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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인의 연봉이 궁금하신가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지인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식의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니 연봉 얼마고?"

 

"연봉, 한화로 환산하면 1억 넘나?(경력자의 경우, 1억 5천, 혹은 2억 정도로 베팅을 먼저 걸어오면서 유도신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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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법으로 알아내기 전에 얼른 말하라!

 

특히 가까운 사이의 친구, 친척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듣게 되고, 집요하게 물어서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순진하게 정확한 수치로 대답하면, 십중팔구 대화가 유쾌하게 흘러가지 않게 된다.

 

"어? 내 아는 누구는 경력 5년에 1억 5천 받는다던데, 대졸, 10년 경력에 니 그거 밖에 안 받나?“

 

미국의 유수 기업에 취업했다고 부러운 눈초리를 받으면서 시작한 대화인 것 같은데 어느새 분위기가 쎄~해진다. 누군가 부러움과 시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반대로,

 

"우와, 오늘 동생이 사주는 술 함 제대로 마셔보자. 형인 내보다 두 배를 버네, 역시 미국. 쩨쩨하게 굴지 말고 인제부터 부모님한테 용돈 제대로 드려라.“

 

미국 현지 기준으로는 결코 고소득자로 볼 수 없는데, 심하게 업그레이드 시켜 등 떠밀며 부담 팍팍 준다. 아무리 곤란해도, 정확한 대답을 피하는 것이 방책이다. 최고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액수를 말씀드리긴 좀 뭐한데, 아무튼 우리 네 식구 크게 부족함 없이 먹고 살 만큼, 그리고 약간 저축도 할 수 있게끔 받고 있어요" 

 

혹은

 

"연봉은 높아 보이는데, 실속이 없어요. 세금도 많이 떼 가고, 하늘을 찌르는 수준의 주거비에, 기타 생활비가 너무 나가서, 간신히 적자만 면하고 살아요."

 

이런 식으로, 사실을 말하면서 연봉 액수를 공개하지 않고도 대화를 잘 이어가야 한다. 여기까진 미국 직장인의 입장이다. 그럼 한국 지인의 입장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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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인의 입장에서는 호기심이 날 만하다. 한국보다 미국의 인건비가 높을 것은 짐작가지만 구체적인 수치 없이는 감을 잡을 수 없으니 꼬치꼬치 묻게 되는 것이다. 혹시 알아? 본인이 나중에 미국 취업에 도전해볼지, 아니면 다른 지인이 도전하는데 옆에서 훈수를 둘 수도 있고... 

 

이 글은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풀어 드리기 위해 쓴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차에 좋을 것 없으니 미국에서 직장생활 하는 지인에게 아무리 궁금해도 연봉을 묻지 마라. 대신 이 글을 읽어 보시라. 

 

100% 충족 보장은 못 해도, 최대한 왜 피차 좋을 게 없는지 여러분의 호기심을  최대한 충족시켜 보도록 하겠다.

 

미국에서 직장생활 하는 분들도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투영해가며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한국에 계신 분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사는 분들도 지인 연봉을 알아내려 하는 것이 왜 정신건강에 별 도움 안 되는지에 대해 뒤에서 말씀드리겠다.

 

 

미국에서 연봉의 단순 비교는 큰 의미 없다 

 

먼저 통계 자료를 보자. 미국의 가구당 중위소득(전체 가구 중 소득을 기준으로 50%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은 2020년 기준으로 $78,500. 환율 1,150원 기준으로 한화 9천만 원 조금 웃돈다. 대한민국의 가구당 중위소득이, 2021년, 4인 가족 기준으로 5천만 원이 조금 안되니(출처 링크), 한국과 비교해 보면 높아 보인다. 허나, 이것은 미국에서 피부로 느끼기에 결코 높은 액수가 아니다. 

 

높은 세율과 전체적으로 높은 물가수준, 그리고 한국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공제 항목 탓에 실제 월급봉투는 매우 얇게 느껴진다. 따라서 미국의 중위소득을 원화로 환산해서 대략 감을 잡으려 하는 시도는 별로 의미 없다고 본다.

 

환율 저편에 두 나라 간 돈의 값어치나 구매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이하, 본 연재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꿔 설명하지 않겠다).

 

한국과 미국 사이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매우 크게 존재해 그냥 '미국 중위소득 $78,500'로 퉁 치는 것도 무리다. 미국에는 50개의 주 그리고 수도 워싱턴DC까지 51개의 광역자치권이 존재한다. 다음은 주별로 집계된 가구당 중위소득을 나타내는 그림이다. 

 

주별사진1.PNG

파란색이 짙을수록 중위소득이 높은 주다.

<사이트 링크>

 

위 그림의 데이터를 볼 수 있는 World Population Review 사이트 정보는 미국 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위 사이트에 들어가서 마우스를 해당 이미지 위에서 움직이면 그 주의 중위소득이 표시된다.

 

그림을 보면 중위소득 최고는 메릴랜드($84,805), 최저는 미시시피($45,081) 다. 거의 2배 차이가 난다. 주별로 이 정도로 큰 차이가 있기에 미국 전체 통계를 갖고 판단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한 것이다.

 

달러의 값어치도 미국 내 지역에 따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1천만 원, 1억 원, 10억 원의 가치는 많은 이들에게 대략 비슷하게 각인 되어있다. 미국에서는 만 불, 십만 불, 백만 불의 가치가 지역에 따라 그리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받아들여진다. 물가의 차이가 많이 난다.

 

미합중국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서 표현하지만, 사실 미국은 각 주마다 다른 나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차이가 있다. 말이 통하고 이동이 자유롭고 미디어나 정보의 전달, 재화의 교환에 있어서 주간 경계를 넘나드는데 제한은 없지만, 법, 제도의 차이는 물론, 심지어 경제활동 방식이나 문화의 차이가 주마다 뚜렷이 존재한다. 

 

사실 미국이 하나의 나라로 보이게 된 것은 현대 사회 이후이지, 19세기 때만 해도 ‘다른 주’는 ‘다른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 즉, 그 당시 뉴욕 주민의 입장에서는 저~기 멀리 있는 일리노이, 캘리포니아가, 영국, 멕시코나 할아버지 고향이었던 이탈리아처럼 똑같이 ‘먼 나라’로 보였을 것이다. 

 

자! 그럼 맛보기는 여기까지 하고, '왜 미국은 한국처럼 단순 연봉 액수로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 없는지'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 보겠다.  

 

<계속>

 

 

 

여담) ‘다른 주=다른 나라’라는 명제가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실생활에서 거의 느끼지 못했던 많은 미국인들이 이번 팬더믹 시대를 지내면서 확실히 느끼게 된 사례가 있다. 

 

팬더믹 초기에 일부 지역에서 주 경계를 가로막았다. 고속도로에 체크포인트를 만들고, 무장한 주 방위군이 검문하면서 필수인력이 아닌 사람들의 통과를 제한한 적이 있다. 세계 3차대전이 나도 미국 땅 안에서는 걱정할 것 하나 없네~ 하던 미국인들이 국경, 아니 주경 봉쇄 사태를 보면서 뭔가 많이 느꼈을 것이다(비록 그 기간이 길지 않아서 그렇지).

 

 

소리는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