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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교수가 정의당 복당을 선언했다. 당을 떠난 지 2년 만이다. 당시 정의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찬성한 것이 그가 밝힌 탈당의 이유였다.

 

지난 몇 년간 치러진 굵직한 선거에서 참패를 거듭하며 현재까지도 정당 지지율이 5% 안팎의 답보 상태에 있는 정의당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특히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허경영에게도 밀리는 굴욕을 맛보며 잠시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장고에 들어가기도 했던 만큼 강력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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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가 반전의 계기...!!

출처 - <SBS 뉴스>

 

그런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복당을 선언한 진중권이 누구인가. 자신의 말과 글이 세상에 얼마나 널리 알려지는가를 ‘영향력’이라 표현한다면 지난 2년간 그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기자협회보가 빅데이터 분석 업체에 의뢰해 2019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0개 종합일간지와 9개 방송사의 기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진중권 전 교수는 해당 기간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한 인물 24위였다. 참고로 30위 안에 있는 인물 가운데 국내외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아닌 인물은 진중권 전 교수 단 한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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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자협회보> 2021년 12월 7일 자(링크)

 

더욱더 대단한 것은 30위 내에 랭크된 인물 가운데 진중권을 제외한 거의 모두는 본인의 직위와 관련된 공적 발언이 인용된 결과라 볼 수 있는 반면, 기사에 인용된 그의 발언은 대부분 개인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거나 매체에 출연해 밝힌 개인 의견이었다는 데 있다. 그는 대한민국 언론을 주름잡는 가장 강력한 진보 스피커다.

 

정의당을 떠나 있는 동안 진중권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진보 스피커로서 그 누구보다도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 그는 보수 언론이 가장 즐겨 인용하는 진보 지식인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 여당을 비판할 때마다 보수 언론은 열성적으로 이를 인용하고 이용해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보수,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여러 신문 매체에 고정 칼럼을 기고했고 다수의 TV,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진보 지식인으로서 보수 정당 초청으로 강연에 나서더니 급기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면접의 면접관으로 활약해 보수의 장벽을 허물었다.

 

속 좁은 몇몇 이들의 진중권의 전향을 의심했으나 그는 꿋꿋하게 자신은 여전히 진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보수 언론과 정당은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진보 논객’ 진중권을 버리지 않았다(비슷한 시기에 진중권보다는 덜하지만 나름 진보적 스탠스를 가진 지식인으로 보수 언론에 종종 인용되었던 서민 교수는 오히려 대놓고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후로 기사 인용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 이토록 보수의 신임을 듬뿍 받는 진보 지식인이 여태 있었던가. 진영 논리에 갇혀 서로를 악마화하는 살벌한 정치 풍토에서 진중권만은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환영받는 참 지식인이었던 것이다.

 

혹여 속 좁은 몇몇 이들이 어떤 진보가 진중권을 환영하느냐고 반박할 수 있겠다. 진중권 전 교수의 페이스북 복당 선언이 있고 나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은 진보정당다움을 분명히 하며 더욱 품을 넓혀야 합니다. 당대표로서 복당 및 입당하는 분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사실상 환영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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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정의당 대표 여영국 SNS 캡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 정당이 정의당인데, 그런 정의당의 대표가 진중권의 복당을 감사한 마음으로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고 공언했는데 이거야 말로 진중권이 진보의 환영을 받다는 명백한 근거다.

 

진중권 SNS 긴 버젼.jpg

출처 - <진중권 SNS 캡처>

 

진중권은 복당 선언을 하며 ‘진보의 재구성’을 이야기했다. 진보 정당 정의당의 지붕 아래에서 이제는 진보의 재구성에 힘을 쓰겠다는 당찬 포부다.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대부분 30%를 웃돈다. 그런데도 진보 정당 정의당의 지지율이 5% 안팎에 머무는 현실에서 진중권 복당에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크다.

 

여론조사에서 본인에게 밀린 심상정 후보에게 장관직을 제안하며 득의양양했던 허경영 후보는 이제 단단히 긴장하셔야겠다.

 

진중권의 정의당 복당을 격하게 환영한다.

 

*덧 : 다시 한 번 혹여 속 좁은 몇몇 이들이 ‘진중권이 뭔데 진보를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냐’라던가 ‘왜 정의당이 대한민국 진보를 대표한다는 거냐’라고 반박하실까 하여 한 마디 덧붙인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진중권의 정의당 복당을 격하게 환영한다고 말한 나는 정의당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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