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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쓴 '내가 해봐서 안다: 대도시 단독주택 마련 꿀팁(링크)'이라는 뻘 글에 어떤 양반이 이런 댓글을 달았더라고. 마음이 아프데.



단열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정말 괜찮을까요? 작년 8월에 22평 단층 단독주택을 사서 이사 왔는데요, 어제 오늘 너무 춥습니다. 4살짜리 애가 있어 실내온도에 -중략- 지금 남은 선택은 우선 외단열을 드라이비트로 하는 것 정도인데 이거 한다고 좀 나아지긴 할까요? 보일러 때도 방바닥은 뜨시지만 웃풍이 쎄서 공기는 늘 차갑습니다. 난로를 들여놓자니 애가 어려 화상 입을까 봐 겁나고... 에구 암튼 이래저래 날 추워지니 고민 많네요. 두서없이 지껄였습니다. 혹시 조언 해 주실 만한 게 있으시면 무엇이든 좀 말씀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주택 사는 사람들은 알 거야. 웃풍 혹은 외풍이라고 단열이 잘 되지 않거나 문이나 창이 허술할 때 바깥의 찬바람이 방안으로 심하게 들어오는 그거. 제일 최악일 때는 불을 많이 때서 방바닥은 후끈한데, 머리 위는 차가운 냉기가 흐르는 것을 말해. 이 차이가 크면 클수록 단열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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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나, 제주도나, 산골이나 대도시나 추운 겨울은 추운 법이야. 시베리아에서는 얼어 죽지 않아도, 따땃한 인도에서는 조금만 기온이 내려가면 얼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걸 보면 오히려 따듯한 지역일수록 추위에 더 취약할지도 몰라. 더구나 가난한 서민들에게 여름은 어떻게 넘겨도 겨울은 가난이 혹독한 법이거덩. 어른들은 어떻게 견딘다고 해도 집에 어린아이가 있으면 사정이 달라져. 부모 된 마음이란 게 그래. 눈물 나고 서러워.


말했다시피 단독주택 최대의 적은 누가 머라도 단열, 즉 추위와의 싸움이야. 그밖에는 누수, 치안, 이웃 등이 있는데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천천히 언급하기로 하고 제일 급한 단열 문제부터 먼저 이야기해 보자고.


전술했다시피 가진 돈이 많다면 아무 문제가 없어. 다 엎어 버리고 햇살 따뜻한 몰디브로 갈 수도 있고, 그도 아니면 아파트로 갈 수도 있고, 단열이 완벽한 집을 새로 지으면 되지. 하지만 우리 사는 게 어디 그래? 한정된 자본, 차마 남에게 말 못 할 사정 등등..


그래서 이미 단독주택에 살고 있거나 앞으로 단독주택으로 옮겨 갈 분들을 위해서 가성비 최고인 단열법에 대해서 말해 줄려고 해. 추운 단독주택에 사는데 뼈가 대고 살이 될거야.


그리고 나 집 장사 아니야. 집을 오래 고르고, 고쳐보고, 20년 이상 관심가지고 옆에서 차근히 지켜본 일반 시민이야. 긍게 너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느니, 이 시댕이 스치로폼 팔아 먹을려고 그런다던지 하지는 말아줘. 섭섭해.



1. 단독주택은 왜 추운가?


우리나라의 단독주택은 추울 수밖에 없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슬름가에 지어진 단독주택의 대부분은 벽돌 한두 장으로 바깥과 안의 경계를 표시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러니 좀 더 추우냐? 좀 덜 추우냐만 있을 뿐, 춥다는 것의 공통점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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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직접 살자고 지어 놓은 집 보다가 집 장사가 지어 놓는 것의 단열 사정을 알고 보믄 할 말을 잃어. 요즘 새로 짓는 단독주택은 순환, 지열, 황토벽돌, 태양열이다 머다 하고 막막 짓는 모양이지만 그건 다 남의 나라 애긴 줄 알자나. 누가 그렇게 지으믄 뜨신 줄 모르나. 글케 할 돈이, 옮겨갈 여력이 읍어서 못하는 거지.


1-1 내부단열


일단 단독주택을 사면, 집을 좀 손보면서 대부분은 내부단열을 하쟎아? 내부에다가 여타의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벽지를 바르던가, 다른 치장을 하든가 그래. 하지만 일단 외부 벽을 타고 들어 온 냉기는 내부에서 아무리 단도리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효율적이지 않아. 우리 집의 경우가 그런데, 다행이 나는 집이 위치한 곳이 남쪽 지방이고, 정남향이라서 그렇게 추위에 취약하지 않은 경우라고 판단해서 외부단열보다는 내부 단열을 선택했어. 전 편에도 말했지만 그만큼 단독주택은 방향이 절대적으로 중요해. 물론 방향이 정남향이어도 앞쪽으로 큰 건물이 들어서서 볕이 안 들어오면 말짱 도루묵이지만. 사실은 집 외부의 오래된 빨간 벽돌도 무척 맘에 들어서 드라이비트로 돌리면 멋대가리 읍어질거라는 걱정도 한 몫 하긴 했어(참고로 우리 집은 한겨울에도 볕이 들어오면 2층에는 난방을 하지 않아도 25도로 올라가고 최하 온도가 18도 밑으로는 안 내려가더라. 증말이야. 믿어줘.).


1-2 외부단열


사실, 단독주택은 외부단열이 정답이긴 한데, 이게 그동안 답이 없는 경우가 많았어. 이미 지어진 집, 특별히 외부 단열을 할 방법도 없었거니와 외부단열을 하려면 집을 통째로 다시 짓는 대공사를 하던가, 집 외부를 아예 다른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어.


예컨대 빨간 벽돌집인데 외부 단열하면 집의 원형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리고, 또 돈도 막대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그동안 집수리를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엥간히 고칠려면 아예 싹 밀고 새로 짓는 것이 더 싸게 멕힌다는 소리가 이런 이유 때문이야. 그게 일부분 사실이기도 했고.


무튼 단독주택이 한겨울에도 아파트처럼 추위 없이 견디려면 외부 단열이 답인데, 그게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이 아니라, 사실상 근자에 생겨났다고 봐야 될 거야. 그래서 일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그동안 별다른 방법 없이 그냥 추위에 오돌오돌 떨거나, 포기하고 다시 아파트로 들어가는 경우가 생긴 거지. 해서 오늘 할 이야기는 드라이비트야.



2. 드라이비트는 무엇인가?


사실, 드라이비트란 단열재 이름이 아니야. 그냥 외부 마감도료 이름인데 통칭 외부단열방법으로 일반에서 굳어진 것 같아. 그렇니까 쉽게 말하자면 드라이비트는 보온재가 아니라 페인트라고 보면 될 거야. 뿜어서 바르기도 하고, 미장칼로 바르기도 하니까. 보온재라고 하기에는 틀린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드라이비트라고들 하니까 우리도 드라이비트라고 그냥 쓰자고. 먼 집 고치고 단열하는데 박사학위 딸 것도 아니고 실생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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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케 겹겹이 설명되어 있지만 걍, 스치로폼-유리망-마감재 순이라고 보믄대. ㅡ,.ㅡ;


드라이비트는 기존 벽체에 스치로폼이라는 보온재를 먼저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가 잘 붙도록 철망이나 보조재를 바르고 드라이비트라는 칠을 하거나 여력이 좀 되면 좀 더 머찐 마감재를 칠하거나 붙이는 것을 말해. 좀 어슬퍼지만 서민들에게 이만한 가성비 좋은 보온재도 없는 편이야.


가격은 흠... 경우에 따라서 틀리겠지만 한 30-40평 전체를 두르는데 4-500마넌 정도니까. 비싸다고 하면 비싸지만 현실에서 단독주택 전체를 단열하는데 이정도 가격이면 무척 즈렴하다고 생각해. 알 사람은 알겠지만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기름으로 한겨울을 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잘 알 거야. 기름값으로 한겨울에 얼마가 드는지 물어보믄 막막 후달거릴거야.



3. 드라이비트의 단점은 무엇인가?


이전 글에서도 누가 드라이비트는 인화성이 너무 많아서 위험하다고 댓글로 알려줬고, 무엇보다 얼마 전 이명박 가카 때인가 아파트 화재사고가 한번 난적이 있쟎아. 이게 어떻게 허가가 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아파트란 고층의 주거지에다가도 드라이이비트를 막막 시공할 수 잇게 한 모양이더라고. 참나. 무식한 내가 봐도 고층빌딩에 드라이비트를 했다가 화재가 나믄 단체 통구이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밖에 안보이더마. 불이 외벽을 타고 붙는 그 강력한 인화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스치로폼이 타고, 녹으면서 내품는 그 유독성은 으.. 상상만 해도 섬찟할 정도야.그만큼 위험하기도 해(긍대 어떤 쉑 덜이 고층빌딩에다 저런 허가를 내준겨? 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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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단독주택을 이야기하고 잇는거쟎아? 빌딩이야 돈 많은 놈덜이 있는 돈 더 아끼자고 꼼수를 부린 것이니까 패스하고 단독주택도 불나면 위험하긴 마찬가지이겠지만 일단 단층 내지 이층일 테니까 화재 시 빌딩보다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거야. 탈출하기도 용이하고.


그리고 드라이비트가 화재에 취약한 건 맞지만 우리가 사는 집의 실내를 둘러보면 커텐에, 가구에, 전열기에, 가스렌지에 사실 드라이비트보다 위험한 인화물질 투성이쟎아? 걱정과 염려가 되지만 누가 벽에다 대고 일부러 불을 붙이려 노력하지 않는 이상은 우리가 사는 일상의 집안보다는 위험하지 않을거야. 그니까 우리 지나친 걱정은 잠시 접어 두기로 해.


그리고 또 하나의 단점은 내구성이야. 말했쟎아? 드라이비트가 스치로폼이라고. 물론 그 위에 보충재로 보강하긴 했겠지만, 보강한다고 하더라도 스치로폼이랬쟎아? 충격이나 충격이 심하게 가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부서지거나 노화가 되기 마련이야. 얼마나 지나야 그렇냐고? 그건 나도 몰라 아마, 차를 몇 년 타믄 바꿔야 대냐는 물음과 비슷하다고 하면 갈음이 될까? 어떤 사람은 2-3년 만에 갈아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1-20년도 실하게 탄다니. 무튼 콩크리트보다는 훨씬 약한 게 사실이야. 무튼 망치로 살짝 두들기믄 걍 구멍이나. 왜? 스치로폼이니까... ㅡ,.ㅡ;


우리는 집을 짓거나 살 때에 마치 몇백 년 동안 부서지지 않을 튼튼한 집을 구하려고 해(아마 어릴 때 읽었던 돼지 3형제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필리핀 같은 나라는 아기대지 3형재라는 동화가 없을 거라고 확신해). 하지만 우리가 정작 집을 사고 그 집에서 사는 시간이 통칭 3-40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걸 생각해보면 아무리 허술한 집을 구한다고 해도 그 정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은 있을 거야. 그냥 마음이 불안해서 그렇지. 그니까 단독주택에 사는 서민들이나, 추위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은 내구성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드라이비트시공을 하게 되면 그 효과에 깜딱 놀랄 거라고 장담해. 그러니 드라이비트가 주는 헐렁함은 추위에 비하면 껌이라고 생각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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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며칠 전, 시골에 백 평 대지에 건평 30평쯤 되는 시골집을 사서, 내부 수리와 외부를 드라이비트로 단열한 칭구집을 찾아가서 확인도 할 겸해서 하루 기숙하고 왔어(백 평짜리 대지의 집 사고, 30평대 집의 내외부 고치는데 모두 일억도 안 들데.. 와따라..).


그 칭구 집을 고칠 때, 다른 건 돈이 모질라서 하지 않아도 좋으니, 외벽을 드라이비트로 단열을 하라고 낵아 꼭꼭 당부했거덩. 시골의 추위는 도시보다 심하쟎아? 첨엔 집주인이 돈 드니까 그건 안 하겠다고 하다가 결국은 했다데. 결론은 추위에 무척 취약한 낵아 저번 혹한 때 그 집 실내에서 빤쓰 바람으로 돌아 댕겼어. 물론 손님이 와서 석유를 좀 더 때기는 했겠지만, 생각해 바. 집에 우풍이 있으면 아무리 석유나 도시가스를 죄수 화형시킬 정도로 때밨자 내부 공기가 추운 건 여전히 춥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 거야. 빤쓰 입고 돌아다니다간 뽕알 얼기 딱 좋아.


그러니 단독주택에 사는 서민덜이여. 춥다면 이사를 가지 말고 간단히 드라이비트로 집을 둘러 바바. 둘러서도 춥다믄 낵아 책임질께. 아. 가능하면 이중창도 꼭 해야 해. 그렇다고 증말 찾아오고 그러지는 말기로 해. -,.ㅡ;


끝이야.




*편집자 주: 성남시는 지난 해부터 6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 '불에 타지 않는 외벽 마감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성남시에서는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을 6층 이상의 건물에 사용할 수 없고, 6층 이하의 건물에 대해서는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드라이비트 공법은 안전성에 논란이 있음을 함께 알려드립니다.

 





잘모르는숲


편집 :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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