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작과 동시에 집단면역을 도모하려다 연일 최대 감염자, 사망자 수를 기록했던 영국. 지금 영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오미크론으로 최근까지 연일 20만 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음에도, 영국은 백신패스 폐지 및 모든 규제를 완화, 혹은 없애는 방안을 발표했다. 갑자기 이런 정책을 발표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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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로 이슈를 덮는다

코로나 2년. 영국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명목하에, 2차례 강력한 락다운을 포함, 수차례 강한 제재를 가해왔다. 때문에 한때 EPL은 모든 경기를 전면 중단했다가 후에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러야했고, 수많은 클럽과, 카페, 음식점은 영업이 중단됐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져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역경을 버텨내는 동안 총리는 때마다 술판을 벌이고 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총리를 비롯, 보건부를 책임지는 장관이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후에 임명된 장관은 불륜 행각이 발각되어 사퇴했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하는 척했지만, 사실상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인 영국 보수당에 드디어 국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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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래전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컸다. 영국 정부는 어디에서는 이렇게 하라, 저기에서는 저렇게 하라는 복잡한 방역수칙을 내세우고 무거운 벌금형을 받게 해 왔다. 얼굴을 가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 하는 문화 때문에 사실, 마스크 하나 착용시키는데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막상 총리가 인터뷰를 하거나, 내각 모임이 언론에 보도가 되는 날이면, 안전거리 유지는커녕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규칙도 지키지 않는 모습이 자주 보였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디언은 대대적으로 보리스 존스 총리를 포함 내각의 일원들이 틈만 나면 와인과 치즈를 곁들이 파티를 벌여왔던 것을 기사로 보도했다. 영국 전역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수요일 대정부질의(Prime Minister’s Questions)에서 사과하면서도, '파티(Party)가 아닌 ‘업무 행사’(Work Event)의 일환'이라는 사족을 붙였다. 이에 노동당은 총리 사퇴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여론도 들끓었다. 브렉시트 여파에도 굳건했던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지난 19일 발표. 27일부터 전면 해제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규제 전면 해제’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여전히 일일 9만 명의 확진자를 배출하고 있지만, 연구조사 결과 더 이상 코로나는 위험한 바이러스가 아닌 감기와 같으니, 이제 너희들도 마음껏 즐기라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꿔 오미크론을 그냥 감기 정도로 치부해도 괜찮은지 방역당국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결과인 걸까. 당장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수작인 걸까.

빙산의 일각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 보수당의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보수당 내부로부터 였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여간 수차례에 걸쳐 다우닝가(총리 관저)에서 벌어진 행사에 대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이에 보수당 내에서도 비판이 있었고 급기야 내부 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집권당인 보수당 국무조정실(Cabinet Office)의 정무차관(Second Permanent Secretary) 수 그레이(Sue Gray)는 지난 2년간 존슨 총리가 어떻게 국정을 운영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리가 여러 차례에 걸쳐 장관을 비롯한 내각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함께 파티를 즐겼으며 그 외에도 부적절한 일들이 다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국무조정실에서 근무하여 이번 사건의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의 전언에 따르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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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성과

코로나와 함께 한 2년은 영국에게도 힘겨운 시간이었다. 인구의 1/4 가량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15만 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럼에도 보수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는 정책의 성과 때문이다.

전면적인 락다운이 시작된 이후, 영국인의 절반 이상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 머무르게 됐다. 타의에 의해 시작된 완전 재택 근무. 처음에는 이런저런 불평이 있었다. 중요한 미팅을 하거나 인력을 채용하는데 서류와 영상으로만 일을 처리하는 것은 사측 혹은 고용인에게 큰 위험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츰 업무 환경에 익숙해졌고,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과거에 했던 업무 환경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알게 됐다. 특히,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런던 시내로 출근을 하며 지옥철을 경험해야 했던 이들에게, 재택근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했다. 육아를 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아이 등하교 시간에 맞춰 출퇴근하기 위해 눈칫밥을 먹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재택근무는 마음의 짐을 한 것 덜어낼 수 있는 기회였다. 런던을 비롯, 대부분의 철도 회사가 민영화되어버린 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교통비에 대한 부담은 가계에 큰 영향을 끼쳐왔던 터,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재택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급기야 많은 회사들이 사무실을 빼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집에 있기 때문에 텅 빈 공간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측에게도 매달 값비싼 임대료를 지불해왔던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무실 혹은 건물을 보수,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비용들까지 함께 줄여 나갈 수 있었으니 재택근무는 윈-윈 하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더불어, 강도 높은 규제에 대한 강력한 보상까지 함께 주어졌으니 사실, 국민들이 보기엔 보수당의 방역정책이 그리 불만족스러운 것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보다 나은 환경으로 꾸미고자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했다. 가뜩이나 인건비가 높은 곳으로 유명한 이곳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웃돈을 주고라도 집을 고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집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주택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택근무가 주는 꿀맛에 많은 영국인들은 도취되었다. 여담이지만, 요즘은 평일에도 공원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카페나 길거리 벤치에서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다들 밖에서 콧바람 쐬며 일하는 중이다. 물론 현재의 이런 상황이 방역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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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지리

보수당은 방역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했다. 불만이 많았지만 이를 호재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다수라, 정당 입장에선 어부지리로 득을 보게 된 셈이다(더 이상 장소는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는 계산된 전망으로 시작한 락다운 및 재택근무 시스템이었다고 주장하는 정부 관계자도 더러 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알 수 없는 판데믹 상황에 이런 결과를 가져올 거라 예측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보수당에게 유리한 결과물이 떨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가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교통비와 기타 활동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이를 개인의 여가생활을 위해 사용할 수 있었으니 엉겹결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사망했어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는, 국민들이 방역을 철저히 지키는 동안, 자신들은 다른 세상에서 마음껏 즐겼던 행동들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모든 규제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들고 나왔다. 국민에게는 철저한 방역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은 수칙을 마음껏 무시했던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많은 이들이 그런 일은 애초에 없었던 것마냥 SNS에서도 이번 보수당의 정책을 환영한다는 의견이 많다.

여전히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작용하겠지만, 더 이상의 규제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정부는 자신들의 실책을 덮는 의미에서, 다수 국민은 그동안 답답했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서로의 마음이 일치(?)한 것이다.  집단 면역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시행했던 영국. 그렇게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여러 번 정책을 바꾸며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였지만 어부지리로 지지율을 굳혔던 보수당.

과연, 정치는 선의로 시작한 일이 선의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때가 많은 만큼, 일관성 없이 본인들은 수칙을 어기며 막 질렀을 뿐이데(?) 예상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행운은 어디까지 일까.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