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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윤석열 후보는 새해 기자회견에서 화제의 발언(?)을 한다. 한 외신 기자가 ‘북한이 미사일을 쐈고 위협이 계속되는데 방지할 계획이 있느냐’ 물었고, 윤석열 후보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윤석열 선제 타격 발언.jpg

 

윤 후보의 발언을 듣고 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세 가지 단상이 있어 정리해 봤다. 대선도 다가오는데 국방에 대한 기초교양쯤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1) 문재인 정부의 압도적인 투자

 

'킬 체인(kill chain)'이란 말이 윤석열 후보의 입에서 대뜸 튀어나온 게 아니다. 그 시초는 걸프전이다. 이전까지 공군이 목표물을 표적화 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 최소 2~3일은 필요했다. 이라크의 후세인이 이동식 탄도탄 발사대(TEL)를 동원해 스커드를 발사하기 시작한 거다. 이걸 막기 위해 스커드 사냥에 나서게 됐는데, 이때 나온 게 시한성 긴급표적(Time Sensitive Target)이란 말이다. 바퀴달린 스커드 발사대를 탐지·확인·추적·파괴 하는 것이고 이게 킬 체인 개념의 시작이다. 

 

킬 체인의 핵심은, 

 

"저놈들이 쏘기 전에 내가 저놈을 발견해서 박살낸다!"

 

이다. 이게 한국군에 넘어온 계기는 북한 핵 때문이다. 북한이 비대칭 무기인 핵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이걸 막을 방법을 찾아야 했던 거다. 한국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킬 체인을 만드네 마네 이야기가 많았다. 전작권 반환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노무현 정부 때 군사력 구축과 문재인 정부의 미친 군사력 지출의 상당 부분은 이 킬 체인 구축에 들어간 돈이다. 

 

문재인 정부의 군사비 지출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임기 시작 했을 때인 2017년 국방예산이 40조 3347억이었으나, 마지막 국방예산인 2022년도 예산은 55조 2277억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국방예산은 36.9%가 올랐다. 어마어마한 거다. 문재인 정부가 국방에 진심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2019년도 국방비다. 9.19 평양선언이 있던 그해 국방비는 전년도보다 8.2% 올랐다. 평화·번영·통일을 말하면서 동시에 국방도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시작전권을 환수한다는 목표로 미친 듯이 군사력을 증강했다. 군 내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두고 

 

"잃어버린 9년"

 

이라며 성토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정부 내내 한국의 국방비는 실질적인 ‘군비 축소(軍備縮小)’의 느낌이었다. 한 명은 ‘실용주의’를 말하면서 돈 안 되는 국방비를 줄이려 했고, 다른 한 명은 아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문재인은 독하게 군사력을 끌어 올렸다. 국방력 증강은 올해가 끝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2026년의 국방예산은 70조원에 달한다. 킬 체인도 만들고, 핵추진 잠수함도 만들고, 항공모함도 만들 계획을 세워놨다. 문재인 정부 임기동안 판문점 정상 회담, 평양에서의 만남 등 대화는 대화대로 진행하면서도 국방비 증가폭은 보수 정권 9년을 거칠 때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6.jpg

문정부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kill chain의 원래 개념은 이렇다 

 

북한에 탄도 미사일 기지만 26개이고, 이동식 발사대는 최소 100대, 미사일은 800기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전(開戰)과 동시에 한미 양국 군대는 북한의 표적 700여 군데에 대한 1차 타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언론에서는 남북한 교전 직후, 미국은 북한의 800개 주요 군사목표에다가 8천발의 미사일을 쏟아 부어서 북한을 무력화 시킨다는 계획이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즉, 목표 하나당 10발씩 쏟아 붓는다는 것인데 미국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미 공군대학 내 지휘참모대학의 존 팔도(John R. Pardo)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한 국가는 대략 500개 정도의 표적을 갖고 있다."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이라 부르는 동창리 발사대의 모습.jpg

북한 동창리 발사대

출처 - <한겨레>

 

나라의 주요 지휘라인과 전략표적이 대략 500개 정도는 된다는 거다. 하물며 북한이다. 이동식 발사대를 비롯해서 때려야 할 게 얼마나 많겠는가? 이걸 전부 일일이 찾아서 박살내야 한다. 당장 국방부를 포함해 국내외의 수많은 매체와 정보기관들의 추산으로 북한은 최소한 100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걸로 나와 있다. 이 중 1발이라도 남쪽으로 날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걸 막기 위한 방법이

 

"먼저 때리자"

 

였다.

 

참고로 필자는 개인적 프로젝트 때문에 이재명·윤석열·안철수 캠프의 군사안보 특보들과 접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에 있었던 군 출신 인사들이 대거 윤석열 캠프쪽으로 가 있었다. 비율로 보면 윤석열 캠프쪽에 3, 이재명 캠프쪽에 1 정도였다. 각 캠프의 군사안보 특보들의 기수별, 최종 근무처 등등을 봤을 때 느낀 점은...

 

"야, 윤석열 캠프는 국방부를 옮겨 놓은 거 같은데?"

 

였다. 즉, 각 기수별로 다 모았다는 느낌이다.  

 

윤 후보가 국방 과외를 받긴 받은 모양인데 세부 개념을 복습할 시간이 없었나 보다. 앞뒤 다 자르고 ‘선제타격’만 말했으니까.  

 

"현대전에서 핵무기가 있는 쪽의 선제공격을 내버려뒀을 경우에는 필패(必敗)이다. 이 때문에 예방적 자위권 개념의 전술을 한국군이 준비하고 있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정도로 말했어도 됐다. 아직 국방 과목(?)에 대한 공부가 덜 되었는지, 아니면 선정적으로 말하기 위해 그런 건진 모르겠으나 여튼 앞뒤 다 잘랐으니 화제가 된 게다.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지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주적은 북한_출처 윤석열 SNS.jpg

출처 - <윤석열 SNS>

 

3) 과외 내용을 기억 못했을 수 있다

 

윤석열 후보가 ‘선제타격’을 말하기 정확히 3년 전인 2019년 1월 10일, 국방부는 ‘3축 체계’란 명칭을 바꿨다. 원래 3축 체계는 아래와 같다. 

 

- Kill Chain

-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 KMPR(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 : 한국형 대량응징보복)

 

이 3개를 묶어서 3축 체계라 불렀다. 일명 '3K'라고도 하는데, 킬 체인으로 주요 목표물을 초반에 박살내고, 만약 이 타격에서 살아남은 북한 탄도탄이 발사되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로 막아내고, 대량 보복(참수작전 포함)을 통해서 북한을 조져버리는 거다. 다시 말해, 킬 체인이 ‘선제’, KAMD는 ‘요격’, KMPR은 ‘응징’이다. 킬 체인과 KAMD가 북한의 탄도탄, SLBM, 이동식 발사대 등등에 대한 선제타격과 여기서 빠져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3번째 응징은 말 그대로 보복이다. 

 

참고로 이 3번째 응징의 핵심이 김정은이다. 에 대하여 한국과 미국은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를 해두고 있다. 노출 돼 있는 김정은의 별장만 33군데이고, 전시상황에서 김정은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집무실, 총참모부, 북한 육·해·공군과 전략군의 지휘통제 본부는 KMPR의 핵심 목표이다. 

 

노동신문 캡처.jpg

출처 - <노동신문 캡처>

 

"앞으로 3축 체계란 말 대신 『핵. WMD 위협 대응 체계』라는 표현을 쓰겠다. 킬 체인이라는 표현 대신 『전략목표 타격』이라고 용어를 바꾼다. KAMD도 미국 MD 냄새가 나니까 앞으로 『한국형 미사일 방어』라 부르겠다. 그리고 KMPR을 『압도적 대응』이라고 부르겠다."

 

"그럼 3축 체계란 말은 사라지는 거냐?"

 

"응, 아예 사라져."

  

이랬던 게 2019년의 일이다. 당시 남북한 해빙(解氷) 무드 때문에 국방부에서 3축 체계란 말을 폐기하고, 언어를 순화했다. 이 당시에 보수언론들을 중심으로 북한 눈치 보기라고 했지만 용어만 바뀌었지, 실제 국방 강화는 보수정권 9년의 그것보다 더 옹골찼던 게 이 시절이다. 보수 언론에서 그러는 것도 이해를 해줘야 되는 게 트집잡을 게 이것 밖(?)에 없는 거다. 조금만 국방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언어의 순화(?) 뒤에 가려진 의도가 보일 거다.  

 

         "아. 문재인 정부는 평화모드를 조성하지만 일이 틀어지면 언제든 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구나."  

 

현재 한국의 국방력은 그만큼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고 김정은도 그게 눈에 보이니 한 번씩 난리를 치는 거다. 김정은의 입장에선 한국이 평화모드를 조성하지만 수틀리면 언제든 자기를 칠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으니 겁나거든. 말은 부드럽게 하는데 우락부락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윤석열은 폐기된 ‘3축체계’와 ‘킬 체인’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다. 뭐, 본인은 대통령이 아니니 남북외교를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까 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여튼 말도 부드럽게 안하는 거다.  

 

캠프의 별 출신 국방 과목 선생님들(말 그대로 스타(★) 강사다)과 과외 진도가 2019년까지 아직 덜 나간 건지, 술 마시느라 땡땡이를 친 건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가 외교를 위해 만든 용어는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인지, 또는 더 친숙한 용어를 사용하려 했던 건지... 찝으라면 내 느낌은 이렇다.  

 

“윤석열은 反 문재인이구나.”

 

굳이 쓰지 말자고 한 용어를 쓰는 걸 보면 그렇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의 정책은 자기철학 없이 反 문재인에 모아져 있음이 드러나는 발언이 아닌가 한다.  

 

 

윤석열 강원 철원군_출처 공동취재사진.jpg

'이마트 가서 멸치랑 콩나물 사야겠다'

출처 - <공동취재사진>

 

첨언. 쓰다 보니 생각난 건데, 작계 5015의 핵심 중 하나가 킬 체인이다. 5027이 전면전을 생각한 작전계획이라면, 5015는 선제타격 개념을 적용한 작전계획이다. 홍준표 의원이 작계 5015를 물어볼 때 꿀 먹은 벙어리가 됐던 윤석열 후보가 이제 킬 체인과 선제타격을 말할 정도는 됐다. 아, 홍준표 의원 때문에 망신당해 공부한 걸 답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