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는 군체(群體. 세포분열 한 뒤로도 연결되어 있는 것) 생물입니다. 따라서 단 하나의 개체(폴립)만 존재한다고 해도 커다란 군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From poly To Reef(폴립에서 산호초까지)’가 가능한 거죠.
군체는 무성생식에 의해서 형성됩니다. 폴립이 분열하면서 새로운 개체를 형성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군체를 이루며, 군체 내에 존재하는 모든 폴립들은 군체의 기원이 된 최초 폴립의 클론입니다.
군체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무성생식은 아주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산란과 방정 그리고 수정과 부화, 유생의 성장과 같은 복잡한 과정 없이 손쉽게 군체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군체 전체의 성격이 동일하기에 유전적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무성생식의 리스크는 꽤 큽니다. 예를 들어 최초의 폴립이 어떤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면, 군체 전체가 그 약점을 공유합니다.
연구목적으로 산호를 키우는 연구자들은 자주 특정 군체에서 기인한 작은 군체들이 급작스럽게 절멸하는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매니아들 중에서도 급작스런 환경 변화가 발생했을 때 모든 산호가 아닌 특정 산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걸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전적으로'라는 표현을 쓰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상당 부분 무성생식으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의 결여로 인해 발생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회피하기 위해 산호는 산란을 합니다.
1. 산호의 방송산란과 유산상속?
육방산호(6의 배수만큼 씩의 촉수가 있음) 아강(생물 분류에서 ‘강’과 ‘목’의 사이)과 팔방산호(여덟 개의 촉수가 있음) 아강에 속하는 엄청난 수의 생물을 산호라고 부릅니다. 두 아강에 속해있는 종만 해도 수백 종이 넘고, 이 모든 종이 같은 산란 방식을 취하지는 않습니다.
소와 캥거루는 모두 같은 포유강에 속합니다. 하지만 소의 출산방식과 캥거루의 출산 방식은 하늘과 땅만큼 다릅니다. 모든 산호가 방송산란(수많은 산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산란과 방정을 하는 것)을 한다고 주장한다면, 포유강에 속하는 모든 동물의 출산방식이 소와 캥거루와 같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꽤 많은 종의 산호들, 특히 뼈대를 형성하는 소위 경산호(조초산호)의 대부분이 방송산란을 하는 게 사실입니다.
엄청난 수의 알을 한꺼번에 산란하는 산호
(출처: coraldigest.org)
보통은 산란은 열대지방의 여름, 보름달이 뜬 후 10여일 가량이 지나야 이뤄집니다. 세계 최대의 산호초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경우는 11월 달에 산란을 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수많은 산호들이 한꺼번에 알과 정자를 방출하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수온, 달빛, 조류, 산호들이 분비하는 신호 물질 같은 것들이 산란을 자극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대량으로 방출된 알과 정자는 물속에서 수정되어 해류를 타고 떠돌다가 부화합니다. 갓 부화한 유생은 어미들과는 달리 어느 정도 헤엄을 칠 수 있습니다. 제한적인 유영능력을 가진 산호의 유생은 적절한 자리에 도달하면 그 곳에 정착하여 폴립으로 변이합니다. 하나의 거대한 군체, 나아가 산호초를 형성할 수 있는 작은 맹아 하나가 생긴 것입니다.
부화한 지 6일된 ‘Trachyphyllia geoffroyi’의 유생. 부모와는 달리 제한적인 유영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출처: advancedaquarist.com)
위의 유생이 자라서 이런 산호가 됩니다.
산호는 자신의 유전적 성격 외에 공생조류에게도 영향을 받습니다. 전편에 언급했지만 온도로 인해 발생하는 백화에 대한 저항력은 거의 전적으로 공생조류의 성격에 의해서 결정이 됩니다.
어떤 유생들은 부모로부터 소량의 공생조류를 물려받습니다. 따라서 난황(알에 포함된 영양물질)을 다 소비한 이후에도 공생조류로부터 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으니, 유생의 초기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반면 어떤 유생들은 부모로부터 일체의 공생조류도 물려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유생들은 난황을 소비하기 전 혹은 직후에 공생조류를 섭취해야만 합니다.
얼핏 보면 공생조류를 물려주는 쪽이 좋아 보입니다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덕에 자기계발이 크게 부족했던 사람 좋은 부잣집 아들이 사기를 당해서 재산을 홀라당 날려먹고 거지꼴이 되었다는 흔한 이야기처럼 공생조류를 물려주는 것이 무조건 좋지만은 않습니다. 부모가 지니고 있던 공생조류의 취약점까지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류를 타고 떠돌다보면 부모와는 상이한 환경에 정착할 수도 있는데, 물려받은 공생조류가 해당 환경에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생조류를 섭취해야 하는 유생의 경우, 초기 생존율은 낮지만 정착한 환경에 맞는, 부모와 상관없는 공생조류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폴립이 된 이후의 생존율은 더 높은 편입니다.
2. 산호는 모두 자웅동체인가?
방송산란을 하는 종은 대부분 자웅동체입니다. 즉, 산란과 방정이 같은 개체 혹은 군체에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모든 산호가 자웅동체는 아닙니다. 자웅이체인 종도 있으며 성전환이 가능한 종도 있습니다. 또한 이런 종들 중 일부는 방송산란과 다른 산란방식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자웅이체나 성전환이 가능한 종들은 하나의 군체 내에서도 암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가 수정을 통해서 산란을 해도 비교적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편입니다. 최악의 경우 단 두 개체만 살아남아도 유전적 다양성을 지닌 후손을 퍼뜨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종들은 대개 방송산란 보다는 소량의 알을 자주 산란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군체 내에서 소량의 알을 산란해서 인근에 자리 잡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런 산란방식을 선택하는 종들을 따로 ‘번식종(Brood specie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해류를 타고 장거리(보통은 수백km)를 이동해야 하는 방송산란 된 유생과는 달리 번식종의 유생은 매우 무겁고 밀도가 높아서 물에 잘 가라앉습니다. 따라서 부모 개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착합니다.
3. 무성생식
산호는 다양한 무성생식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성생식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많이 이루어집니다.
1) 싹틔우기
연산호들이 즐겨 채택하는 방법입니다. 군체에서 작은 싹이 나오고 이 싹이 새로운 군체로 성장합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스스로를 절단하여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2) 자가절단
말 그대로 스스로를 절단하여 번식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 개체의 생존이 위험에 처했을 때 일어나지만, 꽤 흔하게 일어납니다.
부모 군체는 죽었지만 자가 절단을 통해 작은 군체들이 살아남았습니다.
(출처: advancedaquarist.com)
오덕들은 무성생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산호를 잘라내는 것만으로도 번식을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덕들만이 아니라 산호의 종보존, 산호초의 재건과 같은 공익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연구자나 번식자 집단들, 오덕들에게 산호를 공급하는 산호 양식업자들도 이 방식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전적 다양성의 감소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덕들이 키우는 산호야 죽어도 가슴 아플 따름이고, 양식업자들이야 해당 산호의 양식을 포기하면 되지만,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한 놈들로만 종 보존이나 산호초 재건을 꾀하는 것엔 무리가 있습니다.
4. 사육환경에서의 유성생식
결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전적으로 산호의 생식에 대한 이해의 증가와 사육 장비의 진보 때문입니다.
LED가 등장하면서 산란기의 달빛과 비슷한 파장과 광량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속도 조절이 가능한 파도 발생기 덕에 산란기와 비슷한 물의 흐름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온도 조절은 아주 쉽습니다. 해조류를 이용해서 영양염류를 제거할 수 있으며, 미생물을 이용한 영양염류와 유기물의 통제도 쉽게 이뤄지지요. 심지어 특정 스트레스에 강한 공생조류만을 선택적으로 배양하여 산호 유생에게 주는 것까지 가능합니다.
요즘은 많은 대학, 연구기관, 정부기관, 공공 아쿠아리움들이 산호 번식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산호의 알을 채집하기 위해 산호위에 거름망을 씌운 모습
(출처: advancedaquarist.com)
사육환경에서 부화한 작은 유생으로 부터 형성된 거대한 군체입니다.
(출처: advancedaquarist.com)
다음 편부터는 오덕의 세계입니다. 저는 재미있지만 읽는 분들은 어떨지 걱정부터 되네요.
추신
www.seacore.org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더 상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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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탄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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