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김종인이 무대에서 사라졌다. 권영세가 선거대책본부장이 되었다. 그런데... 무게감이 안 느껴진다? 김종인이나 이수정이나 많은 논란이 있긴 했으나 존재감 만큼은 남달랐던 게 사실인데, 권영세 선대본부장에 대해서는 누군지도 몰랐던 사람이 많다(대선하면 권영길인데 권영세는 뉴규?).

 

헌데 꼭 이런 이들이 뒤에서 판을 잘 흔드는 경향이 있는데다 전력(?)도 있는만큼 오늘은 속성으로 함 훑어보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래잖아. 

 

권영세, 도대체 뉴규? 

 

권영세3.jpg

출처 - <KBS>

 

정치인이 되기 전 권영세는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지낸 검사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를 끝으로 검사복을 벗고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 뒤로 18대까지 내리 3선 국회 밥을 먹는다.

 

19대·20대 총선에서는 앵커를 지낸 신경민 전 의원에게 영등포을 지역구에서 잇따라 패했지만 용산구로 지역구를 옮긴 21대 총선에서는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정치생활 동안 계파색은 옅었다.  2007년 새누리당 경선 당시 '중립모임'을 창설하며 이명박과 박근혜 양 진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갈등을 중재하는 무게추 역할을 한 인물이다. 무려 가카의 친형 이상득이 친히 캠프 영입 제안을 했지만 단호히 거절한 일화도 있다.

 

19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낙선하며 8년이나 여의도를 떠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서 여러 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주요 직책에 거론됐다.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오랜만에 국민의힘이 무난한 선거(?)를 할 수 있도록 일조한 인물이기도 하다.

 

선거하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무마 의혹에 연루된 자가 권영세다. ‘NLL 대화록 공개’ 발언 당사자도 바로 권영세다(관련 기사 링크).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선거캠프 상황실장을 지내면서 모두 그가 연관되어 벌어진 일들이다. 이런 활약 때문인지 19대 총선 후 백수가 될 수 있었던 그가, 박근혜 대통령 집권 원년에 주중대사로 바로 임명된다.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검사와 공작정치가라는 탄탄한 스펙을 가지고 있어서 윤 후보가 신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일까, 권 본부장의 실질적 역할과 임무는 뭘까, 결국 윤 캠프의 포메이션(formation)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에게 함 물어봤다.  

 

“권 총장은 윤 후보와도 교분이 있고, 당 인사들하고도 두루두루 관계가 좋다.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지금은 그립이 강한 사람보다는 합리적인 사람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으니, 그에 맞는 사람을 택했을 것이다.”

 

다만, 권 총장의 호언장담처럼 윤 후보의 측근들을 내치는 일은 불가능하리라 전망했다.

 

“지금 선거가 60일 남았는데, 더 바꾸고 말고가 있을까? (윤 캠프는) 지금 분위기 좋은 거 같다.” 

 

 

164151809961d79413efec4.png

윤석열이 이준석에게 힘차게 따봉을 날리고 있다. 

요즘 사이가 좋아보이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안 부러운 특징이 있다. 

출처-<국회사진기자단>

 

아, 물론 자기들끼리만 분위기 좋은 거랑 지지율은 다르다. 삼프로에 나왔던 윤석열도 녹화 후, 본인 방송에 만족했다고 하니까. 

 

'여성가족부 폐지'같은 건 왜 나오는 걸까

 

업계 선수로 뛰는 이들은 그를 어떻게 볼까. 오늘은 <KBS 1라디오 시사夜>의 진행자를 맡고 있는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와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헤르매스아이(이하 ‘헤’): 권영세 선대본부장을 윤 후보가 택한 것은, 무색무취하고 당내에서 그냥 두루두루 관계가 좋아서 내세운 거 아닐까? 

 

김성완(이하 ‘완’): 하하하하하하. 

 

: 선거 60일 남겨놓고, 권영세 사무총장이 ‘윤핵관들 쳐 내겠다’ 했는데, 가능하겠나?

 

: 아휴. 어떻게 가능한가? 말이 그렇다는 거지. 윤 후보가 자기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니까.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선대위에 있는 사람들하고만 꼭 소통하는 건 아니지 않나.

 

 

0909.JPG

 

 

예를 들어보자. 최근 (윤 후보가 갑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이거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몰랐다, 그러지 않나. 그리고 권영세 본부장도 모르는 공약과 관련된 내용들이 막 나오지 않나. 어디서 나오겠냐? 

 

그리고 선거캠프 간소화하겠다고 '선대위' 체제 해체하고 '선대본부'로 만들어서 일원하고, 비서나 일정까지 다 선대본에서 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선대본부장이나 이런 사람들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SNS에 툭, 툭 올라온다는 거 아닌가. 그거는 (권영세나 원희룡 같은 선거대책본부 인사들) 패싱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헤: 그러면 외부에서 볼 때 윤 후보는 여전히 윤핵관들하고 가는 것이고, 권영세 본부장은 일종의 ‘바지사장(?)’으로 여기는 것인가?

 

권영세2.jpg

...!?! 바지사장 아닌데!! 

내가 응!? 국정원 댓글 사건도 응!? NLL도 응?!

출처 - <권영세 의원 페이스북>

 

완: 뭐, 그렇진 않을 것이다. 권영세 본부장은 그동안 여러 가지 주요 직책에 거론 돼 왔으니까. 더군다나 제일 고려가 많이 됐던 게, ‘이준석 대표도 인정할 만한 사람이다’라는 점이었을 것이다.

 

헤: 근데 이준석 대표가 처음에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 인선안을 최고위원회에 상정 거부하지 않았나?

 

완: 아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준석 대표가 반대한 적 없다. (윤핵관으로 지목된)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때문이다. 전략기획부총장을 반대하느라고 그 사달이 난 것이지, 권영세 사무총장 때문에 사달이 난 것은 아니다.

 

 

말 안듣는 윤석열의 탄생  

 

헤: 윤 후보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도 세고. ‘여가부폐지’, ‘멸공’ 이런 거 들고나온 것만 봐도 경망스럽기 짝이 없다. 아직 정치의 문법도 익히지 못한 사람이 여의도 정치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말도 잘 안 듣는 거 같다. 권영세 사무총장도 검사 출신으로 나름대로 정치에서 성공한 사람인데. 이 사람의 말이라고 듣지는 않을 거 같다. 그럼 선거 결과도 별로 좋게 이어지진 않을 거 같은데.

 

완: 결과는 알 수는 없다. 단정하긴 어렵다. 나도 회의적으로 보지만, 대선이라는 게 여러 가지 변수들이 동시에 작동하는 것으로 예측하기는 쉽진 않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마추어이고 잘 모르면, 다른 사람, 즉 전문가나 정치인들에게 의지해서 그들의 결정을 수용하고 낮은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거 같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윤 캠프 인사한테도 들었지만, 처음에는 윤석열 후보가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토론회가 계속 반복되고, 진행되면서 지지율이 올라가면서부터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후보님, 그런 식의 태도 보이면 안 됩니다!’라고 하다가 ‘후보님! 마음대로 하십시오!’라고 이야기 한 것이다. 윤석열은 자기 스타일이 ‘맞는구나!’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이미 자기 측근이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개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정치 이렇게 하면 되는 거네?’라는 착각을 한 것이다.

 

그러고 난 후에 본 게임에 들어갔는데, 여전히 동네형처럼 어깨 휘적거리면서 돌아다닌 것이다. 그게 국민들한테 굉장히 비호감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거, 그리고 그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몰랐다. 정치 잘 모르고, 정무 감각도 없는데, 국민 여론을 볼 줄도 모르고, 정책도 잘 모른다. 그럼 다시 김종인 같은 인사의 의사를 새겨듣고 이준석 대표도 좀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 본인 스타일대로 자기 측근이라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거기서 검사 시절에 하던 것처럼, 후배 검사들 불러 놓고 ‘자 그럼 그렇게 합시다!’, ‘그렇게 하지뭐!’, ‘뭐가 문제야?’ 이런 식으로 결정하는 방식이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게 지금 이 사달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00011.jpg

그러고 보면 이건 사실 궁극의 기술이라 일컬어지는

무지개 반사같은 것 아니었을까. 

응. 내가 왕이니까 니 말 반사!

출처 - <YTN>

 

일단, 윤석열 직할체제  

 

헤: 그럼 권영세 본부장도 지금으로선 그립을 쥘 순 없지 않나?

 

완: 권영세 본부장이 그런 스타일 아니지 않나. 무슨 그립감? 사무총장이기 때문에 결국은 실무 역할하는 것이다. 권영세 사무총장이 정책을 개발하고 이런 거 하기는 어렵고. 돈과 조직인 것이다.

 

헤: 곳간 열쇠 지고 있으니 그저 결재해달라 하면 결재해주는 건가?

 

완: 그렇다. 그런 역할 하는 것이고, 정책 단위가 만들어지는 조직은 따로 움직이는 거 같다. 그러니까 (권영세가) 모른다는 소리를 하는 거 아닌가. ‘멸공’도 모른다 하고. 원희룡도 모른다? 원희룡이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원희룡도 잘 모른다는 거 아닌가. 2030세대에 대한 공약들은 청년본부 쪽에서 윤 후보와 직통으로 만든 거 같다. 그런 식인 거지 뭐.

 

헤: 과거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같은 시절 보면 계파 갈등이 심했었다. 선거 때마다 지면 책임지고 이 계파 물러가고, 저 계파 올라오는 반복이었다. 그럴 때마다 단골 비대위원장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었다. 권영세 사무총장이 그 비슷한 이미지가 있을까? 

 

완: 아니다. 그렇진 않다. 오히려 김종인이라면 또 모를까. 권영세 총장은 그 정도 안 된다. 남한테 쉽게 상처 주는 스타일도 아니고 책사 느낌이 좀 강하다. 누구를 호령하고, 그립 콱 쥐고 간다, 이런 스타일은 아니다. 차분하게 관리하고 안정적으로 이끌고, 전략 짜고 하는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누굴 쥐고 좌지우지할 거야'라는 것과는 안 맞다. 그러니까 이준석이나 윤석열 양쪽에서 선대본부장으로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헤: 책사(策士)와 집사(執事)는 또 다르지 않나? 전형적인 집사 체질이 김종인 스타일이지 않나? 그리고 듣기로는 국민의힘 캠프 분위기는 좋다는데, 진짜 좋은 건지 뭔지 모르겠다. 윤석열한테 좋은 거 아닌가.

 

완: 김종인은 세상에 내 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또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다. 앞에 가면 다 주눅 든다는 소리들을 한다. 김종인이 그런 면에서 그 큰 조직을 이끌어 왔던 것이다. 지금 권영세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게 할 만한 상황도 아니고.

 

그리고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를 쇄신한다고 말은 하지만, (원래 있던) 그 많은 자리들을 다 없앴겠나? 이전의 선대위 체제에 있던 사람들도 다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결국, 이준석하고 소통하면서 이준석 리스크를 제거했고, 김종인도 빠졌으니까 오히려 윤 후보의 직할 체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지지율이 많이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진다고 하는 위기의식이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내가 선대본부장 하겠다!’라고 후보가 나온 것이다. ‘내가 결정해서 내가 책임지고 가겠다’라고 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윤석열 그립감이 더 강해졌다고 봐야 한다. 

 

뭐, 꾸준히 판을 읽어온 이들은 이렇게 본다고 한다. 권영세는 2012년 총선에서 떨어진 후, 박근혜 후보 선대위 상황실장을 한 인물이다.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무마’와 ‘NLL 대화록 녹취 공개’에 권영세가 연관되어 있었다. 지금의 윤석열은 박근혜와 언변, 쌍팔년도급 시대 인식, 진박과 윤핵관 논란까지 흡사하다.

 

비슷한 사람 옆에 같은 사람이 있다. 비슷한 수가 나올 거라 예상 가능하다. 함 지켜보자.

 

우리는 고개 숙이고 계속 뚜벅 뚜벅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