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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언론의 삽질은 하늘을 찌르는데 형이 좀 격조했구나. 간만에 만나는 기사실명제, 시작하자.

 

<중앙일보> 하수영 기자 (2021-12-21)

1 2차 문제없던 삼촌.jpg

출처 - <중앙일보>

 

기사 내용은 이렇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저희 삼촌이 코로나 백신 3차를 맞고 하루도 안 되어 돌아가셨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의 큰 삼촌은 12월 13일 오후 3시경 부스터 샷으로 모더나를 맞고 이튿날인 14일 오전 11시경 심장마비 증상을 보였고 (중략) 모더나 접종 6일 뒤인 18일 오전 4시경 사망했다". 청원인은 “큰 삼촌이 장기간의 알코올 치료로 인해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면서도 “1차와 2차 접종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를 맞았을 땐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3차 접종 뒤 이렇게 된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친인척이 돌아가셨다. 진심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족 입장에서, 아니, 내 가족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이 얼마나 황망한 일인가. 근데 기자를 직업으로 가진 인간이 이런 소리를 기사랍시고 쓸 땐 한 가지 더 필요한 게 있다. 인과에 대한 확인이다. 우린 이걸 ‘취재’라 부른다.

 

온종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 박고 있다가 뭐라도 쓸 거리가 올라왔을 때 그 내용을 복붙하는 걸 우리가 ‘기사’나 ‘저널리즘’이라 부르기엔 좀 민망하지 않냐. 누군가가 “지구는 평평하다”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내용을 굳이 기사로 써야겠다면, 그 ‘주장’을 그냥 단순전달하는 걸 넘어 지구는 과연 평평한지,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증거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이른바 ‘취재’라는 걸 해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져줘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거 하라고 있는 게 ‘기자’ 아니냐?

 

<중앙일보> 하수영 기자 (2022-01-02)

30대 가족이 얀센 맞고 뇌출혈.jpg

출처 - <중앙일보>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인과(因果)관계는 철저히 따져보는 게 당연할 테다. 하지만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본인들 주장) 종이언론사에서 청원자의 ‘느낌적 느낌’만을 단순 복붙해서 기사화했을 때 끼치는 사회적 악영향에 대해선 왜 손 놓고 있는가. 사실 이게 기자질이라곤 종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 박고 있는 수영이만의 무능일까. 다음날 나온 기사를 보자. 더 가관이다.

 

<중앙일보> 장구슬 기자 (2022-01-03)

장구슬 기자.jpg

출처 - <중앙일보>

 

2021년 7월 29일과 9월 9일, 두 차례에 걸쳐 모더나 접종을 마친 남성이 10월 23일 동네병원서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위암일 것 같다’고 큰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해 큰 대학병원에 가서 결국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단다. 구슬이는 백주대낮에 이걸 지금 ‘기사’라고 써재끼고 자빠진 거다.

 

그래, 70억 인류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위암이 생긴 지 석 달 만에 말기에 도달하는 광속 케이스도 찾아보면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백신과의 인과(因果)잖냐. 저 기사 어느 구석에 인과관계를 찾아보려는 시늉이라도 한 흔적이 있는가 말이다.

 

기사의 말미는 이렇다. “A씨는 아버지의 위암 판정이 코로나19 백신과 연관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백신 패스(방역 패스) 등으로 접종을 강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구슬이, 나아가 <중앙일보>가 흘리고자 한 뉘앙스가 오롯이 담겨 있지 않은가. “방역패스로 접종을 강제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말라.” 이거 한 줄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입이 닳도록 얘기했듯, 차를 타면 교통사고로 죽을 수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차를 이용하는 편익이 압도적으로 크니 오늘도 서울 한복판은 자동차로 빼곡하다.

 

안전벨트가 교통사고에서 100% 안전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하지만 확률상 사망에 대한 치명성을 낮출 수 있기에 우린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운전자를 단속하고 벌금을 매긴다. 도로에 나가 운전대를 잡고 싶으면 운전면허를 따라. 이게 현대문명에서 시민들이 서로의 안전을 위해 합의한 사항이다. 나돌아다니고 싶으면 최소한 백신을 접종하라고. 백신을 거부하는 이들은 ‘선택의 자유’를 입에 담는다. 하지만 “나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 앞에서 멈춘다(<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들어봤지? 네가 병균 덩어리가 되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타인을 감염시킬 자유 따위는 애초에 없는 거다. 근데 이걸 대한민국 법원이 해내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2022-01-08)

법원이 정부에 물었다.jpg

 

 

지난 7일, 방역패스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의 심문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부장판사 한원교) 이 있었다. 아래는 재판부와 보건복지부의 일문일답 중 일부다.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뭐죠?"(재판부)

 

"차근차근 설명하자면…"(정부 측)

 

"아니요. 공익이 뭐냐고요. 단답식으로 해주세요. 이해가 안 됩니다."(재판부)

 

"(코로나) 유행을 통제하면서 의료체계 붕괴를 막는 겁니다."(정부 측)

 

"접종완료율 99%가 돼도 의료체계는 붕괴될 수 있다면서요?"(재판부)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면 붕괴하겠지요. 우리는 통제(방역패스)를 하면서 의료체계 붕괴를 막는다는 겁니다."(정부 측)

 

"하아..."(재판부)

 

18세 이상 전체 성인 중 6%인 백신 미접종자가 위중증·사망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 의료붕괴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방역당국의 타켓은 분명하다. 데이터가 그렇다. 이건 진짜 가끔 영단어 you의 스펠링도 헷갈리는 내가 봐도 알 정도의 수준인 거다. 그럼에도 판사님은 도무지 이해를 못하신다.

 

문이과 나누는 철지난 개그는 하기 싫다만, 이걸 보니 안할 수가 없다. 글타. 재판부는 문과 출신이다. 애초 문돌이에게 방역 영역에 대한 판단을 요구한 게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방역패스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노스텔지어이자 마지막 잎새”라고 설명했다면 재판부는 쉽게 인정했을 터다. 허나 문돌이들에겐 ‘확률’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게 비극이었을 뿐이다(아, 정상적인 문돌이들에겐 미안하다. 나도 문돌이니까 걍 넘어가자). 해당 기사가 알려지자 SNS에선 “치안을 열심히 해봤자 범죄를 100% 막지 못하는데 치안 활동을 왜 하냐”는 류의 성토가 이어졌다. 재판부 결정문 일부를 보자.

 

“코로나 감염이 일부 건강한 사람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로 위중증 등에 이르게 하는 특성이 있지만,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위중증률과 치명률은 일부 고위험군과 기저 질환자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고, 연령대가 낮거나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일수록 위중증률 등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으로 이르게 될 확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현저히 낮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을 통하여 백신 미접종자의 학원, 독서실 등에 대한 이용마저 제한하여 그들의 학습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직접 제한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봐라. 재판부는 우리나라 청소년이 어디 외딴 무인도에 홀로 떨어져서 독거생활하며 사는 줄 알고 있다. 청소년은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에 이를 확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현저히 낮은데, 그 청소년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은 연령대에 감염시킬 ‘경우의 수’는 전혀 상상조차 못 하고 있지 않은가!

 

내 조촐한 기억에 따르면 수학정석의 맨 앞이 ‘확률’과 ‘경우의 수’ 였던 거 같은데? 그러니까 수학정석을 보면 맨 앞 페이지 스물 몇 장만 새까맣고 뒤로 가면 거의 새 책이잖아. 나만 그랬냐?(편집자 주: 마사오님만 그랬습니다. 해당 부분은 뒤에 나옵니다. 독자분들 착오 없으시라고 주를 붙입니다) 여튼, 우리 기자님들과 문과 출신 판사님들을 위해 책을 한권 추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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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

 

대한민국 시민으로 살아가기, 참 빡세다. 기자도, 판사도 논술공부, 수학공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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