 의원이 발의해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전두환 추징 3법 중 형법 개정안이나, 형사소송법 개정안 같은 경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소급 적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전두환의 경우 적용이 어렵겠지만, 공무원 범죄에 관한 법의 경우 친족이나 제3자에게 전한 불법재산에 관한 몰수나 추징에 관한 법률로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 검찰에서도 이 법에 관한 적용을 검토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 검사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전두환 추징금, 징수와 관련해서 해당 부서(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에서 검토 중에 있다. 조만간 이와 관련하여 발표가 있을 것 같다”

 

전두환이 죽었다고 추징금도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 법사위에서는 유기홍 의원이 발의한 형법이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그대로 검토해 통과시키지 않고, 특별법으로 검토해서 통과시키게 된다면 전두환의 사후라도 법을 적용시켜 추징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현재 법사위에서는 특별법으로 검토해 통과시킬 여지가 없지는 않은 분위기다.

 

걸려있는 재판 문제도 있다. 전두환은 회고록 판매금지 처분과 고 조비오 신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었다.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모두 항소해 지난 5월부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피고인 전두환의 사망으로 위 사건들이 ‘공소권 없음’으로 공소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전두환이 남긴 것 : 사람들

 

전두환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 무엇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다. 최승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는 전두환의 죽음에 대해 ‘허탈하고 분노가 치민다’고 심경을 밝혔다.

 

“전두환이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시행했던 장본인이고, 범죄자다. 그 이전에 또 광주 5.18 민주화 항쟁 때 수많은 광주시민들을,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얼마나 사악한 범죄자인가. 죄를 짓는 이들에게 사형까지 구형하는 이 나라에서, 어째서 전두환이는 그냥 그렇게 골프나 치러 다니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 사회가, 이 나라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해서 지금 현재 과거사위원회가 설립되었고, 과거사위원회에서 진상 규명을 시작하고 있다. 과거사위원회는 전두환의 만행에 대해 더 빨리 밝혔어야 했다. 안타깝다. 비록, 전두환이 죽었더라도, 그의 범죄를 낱낱이 파헤쳐서 그 범죄에 대해서는 역사로 기록해야 된다.”

 

전남 태생이면서, 전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광주 5‧18민주항쟁 피해자들의 아픔을 옆에서 누구보다 공감하고,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박구용(철학과) 교수 또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두환 사후 광주 시민들의 반응,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 윤석열의 ‘5‧18 헌법전문 삽입’ 발언의 진의와 맥락에 관해 박 교수와 대담을 나누었다.

 

그 전문을 싣는다.

 

6267584f2f3fd4e0e1e598b20a9a0753.jpg

 

 

광주에게 전두환은 무엇인가

 

헤르매스아이(이하 ‘헤’) : 전두환의 죽음을 광주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박구용(이하 ‘용’) : 광주 사람들한테 5.18이란 아픔이고, 상처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의 상처나 아픔을 건드린 사람도 싫어하지만, 정체성 그 자체를 뒤흔드는 사람은 강도가 다르지 않나? 

 

광주 사람들에게 전두환은 노태우처럼 나쁜 사람, 나쁜 정치인 이런 정도의 이미지가 아니라 국민을 죽인 사람, 사악한 사람, 살인마? 이런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전두환이란 대통령의 이미지 또는 정치인의 이미지 이런 게 전혀 없다. 그냥 자기 권력을 위해 자국민을 살해할 수 있는 사람, 살해하고도 끝까지 그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주도면밀하게 그걸 기획한 사람이다. 그래서 정서적 연결고리가 없다.

 

대개 사람들은 최소한 죽음 앞에서는 정서적으로 어느 정도는 날카로운 마음을 내려놓지 않나? 그런데 전두환에 대해서는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대개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시원하지 않다. 오히려 답답하다. 그리고 뭔가 더 억울하다고 한다.

 

5.18과 정서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경험치가 없는 10대, 20대 어린 친구들은 시원하다고 한다. 욕을 하기도 하지만, 그 욕을 옮기진 않겠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5.18에 대해 정서적인 감정이 있는 연령층은 억울하다. 죽음 자체가. 죽었기 때문에 시원하다는 게 아니라.

 

헤 : 5.18을 직, 간접 경험으로든 경험을 하고 그 오랜 세월을 버텨왔던 시민들이 있다. 그분들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가 명백히 살아있었다가, 훅 가버렸다. 그것도 재판 중에. 그럼 이건 어디서 사과를 받는다거나, 용서를 한다거나, 해결을 한다거나 하는 과정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 당사자가 사라졌다.

 

용 : 그러니까 너무 억울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것이지 이제. 그래서 억울한 것이다.

 

htm_2006112407281730003600-002.jpg

 

 

산 자여 따르라

 

헤 : 전두환이 갔더라도, 끝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을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용 : 일단은 전두환이라는 사람은 용서를 빌 만큼의 용기가 없었다. 사죄할 용기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려면 신뢰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기자님한테 잘못을 했고, 그에 대해서 사죄를 하려면, 기자님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있어야 하지 않나?

 

헤 : 글타.

 

용 : 전두환이 대한민국 국민과 광주시민에 대한 신뢰가 있었으면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 전두환은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조차 없었던 사람이다. 두 번째, 전두환에 대한 법적 판결은 내란, 반란의 주동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한 뇌물수수자일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죄가 있다. 내란목적 살인죄다. 가장 큰 죄목이다. 내란을 위해서 사람을 죽였다는 것 아닌가.

 

헤 : 당연히 그렇다.

 

용 : 그럼, 그 죄목을 용서를 받지 않으면, 전두환 자손들은 대대로 내란목적 살인자의 자손들이다. 그럼 전두환이 자기 자녀들을, 최소한, 건강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용서를 빌었어야 했다. 시민에 대한 신뢰도, 자기 핏줄에 대한 사랑도 부족한 사람이다.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는 노태우와는 좀 다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최소한의 것은 이런 것이다. 전두환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끝났다. 더 이상 할 수 없다. 정치적 판결은? 사실은 정치는 부득이하게 용서할 수 없는 것도 용서하는 게 정치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는 사면을 함으로써 어느 정도 용서를 했다.

 

그러면 남아 있는 것은 뭐냐? 역사적 심판이다. 역사적 심판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역사적 심판은 최대한 사실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역사적 사실은, 특히 5.18과 같은 역사적 사건은, 단면으로 밝힐 수 없다. 단면이 아니다. 면이 엄청나게 많은 어떤 다면체로서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면 그 다면체에 접근하는 방법은 조사 위원회라든가 어떤 실증적인 조사 방법만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구술체로, 내지는 학문적인 연구 또는 예술적인 표현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5.18에 대한 다면적 연구 및 표현의 체계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역사적 심판이다.

 

KakaoTalk_20211126_200319773_03.jpg

KakaoTalk_20211126_200319773_14.jpg

 

또 한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것인데, 내가 옛날부터 주장하는 것이 있다. 공동의 삶을 구성하고, 조율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국가 공동체다. 국가 공동체를 위해서 공동의 삶을 구성하고, 조율하겠다고 했을 때, 그때의 근거 또는 그것의 정신적 표현이 헌법이다. 그리고 그것의 물질적 확인이, 국민의지다. 그러니까 헌법정신과 국민의지가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헌법전문과 국민의지가 일치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지에는 5.18이 있는데 헌법전문에는 없다. 그래서 헌법전문에 넣는 것은 맞다. 단, 5.18만 헌법전문에 넣는 것은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5.18과 부마항쟁은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한다. 하나의 사건으로 묶어서 헌법전문에 넣는 것이 좋다. 그것은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가 아니라 5.18을 매개로 전국의 유사한 아픔과 연대의 기억이 있는, 연대 기억이 필요하다. 그래서 5.18을 매개로 하는 전국연대, 세계의 연대 방향으로 가야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

 

KakaoTalk_20211126_200319773_13.jpg

 

전두환을 심판하는 법

 

헤 : 전두환이 핏줄에 대한 사랑도 부족했다. 이것은 좀 독특하게 다가온다. 얼핏 생각하기에, 자식들에게 어마어마한 재산과 권력을 물려준 전두환이 남의 자식, 가족들은 그렇게 죽였어도 자기 핏줄, 자기 새끼들한테는 끔찍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교수님 말대로라면 전두환은 시민도 못 믿고, 가족도 그만큼 사랑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무력이나 권력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겁이 많은 사람, 그러니까 카리스마 없는 사람이었다는 소리로 받아들여도 되나? 오로지 자기만 안 사람이었나?

 

용 : 그렇다. 조폭들하고 무슨 차이가 있나? 조폭들이 왜 가까운 사람끼리 혈맹을 하나? 두렵기 때문 아닌가? 두렵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딱 뭉치는 것이다. 그 조폭들의 자식들이 어떻게 되나? 조폭이 되거나, 아님 불행해진다.

 

전두환 자식들 한번 보자. 첫 번째 자식이 전재국이다. 시공사라는 출판사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요즘 음악 무슨 출판사를 한다. 문화산업을 하는데, 그 문화산업을 하고 있지만, 그 사람이 문화산업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인 장소에 나타날 수 있겠나?

 

덧_전재국은 시공사 뿐만 아니라 인쇄회사인 북플러스와 유통회사 리브로를 소유하고 있고, 뫼비우스와 음악세계 같은 출판사까지 소유하고 있다. 스타일까사, 지식채널, 파프리카미디어 같은 문화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헤 : 그러게. 문화는 홍보를 우선으로 하고, 일단 남한테 보여주고, 대중화 시키는 것인데. 궁극적으로.

 

용 : 안 된다. 그리고 둘째 아들, 셋째 아들도 그렇다. 그리고 막내딸이 모 대학의 인성 관련 교양학부 교수란 말이다. 그런데 자기가 전두환 딸이라고 하겠나?

 

5eaeec6e8fbd5ed2fa0e241ae169cf792c4cdd598ef43c708351f38e0abf711335b635d762d641d9bc6b2c0df20fd9dad6d82681da2f1f715950a0f08572c330bff30c6bf2460314fe6da97e4e9f94a7.jpg

 

덧_전두환의 막내딸 전효선은 현재 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학 교양영어담당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효선 교수의 전 남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르기로 유명했던 윤상현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두 사람은 2005년 이혼했다.

 

전효선 교수가 서경대학교에 임용되면서 편법 임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6년 서경대학교에서 임용 당시 내건 학위 조건은 영어학 석사였는데, 전 교수는 뉴욕대 로스쿨을 나오고, 외국인이 취득할 수 있는 J.D를 소유했기 때문이다. 전 교수가 임용될 당시 총장이었던 한철수는 육사 12기 예비역 대장 출신이다. 전두환이 대통령 재직 시절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인물이다. 전 교수는 2006년엔 강사로, 2012년엔 조교수로 임용됐다.

 

헤 : 인성 관련 교양학부 교수라면, 자기 부친을 부정해야 되는 거네?

 

용 : 그렇지. 그러니까 전두환 같은 케이스를 보면, 용서를 안 빌고 갔다면, 건강한 자식들에게는 분열을 심어주게 되고, 아니라면 자기와 똑같은 자식을 계속 복제하는 게 되는 것 아닌가? 그걸 끊어주는 게 부모로서 최소한의 사랑 아닌가? 그런 용기도 없는 사람이라고 본다. 가장 비겁한 사람이다. 그 사람한테 뭐 카리스마 있다 이렇게 하는데. 조폭한테도 카리스마는 있다. 그런 카리스마는.

 

헤 : 칼이 있으마.

 

용 : 그렇지. 카리스마는 원래 막스 베버의 중요한 테제다. 카리스마는 일종의 관료주의적으로... 관료주의라는 게 도구적 합리성에 의해서 꽉 짜여 있는 틀에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는, 다 옳은데, 너무 합리적인데, 아무것도 못 하는 그걸 내리칠 수 있는 망치와 같은 힘이다. 인격적 힘. 그것은 서로 무기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전두환 씨는 내가 볼 때 가장 비겁한 자였다. 누구도 신뢰하지 못한 자.

 

헤 : 그러면 역사적 심판이 그에게 가장 처절한, 비록 죽었을지언정, 계속 구술하고, 학자들은 연구를 하고, 예술가들은 화려한 휴가나 택시운전사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딴지일보는 딴지스럽게 그에 관한 기사를 쓰고 하는 게 그에게 가장 처절한 복수란 말인가?

 

용 : 그렇다. 예를 들어서, 이번에 광주비엔날레에서 이상호 작가의 작품을 접했다. 친일부역자들에게 다 수갑을 채운 그림이었다. 친일부역자들은 적어도 그림 안에서는 영원히 수갑을 차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그게 역사적 심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도 큰 심판이다. 그런 걸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짐승이다.

 

그런데 만약에 다양한 예술 작품에서, 아까 말한 대로, 그림 속에서 살인마로 그려진 전두환은 영원히 살인마인 것이다. 그것을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은 바로 그 일을 해야 될 때다.

 

KakaoTalk_20211126_200319773_05.jpg

KakaoTalk_20211126_200319773_08.jpg

 

짐승의 비율

 

헤 : 오늘 연희동 전두환 자택부터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까지 걸어봤다. 장례식장 앞에 오니 조원진, 주옥순 뭐 이런 보수단체 인사들이 와서 난장을 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시민들 조문 행렬이 꽤 길었다. 이 사람들은 근대화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 아닌 짐승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용 : 민주주의에서 다른 의견을 갖는 것은 당연한데. 어디까지는 공통의 기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안 흔들린다. 어디까지가 공통의 기반이냐 하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없다. 헌법이 그 기반이 될 수 있는데, 그것은 너무 추상적이기에, 이런 정치적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확인하는 것이다. 최소 기반을.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지금 현재, 대선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주요 정치 세력이, 전두환을 추모하려고 하지 않기로 하거나, 추모 안 하거나, 하는 건 그나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소 공통 기반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이 없으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 될수록 나쁜 정치 세력들 간의 싸움이 된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런 현상을 보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상황에서 주요 정치세력이, 그나마 전두환에 대해서 국가장을 하자든지, 이런 주장을 안 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이 전두환을 추모하자, 이런 게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들은 지체된 의식, 특히 오랫동안 가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누려왔던 정치적 권력과 어떤 헤게모니가 박탈되는 과정에 분노가 지나치게 강하게 투영된 세력이라고 본다. 냉정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데 잘못된 방식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지배해오면서 거기서 자기 정체성을 강하게 투영했던 사람들이다.

 

세상이 바뀌었으면 정체성을 바꿔야 한다. 이 사람들은 거기에 묶여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자기 변화를 잘하는 사람들 보다 더 순수하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세계는 굉장히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하는 표현 들은 더 자극적이다. 극단적이고. 자기들은 순수하니까. 그런데 이 세력이 5%를 넘어서면 위험하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KakaoTalk_20211124_151830077_07.jpg

 

윤석열의 전두환 사용법

 

헤 : 노태우는 그래도 전두환보다는 시민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용기도 있었고, 자식도 더 사랑했다고 봐야 하나?

 

용 : 최소한은 그랬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 말하긴 싫다. 전두환보다 노태우가 더 나았다고 말하긴 싫다. 그런데 이건 모든 국민들이 감각적으로 구분한다. 우리는 적어도 정서적으로 곧바로 구분할 수 있다. 노태우 때는 내가 싫은 사람도 있고, 죽이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국가장을 한다고 할 때 목숨 바쳐서 반대하진 않았잖나?

 

그런데 전두환을 국가장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목숨을 바쳐서 반대할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노태우가 전두환 보다 낫다고 말하긴 싫지만 적어도 노태우는 자식을 통해서든, 부인을 통해서든 그 가족들이 용서를 구하고, 잘못을 빌었다는 그 자체, 그리고 그것을 시민들이 어느 정도까지는 용인한 것이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노태우와 그 자식들도 그렇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겠나?

 

둘을 똑같은 것들로 치부하고, 냉소주의에 빠져서, 전두환-노태우가 뭐가 다르냐고 말할 수 있다. 근데 그렇게 하면 정말로 우리 사회가 신뢰, 마지막 저변에 남아 있는 감성적 신뢰를 다 부정하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되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해야 된다.

 

헤 : 윤석열이 전두환을 치켜세우다가, 비난이 빗발친 후 5.18을 헌법 전문에 넣는다고 했다. 그의 행보를 어떻게 보나.

 

용 : 우리 현대사회의 강력한 변화와 도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첫 번째는 다원주의적 사고방식이다. 다원주의적 진리관. 그리고 적어도 여성의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봐야 된다는 관점, 그 다음에 인간이 아니라 자연, 생태의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한번 보자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은 의미 있게 축적해온 이 세 가지 도전의 과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 같다. 지성인이라면 이 과정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윤석열은 전혀 모르는 거 같다.

 

safsdafsfw.JPG

 

그리고 윤석열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하이에크(프리드리히 하이에크)나 프리드먼(밀턴 프리드먼)의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 플러스, 짝패들 간의 형성된 어떤 도덕감, 정의감, 이런 것으로 뭉쳐 있는 거 같은데. 사람들이 그 사람한테 모이는 이유는 어설퍼 보이고, 아직 특정한 세력이 없으니까, 각자 자기들의 희망을 가지고 모이는 거 같다. 이명박이나 박근혜한테 모일 때도 사실 똑같았다. 국민의힘 핵심이 변동이 되면서 모이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보수도 이제 윤석열을 통해서 새롭게 또다시 재편되겠지? 그가 뭔가 한다면. 근데 아직은 먼 일이니까. 너무 쉽게 판단할 거 같진 않고.

 

헤 : 그런데 저런 사람이 지지율 1위다.

 

용 : 우리가 왜 박근혜를 넘어서지 못하는가? 왜 윤석열 같은 사람을 넘어서지 못하는가. 넘어서지 못하고 계속 지체하는 것이다. 지체를 왜 할까. 왜 사람들은 머무르고 싶어 하는 것인가. 더 가야 하는데.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넘어서야 할 산, 넘어서야 할 고비는 넘어서야 한다. 그러려면 건강한 정치세력들이 등장해야 하고, 이 건강한 정치세력들이 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공통의 사회 기반인데, 그게 제일 중요한 게 불특정 타인에 대한 신뢰도다.

 

여기에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가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불특정 타인에 대한 신뢰가, 다른 말로 하면 친밀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소멸되어 가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것이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미국도 그렇고, 유럽 사회도 그런 문제가 있다.

 

무식하거나 영리하거나

 

헤 : 윤석열 곁에 있거나 지지하는 세력들이 5.18을 헌법에 넣는 걸 찬성하는 세력들이 아니다. 그들은 5.18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는 윤석열의 발언을 선거용 립 서비스라고 여기는 것인가?

 

용 : 진보진영이 윤석열의 말에 대해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보수진영이 더 확실하게 윤석열이 거짓말을 한다고 믿는 거 같다. 그 정도 거짓말해주는 걸 용인하는 것이다. 거짓말이라고 믿기에.

 

그동안 보수세력들 입장이라면 5.18을 헌법에 넣는 걸 반대해야 한다. 윤석열한테 강력하게 반대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이 거짓말한다는 걸 너무나 확실하게 믿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공과 문제를 보자. 그 나라의 국민을 향해 내란 목적으로 살인한 사람의 공과를 논한다? 말 자체가 안된다. 윤석열이 전두환의 공과를 이야기한 건 두 가지 중 하나다. 윤석열은 지나치게 무식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영리한 정치공학자들의 조언을 받고 있다. 둘 중 무엇이든 나쁘다. 지금 헌법 전문에 5.18을 넣자는 발언도 그거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무식하거나, 지나치게 공학적인 마인드다.

 

다시 말하면 정말로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기본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기초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기초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

 

헤 : 당연히 사회도 기초가 무너지는 것이다.

 

용 : 다행히 박근혜 시절처럼 나라에 큰 위험이 없는 시절이었다면 모르겠는데. 만약에 박근혜처럼 기초가 없을 때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고 생각해보라. 나라가 10년, 15년 뒤쳐지는 건 금방이다. 10년, 15년 나라가 뒤처질 때 고통받는 사람은 누군가?

 

헤 : 당연히 국민. 그중에서도 사회적 약자들.

 

용 : 그렇다. 사회적 약자들부터 고통받는다. 유난히 코로나 자체가 전환인 사람들은 그나마 살만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코로나를 막기 위해서 하는 우리의 모든 행동들이, 코로나 자체보다 더 큰 전환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한테는 대통령이라는 국가지도자가 하는 약간의 실수가, 엄청난, 되돌릴 수 없는 고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면에서는 기초가 튼튼하다. 잘잘못을 떠나서. 최소한 국가지도자로서 기초가 튼튼하기에 우리가 지금 이 정도를 누리고, 이 정도의 안정감이 있는데. 대통령이 된 사람이 오늘 조문을 갈지 말지, 왔다 갔다를 아침, 저녁으로 하고, 공과를 논하자 이러면, 이런 경우 국민들이 무의미한 데다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한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그런 순간이 매 순간 생길 것이다. 국민들이 쓸 데 없이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한다.

 

헤 : 멀지 않은 과거다. 박근혜가 메르스 터졌을 때 엄한 낙타 탓을 해서, 낙타 탓이 얼마나 기막힌가 하는, 하나 마나 한 에너지 쏟는 그런 기사를 써야 했다. 유의미한 취재원 만나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의미 있는 기사를 내보낼 여력이 없었다. 기본도 안되는 거 저질러 놓으면 그게 얼마나 기본이 안 되는 것인지, 일반 국민들은 다 아는 거를 확인하는 기사를 써야 해서.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

 

용 : 그러니까!

 

다운로드 (4).jpg

 

헤 : 오늘 전두환 장례식장 앞에 가니까, 우리공화당 사람들이 왔다. 조원진이 와서 집회하면서 “좌파정권의 문제도 문제지만, 헌법 전문에 5.18 넣겠다는 윤석열 발언을 비난하면서 문제 있는 우파 인사들도 검증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라.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거짓말인 거 알면서도 용인하는 우파 쪽의 저 선수들 보다 조원진 같은 경우는 조금 순수하다고 볼 수 있나?

 

용 : 그런 편이다. 순수하기 때문에 잔인할 수 있다. 위험하기도 하고. 그런데 진짜 윤석열을 지지하는 많은 보수들은 다 아는 것이다. 그러니까 걱정 안 하는 것이다. 그의 발언을.

 

노태우와 전두환

 

헤 : 알겠다. 전두환은 갔지만, 가장 중요한 역사적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계속해야 한다는 거. 그럼 영원히 자식들은 고통받는다는 거.

 

용 : 광주에 노태우 자식들이 많이 왔다. 나도 같이 식사도 했다. 5.18 어머니들하고도 같이 식사했다. 그 어머니들이 울면서 (노태우 자식들을) 때리기도 하고 그랬다.

 

헤 : 노재현 씨랑 노소영 씨?

 

용 : 그렇다. 처음에는 그들이 비니까 5.18유가족 어머니들이 울고, 때리고 그랬다. 그러면 용서할 수 없지만, 용서해야 되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용서했다는 말은 못 한다. 말은 못 하지만 감정은 많이 (누그러졌을 것이다)... 같이 밥을 먹고, 손을 잡아주고, 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얼마나 자유로워지냐.

 

나 때문에 자식들이 이 땅에서 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전두환 자식들은 광주에 영원히 못 온다. 오더라도 공개적으론 못 온다.

 

황영시, 정호용, 주영복, 이희성

 

헤 : 마지막으로, 전두환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용 : 첫째는 우리가 5.18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란을 목적으로 살인한 사람들의 이름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기회 있을 때마다 그 사람들 이름을 항상 새겨야 한다. 황영시, 정호용, 주영복, 이희성. 이들이 내란 목적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이다. 이런 이름들은 반드시. 모든 기록에 남겨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5.18의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5.18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사람들이 있다. 당시 군인으로 참석한 사람들. 일반 병사 및 하급 지휘관들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다. 가해자인 이유는 국제법상 잘못된 명령이라도 자국의 국민과 시민을 향해 총을 쏜 사람들은 지금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받게 되어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가해자다. 그런데 5.18특별법에 의해 그들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분들도 고통받을 수 있다. 피해자들이다.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이분들이 진술을 해줘야 한다. 진실을 법정에서 이야기하라는 게 아니다. 학문하는 사람들이나 예술 하는 사람들이 혹시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으면 녹음을 해놓고, 가능하면 구술 채록을 하고. 그건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