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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선마이크로시스템사(Sun Microsystems, Inc. 이하 썬)를 인수한 오라클(Oracle Corporation)은 구글(Google Inc.)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건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오라클 측 변호사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한화 약 37조가량의 매출과 26조가량의 순이익을 취했다는 자료를 폭로한다.


여기까지만 보고서 ‘뭐 다 아는 얘길 또…’라는 생각이 드는 분덜은 이 글을 읽을 필요가 별로 없겠다만, 그렇지 않은 분덜은 어디 가서 아는 척 하다 자칫 '쪽' 먹을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사태의 추이는 사실 우리네 삶이랑 꽤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쪽팔림 방지를 위한 관전 뽀인뜨를 콕콕 찝어주는 시간. 이번엔 구글과 오라클의 쌈 구경이다.


일단 각 선수의 면면을 한번 훑어보자.




1. 자바(JAVA)와 안드로이드(And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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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송의 주요 이슈는 안드로이드(Android)가 자바(JAVA)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냐 아니냐다. 자바와 안드로이드, 이 둘은 거의 대하소설 수준의 방대한 백그라운드를 지니기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하기엔 지면과 열분덜의 시간이 부족하다. 아예 모르고 넘어갈 순 없으므로 초 간단 모드로 짚어보자.


자바는 현시대에 가장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를 포함하여 뭔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로 돌아간다 싶은 모든 것에 담을 쌓고 사는 자연인이 아니라면, 자바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무조건 한 번 이상은 써봤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안드로이드는 다들 친숙하실테니 딱 한가 지 설명만 하면 된다. 안드로이드는 '자바 기반'의 모바일 운영체제이다.


IT 업계인이 아니라면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의 개념이 생소할 수 있고, 특히 저 ‘기반’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헷갈릴 수 있겠다. 아주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 빗대어보자면,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같은 개념으로 보고, 안드로이드는 ‘무역용어’, ‘법률용어’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되겠다. 한국의 법률용어는 분명 한국어를 기반으로 하므로, 주어와 서술어의 배치나 시제와 같은 문법이 같다. 그래서 법률용어를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법조문을 읽어도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있다. 하지만 특정한 부분에 있어서는 같은 단어나 문장이 지니는 의미가 달라진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법률용어를 구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인 입장에서 프랑스 법률용어를 공부하는 것보다는 한국 법률용어를 공부하는 게 더 쉽다. 즉, 안드로이드가 ‘자바 기반’이라는 것은, 자바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을 안드로이드가 따르고 있되, 완전히 포함된다고는 볼 수 없는 어떤 영역이 있다는 뜻이 된다.


요약하면 자바는 거의 무료로 받아들여지는 프로그래밍 언어, 안드로이드는 그 자바의 문법을 따르되 다른 여러 가지 부수적인 것들이 포함돼있는 모바일 운영체제로 보면 되는 것이다.




2. 자바와 안드로이드의 주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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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는 앞서 언급된 썬(Sun Microsystems, Inc)에서 1995년에 개발했다. 썬에 대한 역사 또한 유구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2016년 현재의 바쁜 일반인들, 특히나 IT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그 역사를 알아야 할 필요는 적다. ‘한 때 전 세계 IT 시장의 리더기업이 될 포텐은 있었지만 결국 포텐을 터뜨리지 못한 회사’ 정도로 이해하면 크게 무리가 없겠다. 전반적으로 썬은 IT 종사자 및 덕후들에게 이미지가 좋은 편이며, 그 이미지에는 자바를 만든 회사라는 점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 썬은 2010년에 오라클에 인수된다. 그러므로 자바의 현 주인은 오라클이다.


안드로이드는 동명의 작은 미국회사에서 만들었다가 2005년에 구글에 인수되었다. 그러므로 다들 아시다시피 안드로이드의 주인은 구글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바-오라클, 안드로이드-구글이라는 소유관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둘이 상당 부분이 공개돼있는 개방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이다. 완전히 공개된 순수 오픈소스는 아니지만,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언어나 운영체제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라고 쓰고 돈을 안낸다고 읽어도 좋다) 쓸 수 있다는 얘기.


그렇다면 ‘상당 부분’의 정의는 어떻게 돼 있을까. 이런저런 법률, 특허, 문화, 역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깊이 있는 질문이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인 맘’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더라도, 오라클이나 구글이 가만히 있으면 그냥 넘어가는 거고, 아주 미묘하고 애매한 수준이라도 오라클이나 구글이 걸고넘어지면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에 휘말린다. 오라클이나 구글이 특히 그렇게 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바닥이 그렇다.


그러므로 이번 싸움은 오라클 입장에서 구글이 저작권 침해의 선이 넘었다는 ‘맘’을 먹은 거고, 그렇게 시작된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대충 기본적인 싸움의 배경이 나왔으니, 오라클과 구글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3. 오라클, 더러워도 사게 만드는 백전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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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이라는 회사는 사실 IT업계인이 아니라면 알 이유도 기회도 별로 없다. 그건 오라클의 대표 제품이 DBMS(DataBase Management System :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미 DBMS라는 말 자체가 생경한 사람들이 태반이므로, 그걸 주로 파는 오라클을 알 이유도, 기회도 없을 수밖에...


하지만 막상 여러분은 오다가다가 이 이름을 꽤 들어본 기억이 날 것이다. 이 회사는 주요 제품의 전문성에 비해 마케팅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불문하고 대도시의 공항이나 도심 등지에는 졸라 비싸 보이는 큼직한 광고판 자리에 의외로 한두 개는 오라클 광고가 붙어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별로 필요 없어 보이는데도 그 비싼 광고를 내거는 이유는 단순하다. 광고를 통해 졸라 노출 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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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엔 이런 것들이 꽤 있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DB(Database)라는 건 IT 분야 중에서도 파고들 수록 끝이 없는 극히 전문적인 주제이지만, 동시에 매우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마치, 인터넷 브라우져의 개념과 원리를 전혀 몰라도 매일 그 브라우져로 인터넷을 하듯이. DB 형태의 종류와 각각에 대한 사용법은 아무 관심이 없는 기업들도 DB를 써야만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단 홈페이지가 있고 회원 가입을 받는다면 DB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즉, DB라는 건 거의 모든 온라인 서비스의 필수요소다. 그러므로 DB 전문가는 극소수의 전문가이지만 직간접적 사용자는 대단히 많은 특징을 지닌다.


말하자면, 컴퓨터의 구조나 사양이나 부품별 특성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요즘 세상을 살려면 컴퓨터가 필요한 것과 비슷하다. 그런 사람이 컴퓨터를 살 때는 대충 아래와 같은 옵션이 있다.


1) 내가 공부해서 나에게 맞는 걸 찾는다.

2) 주변의 전문가를 찾아내서 꼬치꼬치 물으며 정보를 얻는다.

3) 웃돈을 주고 AS가 확실한 대기업 제품을 이용한다.


일단 1) 번 옵션은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게다가 DB란 건 당연히 그냥 집에서 쓰는 컴퓨터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회사 입장이라면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겠지만, DB라는 건 초기 구축 시점, 그리고 이후에 문제가 발생한 시점에만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를 고용해 앉혀놓으면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놀게 되므로, 보통 전문업체가 아닌 이상 DB 전문가를 상근직으로 고용하진 않는다.


2) 번 옵션에 해당하는 대안으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오픈소스 DB를 쓰는 방법이 있다. 과거 MySQL(SQL<Structured Query Language>을 사용하는 개방 소스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이라는 것이 대표적이었는데, 누구나 사실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DBMS다. 오픈소스의 특성상 돈을 안내므로 그걸 만든 이들에게 AS를 요구할 수가 없고, 결국 개발자들끼리 서로 묻고 답하고 토론하며 누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해결해야 된다. 사람이 몰리면 자료가 많아지고 자료가 많으면 사람이 몰리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MySQL은 한때 DB계의 양대산맥이 된다.

 

 

3) 번 옵션, 돈을 아껴야 하는 사람들에겐 무의미하지만 돈 있고 귀찮은 거 싫어하는 사람에겐 보석과 같은 이 옵션이 바로 오라클 DBMS에 해당한다. 적잖은 가격을 지니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후관리에 있어 안정성을 중요시해야 하는 경우에는 보통 오라클을 사용한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앞서 말한 DB계의 양대산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게 바로 오라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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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한 '방탕' 했던 오라클 전 CEO 래리 앨리슨 (그가 궁금하다면 Click)


이런 배경으로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는, 대기업은 오라클을, 개인/단체/중소기업은 MySQL을 선택하는 패턴이 아주 일반적인 시대였다. 마치 대기업 컴퓨터나 용산에서 잘 조립한 컴퓨터나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듯, 오라클과 MySQL도 성능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MySQL이 좀 저렴한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아예 무료였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서 굳이 비싼 오라클을 선택하는 이유인 ‘사후관리’라는 말 뒤에 숨어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속사정 때문.


사회에서 쓴맛 똥 맛 단맛 다 본 분덜은 다덜 아시다시피, 큰 조직에서는 ‘책임의 주체’가 지니는 무게감은 엄청나다. 특히 그 책임이라는 게 큰 문제에 대한 책임이라면 사실상 그 조직 내에서의 목숨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DB라는 건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서비스 전체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의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에, DB에 문제가 생긴다는 건 크나큰 ‘책임’을 야기한다. 돈을 내고 DB에 대한 문제를 누군가가 방지해주는 것을 포기하고 돈을 아끼면서 DB에 대한 문제를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을 선택하는 건 매우 큰 용기와 자신감을 필요로 한다. 조직이 크고 보수적일수록, 그런 용기와 자신감으로 의사결정을 할 고위직은 드물다. 그런 고위직이 드물다는 사실은, 오라클에게 시장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가져다준다.


이에 더해 오라클은 자사 DBMS에 대한 공인 자격증 제도를 시행한다. 시험 자체도 유료일뿐더러 교육을 이수해야만 응시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교육도 당연 유료다. 또 최상급 자격증을 따려면 이전단계 자격증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제한 등이 있다. 뭐 이런 특징은 다른 자격증들도 많이 지니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료인 제품을 유료로 배워서 유료로 시험 보고 자격증을 따는 방식은 독특하다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이 모두 오라클에서 직접 관리된다는 점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특징이다.


사람들이 교육, 자격증, 제품구매까지 돈을 이중삼중으로 내는 건 얼핏 보면 비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가 않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어떤 DB를 사용할지 결정할 때 당연히 오라클을 먼저 고려하게 될 거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자신이 다른 생소한 제품을 고를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오라클은 제외한 다른 DB들은 이렇게 ‘제품을 만든 회사가 직접 공인하는’ 교육과 자격증 체계가 잡혀있지 않으니, 팀을 구성할 때도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이 높다. 결국, 오라클 자격증을 딴 사람은 오라클 DB를 쓰고, 사람을 뽑아도 오라클 자격증 소지자를 뽑고, 그렇게 되면 다른 DB보다는 오라클을 공부하는 사람이 늘어날 거고, 그러면 다른 상황에서 또 오라클을 선택하는 순환이 발생한다. 오라클이 굳이 큰돈을 들여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광고를 하는 것도, 이러한 네임벨류를 쌓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계속 돈을 내게 만드는 순환구조를 확립한 셈이다. 어떤 울타리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 들어오려면 돈을 계속 내야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각각의 개인에게도 안정감을 주게 만들면서 울타리가 계속 순환하고 팽창하는 구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사람들이 알아서 돈을 들고 찾아와 나가려 하지 않는 이런 구조는 만드는 건 꿈과도 같은 일이다. 오라클은 이런 걸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의 빼꼼이이자 백전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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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꿈같은 구조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앞서 언급한 MySQL 등의 오픈소스 DB다. 이렇게 돈 안드는 경쟁품이 만약 안정적인 커뮤니티를 이뤄서 오라클의 사후관리 부럽지 않은 관리가 가능해지고, 많은 개발자의 정보공유를 통해 성능적으로도 앞서나간다면 오라클의 울타리는 위협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런 울타리는 한번 균열이 생기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오라클의 가장 큰 위협이라 할 수 있었던 MySQL은 2008년 썬에게 인수된다. 그러므로 2010년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면서 자바와 함께 MySQL도 자연스럽게 오라클의 소유가 된다. MySQL을 인수하면서 유료화한다든가 하는 양아치 짓은 하지 않았다. 다만, MySQL 커뮤니티는 서서히 와해되어갔고, 애초의 제작자들이 새로 만든 Maria DB나, 2010년 즈음부터 떠오른 새로운 방식의 DB들(NoSQL계열 등)로 분산되었다.


이쯤 되면 대충 캐릭터가 잡히시는가. 딱히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는 없다만 뭔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게 만드는 거대기업. 딱히 악덕한 짓을 했다고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IT 바닥에서 공공의 적 같은 이미지를 품고 있는, 그러면서도 돈은 계속 긁어모으는 기업, 바로 오라클이다.




4. 구글, 수익에 대한 이 시대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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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하면 떠오르는 건 무엇보다도 ‘검색’이다. 허연 배경에 로고와 검색창 하나로 전 세계 인터넷 사용 패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그 이후 구글의 행보는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기묘한 패턴을 보인다. 이메일, 클라우드, 온라인 오피스 프로그램, 소셜네트워크, 지도, 스트리트뷰, VR, 구글글래스 등등 너무 많은 사업을 벌인 바람에 망해버린 사업의 대명사도 부지기수고, 반대로 놀라운 성공을 거둔 진취적 사업의 대명사도 부지기수다.


이 수많은 사업이 사용자들에게는 대부분 무료로 제공된다. 그렇기 때문에 IT 판에 친숙하지 않은 일반대중들은 도대체 무슨 수로 돈을 벌어 그 많은 사업을 벌이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사실, IT 전문가들도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를 벌어들이는지는 잘 모른다. 구글의 정확한 수익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 베일의 일부는 구글이 의도적으로 가려두려 한 것도 있지만, 나머지는 그들의 복잡한 수익구조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구글의 수익구조는 ‘광고’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때때로 화면 상단에 광고가 나온다. 그냥 텍스트로만 나오기 때문에 관심이 적은 일반인들은 광고인지도 잘 알아채지 못한다. (AD 라고 분명 쓰여있긴 하다만) 그리고 많은 사이트와 블로그들에서 구글의 광고시스템을 적용한다. 열분덜이 들어와 있는 딴지일보 마빡에도 구글의 광고 시스템에 의한 배너광고가 있다. 이게 왜 복잡하냐고?


예를 들어 방송국의 광고 수익을 추정해본다고 치자. 한 채널에서 온종일 틀어지는 광고의 개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누군가가 어떤 자리에 광고를 넣고 싶다면 가격을 알아야 하고, 그 자리를 누가 살지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므로, 각 광고 자리의 가격은 비밀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모든 광고의 가격을 일일이 알아보려 하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고, 이 가격들의 총합은 실제 방송국의 광고수익과 거의 일치할 거다.


하지만 구글의 광고는 다르다. 구글 광고 시스템은 말 그대로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 판매된 광고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외부에서 알아내기 힘들다. 시시각각 몇 번의 클릭만으로 수없이 많은 광고가 설치되고 구매되므로 외부에서 그 거래량을 직접 세는 건 불가능하다. TV 채널 하나에서 온종일 틀어지는 광고의 개수의 경우 하루만 노가다하면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것과는 매우 대비된다. 그러므로 구글이 굳이 공개하지 않는 이상에야, 외부에서 비교적 정확한 추정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구글의 다른 수익들도 이러한 이유로 외부에서 추정할 근거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역으로, 구글에 돈을 주고 광고를 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뭔가 불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 공중파 TV 채널에 시청률 20% 나오는 프로그램 바로 앞에 광고를 건다면, 대충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들이 몇 명이나 광고를 볼 것인지를 추정할 수 있고 그 효과와 가격의 효용을 비교하기 쉽다. 하지만 구글 광고는 내가 100만 원 어치를 건다고 했을 때 이 100만 원어치가 어디서에 누구에게 얼마나 보여지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 100만 원이 비싼 것인지 싼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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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시계를 검색한 결과


바로 이것이 구글의 실질적인 무기다. 구글은 어떻게 해서인지 유사한 다른 광고시스템들에 비해 비교적 좋은 가성비를 유지한다. 말하자면 삐끼 알바를 고용했는데, 얘가 어디서 무슨 짓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그 삐끼를 통해 가게에 오는 사람이 다른 삐끼들의 평균 이상은 유지된다는 거다. 게다가 얼마나 광고를 살지에 대한 흥정 과정이 필요 없이, 그냥 내가 낼 돈의 액수만 내가 결정해서 내버리면 되므로, 광고주 입장에선 부수적인 비용도 절약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구글이 수많은 서비스를 무료에 가깝게 제공하는 건 이를 통해 ‘더 좋은 광고효율’을 만들기 위해서로 해석되곤 한다. 당장 당신이 유튜브에 로그인한 채로 자동차 리뷰 영상 100개를 연이어 본다면,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동영상 광고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딴지일보에 접속한다면, 마빡의 배너광고 자리에 자동차 광고 배너가 걸려있을 확률이 높다. 구글은 유튜브도, 검색도, 스마트폰 운영체제도, 지도도 가지고 있으므로 거의 온종일 당신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실제로 그러한지 테스트해본 건 아니지만) 당신이 유럽여행을 가고 싶어서 빠리 영상을 찾아보고, 수시로 유럽 가는 비행기 표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지도로 유럽의 도시와 여행기들을 검색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유럽 항공권이나 숙박에 대한 광고가 빈번히 눈에 띌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실제로 유럽에 가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마구 찍어대면, 이미 유럽에 갔다는 사실을 알고 어느 시점부터 유럽 항공권 광고는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광고를 이런 식으로 하면, 그냥 ‘우리 사이트 사람 많이 오니까 배너 많이 거세요’라는 식으로 장사하는 사이트들과는 비용대비 효율에서 상대가 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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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보통은 그냥 다들 동의하고 넘어가기 마련이고 말이다


이 점은 IT 업계의 진보적 인사들이나 인문학자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의 원론적인 비판을 제기한다. 막상 시장에는 구글의 광고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많지 않고 구글의 서비스보다 뛰어난 서비스들이 많지 않으므로, 그 비판은 거세진다 한들 광고 수익과 서비스의 사용자 수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흔히들 기업 전략의 비도덕성을 예로 들 때 사용하는 얘기가 있다. 한 기업이 아프리카에 가서 신발을 무료로 나눠주고, 사람들이 신발을 신기 시작하자 발바닥 굳은살이 점차 얇아져 신발을 신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 기업은 신발을 돈 받고 팔기 시작했다는 얘기. 말하자면 구글은 신발을 무료로 나눠주고, 사람들이 신발을 신어야만 하는 상황이 돼서도 계속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다. 대신, 그 사람이 무슨 신발을 사는지를 통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고, 그 사람이 좋아할 법한 다른 기업의 제품을 팔아준다. 이것을 비도덕적이라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논쟁은 심화되지만, 어쨌든 신발은 무료로 나눠주므로 사람들은 계속 그 신발을 신고 다닌다. 그리고 그 신발을 통한 광고효과는 꽤 그럴싸해서 다른 대부분의 기업이 구글에게 선뜻 광고비를 내고 판매고를 올린다.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것을 팔아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하는 것들이 무언지를 알아내어 그 정보로 돈을 벌어내는, 이 시대의 거대한 실험. 구글이다.




5. 관전뽀인뜨 하나: 선수들 - 누구 편을 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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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신뢰롭고 공고한 울타리를 통해 공유성, 공개성, 투명성의 정반대 사업전략으로 돈을 긁어모은다. 이런 오라클이 공유성, 공개성, 투명성의 대명사 격인 MySQL과 자바를 한 번에 소유하게 되면서 IT 업계의 지식공유를 이상으로 삼는 수많은 이들에게 있어 공공의 적이 된다. 그렇다면, 이 싸움은 사악한 오라클과 선량한 구글의 싸움일까?


알려졌다시피 구글의 모토는 'Don’t be evil' 사악해지지 말라는 의미 정도로 직역할 수 있겠다. 구글이 혜성같이 등장하여 기존의 대기업에게 엿을 먹여대던 때에는 이 모토가 꽤 쿨하게 받아들여졌지만, 미국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고 세계 IT 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돼버린 지금은 이 모토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스마트폰의 절반을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체제를 소유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지라, 그들의 의도성을 차치하고서라도 크고 작은 직간접적 피해사례들이 발생하곤 한다.


그 피해사례는 구글의 ‘시스템’ 중심 운영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의 경쟁 상대인 애플 iOS가 새로운 앱을 등록할 때 사람이 하나하나 사전검수를 하는 것과 달리, 안드로이드는 최소한의 자동 필터링만 거친 후 일단 앱을 등록시키고 나서 문제가 될 때만 사후 검수 후 차단조치를 한다. 구글의 광고 플랫폼도 자동화돼있는 필터링만 통과하면 일단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후 문제가 발견되면 적립된 돈을 주지 않거나 계정을 정지시킨다.


이런 경우, 질적으로 거의 같은 상황에서 남들은 앱도 등록하고 광고비용도 벌어들이는데 갑자기 나만 차단되는 식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람이 하는 일에는 대부분 벌어지는, 다소 보편적인 문제다. 이에 비해 구글이 갖는 특징적인 문제는 바로, 사후 검수의 대상 입장에서 일단 초기에 비용과 시간을 들인 이후에야 그 검수의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명백한 법률위반이 아닌, 다소 애매모호한 내용의 앱이 있다고 치자. iOS나 다른 사전검수 식 앱스토어에서는 앱이 등록되기 전에 검수 결과가 나오므로, 만약 반려됐다면 앱을 수정하거나 앱의 등록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에서는 일단 앱이 등록될 것이고 각종 운영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다. 사후 검수의 대상이 될지 안 될지, 대상이 된다 해도 언제 결과가 나올지, 그 결과는 차단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으므로 초기 비용을 안 들이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그러다 약 3개월 후 사후검수를 통해 차단된다면, 그 앱은 3개월간의 초기비용과 시간을 그냥 날려 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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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로 인해 더욱 논쟁적인 상황이 파생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 제공하는 구글 회원의 정보를 사용하는 앱은 잘 서비스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회원 정보를 사용하는 앱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침해’라는 이유로 사후 차단을 하는 경우라고 치자. 이 경우 구글은 사회 보편적 질서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 하겠고, 차단된 앱을 만든 측에서는 ‘구글의 회원정보를 쓰지 않아서’라고 주장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맞을지는 법정 소송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대부분의 작은 앱 개발사들은 구글과 소송전을 치를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결국, 많은 개발사는 광고 플랫폼, 앱 추천 시스템, 회원 정보 수집 및 활용 시스템 등 구글이 자사의 주력하는 상품에 대해 경쟁 관계로 파악되는 앱들을, 다른 핑계로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많은 개인이 구글의 광고플랫폼이 자신을 부당하게 차단하여 받아야 할 광고게재비용을 못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느 쪽 말이 진실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다만, 구글에 대한 원성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싸움의 두 주체가 딱히 선악의 이미지를 극명히 갖고 있지 않은 경우, 쌈 구경을 하는 사람들은 둘 중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 놈이 나쁜 놈일까?




6. 관전 뽀인뜨 둘: 쟁점 - 애초에 알 수 없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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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표면적 핵심은 이렇다. 오라클의 주장은, 쉽게 말해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자바 모바일을 베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바는 대부분 무료이지만 모바일 부문에서는 무료 라이센스가 해당되지 않는다. 구글의 주장은, 쉽게 말해 자바 모바일을 베낀 게 아니라 자바에서 무료로 공개된 부분만을 활용해서 만들었다는 거다.


이렇게 비유를 해보자. A 작곡가가 ‘아리랑’을 일렉트로 댄스 장르로 각색한 ‘21세기 울트라 아리랑’이란 곡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리고 다른 B작곡가가 아이돌 댄스 장르로 ‘붐붐 쉐킷 아리랑’이란 곡을 따로 만들었다. 이 둘이 비슷해서, A가 B에게 표절 소송을 걸었다. 이에 대해 B는 ‘A의 21세기 울트라 아리랑을 배낀 게 아니라, 그냥 아리랑을 모티브로 했을 뿐이다. 같은 노래를 모토로 했으니 비슷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박하는 꼴.


이 경우 아리랑이라는 곡 자체는 저작권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아리랑을 모티브로 했다는 건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는 A가 아리랑을 각색한 과정에서 어디까지가 아리랑의 본래 성질이고 어디부터가 A의 개인적 창작인지를 구분해야만 한다. 그리고 같은 구분과정으로 B의 곡에도 적용해서, 결국 A와 B 둘의 개인적 창작 부분만을 놓고 표절 여부를 가려야 할 거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음악이란 건 이런 구분과 분리와 비교를 절대적이고 객관적으로 해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오라클과 구글의 싸움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래밍의 세계는 논리의 연결과 그 각각의 논리를 구성하는 다양한 방식이 상존한다. 그래서 특정 부분이 토씨 하나 안 다르고 똑같다 한들 누구라도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경우란 게 있고, 반대로 그대로 갖다 베꼈지만 남의 눈에 쉬이 띄지 않게 하려고 다르게 보이도록 위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음악에서의 표절이라는 게 궁극에는 양심의 문제이듯, 프로그래밍의 세계에서 이러한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도 결국엔 양심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법정은 어떤 소송을 양심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법리를 통해 판결이 나기 마련이다. 소송의 지리적 본진인 미국에서는 이러한 특허 쌈박질이 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오바마 정부의 흐름에 따라 구글에게 다소 유리할 것으로 관측되곤 했으나, 꼭 그렇게 돌아가지도 않는 분위기. 그 결과, 오라클과 구글은 승패를 주고받으며 5년 넘게 혼전을 벌이는 중이다.




7. 관전 뽀인뜨 셋: 판돈 - 승패의 이익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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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이 소송을 시작하면서 한화 약 1조 원 가량의 배상금을 요구했지만, 오라클과 구글 사이에 1조면 최홍만과 추성훈의 대전에 설렁탕 하나 걸린 꼴이다. 중요한 건 오라클이 승소했을 때 필연적으로 얻게 될 ‘라이센스 비용’이다. 2010~11년간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구글을 상대로, 안드로이드가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소송을 벌여 승소한 결과, 안드로이드 휴대폰이나 태블릿이 하나 팔릴 때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특허 로열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결국, 각각의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와 계약을 맺어 로열티를 받기 시작했고, 각 계약 조건은 공개돼있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이 로열티로만 매년 2조 원 가량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하곤 한다.


오라클이 구글에 제기한 소송은, 마이크로소프트 건과 형태가 유사하지만, 쟁점이 되는 침해 부분이 질적인 차이가 있어서, 승소할 경우 오히려 더 많은 로열티를 받게 될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의 라이센스는 일정한 가이드를 지킬 경우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무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기가 몇 대가 팔리든 이를 통해 구글이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 않는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매년 벌어들이는 로열티는 구글이 내는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들이 낸다. 하지만 오라클의 소송내용은 구글이 간접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까지도 손을 뻗을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유료 앱 수수료, 유료 컨텐츠 수수료, 광고비용 등까지도 로열티 지급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약 5년간 누적 37조 원 가량의 매출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면, 그 규모 또한 어마어마할 터.


오라클의 한 해 매출은 한화 약 45조 원(2015년, 380억달러 기준)이다. 승소하게 될 경우 얻는 수익은 적게 잡아도 연 매출의 5%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고, 로열티라는 게 부대비용이 거의 없다는 점을 볼 때 같은 기간 11조 정도의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 20% 이상이 된다. 이쯤 되면 5년 넘게 소송을 붙잡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반대로 구글 입장에서는, 이 소송에서 질 경우 비단 돈만 잃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들이 적잖은 로열티를 내고 있는 와중에,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로열티를 오라클에 추가로 지급해야 할지 모른다. 또한, 앱과 콘텐츠 제작사들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안드로이드 생태계 자체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변화와 적응이 빠른 IT의 특징을 비춰 볼 때, 어느 한 생태계가 다른 생태계로 축을 옮기는 건 얼마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구글 자신이 야후 위주의 검색시장과 인터넷 익스플로러 위주의 브라우저 시장의 생태계 축을 스스로에게로 옮기면서 증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 생태계 자체가 위축된다면, 안드로이드로 인한 수익이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수많은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광고 효율을 올리는 자산이 되고 있으므로, 안드로이드 사용자 수가 줄어든다면 그만큼 구글의 광고 효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구글의 다양한 사업 중 하나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구글의 수익기반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인 셈이다.


이미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차기 버전에서 오라클이 지적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에 변화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클에서 문제 제기한 부분 중 하나(JDK : Java Development Kit, 자바 개발 도구)를, 명백히 공개라이센스로 명시한 버젼(OpenJDK)로 바꾼 것. 이는 오라클이 승소하더라도, 앞으로의 안드로이드 서비스나 기기들에는 로열티를 청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이미 이러한 변화만으로도 안드로이드 생태계에는 부정적인 기운이 감돈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먹고사는 앱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제한이 생기게 되고, 그로인해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오라클은 구글의 멱살을 제대로 잡고 뒤흔드는 중이다.




8. 관전 뽀인뜨 넷: 싸움이 끝나고 난 뒤 - 터지는 새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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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우리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해보자. 일단 오라클이 이긴다면, 오라클은 자바를 무기로 비슷한 소송을 계속 걸 수 있다. IT 기술 노하우 하나는 전세계 누구 못지않은 구글이 고의였든 아니든 간에 이러한 소송의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분명 나름의 회피전략을 짰음에도 불구하고 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은 만약 구글이 패소한다면 구글보다 더 안이하게 자바를 사용한 수많은 기업 또한 같은 법의 잣대에 놓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당장 구글은 패소하더라도 합의금과 로열티를 낼 돈이라도 있지, 다른 회사였다면 그냥 문 닫아야 될 상황. 오라클이 일수꾼 일수 받듯 업계 한 바퀴 돌면 치명적 타격을 입을 회사가 한둘이 아닐 거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오라클 입장에서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거다. 또한, IT 강국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한국의 IT 업계에는 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터전으로 하는 서비스, 게임, 컨텐츠 업체가 부지기수다. 오라클의 승소로 안드로이드가 휘청이게 된다면, 그 자체가 천재지변 수준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오라클의 패소만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 이런 소송에서 구글이 승소한다면 미국 지적재산권 관련 판결의 흐름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판결을 악용하여 지적재산권 침해를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늘어난다는 뜻이고, 이렇게 되면 결국 머리 굴리는 게 자산인 IT에서 결국 돈 많은 놈이 다 이기는 판국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결과가 우려될 수 있다. ‘붐붐 쉐킷 아리랑’이 표절이 아니라는 판결이 난다면, 이를 악용하여 비싼 변호사를 선임해서 온갖 노래를 다 베낀 후 각각의 노래들이 각종 민요, 동요, 저작권소멸 곡들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주장하는 놈들이 생길 거라는 것. IT 강국이라지만, 몸집에선 미국과 비교가 안 되는 한국 입장에서 그닥 반길 일이 아니다.


양쪽 상황 모두를 다소 비관적으로 그리긴 했지만, 실제 결과가 얼마나 노골적인 승패로 나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실제로 양쪽 시나리오에 대한 부수적 영향은 본진인 미국에서 더 클 것이고, 이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을게다. 이런 복잡한 여론의 틈바구니에서 최종적으로 어느 한쪽을 시원하게 밀어주는 판결은 나오지 않으리라 보는 게 좀 더 확률이 높겠다.


어쨌든 씁쓸한 건, 소송의 승패가 어떻게 되든 오라클과 구글 이외의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입게 될 피해는 아무도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라클이 승소할 경우 기기 제조사나 앱 제작사에서 추가로 지출해야 할 비용은 오라클이나 구글의 책임과 무관하다.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위축되어 2차적인 피해를 입을 회사들의 손해에 대해서도 오라클과 구글은 책임지지 않는다. 구글이 승소하여, 이를 악용한 지적재산권 침해와 소송회피 전략이 난무함으로써 영세한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 해도 구글은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액션영화에서 멋진 쌈박질을 위해 식당을 다 때려 부수고 지나가던 차량들이 폭파하고 날아다니지만 이에 대한 책임과 보상은 다뤄지지 않듯, 이 싸움 역시 한바탕 벌어지고 난 뒤 필연적으로 남게 될 난장판은 그 싸움의 주인공들과 무관하게 알아서 정리돼야만 한다.


재미진 싸움 구경의 대가로써는, 너무 과한 감이 없지 않다.






춘심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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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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