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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일 관계는

 

최근 몇 년을 보면, 한일 관계는 전후 최고로 냉각된 듯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의대수(一衣帯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이웃지간인 한일 간 정상회담이 있었던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거기에 2년 전부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방역을 위한 입국제한 조치 등과 맞물려 한일 간 인적 교류도 거의 동결된 상태다. 말 그대로 인적교류와 양국 정부의 소통도 단절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한일의 냉각 관계는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015년 12월 당시, 박근혜 정권이 일본군 위안부 전격 합의를 돌연 발표했을 때, 한국 사회에는 큰 동요가 있었다. 

 

2018년 10월 대법원에 의한 징용공 배상 판결이 났을 때는 일본 국내의 반발이 심화되었고(아베 정권에 의해 2019년 7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한다는 경제 보복조치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한일 양국 정부가 소통하는 창은 막히게 되었고, 양국 국민의 감정은 악화 일변도로 이어졌다.  

 

악화되는 한일 관계에서 문재인 정권과 아베 정권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자세를 견지했고, 한국과 일본의 냉전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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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그 후 아베에서 스가로, 다시 스가에서 기시다로 이어지는 정권교체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여야가 뒤바뀌는 정권교체가 아닌, 자민당 내의 총재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내각총리대신이 바뀐 것에 불과하다. 즉 리더의 얼굴과 정권은 바뀌었으나 일본 정치의 실체는 변함없다. 

 

일본의 정권이 두 번이나 바뀌면서도 새 정권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힘을 기울였다는 흔적을 찾긴 어렵다. 일본 정권 입장에선 ‘왜 일본이 굳이 먼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일본 사회와 자민당 내의 강한 불만과 반항이 있기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를 몇 달 남겨놓고 있지 않다. 한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대선판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이런 한국 소식은 실시간으로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 전파된다. 

 

 

일본 미디어가 한국을 보도하는 법

 

①일본의 매스미디어들

 

일본의 미디어가 한국을 어떻게 보도하는지 들어가기 전에 우선 일본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매스 미디어 구조를 살펴보자. 일본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신문과 TV의 영향력이 매우 큰 나라이다. 

 

2021년도 ‘일본신문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일본의 일반지와 스포츠신문을 합한 발행부수는 3,300만 부를 조금 넘는다. 2000년도의 약 5,400만 부였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신문의 발행부수는 여전히 많고 비중이 높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일본 ‘5대 일간지’의 발행부수는 다음과 같다.

 

①요미우리 (약 720만 부) 

②아사히 (약 480만 부)

③마이니치 (약 200만 부)

④니혼케이자이 (약 190만 부)

⑤산케이 (약 120만 부)

 

2021년 ‘일본신문통신조사회’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신문에 대한 신뢰도는 100점 만점에 67.7점으로 매우 높은 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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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인물 탐구 첫 번째 기사.

 

신문과 함께 여론 형성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것이 TV방송이다. TV는 NHK가 69점을 기록하여 신문보다 조금 높다. 이어서 민영 TV방송은 61.3점, 라디오는 55.4점, 인터넷은 49.2 점 순으로 신뢰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신문이 독자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에 비해 일본의 신문은 여전히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여기에 민영 TV방송 또한 신문에는 다소 뒤지지만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②한국 관련 보도

 

일본의 신문, TV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한국의 대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선 신문을 보자. 요미우리와 산케이는 전형적인 보수계열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아사히와 마이니치는 진보 성향으로 알려져 있으며, 닛케이는 경제신문인만큼 정치적인 사안에서는 중립적 입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TV매체인 NHK는 공영방송인만큼 비교적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뉴스를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아베 정권에서는 NHK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여 신문보다 뒤진 적이 있지만 이내 다시 회복, 앞서 소개한 대로 신문과 TV를 통틀어 신뢰도가 제일 높다. 

 

진보 계열의 신문이나 NHK TV는 비교적 한국에 대한 보도에 있어서도 편향된 보도를 한다고 느낄 때가 거의 없다.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편향적으로 일본 정부와 일본의 입장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안을 왜곡해서 보도하는 매체는 보수계열의 신문과 민영방송 그리고 (포탈과 웹미디어로 대표되는)보수적인 인터넷 뉴스 사이트들이다. 이들의 한국에 대한 보도는 여러모로 부족하고 결함과 모순이 많다.

 

사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들의 한국에 대한 보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일본 우위론에 입각한 보도다. 경제력이나 국제적 지위 그리고 민주주의의 척도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앞선 나라라는 전제가 깔린다. 

 

둘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전하고 싶은 것만 전하는 습성이 있다. 어느 사회나 음지와 양지가 있으며 사건이나 사안에는 인과관계 및 과정과 결말이 있는데, 이들은 필요한 부분만을 강조하거나 자신의 논조에 불리한 것은 생략하며 교묘히 비틀어 보도하는 습성이 있다.

 

셋째, 뉴스나 사건, 사안의 리소스를 특정한 곳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관련 뉴스나 비평에서 제공되는 리소스는 대부분 한국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일본어판이 활용된다. 

 

가령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또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싣게 되면, 이를 일본어판으로 야후재팬이라는 일본 최대 포털을 통해 제공한다. 이는 급속도로 일본 내에서 한국 관련 소스로 활용되고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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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본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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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본어판

 

특히나 민영 TV방송의 와이드쇼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은 뉴스나 시사적인 문제를 쇼 형식으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방송에는 보수적이거나 우익적 성향을 띠는 인물들이 대거 등용된다. 이들은 이런 소스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인 코멘트를 마구 쏟아낸다. 

 

그중에서도 방송에 고정 출연하는 몇몇 인사는 마치 한국인인 것 같은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한국 전문가로서 서슴없는 발언을 하는데, 이들은 한국에 살면서 병역의무를 비롯한 국민의 4대 의무를 수행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며 가열차게 한국 사회를 경험한 적도 없는 이름만 한국인인 귀화 일본인들이다. 이런 자들이 한국 전문가로 일본 민영 TV방송에서는 애지중지 취급받고 있다.

 

또한 전 주한 일본대사를 역임한 모 씨는 보수 웹사이트의 고정필진으로 활약하며, 연일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이자의 글을 보고 있으면 한국 경제와 문재인 정권은 곧 폭망하게 될 것이며, 국제사회에서도 고립을 면치 못하는 애처로운 국가처럼 보인다. 

 

이런 일들이 정말로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는 독자도 있을 테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 이후에 두드러진 혐한・반한 여론은 이런 매체와 인사들의 활약을 통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이미 혐한・반한은 일종의 비즈니스로 자리 잡고 있기에 이런 현상이 사라지는 걸 바라는 것 또한 난망하다.  

 

 

일본에서 바라는 한국 대통령은?

 

앞서 살펴본 일본 내의 여론 형성 매체와 한국 관련 보도 현황을 토대로 이번 3월의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일본 미디어의 시각을 살펴보자.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일본에서는 당연히 한일 관계에 있어 까다롭지 않은, 즉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 그리고 당면 국제사회에서의 한일간의공조 등에 있어 일본의 주장을 들어주고 함께 손잡을 수 있는 후보를 원한다. 이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 일본 언론에서 보도하는 한국 대선의 현황을 보게 되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일본에 대해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는 반면,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는 포괄적인 해결 등 일본에 유화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후보로 전달된다. 

 

초기에는 이 둘의 양자 대결로 굳혀지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국민의당의 안철수 후보가 양강구도에 끼어드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도한다. 그러나 안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고 있지 않는 듯하며, 이재명과 윤석열의 양자 대결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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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V방송에서 한국 대통령 선거를 보도하는 일반적인 경향이 있다. 하나는 남북문제에 평화와 안정을 중시하면 친북 정권이며 좌파로 규정짓는다. 반면, 남북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 보수 우파로 분류한다. 또한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좌파 반일 정치가이고, 유화적인 태도와 발언을 하면 보수 친일 정치가로 분류한다. 

 

그러면 당연히 한국 대선에서 친일적이면서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일본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는 보수 친일 정치가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고 있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방송에서 직접 누구를 지명하여 언급하지 않을 뿐이지, 방송의 내용이나 편성을 보면 그렇게 짜여진다. 

 

 

일본 미디어가 외면하고 있는 진실

 

진보계열 신문과 NHK TV를 제외하고, 민영 TV방송이나 야후재팬의 포털 그리고 정치 웹사이트 등을 통하여 보도되는 한국 대선과 향후 한일 관계 전망에 대해 보고 있노라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앞서 언급한 일본 미디어의 분류대로라면 과거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친일적이며 대북 강경 노선으로, 이른바 일본에서 바라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집권 기간에는 오히려 진보적이라 불리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보다 한일 관계는 더 냉각되고 악화되었다. 

 

조금만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가까운 사례를 보면서도 여전히 일본 방송의 고정관념대로 친일과 반일 그리고 좌파와 우파라는 식으로 구분 짓고 그를 토대로 자기네의 염원을 담아 보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이 한국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앞으로 한일 관계는

 

심정적으로는 한일 모두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바라지만 어찌 될 것인지 점치기란 매우 어렵다. 

 

우선 일본은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정권의 탄생에 맞추어 한일 관계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월 한국의 신정부가 탄생해도 바로 한일관계 변화의 바람은 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월에 일본 참의원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작년 9월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이 가장 유력시되던 고노 타로 전 행정개혁대신에 압승, 자민당 총재에 올라 제100대 내각총리대신이 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에게 최대의 정치적 난관이자 시금석은 올여름 참의원 선거다.

 

전체적으로 일본 국민이나 여론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액션을 취하는 모험은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지난 10월의 중의원 선거에서 절대 안정 다수를 확보하며 사실상의 승리를 거머쥔 기시다 수상은 자기만의 색깔이나 특징이 없다는 비판 속에서도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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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말연시가 지나면서 오미크론 변종에 의한 코로나 재확산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기시다 정권으로서는 위기 상황이 닥친 것이다. 그리고 지난 1월 17일에 개원한 정기국회(회기 150일)를 통하여 신년도 예산안 확정은 물론 코로나 대책과 경기 부양 그리고 아베 전 정권의 스캔들 등에 대한 야당의 끊임없는 견제와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한일 관계에 신경을 쓸만한 여력도 시간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7월 참의원 선거다. 이미 중의원 선거에서는 승리를 하여 장기정권의 교두보를 확보하였지만,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정권 운영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된다. 따라서 기시다와 자민당으로서는 올 7월에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만일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기시다 정권은 취임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장기 정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3년간은 선거가 없기에 정권 운영이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기시다 정권의 최대 관심은 한국 대선보다는 올 7월 선거에 이겨 정권이 유지되냐 마냐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일 관계 개선을 꾀하는 마음이 있다면, 7월 이후에나 실질적 행동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한일 양국의 냉각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선 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한국 내에서도 일본에 대한 반감이 있지만, 일본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반감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는 느낌이다. 그만큼 일본 사회가 보수 우경화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보수 언론과 미디어의 한국 관련 보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학 박사)

 

 

 

 

 

편집부 주

 

30여 년간 도쿄에 살며 일본 정치를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헌모 교수가

재일한국인의 눈으로 본 생생한 일본정치 현장과

일본 우경화의 현주소를 진단한 책이다.

 

일본 정치가 돌아가는 원리와 어떻게 우경화가

독주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는 집어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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