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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 동독이 서독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면서, 동독은 나토의 ‘나와바리’가 됐다. 여기서 끝났다면 러시아가 지금 이렇게 화를 낼 상황은 없었을 거다. 그러나 동구권의 붕괴는 시작됐고, 20세기 최대의 ‘실험’이라 불렸던 사회주의는 소련의 붕괴로 끝이 났다. 

 

그리고 나토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었던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해체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구)사회주의 국가들의 나토 가입이 시작되다

 

동구권 붕괴.jpg

동구권 붕괴 지도

 

1999년 3월 체코, 폴란드, 헝가리가 나토에 가입하게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러시아 쪽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저 생퀴들이 태어나길 반골 체질이었다스키. 우리 별로 안 좋아했다스키”

 

“아니, 너네가 쟤네들한테 한 게 있잖아! 툭하면 탱크 밀고 들어가고! 숲에 들어가서 학살하고! 땅에 묻고! 느그 서장이랑 밥도 묵고... 아니, 아니... 암튼, 쟤들이 니들 좋아하겠냐?” 

 

체코나 폴란드, 헝가리는 러시아에게 당한 게 좀 많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툭 하면 러시아가 칼로 찌르고, 탱크로 밟고, 총으로 쏘고, 학살하다보니 이 세 나라는 러시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나토에 가입하는 게 당연하게 보였다. 

 

문제는 다음 나토 가입 국가였다. 2004년 4월 2일 발틱 3국을 포함한 동구권 7개국. 그러니까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나토에 가입했다. 

 

“아니, 폴란드나 헝가리 색히들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선 씨게 넘는데? 이것들까지 나토 가입한다고?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스키?”

 

당연히 러시아는 반대했다. 나토의 포위망이 점점 조여 오는 게 눈에 확 들어온 거다. 발틱 3국이 나토에 가입했다는 건 러시아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수준을 넘어서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게 되는 거다. 왜? 

 

“나폴레옹이나 히틀러가 러시아를 침공했다가 X 된 이유가 뭔지 아냐?”

 

“뭔데?”

 

“모스크바가 너무 멀어. 그것도 너~어무 멀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내륙 깊숙이 위치하고 있다. 대륙세력의 수도답게 모스크바는 적들의 접근을 쉬이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발틱 3국이 떡하니 나토에 가입하게 된 거다. 

 

“아니, 시바스키!! 발틱 3국에서 모스크바까지 600킬로가 안 돼!! 나토 애들이 저기에다가 F-15 몇 대 가져다 놓으면, 20분 안에 모스크바 두들기고 돌아간다스키!!”

 

슬금슬금 나토 가입국이 늘어나면서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위험에 노출됐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나토 가입국이 점점 늘어나면서 러시아는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NATO의 동진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며, 러시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게 러시아의 판단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런 ‘불안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토는 가입국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나토와 유럽 가입 러시, 러시아의 목을 죄어오다

 

2009년에는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가, 2017년에는 몬테네그로가 나토에 가입했다. 그리고 대망의 2020년 3월 북마케도니아가 나토의 30번째 회원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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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이런 동유럽이나 발칸반도, 옛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나토 가입 러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도 연관이 있다. 러시아가 망치를 들고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럽의 작은 국가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든든한 ‘빽’을 찾게 됐다.) 

 

(까놓고 말해서 푸틴이 일으킨 몇 번의 전쟁 덕에 유럽의 젊은이들은 고달파졌다. 냉전이 끝나고 징병제가 모병제로 바뀌고 군대가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는데, 다시 군 징병 체계가 바뀌어가고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병력확충, 장비 보강에 힘을 쏟아야 했고, 외교도 바빠지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자자, 나토 가입하려면 대기표 받아요. 우선 심사 거쳐야 하니까”

 

“나토 먼저 가입하면 안 돼요? 러시아가 지금...”

 

“이 사람들이 우물에서 숭늉 찾나. 우선 당신들이 유럽이라는 걸 증명하고 그다음에 나토에 가입하든 말든 해야 할 거 아냐?”

 

“유럽인 걸 증명하려면...”

 

“우선 EU에 가입해야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코소보,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몰타, 키프로스, 우크라이나가 EU 쪽에 붙었다. 

 

“나토에 가입하기 전에 EU에 들어가서 얼굴 도장 찍어야지.”

 

이런 상황인 거다. 까놓고 말해서 러시아의 신경을 긁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이미 러시아는 거의 ‘바보’가 된 상황이었다. 

 

유럽연합.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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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합(European Union)

 

아래쪽에서는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북마케도니아가 치고 올라오지, 중부유럽에선 폴란드를 비롯해서 말 안 듣는 애들이 치고 올라오지, 옆구리 쪽은 발틱 3국이 치고 올라왔다. 결정적으로 ‘대가리’도 문제다. 

 

냉전 시절 핀란드는 자신들의 주권을 유지하면서 중립국을 표방했다. 소련이 핀란드를 서방세계와의 창구로 활용하기도 하면서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까놓고 말하면 냉전 시절 내내 핀란드는 어느 정도 소련의 ‘내정간섭’에 노출됐었다. 

 

압도적으로 세서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의 큰 상대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만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권의 일부를 포기해야 했다.

 

(자일리톨 먹고, 휘바휘바 하면서 소련과 싸울 수도 없었다. 싸웠다간 개박살이 날 게 뻔했다. 겨울 전쟁 시절(1939-40,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하여 발발)은 그냥저냥 총이나 대포로 싸웠지만, 이제 세상은 미사일과 핵탄두가 날아가는 세상이 아닌가)

 

문제는 이케아와 자일리톨의 나라인 스웨덴과 핀란드가 슬슬 러시아 눈치를 보다가, 

 

“아니, 휘바. 분위기 요상하게 돌아가는데, 이참에 우리 나토로 갈아탈까?”

 

“중립 더 안 해?”

 

“푸틴 저 색희 하는 거 봐서... 뭔가 좀 터질 거 같은데?”

 

“우크라이나 조지는 거 보면 좀 뒷배가 필요할 것 같긴 한데”

 

“그렇지? 이 참에 우리도 조직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어? 시라소니가 전투력은 최강이었지만, 혼자라서 외로웠잖아. 아무리 잘 싸우면 뭐해?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점점 나토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쪽도 분위기 험악하다. 러시아로서는 머리 위에 적이 생기는 꼴이 된 거다)

 

핀란드와 스웨덴. 이 중립국 애들이 슬슬 간을 보며 나토에 가입하려 하는 거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그야말로 온 천지사방에 적들이 우글거리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보면, 

 

“아, 러시아가 좀 빡칠만 하네.”

 

라고 간단히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는데, 그렇게 간단하게 빡치기만 할 정도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건 러시아의 전략적 방향성이 완전히 틀어진 상황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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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바스키..

 

 

생각 이상으로 지금 러시아는 몰려있다

 

냉전 시절을 떠올려 보자. 러시아(소련)는 미국 국력의 절반 정도의 힘을 가지고 냉전 시절을 버텨왔다. 그럼 친구들이라도 멀쩡한 애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국가들이 어땠나? 대부분 러시아가 강제로(?!) 끌고 온 애들이며, 장비도 대부분 러시아 걸로 통일한 애들이었다. 동독 정도를 제외하고는 먹고사는 거 걱정하는 애들이 많았다. 

 

반면, 나토의 경우는 그래도 나름 지역에서 짱 먹는, 돈 많고, 주먹 센 괜찮은 친구들이 많았다. 독일, 영국, 프랑스 같은 애들 봐라. 게다가 영국과 프랑스는 핵도 가지고 있었다. 

 

(냉전 시절 초창기인 1950년대 소련의 GDP는 미국의 1/4 수준이었다. 이걸 가지고 꾸역꾸역 미국과 나토에 맞서 싸운 게 용한 거다)

 

냉전 시절 러시아(소련)가 나토군을 압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지리적 이점이었다. 동독이 최전선이 되고, 체코와 폴란드가 그 뒤를 받쳐준다.

 

탁 트인 중부유럽의 대평원을 수천 대가 넘는 탱크들을 가지고 물밀 듯이 밀고 나가는 기갑웨이브. 이건 나토 진영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동독에 주둔 중인 소련군이 언제 어떻게 방향을 틀어서 어디로 갈지 누가 알겠는가? 이 주둔 부대가 미국의 5군단, 7군단을 양으로 압도한다면? 

 

서독을 찍고, 프랑스를 넘어 영국까지 치고 갈 수 있다. 

 

이 지리적 이점은 냉전 기간 내내 나토의 지휘부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이거 방법 없어. 사람 불러야 해.”

 

“소련 놈들 쪽수를 어떻게 막아내?”

 

“그럼 어떻게 해?”

 

“...씨바 우선 핵 쏘고 봐야지. 저걸 어떻게 사람 힘으로 막아?”

 

냉전 시절 서유럽 국가를 압박하던 지리적 이점은 이제 역으로 러시의 목을 조이고 있는 중이다. 일종의 완충지대가 될 수 있었던 국가들이 이제는 완충지대가 아니라 ‘적’이 돼 러시아를 노려보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600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나라가 나토 가입국이 된 상황. 여기에 하나 둘 나토 가입국이 늘어나면서 바다 쪽에서는 완전히 ‘밀봉’된 상황이 됐다. 

 

당장 발틱해, 흑해, 아조프해, 카스피해 등에 있는 해군기지들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만약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한다고 치자 어떻게 될까? 

 

당장 육지에서 러시아의 아랫배를 누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나토군이 지상으로 밀고 들어 가겠냐마는(이거도 문제긴 하다) 더 큰 문제는 역시나 흑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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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동그라미가 크림반도이다.

 

러시아 제국 시절 영국과 박터지게 싸웠던 크림반도.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나토 함대가 우크라이나에 기항하게 된다. 그럼,

 

“흑해에서 러시아의 세력이 위축된다.”

 

작년 11월,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문제가 한참 고조되던 그때(러시아군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지대로 이동하던 시절) 러시아가 흑해에서 해, 공군 합동 훈련을 했다. 

 

이때 미국도 맞불을 놓았다. 이게 참 인상적인데, 11월 12일 미 해군 6함대 기함을 필두로 해서, 터키,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의 군함이 모여서 훈련을 한 거다. 이게 11월에만 한 게 아니다. 이미 7월에도 나토와 우크라이나 해군의 합동 훈련이 2주간 있었다. 이게 단순한 훈련이 아닌 게, 

 

“푸틴! 만약에 우크라이나에 찝쩍되면 나토가 너흴 용서치 않을 거야!”

 

라는 신호다. 까놓고 말해서 영국을 포함한 나토군이 흑해로 진입했을 때 러시아가 군함 위로 전투기를 밀어 넣거나 경고 사격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당시 미국을 포함한 나토 쪽 입장은, 

 

“응, 이건 공해(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는 바다)상이야. 그러니 우리 여기 지나갈 권리 있어.”

 

라는 거고, 러시아 쪽 입장은 그 반대였다. 

 

“크림반도는 러시아 땅이다스키. 그러니까 여기는 러시아 영해스키. 너네 지금 러시아 영해를 침범한 거야. 다음에 넘어오면 실탄 먹여주겠다스키.”

 

이에 대해 영국이나 미국 입장은, 

 

“훗, 불쉣! 뻑킹 맨~ 이거 우크라이나 영해야.”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러시아 입장에선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흑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러시아도 장담할 수 없게 된 거다. 

 

러시아는 지금 코너에 몰린 상태이고, 여기서 물러나면 다음번엔 모스크바에 직접 폭탄을 떨어뜨려도 참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러시아는 지금 몰려 있다.  

 

<계속>